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3월 11일 토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3. 11. 22:37

[한국일보] '과자유해론'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과자류에 들어 있는 식품첨가물이 아토피성 피부염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KBS ‘추적 60분’ 보도의 파문이 거세다. 4개 병원 공동조사에 따른 것으로, 표본 크기가 작아 일반화하기에 어려움은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분명하다.

과자류의 색소나 향료 등으로 쓰이는 식품첨가물이 아토피성 피부염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정한 허용기준치를 밑도는 농도의 첨가물을 이용한 실험에서 나온 결과이기에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를 둔 소비자들의 반응은 거의 공황에 가깝다. 보건당국과 제과업체를 겨냥한 반발과 비난도 빗발치고 있. 어떻게 그렇게 ‘위험한’ 과자류를 만들고, 또 그것을 묵인하느냐는 내용이다. 후속보도가 예정돼 있다니 파문이 길 것같다.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는 여러 가지로 착잡함을 느낀다. 우선 수시로 식품안전 문제가 제기돼 왔는데도 여전히 근본적 대응체계는 미흡하다는 인상에 기울게 된다. 식약청은 현재 천연물 190종, 인공화합물 407종, 혼합물 7종 등 식품첨가물 604종을 감시하고 있지만, 환경이나 체질 변화를 감안한 기준 조정에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곧바로 전면적 ‘과자 유해론’으로 흘러가는 국민의식도 안타깝다. 과자류를 비롯한 인스턴트 식품의 영향에 대한 인식은 이미 보편적이다. 비만과 심혈관계 질환에 미치는 악영향 등이 수시로 거론됐고, 그 때마다 설탕이나 염분, 트랜스지방산 등 다양한 성분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질환의 요인은 대개 복합적이다.

이번에 과자류의 악영향이 지적된 아토피성 피부염도, 의학적으로 규명된 요인만도 여럿이다. 또 문제가 된 식품첨가물은 과자류만이 아니라 다른 식품에도 쓰이고 있는 것들이다.

이번 파문이 일방적 과민반응으로만 흐르다가 끝나서는 안 된다. 당국의 책임 있는 검증이 우선돼야 하고, 실질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국과 업계의 노력, 소비자들의 균형감각 모두가 중요하다.


[한겨레신문] 엄격한 실사 필요한 정치후원금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2005년도 정당과 국회의원 후원금 내역을 보면, 기부 건수는 모두 44만9438건으로 전년도(18만 6638건)에 비해 2.4배 늘었으나 1인당 평균 후원액은 9만8410원으로 전년도(26만6621원)의 36.9%에 불과했다. 소액다수의 후원금 기부 문화가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120만원을 초과한 고액기부 내역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대표 등 일부 기업인의 ‘별난 행태’는 뭔가 구린 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아낸다. 이들은 여러 명의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면서 다른 직함이나 주소 등을 사용했다. 떳떳해야 할 양성적인 정치자금에 대해서조차 이런 태도를 취하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검은 자금이 아직도 횡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부에서 임원들의 이름을 빌려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제공했다가 적발된 적이 있는 등 정치자금 투명성에서 가장 뒤떨어지는 곳이 기업이다.

건설업체 대표 등이 건교위 의원, 사립학교 관계자가 교육위 의원 등에게 낸 고액기부도 업무와 관련된 후원금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광역·기초 의원들이 지역구 의원에게 고액기부한 것도 공천 대가일 가능성이 짙다.

