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2월 13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3. 13. 16:15

2006년 2월 13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기업경영권 보호장치 검토해야

국내 대표적 우량기업인 KT&G에 대한 미국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은 국내 기업들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새삼 확인시키면서 경영권 보호장치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KT&G는 외국인 지분이 61%를 넘는 데 비해 우호 지분은 기업은행 5.85%, 우리사주조합 6.1%,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9.58%에 불과해 적대적 M&A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이다.

아이칸의 지분(6.59%)을 고려할 때 당장 경영권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계 펀드들과 연계해 계속 경영권에 압박을 가해올 전망이다. SK사태에서 소버린펀드가 그랬듯이 잘하면 경영권을 노릴 수도 있고, 아니어도 주가 상승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꽃놀이 패’를 아이칸이 쥐고 있는 것이다.

적대적 M&A는 무능한 경영진의 교체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등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다. 개방경제에서 외국인 주주를 차별하는 규제장치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규제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 가치를 높이고 주주들의 신뢰를 받는 열린 경영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부분에서는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국가의 안전과 직결된 전략산업, 독점산업을 민영화할 때는 황금주(1주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보호장치를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KT&G, 포스코, KT 같은 초우량 기업을 민영화하면서 경영권 보호를 위한 대비가 없었던 것은 정부의 뼈아픈 실책이다. 일본의 경우 상장기업에 대해서도 아주 제한적으로 황금주를 도입하는 제도를 3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경영권에 위협을 느낄 경우 기업은 모든 자원을 경영권 보호에 쏟게 되고 투자 등 정상적 기업활동에는 그만큼 소홀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기업이 안심하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출자총액제한, 의결권 제한 같은 기존 규제라도 경영권 보호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고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겨레] 위폐·금융 제재 갈등, 마무리할 때가 됐다

위폐 제조·유통과 금융 제재를 둘러싼 북-미 갈등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6자 회담 또한 표류하고 있다. 이제 관련국 두루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 때다.

북한 외무성이 며칠 전 “국제적인 반자금세척 활동에 적극 합류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의미있는 진전이다. 미국이 제기한 의혹들을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이전보다 훨씬 전향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조처를 취할 것은 취하기 바란다. 모든 의혹을 ‘미국의 날조’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 길이 아니다.

미국도 강경태도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국무부는 북한 외무성 발표에 대해 “좋은 언약”이라면서도 “우리 요구는 북한 정부가 그런(불법) 활동을 모두 그만두는 것”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라면 북한이 두 손 들 때까지 몰아붙이겠다는 뜻이다. 그래서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미국이 지금까지 제시한 증거들이 100% 확실하지 않은데다 많은 내용이 이미 알려진 과거의 것이어서, 위폐 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는 의구심도 생기는 상황이다.

6자 회담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북-미 사이의 불신에 있듯이 위폐·금융 제재를 둘러싼 갈등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한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은 미국이 압박을 통한 체제 붕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서로의 악의만 강조해서는 지금까지 힘겹게 쌓아온 6자 회담 성과마저 잃어버릴 수가 있다.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와 관련되는 주요 현안이다. 모든 참가국은 6자 회담이 동력을 잃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무가 있다. 먼저 위폐·금융 제재 갈등부터 넘어서길 바란다.


[동아] 李상수 장관, 勞에 휘둘려 경제 망칠 타협 말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대화와 타협’을 노동정책의 기조로 삼으면서 노사정(勞使政) 간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화와 타협은 좋은 말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노총은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지도부조차 민주적으로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 장관이 이런 노총을 상대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의 틀을 만들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후임 위원장 선출에 실패하고 비상대책위마저 마비될 정도로 내분이 심한 상태다. 오죽하면 이수호 전 위원장조차 “깽판 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대의원대회를 끝까지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엉터리 조직”이라고 자아비판을 했겠는가. 노사정이 공식기구에서 힘겨운 대화를 통해 어떤 타협을 이루어도 리더십 부재의 노총 안에서 ‘깽판’이 날 가능성도 있다. 툭하면 총파업과 폭력 시위를 벌이는 민주노총이 자기 혁신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대화와 타협만 강조하다 보면 얻는 것 없이 기업을 어려움에 빠뜨리고 법과 원칙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김대환 전 장관은 “올해는 노조가 전투적 복장과 행동을 바꿔 사측과 성의 있는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겨들을 말이다. 학계에 있을 때 진보경제학자로 분류되던 김 전 장관은 노동부 장관이 된 뒤에는 노동계의 불법과 억지에 맞서 법과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 장관은 변호사 시절 노동운동에 앞장섰다가 구속된 일도 있고,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에도 ‘친노(親勞)’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 전 장관처럼 일단 장관이 된 뒤에는 달라져야 한다.


