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3월 15일 수요일,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3. 16. 00:13

2006년 3월 15일 수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주가조작·로비의혹 철저히 파헤쳐야

이해찬 총리의 3ㆍ1절 골프 파문에서 불거진 영남제분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총리의 거취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관심이 쏠린 상태지만, 이와 별개로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를 기대한다.

총리의 측근으로 골프 파문에 얽힌 이기우 교육부차관이 이사장을 지낸 교직원공제회 등 기관투자가가 주가조작을 돕지 않았느냐는 의혹은 중대한 범죄 의혹이다. 따라서 진상을 제대로 파헤쳐야만 파문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가조작 의혹이 부각된 것은 부산 골프 모임에 참석한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이 이 총리 및 이 차관과 오랜 친분관계라는 사실이 드러난 때문이다. 영남제분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사주 신탁과 장외매각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으며, 교직원공제회는 영남제분 주식을 대량 매입해 주가를 띄우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차관은 류 회장 및 교직원공제회 이사장과 골프 모임을 가졌고, 금융감독원이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하던 즈음에는 이 총리와 이 차관 및 류 회장이 골프를 쳤다. 공제회의 주식매입과 금감원의 무혐의 결정에 이런 친분과 로비가 작용한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이런 의혹은 당초 이 총리 측이 골프 모임에 참석한 사실조차 숨겼던 류 회장이 이 총리를 공항에서 영접하는 등 온종일 동행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한층 커졌다. 제분업체의 가격담합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여러 업주를 형사고발하면서 류 회장만 제외한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검찰은 주가조작 혐의는 물론이고 여러 갈래의 로비 의혹과 금감원 등의 무혐의 처리경위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 총리가 골프 접대를 받은 것이 뇌물수수에 해당하는지를 규명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 특히 이 총리가 ‘100년에 한 명 나올 공무원’이라고 격찬했다는 이 차관이 직분과는 동떨어진 행각을 거듭하면서 비리에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 의혹을 엄정하게 파헤쳐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노·사·정 대화 방식 본격 재검토할 때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수영 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그제 한자리에 모였다. 노·사·정을 대표하는 네 사람은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이 주최한 긴급현안 토론회에 참석해 비정규직 법안 등 현안을 두고 토론했다. 이 자리에선 시각 차이가 다시 한번 확인됐지만, 그동안의 대화 단절을 생각할 때 만남 자체가 일정한 진전이랄 수 있다.

물론 이번 만남을 계기로 노사정 대화가 곧바로 정상화하길 기대하는 건 성급하다. 어느 쪽도 대화와 협상 자체를 부인하지 않지만, 아직은 불신의 골이 너무 깊은 탓이다. 조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적했듯이, 대화의 전제가 되는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

정부와 노동계의 신뢰가 깨지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아무래도 정부 쪽에 있다. 전임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고비마다 노동계를 자극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노동계와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지경까지 간 바 있다. 물론 결정적인 것은 비정규직 법안 처리 문제였다.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법안을 추진했고, 지난달 말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노사정 대표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의지를 보였다. 이 장관은, 조 위원장이 장기 분규 사업장 문제 해결을 촉구한 데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답함으로써 의지를 나타냈다. 역시 관건은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정부의 성의있는 태도다. 이 장관이 “입법까지 한 달이 남았는데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말한 데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재논의 요구에 성실하게 임하길 기대한다.