선관위는 앞으로 엄격한 실사를 통해 합법을 가장한 불법 또는 편법 기부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정치자금의 지출과 관련해서도 고의 축소나 누락 등 위법 여부를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건전한 기부문화가 위축되거나 선의의 기부자가 불이익이나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동아일보] 커지는 ‘이해찬 의혹’ 끝은 어디인가

 

이해찬 국무총리가 정점(頂點)에 있는 '3·1절 골프'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다. 총리 측과 참석자들이 해명은커녕 앞뒤 안 맞는 말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돈 내기 골프’를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당초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은 “내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거짓말이었다. 골프장 관계자는 100만 원짜리 내기였다고 증언했고, 일부 참석자는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내놓은 ‘상금 40만 원’으로 한 내기였다고 주장했다. 어느 쪽이건 이 총리가 부적절한 시간에 미묘한 관계의 동반자들과 이런 골프를 쳤기 때문에 ‘저런 사람이 우리 총리인가’라는 민성(民聲)이 더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3·1절 골프 관련자들이 말 바꾸기를 밥 먹듯이 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이 이들의 말만으로 씻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총리 측은 3·1절 골프 멤버인 영남제분 유원기 회장에게서 2004년 4월 400만 원의 후원금을 받고도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유 씨의 아들이 기부한 것처럼 거짓 신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유 씨가 문제될 것이 없는 인물이고 그와의 관계가 떳떳했다면 이름을 감출 이유가 무엇인가.

유 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가 2003년 1월 출소한 뒤 사업상 필요하거나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 총리의 사람들’과 어울렸다. 이 총리가 유 씨 등과 처음 모임을 가졌다는 2004년 9월 증권선물거래소는 영남제분의 또 다른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해 추적 중이었다. 결론은 무혐의였다.

유 씨는 작년 하반기에는 이 차관, 김평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등과 세 차례 골프를 쳤다. 교직원공제회의 영남제분 주식 매집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자 자사주(自社株) 195만 주를 처분해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시점이다. 또 3·1절 골프 다음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영남제분의 가격담합에 대해 3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검찰 고발 대상에서 유 씨를 제외해 논란을 빚었다. 이 총리는 이런 사안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인적 네트워크와 가깝게 있어 왔기 때문에 국민적 의문을 낳는 것이다.

이 총리는 어제 한국노총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던 공식일정을 취소했다. 총리직 수행이 어렵게 됐음을 뒤늦게나마 자각(自覺)한 것일까.


[조선일보] 교직원공제회, '주가 작전'까지 벌였나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파문’에 연루된 영남제분이 작년 11월 自社株자사주를 처분해 68억원의 시세 差益차익을 올렸다고 한다. 기업들이 자기 회사의 株價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자사주를 사고 파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영남제분의 자사주 매각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둘 아니다.

우선 영남제분이 자사주를 매각한 시점이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영남제분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가를 띄운 시기와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공제회는 작년 9월 9일부터 10월 18일까지 영남제분 주식 80여만주를 사들여 주가를 3200원대에서 6100원대까지 끌어올렸다. 11월 8일엔 공제회는 영남제분 지분이 7.5%에서 9.1%로 늘었다고 公示공시했다. 그로부터 열흘쯤 뒤 영남제분은 평균 가격 5000원에 자사주 195만주를 모두 처분한 것이다.

영남제분이 場內장내가 아닌 場外장외시장 거래를 이용해 자사주를 모두 팔아치운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장외거래를 하면 이를 公示공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이용해 자사주 매각을 감추려 했다는 인상을 남긴다. 100억원의 돈을 들여 영남제분 주식을 사들인 기관이 어디인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공제회의 투자행태도 석연치 않다. 공제회는 작년 10월 17일부터 11월 15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영남제분 주식 37만주를 팔았다. 주가가 목표주가에 이르면 보유 주식 일부를 팔아 이익을 實現실현한다는 투자의 定石정석을 지킨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로 최근까지는 주가가 3000원 밑으로 밀리기까지 한번도 주식을 팔지 않았다. 다른 투자종목에 대해서는 주가가 내림세를 타면 즉각 처분했던 공제회가 영남제분에 대해서만 주가를 받쳐주는 특별 대우를 하기 시작한 셈이다. 작년 10~11월 이기우 당시 총리 비서실장, 김평수 공제회 이사장,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 등이 두세 차례 골프모임을 가진 다음에 벌어진 일이다.

