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4일 화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노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오늘 귀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해찬 총리의 사퇴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골프 파문의 확산으로 국정을 정상적으로 이끌기 어렵게 된 이 총리의 거취를 분명하게 처리하는 일이다.
이런 총리를 방치하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국정에 손상을 주고, 노 대통령 자신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 빨리, 순리대로 노 대통령이 단안을 내려야 한다.
어제 이 총리는 재차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앞으로 신중하고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한다는 자각을 했다”고 반성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거취나, 그 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없었다. 이 총리가 보름 가까이 증폭되는 파문과 의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진퇴여부를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그와는 상관없이 이 문제는 이 총리가 사퇴하는 데서부터 진실규명과 민심수습의 수순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막 시작됐다는 검찰 수사를 위해서도 그렇다. 이 총리는 검찰수사를 받을 수도 있는 처지이다. 열린우리당은 뒤늦게 이 총리 사퇴를 노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여당의 건의가 없더라도 노 대통령은 단호한 자세로 이 총리를 문책하고 국정을 회복해야 한다. 분권형 국정 운영에 대한 미련이나 ‘나의 분신’이라는 유의 인적 애착에 연연하기에는 물은 한참 엎질러져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총리 교체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신속하게 이행하면 될 일이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략적 계산 같은 것으로 파행적 방식을 꾀하려다가는 문제는 더 꼬이게 된다.
국정관리 상 충격을 더는 고려야 필요하겠지만 기술적인 최소한의 범위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의 배신감과 서민의 박탈감, 국정질서의 혼란, 집권핵심 세력의 해이 등 대통령이 해소하고 쇄신해야 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검찰 수사로 모든 것을 속속들이 파헤쳐야 함도 물론이다.
[한겨레신문] 값비싼 신약 '약값 거품’방치할 건가
국내 보건의료 단체들이 다국적 제약회사가 만든 한 값비싼 치료제의 보험약값을 내려달라는 조정 신청을 했다. 의료 소비자 쪽에서 특정 의약품을 문제삼아 보험약값 인하를 요청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이들이 문제 삼은 건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를 낸 신약의 ‘약값 거품’이다. 물론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면 비싼 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임상효과가 신통찮은데도 일단 ‘혁신적 신약’으로 분류되면 한 알에 수만원을 호가한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로열티를 합쳐 국내 시장의 50%에 이르며, 해마다 급성장 추세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값 지출 비중이 선진국의 갑절에 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이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연간 1조4천억원가량 폭리를 취한다”고 추정한 게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줄여 국민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게 약값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올해도 약값 재평가 제도를 통해 1477개 품목을 평균 10.7%(591억원) 인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하폭이라는 게 전체 병원외 처방 규모(5~6조원)와 견주면 1% 수준이다. 국외 제약사 품목만 따지면 0.1%에 불과해 ‘언발에 오줌’ 격이다. 더구나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을 보면 약값 인하 자체가 물건너 갈 것이란 걱정까지 든다.
현재 약값 산정은 원가가 아닌 제약회사의 신고가가 기준이다. 3년이 지나야 가격 변동 요인을 따지기 때문에 적절한 때 조정을 할 수도 없다. 병·의원 등에서 채택료를 받고 처방 의약품으로 취급하는 관행만 부추길 뿐이다. 이런 불합리한 기준과 관행을 놔두고서 약값 인하는 공염불이다.
[동아일보] 盧대통령, 국민과 게임하려 해선 안 된다
열린우리당은 오늘 귀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해찬 국무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어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심 수렴 결과를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노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대통령은 7박 8일 간의 아프리카 순방 중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아직도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읽힌다.
경질론이 대세인데도 결과를 예측할 없는 것은 노 대통령이 특유의 '역(逆)발상'으로 '정치 게임'을 벌일지 모른다는 관측 때문이다. 지난해 연정론(聯政論) 제안 때나, 올해 초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때 드러났듯이 노 대통령은 상식과 통념을 뒤엎는 발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 왔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사태를 수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3·1절 골프’ 파문은 이 총리의 최고위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 여부를 넘어서 정경유착의 의혹이 짙은 ‘골프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오죽하면 여권에서 어떤 ‘모양’과 ‘명분’을 갖추어 이 총리를 퇴진시키는 것이 좋을지, 해법을 궁리 중이겠는가. 영남제분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이 총리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선택은 남은 2년의 국정운영 성패를 판가름할 중대한 결정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다시 역발상의 해법으로 총리 경질을 거부하거나, 이런저런 군색한 이유를 들어 미룰 경우 국정운영의 순항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가속적인 민심 이반으로 레임덕(권력누수)이 앞당겨지면서 국정 혼란과 국력 소모가 커질 우려가 높다.
