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살 샘>-불치병 소년에 대한 격려 ‘내재적 인센티브’
열두살. 소년이 되는 나이. 하지만 그때 백혈병에 걸렸다면, 그래서 1년밖에 못 산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구스타보 론 감독의 <열두살 샘>은 그런 아이, 샘의 이야기다. 샘은 매일 글과 영상으로 일기를 쓴다. 샘은 안다. 누군가 이 일기를 볼 때쯤 자신은 죽었을 것이라는 걸. 월리스 선생님은 샘에게 제안했다. “어떻게 하면 영원히 살게 될까? 그건 네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야.”
샘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공포영화를 보고 싶고,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보고도 싶다. 술·담배를 하고 여자친구를 사귀고도 싶고, 비행선을 타고 훨훨 날아가고도 싶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절친’ 펠리스가 말한다. “해보면 되잖아!” 펠리스의 도움으로 샘은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이뤄나간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질문들이 있다. 신은 왜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지, 죽었다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되는지, 죽는다는 것은 아픈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사람은 왜 죽어야 하는지, 그리고 나 없이도 세상은 그대로일지.
<열두살 샘>의 원작은 2008년 발간된 소설이다. 원제는 <영원히 사는 법>(WAYS TO LIVE FOREVER)이지만 한국에서는 <아빠, 울지마세요>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샘의 투병기를 담은 이 일기는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큰 반향을 일으킨다. 샘의 간호사인 애니는 말한다. “네 책에 대해 말해 줄게 있어. 돈을 줄 때보다 안 줄 때 사람들은 더 헌혈을 많이 해.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래?” 샘의 일기를 읽은 사람들은 헌혈을 하고, 샘에게 힘내라며 편지를 보냈다. 왜 그랬을까? 아무런 대가도 주지 않는데도 말이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이를 하도록 부추기는 자극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그것을 ‘인센티브’라고 부른다. 자본주의에서 인센티브는 ‘돈’의 다른 이름이다. 경제학에서는 사회문제도 돈으로 풀 수 있다고 믿는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출산보조금을 주면 되고, 교통질서를 바로잡으려면 과태료를 듬뿍 매겨버리면 된다.
그런데 경제적 인센티브로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자원봉사 같은 경우다. 자기 돈과 시간을 쓰면서 남을 돕는데도 행복하단다. 브루노 S 프라이 교수가 지은 <행복, 경제학의 혁명>을 보면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은 하지 않는 사람보다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였다. 보상이 없는 일인데도 왜 그럴까. 사람들은 돈 아닌 흥미와 도전, 자율, 희생, 명예 때문에 행동을 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도덕적 인센티브 또는 사회적 인센티브라고 부른다. 돈처럼 외부로 표현되지 않는 인센티브라는 뜻에서 내재적 인센티브라고도 부른다.
경제학자인 그니지와 러스티치니는 고등학생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가정집을 방문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금을 모으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한 그룹에는 전체 모금액의 10%, 또 한 그룹에는 1%를 성과급으로 준다고 했다. 마지막 그룹은 돈을 주지 않았다. 실험 결과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은 쪽은 성과급을 주지 않는 쪽이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뿌듯함은 돈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앞섰다.
경제적 인센티브는 단기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꼭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성과를 더 내기 위해 무리한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내부의 경쟁을 촉진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내 팀워크를 깨뜨릴 수도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성과연봉제를 포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펠릭스의 사촌 케일리는 샘에게 키스를 해준다. 샘이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샘을 위해 무언가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쟁 때 총을 들고 소년학도병들을 전장으로 나가게 한 것은 돈이 아니었다. 애국심이라는 내재적 인센티브였다. 위기의 순간 사회공동체를 구하는 것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아니라 내재적 인센티브일지도 모르겠다.
<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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