▒영 화 관 련

영화속에 숨겨진 경제이야기20 '곡성'

eros 2016. 6. 29. 15:42


   곡성 - 무당이 굿으로 벌어들이는 ‘사업소득’


  마을 사람들이 괴질에 걸리고 이유 없이 죽어나간다. 악령과 무당이 나오고 굿과 주술이 판친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한국판 엑소시스트(퇴마사) 영화다. 배경이 되는 마을의 이름은 ‘곡성’이지만 전남 곡성과는 다른 영화상 상상의 무대다.

줄거리는 이렇다. 마을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지만 어쩐지 이상하다. 민심은 흉흉해진다. 일본에서 온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뒤 마을사람들이 죽는다는 소문이 돈다. 경찰인 종구(곽도원 분)는 외지인을 만나 사흘 안에 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하지만, 딸 효진도 괴질에 걸린다. 다급해진 종구는 무속인 일광(황정민 분)을 불러 딸을 낫게 해 달라며 굿을 요청한다.

일광은 종구에게 “이번 굿은 아주 세게 해야 하기 때문에 ‘살굿’을 하려면 1000만원이 필요하다”며 “돈을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종구는 멈칫하다 “구해야죠”라고 답한다. 하나뿐인 딸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데, 마다할 아비는 없다.


‘겁나게’ 용한 무당은 비싸다. ‘정성이 담긴’ 제수를 마련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영험한 굿판이 비싼 이유는 영험을 가진 무당이 적기 때문이다. 공급이 적으니 가격이 올라간다. 굿은 귀신을 물리치는 제의이지만 동시에 무당에게는 사업이다. 무당은 굿을 해서 밥벌이를 한다. 일광이 굿을 한 대가로 벌게 되는 1000만원은 세법상 어떤 소득이 될까?

국세청에 따르면 무당의 굿은 ‘사업소득’으로 분류된다. 사업소득이란 개인이 계속적으로 행하는 사업에서 생기는 소득을 말한다.
무당은 ‘굿’이라는 서비스 용역을 불특정 다수에게 반복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굿으로 벌어들인 소득은 사업소득이 된다. 만약 무당이 아닌 옆집 신들린 할머니가 급한 김에 굿을 대신 해주고 1000만원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럴 때는 ‘기타소득’이 된다. 기타소득이란 ‘일시적이면서도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세법상으로는 이자소득, 배당소득, 부동산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 등에 포함되지 않는 소득을 통칭한다.

기타소득과 사업소득 구분이 중요한 것은 세율 때문이다. 통상 기타소득은 분리과세가 많고, 세율도 소득세에 비해 낮다. 기타소득과 사업소득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해당 소득이 일시적인지, 고용관계가 있는지, 사업적인 요소가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대표적인 기타소득으로는 강연료, 복권·경마 당첨금, 상금, 현상금, 사례금, 인세 등이 있다. 특이한 것은 2018년부터 과세하기로 한 종교인소득도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종교인소득은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이어서 근로소득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종교계는 “종교활동은 근로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끝내 이를 관철시켰다. 종교인들은 같은 소득을 얻는 노동자나 자영업자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내게 돼 상당한 실리를 얻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연료는 통상 기타소득으로 잡히지만 사업소득이 될 수도 있다. 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여러 곳에서 강연을 한다면 기타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이 된다. 만약 특정단체와 장기계약을 맺고 정기적인 강연을 한다면 이 역시 사업소득이다. 고용관계가 맺어졌기 때문이다.

< 곡성>은 유근기 곡성군수의 센스 100점짜리 대응으로 더 화제가 됐다. 그는 곡성의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커지자 “행여 ‘영화 곡성(哭聲)’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우리 곡성(谷城)’에 오셔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 한 자락이라도 담아갔으면 좋겠다”며 되레 영화의 성공을 기원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곡성을 찾는다면 사업소득이든 기타소득이든 주민들의 소득이 늘 것은 틀림없다.

< 박병률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