민심의 흐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슬기로운 해법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아프리카 순방 중 각국 정상들로부터 한국의 발전상에 대한 칭송을 들었다.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은 선배 세대와 오늘의 국민, 기업이 피땀 흘린 대가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더는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오기(傲氣)를 버리고 총리 경질의 결단을 내려야한다. 국민이 원하는 새 총리를 찾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정도(正道)다.
[조선일보] 세계최고 제품 만드는 日 오무론社 장애인들
일본 오이타縣현 벳푸市시에 있는 오무론太陽태양주식회사는 종업원 47명 중 35명이 장애인이고 그 중 70%가 두 다리나 팔을 쓰지 못하는 重症중증 장애인이다. 오무론태양은 정밀計測계측·制御제어기술 분야의 세계 톱 메이커인 오무론社사가 1972년에 세운 子자회사다. 일본 최초의 장애인 自活자활공장이다. 회사 정문을 들어서면 눈에 들어오는 6층 콘크리트 건물은 시골 학교를 떠올리게 한다. 빨간 태양 안에 보리가 새겨진 회사 마크가 선명하다.
“보리는 밟으면 밟을수록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일어섭니다. 장애인들도 보리 같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뭉쳐 힘차게 살아가자는 뜻이지요.” 본인 스스로가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인 에토 히데노부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장애인에겐 ‘자선’(charity)이 아니라 ‘일할 기회’(chance)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이타 현에만도 이런 장애인 자활공장이 8곳이나 된다. ‘정상인보다 더 좋은 품질로 경쟁하는 것’이 공동의 목표다. 그러기 위해 장애인의 장애 종류에 따라 이들을 보조해 정상적인 작업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작업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용으로 기계부품을 자동으로 작업대에 올려주는 보조장치를, 두 팔을 못 쓰는 장애인용으론 발과 무릎으로 작업할 수 있는 특수설비를 고안했다. 이 일만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장애인들은 월 기본급 18만~19만엔에 상여금 합쳐 연봉 300여만엔을 받는다. 大卒대졸근로자 평균 初俸초봉보다 조금 적은 수준이다. 여기에다 작업효율·품질 개선 아이디어를 내면 20만엔까지 격려금도 받는다.
일본 기업들은 70년대 오일쇼크를 맞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사회 공헌 차원에서 장애인 자활공장 설립에 나섰다. 장애인 의무 고용제에 따른 취업을 빼고도 이런 자활공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이 전국에 1000여 명에 이른다.
장애인이 노동을 통한 사회 기여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사회환원’이란 말을 앞세워 공연히 돈 뭉터기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 기업의 사회 기여다. 기업측에서 봐도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것은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길이고, 기업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쌓는 방법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풍자 코미디언 김형곤씨를 애도하며
한국 코미디에 시사 풍자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김형곤씨의 돌연한 죽음에 많은 사람이 아쉬워하고 있다. 특히 그가 근년의 좌절을 딛고 새 출발한 데다 카네기홀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생전에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그는 시신 기증 약속을 지켜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주고 갔다.
그는 '코미디의 본질은 풍자'라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풍자 없는 코미디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몸으로 코미디를 할 때 그는 머리로 코미디를 했다. 남들이 부딪히고 넘어질 때 그는 뼈 있는 말 한마디로 촌철살인의 유머를 제공했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했다. 매일 신문 10개를 뒤지며 아이디어를 찾을 정도였다고 한다.
웃음에 대한 그의 철학은 대표작 '회장님 우리 회장님'에 그대로 나타났다. '잘돼야 될 텐데' 등의 유행어를 남긴 이 TV 코미디 프로에서 그는 정권 실세나 기득권층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서슬 퍼렇던 5공 시절, 그의 풍자는 신산한 삶을 이어가던 서민들에게 카타르시스 그 자체였다.