비정규직 법안 문제의 해법이 나오더라도 현안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쉽사리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이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처리하는 데서 핵심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이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1998년 초 출범한 노사정위원회의 논의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노사정위는 그동안 노동계와 사용자의 대립을 ‘공익위원’들이 중재하되 합의가 안 되면 절충적인 ‘공익안’을 찾는 식으로 운영됐다. ‘사회적 합의’를 내걸되 ‘노사간 중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이 방식은 별 성과를 못낸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젠 노동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실히 설정하고 사회적 강제력을 지닌 합의를 도출할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현행 방식을 고집해선 사회적 교섭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을 해소할 수 없고, 그에 따라 노사 관계 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동아일보]정부 주요직 '人事 공백' 길어선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청와대 면담 직후 “당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이해찬 국무총리의 사의(辭意)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 아프리카 방문기간 중 ‘3·1절 골프’에 관한 노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국내에서는 여러 관측이 나왔지만 귀국하자마자 단안(斷案)을 내린 것이다. 국민여론을 받아들인 순리(順理)의 결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 총리는 공정거래위원장과 환경부 장관 제청을 마친 뒤 물러날 예정이다. 거기에다 후임 총리가 곧바로 지명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투표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려 공무원사회의 동요와 행정 공백(空白)이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아도 연초 5개 부처 장관 경질과 이달 초 4개 부처 장관의 ‘지방선거 차출’로 정부 안에서는 주요 정책 결정이 미뤄지는 ‘개각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장관 인사청문회 도입으로 새 장관 취임까지 한 달 가까이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다”는 자탄의 소리가 관료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의 임기가 9일 끝났는데도 정부는 후임 임명을 미뤄 놓고 있다. 위원장 공석 상태가 계속되자 전국공무원노조 공정거래위 지부는 “교체시기가 예측 가능한 공정거래위원장 후임이 아직 임명되지 않은 것은 참여정부의 직무유기”라는 성명까지 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지방선거 출마 예비후보들의 잇따른 사퇴로 인허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위부터 아래까지 ‘총체적인 행정 공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인사는 적기(適期)에 적재적소(適材適所)로 이뤄져야 한다. 시기를 놓치거나 ‘코드’를 앞세워 밀어붙이면 공직사회가 복지부동(伏地不動)에 빠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노 대통령의 과제는 하루빨리 안정적인 국정운영시스템을 재구축해 국력 낭비를 최소화하고 민생에 전력하는 것이다. 그 전제는 바로 국민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다독거리고, 공직사회를 추슬러 업무에 전력하게 할 수 있는 총리 후보를 즉시 지명하는 일이다. 또 정경유착의 악취를 짙게 풍기는 ‘골프게이트’를 둘러싼 국민적 의혹을 철저히 규명함으로써 정부와 정권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조선일보] '이해찬 이후' 설계하려면 '이해찬 문제' 돌아보라

이해찬 국무총리는 14일 아프리카 巡訪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주의한 處身처신으로 累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辭意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은 이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에게서 “총리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당의 의견을 전달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대통령은 “당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총리 사의를 수용했다.

열흘 가까이 나라를 벌집 쑤셔 놓은 듯했던 이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은 이로써 일단락됐다. 이제 정권은 후임 총리 인선을 포함한 ‘이해찬 이후’의 국정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총리가 재임했던 지난 2년 가까이 나라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 총리가 업무 파악과 수행에 특별히 서툴렀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오히려 “총리가 국정을 나보다 더 잘 챙긴다”고 일 솜씨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물론 그런 대통령의 총리 평가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同感동감을 표시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이 총리의 이번 골프 사건은 이 총리의 ‘才재’의 문제가 아니라 ‘德덕’의 문제였다. 이 총리 이후를 설계하려면 바로 이 才재와 德덕의 문제부터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총리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언성을 높이고 심지어 훈계까지 한 일이 한두 차례가 아니다. 그게 멋인 줄 알았는지 다른 장관들도 덩달아 흉내를 냈다. 재주만 많고 덕은 부족한 총리 밑에서 그 ‘才勝薄德재승박덕’을 복제한 장관과 장관 지망생들이 함께 활개를 쳤다.

“나만 잘났다”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남의 부아를 돋우고 남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말만 토해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한 점 티끌 없는 하늘에서 따로 떨어진 사람 행세를 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런저런 문제가 많은 業者업자들과 어울려 황제골프, 내기골프를 했고, 그 뒤편에선 수상한 냄새 가 나는 거래가 이뤄졌다. 더구나 그걸 감추겠다고 거짓말 퍼레이드까지 이어가는 걸 보면서 국민들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이 ‘3·1절 골프 파문’의 결말이다.