따지고 보면 작년 5월 공제회가 영남제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 자체가 상식을 벗어났다. 당시까지만 해도 영남제분 주식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을 골라내는 증권사 종목 분석 리포트에 한번도 오르지 못했던 주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제회와 영남제분이 ‘주가 작전’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으니 갈수록 요지경이다.


[중앙일보] 재소자 성추행, 은폐가 더 문제다

 

지난달 발생한 서울 구치소의 여성 재소자 자살기도 사건은 교도관의 성추행과 구치소 측의 축소.은폐에서 비롯됐다고 9일 법무부가 발표했다. 게다가 가해 교도관은 11명의 또 다른 여성 재소자도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달 1일 분류심사를 받던 여성 재소자를 벽으로 밀쳐놓고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몸을 만졌다고 한다.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구치소 측이 성추행 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했다는 점이다. 구치소 측은 피해자 가족에게 가석방을 빌미로 합의를 종용하는 등 사건을 무마하는 데만 힘을 쏟았다. 또한 정신불안과 불면증.요실금 등의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치료하기는커녕 독방에 가둬 자살기도에까지 이르게 했다. 사건 초기 자체 조사를 했던 서울지방교정청도 진실을 왜곡했고, 법무부 역시 구치소의 해명을 받아들여 파문을 줄이는 데만 연연했다. 범죄자를 교화해야 할 교정기관이 교화는커녕 범죄를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점에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비난이 잇따르자 법무부는 성추행이 발생한 지 28일 만에, 그리고 자살시도가 있은 지 9일 만에야 늑장대응에 나섰다. 평소 인권을 외쳐온 법무부 장관이 이러한 인권유린 행위를 외면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무부 장관은 서둘러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했었어야 했다.

법무부는 뒤늦게 여성 수용자 성폭력 종합대책을 내놓고 관련 공무원도 징계했다. 하지만 주의조치에 그친 책임자급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차제에 전국 38곳 구치소.교도소의 2500여 여성 수감자 전체를 대상으로 성폭력 및 인권유린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 여성 교도관도 대폭 늘려 힘없는 여성 재소자들이 남성 교도관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기회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리적 현상 등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배려한 여성 친화적 교정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제2의 구치소 성범죄를 막을 수 있다.


[경향신문] 전문대학원 부유층 전유물이어선 안된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해서 시작한 전문대학원이 예상대로 부유층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가천의학전문대학원의 1학기 등록금이 9백58만6천원이나 된다고 한다. 경영전문대학원도 석사과정은 1∼2년으로 짧지만 학비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보다 싸지 않다. 1년 3학기로 총 4학기제인 KDI 경영전문대학원의 등록금은 모두 2천4백만원이며, 서울종합과학대학원대학은 학기당 1천2백만원씩 세 차례에 걸쳐 3천6백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2008년부터 도입되는 법학전문대학원도 더 비싸면 비쌌지 싸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학부 4년을 마치고 전문대학원 과정을 이수할 경우 등록금만 1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니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이래서야 부유층이 아니고는 전문대학원은 ‘그림의 떡’이다. 공부를 잘 하더라도 서민 자녀들은 의사나 변호사가 되는 길을 접을 수밖에 없다.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은 사실상 어렵다. 그럴 경우 부유층 자제들만이 변호사, 의사가 되어 ‘학력의 대물림’은 더욱 굳는다. 가뜩이나 벌어진 교육의 양극화에 격차를 더 벌리는 셈이다.

당초 전문대학원이 매우 값비싼 교육제도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예측된 일이기는 하다. 그래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제는 그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극화 해법이라면 교육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부모의 가난이 아이들의 더 큰 가난으로 이어지는 한 양극화 해소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대학원은 그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

교육의 양극화는 결코 방치할 수 없는 과제다. 아무리 장점이 많더라도 학력의 대물림으로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면 전문대학원은 증설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학금 확대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신화가 원천봉쇄돼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