그는 코미디 프로에서 풍자가 사라졌다며 아쉬워한 적이 있다.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이나 권력 실세들에 대한 풍자가 사라진 대신 허무한 코미디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썰렁 개그'나 '허무 개그'로 가벼운 웃음만을 제공하는 지금의 코미디에 대한 일침이다. 후배나 동료 코미디언들이 잘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그는 지도자들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히 나를 코미디 소재로 삼느냐'는 식의 권위주의적 자세는 지도자를 국민에게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풍자가 사라진 것은 힘 있는 사람들의 압력 때문이며, 국민에게 건전한 웃음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밤 10시 넘어서는 정치인들 얼굴이 절대 방송에 안 나오게 해야 한다"는 말은 정치인들이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경향신문] 협박 당하고 멱살 잡히는 '만만한 교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지난해 교권침해 사례는 교육현장에서의 교권 유린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신규 교사 주제에 시험 문제를 어렵게 내면 짓밟아 버릴 거야”라고 교사를 협박하는 학생, 수업 중인 교실로 들어가 교사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는 학부모 등의 사례는 차마 우리의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만큼 참담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학부모의 폭언과 폭행, 협박 등으로 인한 교권침해의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그런 폭력의 태반이 여교사에게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가장 비교육적이라할 폭력의 논리가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교권을 짓밟으면서, 어떻게 정상적 학교 교육을 바랄 수 있겠는가. 자신들 앞에서 선생님이 뺨을 맞는 것을 본 자녀들이 교사들을 어찌 바라볼 것인지만 생각해봐도, 그런 행패는 벌이지 못했을 터이다.
물론 공교육의 붕괴, 교실의 붕괴, 교권의 붕괴가 새삼스러운 의제는 아니다. 너무도 흔한 일들이어서 만성화돼 버린 느낌이다. 주기적으로 갖은 대책들이 운위됐지만, 그것으로 끝이기 일쑤였다. 그러는 사이 학교 폭력, 따돌림, 성적 조작, 교사 촌지 등등 교육 현장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근인(根因)은 교육주체들 간 신뢰의 균열이다. 그 균열의 근간에 교권의 상실이 자리하고 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식 권위주의는 사라져야 하지만, 교사의 권위는 지켜져야 한다. 교사의 권위가 무참히 짓밟히는 상황에서 사랑과 존경에 기초한 사제의 관계나 참교육은 허상일 뿐이다. 교육의 기본이 무너지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교육주체들 모두의 자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폭력에 의해 교권이 유린되는 야만을 당장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교육당국은 세워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노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오늘 귀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해찬 총리의 사퇴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골프 파문의 확산으로 국정을 정상적으로 이끌기 어렵게 된 이 총리의 거취를 분명하게 처리하는 일이다.
이런 총리를 방치하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국정에 손상을 주고, 노 대통령 자신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 빨리, 순리대로 노 대통령이 단안을 내려야 한다.
어제 이 총리는 재차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앞으로 신중하고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한다는 자각을 했다”고 반성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거취나, 그 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없었다. 이 총리가 보름 가까이 증폭되는 파문과 의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진퇴여부를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그와는 상관없이 이 문제는 이 총리가 사퇴하는 데서부터 진실규명과 민심수습의 수순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막 시작됐다는 검찰 수사를 위해서도 그렇다. 이 총리는 검찰수사를 받을 수도 있는 처지이다. 열린우리당은 뒤늦게 이 총리 사퇴를 노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여당의 건의가 없더라도 노 대통령은 단호한 자세로 이 총리를 문책하고 국정을 회복해야 한다. 분권형 국정 운영에 대한 미련이나 ‘나의 분신’이라는 유의 인적 애착에 연연하기에는 물은 한참 엎질러져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총리 교체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신속하게 이행하면 될 일이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략적 계산 같은 것으로 파행적 방식을 꾀하려다가는 문제는 더 꼬이게 된다.
국정관리 상 충격을 더는 고려야 필요하겠지만 기술적인 최소한의 범위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의 배신감과 서민의 박탈감, 국정질서의 혼란, 집권핵심 세력의 해이 등 대통령이 해소하고 쇄신해야 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검찰 수사로 모든 것을 속속들이 파헤쳐야 함도 물론이다.
[한겨레신문] 값비싼 신약 '약값 거품’방치할 건가
국내 보건의료 단체들이 다국적 제약회사가 만든 한 값비싼 치료제의 보험약값을 내려달라는 조정 신청을 했다. 의료 소비자 쪽에서 특정 의약품을 문제삼아 보험약값 인하를 요청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이들이 문제 삼은 건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를 낸 신약의 ‘약값 거품’이다. 물론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면 비싼 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임상효과가 신통찮은데도 일단 ‘혁신적 신약’으로 분류되면 한 알에 수만원을 호가한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로열티를 합쳐 국내 시장의 50%에 이르며, 해마다 급성장 추세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값 지출 비중이 선진국의 갑절에 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이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연간 1조4천억원가량 폭리를 취한다”고 추정한 게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줄여 국민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게 약값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올해도 약값 재평가 제도를 통해 1477개 품목을 평균 10.7%(591억원) 인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하폭이라는 게 전체 병원외 처방 규모(5~6조원)와 견주면 1% 수준이다. 국외 제약사 품목만 따지면 0.1%에 불과해 ‘언발에 오줌’ 격이다. 더구나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을 보면 약값 인하 자체가 물건너 갈 것이란 걱정까지 든다.