이 나라는 핏발 선 눈과 毒氣독기 서린 말 세례에 몇 년째 시달리면서 찌들고 병들어 버렸다. ‘이해찬 이후’ 구상에 착수한 대통령은 새 총리 감으로 德덕이 무엇인지를 다시 일깨워 줄 사람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앙일보] 경쟁 외치다 평등에 빠진 교육부총리

김진표 교육 부총리가 그저께 기자 간담회에서 자립형 사립고 확대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하겠다던 그였다. 수시로 말을 바꾸는 김 부총리가 새삼 실망스럽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는 자율경쟁.시장원리를 매우 중시한다고 한다. 그는 경제부총리 시절 여러 차례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주장했다. 지난해 12월에도 교육 부총리로서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올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문제를 거론하고, 청와대.여당 내에서 '자립형 사립고=귀족학교'라며 반대하자 김 부총리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군자표변(君子豹變)하는 김 부총리의 모습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대가 2008년 입시에서 통합 논술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김 부총리는 환영했다. 그러나 며칠 뒤 노 대통령이 서울대 발표를 '나쁜 뉴스'라고 말하자 김 부총리는 확 변했다. 올해는 대학들에 "2008년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비중을 높이고, 논술 비중을 낮춰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논술 비중을 높이면 본고사로 변질되고,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따르지 않으면 행.재정 제재를 하겠다"고 윽박질렀다.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입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던 김 부총리와는 대조적이다.

교육 문외한인 김 부총리가 지난해 교육 수장이 됐을 때 많은 언론은 환영했다. "교육 개방으로 경쟁력을 키우자"는 주장까지 했던 그였기에, 획일적인 평준화 논리에 빠져 있는 교육계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노 대통령이 김 부총리에게 교육을 맡긴 뜻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취임 1년2개월쯤 된 지금, 김 부총리가 그동안 한 것이 무엇인가. 교육개혁의 기수보다는 오히려 정권의 뜻에 맞춰 오락가락하고 있다. 경제부총리 시절 "사립학교 규제 완화 등으로 서비스 업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던 그가 지금은 사학 법인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개정 사학법을 열심히 옹호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김 부총리는 "대학의 서열화는 경쟁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열화까지 인정한다면 당연히 대학 입시에서 대학별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교육 평준화를 강조하는 현 정권의 코드와 맞지 않는다. 이러니 말로는 경쟁을 외치면서 행동은 평등화로 가는 갈팡질팡한 행보를 하는 것이다. 교육 부총리 취임 전과 취임 후가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본인의 해명도 없다.

백년지계인 교육은 당리당략이나 개인의 보신책 때문에 희생될 수는 없다. 교육 수장은 무엇보다 뚜렷한 교육철학을 갖고, 장기적인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김 부총리의 지금까지 행동은 실망감만 줄 뿐이다. 이제는 "정권과 코드를 맞출 것이 아니라 철학에 따라 교육정책을 펼쳐라"는 주문을 하기도 지쳤다. 과거에도 자신의 교육철학을 지키려다 퇴진당한 교육 수장들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경향신문] 미국 쇠고기 수입, 정밀 재검토 필요하다

미국에서 광우병 양성 판정 소가 또 발견됐다. 2003년 이래 세번째 광우병 발병 사례다. 이로써 미국이 광우병으로부터 정말 안전지대인가라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우리가 주목하는 까닭은 이달 말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정부 방침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지속적인 설득과 압력을 통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 자국산 쇠고기 수입을 요구해 왔다. 우리 정부도 지난 1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기본적으로 합의, 이달 말쯤 수입이 재개될 것으로 예고돼 왔다.

하지만 이번 광우병 소의 추가 발견에 따라 전반적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일단 정부는 지난 1월 미국측과의 합의 규정을 들어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가 1998년 4월 이후 태어난 소가 아니면 수입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측도 이 광우병 소가 10살을 넘긴 소여서 문제가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적 합의를 무조건 파기할 수는 없겠지만, 쇠고기 수입은 통상외교적 접근으로만 다룰 수 없는 문제다. 보다 중요한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가 1998년 4월 이후에 태어난 것이냐, 아니냐의 기계적 기준을 넘어 과연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광우병 소의 출생과 사육 과정 등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정밀히 분석해 안전이 담보될 때만 수입을 재개해야 할 터이다. 미국측의 주장에만 의존해서도 안된다. 미국과의 외교적 문제나 사전 합의 등에 얽매여 쇠고기를 수입했다가 만에 하나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온전히 우리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고 최우선 기준은 국민의 건강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