현재 약값 산정은 원가가 아닌 제약회사의 신고가가 기준이다. 3년이 지나야 가격 변동 요인을 따지기 때문에 적절한 때 조정을 할 수도 없다. 병·의원 등에서 채택료를 받고 처방 의약품으로 취급하는 관행만 부추길 뿐이다. 이런 불합리한 기준과 관행을 놔두고서 약값 인하는 공염불이다.
[동아일보] 盧대통령, 국민과 게임하려 해선 안 된다
열린우리당은 오늘 귀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해찬 국무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어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심 수렴 결과를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노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대통령은 7박 8일 간의 아프리카 순방 중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아직도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읽힌다.
경질론이 대세인데도 결과를 예측할 없는 것은 노 대통령이 특유의 '역(逆)발상'으로 '정치 게임'을 벌일지 모른다는 관측 때문이다. 지난해 연정론(聯政論) 제안 때나, 올해 초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때 드러났듯이 노 대통령은 상식과 통념을 뒤엎는 발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 왔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사태를 수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3·1절 골프’ 파문은 이 총리의 최고위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 여부를 넘어서 정경유착의 의혹이 짙은 ‘골프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오죽하면 여권에서 어떤 ‘모양’과 ‘명분’을 갖추어 이 총리를 퇴진시키는 것이 좋을지, 해법을 궁리 중이겠는가. 영남제분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이 총리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선택은 남은 2년의 국정운영 성패를 판가름할 중대한 결정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다시 역발상의 해법으로 총리 경질을 거부하거나, 이런저런 군색한 이유를 들어 미룰 경우 국정운영의 순항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가속적인 민심 이반으로 레임덕(권력누수)이 앞당겨지면서 국정 혼란과 국력 소모가 커질 우려가 높다.
민심의 흐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슬기로운 해법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아프리카 순방 중 각국 정상들로부터 한국의 발전상에 대한 칭송을 들었다.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은 선배 세대와 오늘의 국민, 기업이 피땀 흘린 대가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더는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오기(傲氣)를 버리고 총리 경질의 결단을 내려야한다. 국민이 원하는 새 총리를 찾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정도(正道)다.
[조선일보] 세계최고 제품 만드는 日 오무론社 장애인들
일본 오이타縣현 벳푸市시에 있는 오무론太陽태양주식회사는 종업원 47명 중 35명이 장애인이고 그 중 70%가 두 다리나 팔을 쓰지 못하는 重症중증 장애인이다. 오무론태양은 정밀計測계측·制御제어기술 분야의 세계 톱 메이커인 오무론社사가 1972년에 세운 子자회사다. 일본 최초의 장애인 自活자활공장이다. 회사 정문을 들어서면 눈에 들어오는 6층 콘크리트 건물은 시골 학교를 떠올리게 한다. 빨간 태양 안에 보리가 새겨진 회사 마크가 선명하다.
“보리는 밟으면 밟을수록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일어섭니다. 장애인들도 보리 같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뭉쳐 힘차게 살아가자는 뜻이지요.” 본인 스스로가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인 에토 히데노부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장애인에겐 ‘자선’(charity)이 아니라 ‘일할 기회’(chance)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이타 현에만도 이런 장애인 자활공장이 8곳이나 된다. ‘정상인보다 더 좋은 품질로 경쟁하는 것’이 공동의 목표다. 그러기 위해 장애인의 장애 종류에 따라 이들을 보조해 정상적인 작업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작업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용으로 기계부품을 자동으로 작업대에 올려주는 보조장치를, 두 팔을 못 쓰는 장애인용으론 발과 무릎으로 작업할 수 있는 특수설비를 고안했다. 이 일만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장애인들은 월 기본급 18만~19만엔에 상여금 합쳐 연봉 300여만엔을 받는다. 大卒대졸근로자 평균 初俸초봉보다 조금 적은 수준이다. 여기에다 작업효율·품질 개선 아이디어를 내면 20만엔까지 격려금도 받는다.
일본 기업들은 70년대 오일쇼크를 맞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사회 공헌 차원에서 장애인 자활공장 설립에 나섰다. 장애인 의무 고용제에 따른 취업을 빼고도 이런 자활공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이 전국에 1000여 명에 이른다.
장애인이 노동을 통한 사회 기여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사회환원’이란 말을 앞세워 공연히 돈 뭉터기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 기업의 사회 기여다. 기업측에서 봐도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것은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길이고, 기업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쌓는 방법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풍자 코미디언 김형곤씨를 애도하며
한국 코미디에 시사 풍자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김형곤씨의 돌연한 죽음에 많은 사람이 아쉬워하고 있다. 특히 그가 근년의 좌절을 딛고 새 출발한 데다 카네기홀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생전에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그는 시신 기증 약속을 지켜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주고 갔다.
그는 '코미디의 본질은 풍자'라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풍자 없는 코미디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몸으로 코미디를 할 때 그는 머리로 코미디를 했다. 남들이 부딪히고 넘어질 때 그는 뼈 있는 말 한마디로 촌철살인의 유머를 제공했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했다. 매일 신문 10개를 뒤지며 아이디어를 찾을 정도였다고 한다.
웃음에 대한 그의 철학은 대표작 '회장님 우리 회장님'에 그대로 나타났다. '잘돼야 될 텐데' 등의 유행어를 남긴 이 TV 코미디 프로에서 그는 정권 실세나 기득권층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서슬 퍼렇던 5공 시절, 그의 풍자는 신산한 삶을 이어가던 서민들에게 카타르시스 그 자체였다.
그는 코미디 프로에서 풍자가 사라졌다며 아쉬워한 적이 있다.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이나 권력 실세들에 대한 풍자가 사라진 대신 허무한 코미디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썰렁 개그'나 '허무 개그'로 가벼운 웃음만을 제공하는 지금의 코미디에 대한 일침이다. 후배나 동료 코미디언들이 잘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그는 지도자들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히 나를 코미디 소재로 삼느냐'는 식의 권위주의적 자세는 지도자를 국민에게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풍자가 사라진 것은 힘 있는 사람들의 압력 때문이며, 국민에게 건전한 웃음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밤 10시 넘어서는 정치인들 얼굴이 절대 방송에 안 나오게 해야 한다"는 말은 정치인들이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경향신문] 협박 당하고 멱살 잡히는 '만만한 교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지난해 교권침해 사례는 교육현장에서의 교권 유린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신규 교사 주제에 시험 문제를 어렵게 내면 짓밟아 버릴 거야”라고 교사를 협박하는 학생, 수업 중인 교실로 들어가 교사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는 학부모 등의 사례는 차마 우리의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만큼 참담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학부모의 폭언과 폭행, 협박 등으로 인한 교권침해의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그런 폭력의 태반이 여교사에게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가장 비교육적이라할 폭력의 논리가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교권을 짓밟으면서, 어떻게 정상적 학교 교육을 바랄 수 있겠는가. 자신들 앞에서 선생님이 뺨을 맞는 것을 본 자녀들이 교사들을 어찌 바라볼 것인지만 생각해봐도, 그런 행패는 벌이지 못했을 터이다.
물론 공교육의 붕괴, 교실의 붕괴, 교권의 붕괴가 새삼스러운 의제는 아니다. 너무도 흔한 일들이어서 만성화돼 버린 느낌이다. 주기적으로 갖은 대책들이 운위됐지만, 그것으로 끝이기 일쑤였다. 그러는 사이 학교 폭력, 따돌림, 성적 조작, 교사 촌지 등등 교육 현장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근인(根因)은 교육주체들 간 신뢰의 균열이다. 그 균열의 근간에 교권의 상실이 자리하고 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식 권위주의는 사라져야 하지만, 교사의 권위는 지켜져야 한다. 교사의 권위가 무참히 짓밟히는 상황에서 사랑과 존경에 기초한 사제의 관계나 참교육은 허상일 뿐이다. 교육의 기본이 무너지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교육주체들 모두의 자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폭력에 의해 교권이 유린되는 야만을 당장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교육당국은 세워야 할 것이다.
'▒오늘의 주요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6년 3월 17일 금요일, 조간 신문사설 (0) | 2006.03.18 |
---|---|
2006년 3월 16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0) | 2006.03.16 |
2006년 3월 15일 수요일, 조간 신문사설 (0) | 2006.03.16 |
2006년 2월 13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0) | 2006.03.13 |
2006년 3월 11일 토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0) | 2006.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