이 장관이 ‘노동변호사’로 활동하던 1980년대의 노조는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약자였지만 지금의 민주노총은 마음에 안 드는 장관을 갈아 치우는 거대한 기득권 세력이 됐다. 강성(强性) 노조 세력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서 기득권을 고집하는 ‘깽판 수구(守舊)’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이 장관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노총에 끌려 다니다 보면 일부 세력의 박수는 받겠지만 실패한 장관이 되기 쉽다. 경제를 더 멍들게 한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맞는 노동정책으로 과거의 타성에 젖은 노동계를 변화시킬 책무가 그에게 있다.


[조선] 나 합격하자고 남 원서접수 막은 사이버世代

작년 말 대입 원서접수 代行대행 사이트가 마비돼 마감날짜까지 늦춰지는 대혼란을 빚은 것은 일부 수험생들의 사이버테러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서울경찰청 수사로 밝혀졌다. 접수를 먼저 끝낸 수험생들이 경쟁자들의 접수를 막으려고 인터넷에 流布유포된 반복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이트를 무차별 공격해서 서버컴퓨터를 다운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범죄에 가담한 학생이 1000여 명에 이르고 그중엔 혼자서 2만회까지 접속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한창 순수해야 할 청소년들의 人性인성과 윤리의식이 이토록 무너져 있다는 것이 우선 놀랍고 참담하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는 일을 심지어 “장난삼아 했다”고 실토하는 일부 학생들에게서는 작은 죄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 자기가 살자고 서슴없이 남을 짓밟는 비정한 세태가 어느 사이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에까지 깊숙이 스며든 것만 같다. 우리 학교와 가정이 어려서부터 道德心도덕심보다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弱肉强食약육강식의 논리만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인터넷 활용 시스템은 대학입시뿐 아니라 공무원과 각종 기술자격시험 접수, 관공서 문서 발급, 금융거래 인증 등 사회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같은 사이버테러는 언제 어디서나 다시 일어날 수 있고 한번 터지면 피해의 범위와 크기를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윤리교육 강화 같은 근원적 처방과 병행해 법과 제도를 통한 현실적 防備방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모방범죄나 부화뇌동이 많은 사이버범죄의 특성상 일벌백계의 엄한 관례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의 유명 경영대학원들이 단순히 내부 입시관리사이트를 훔쳐보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200여 MBA 지망생들의 합격을 단호히 취소해버린 것이 한 예다. 나날이 진화하는 사이버 테러에 맞설 하드·소프트웨어 개발 등 ‘IT 强國강국’에 걸맞은 기술력을 키우는 데에도 국가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다시 주목받는 원자력발전

세계 원전 건설 시장의 절반을 거머쥔 웨스팅하우스가 일본 도시바에 넘어가게 됐다. 매각 대금은 예상의 두 배 이상인 자그마치 54억 달러에 이른다. 향후 원전 건설 붐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흐름만 봐도 분명하다.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가 자원 민족주의를 노골화하면서 화석연료 가격은 폭등세다. 에너지 수입국인 미국.중국은 그 대안으로 원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원전 건설 러시는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왜 다시 원자력인가.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30년 화석연료 사용량은 지금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1년 전 발효된 교토기후협약으로 더 이상 무분별하게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디선가 새로운 에너지가 나와야 한다. 최선책이자 가장 깨끗한 해법은 에너지 절약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 연료와 풍력.태양광 발전은 아직 갈 길이 멀고 값도 비싸다. 현실적으로 원전을 빼고는 대안을 찾기 힘들다.

미국 에너지부는 32년 만에 원전 건설 재개와 함께 핵연료 재처리 방침까지 내놓았다. 고유가에 맞선 초강수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몸살을 앓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원전 건설로 방향을 틀고 있다. 중국도 원전 30기를 짓기로 했다. 지금 원전은 생존 수단이자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울진 6호기 준공으로 현재 20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전체 전력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38%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마침내 장기간 표류하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도 선정했다. 그러나 원전을 향한 세계의 새로운 조류를 강 건너 불 보듯 해선 안 된다. 우리의 에너지 자급률은 고작 3%에 불과하다. 중동지역 석유에 목을 매는 한 우리 경제는 늘 불안 요소를 떨칠 수 없다.

무엇보다 환경단체들의 원전에 대한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 경제성이나 에너지 안보 따위의 거창한 구호를 내세울 생각은 없다. 그러나 환경 유토피아로 꼽히는 스칸디나비아, 그중에서 환경론자 천국이라는 핀란드가 요즘 원전 건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지금 지구촌은 고결한 비판론을 접고 불편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게 대세다. 지구 온난화 문제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원자력 발전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우리 환경단체들도 환경 일방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소모적인 논쟁에 휩싸여 있는 동안 세계 곳곳에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향신문] GS한테 사무실 제공받은 과기 부총리

김우식 과학기술 부총리가 1999년부터 GS그룹(당시 LG그룹)으로부터 사무실을 제공받아 사용해 왔고, 최근에는 자동차까지 제공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한나라당으로부터 ‘절대 부적격’ 대상자로 지목됐던 그였다. 청와대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총리 임명을 강행했으나, 바로 그 직후 또다시 비리 의혹이 드러났으니 그가 부총리로서 직무를 올바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한겨레 등 일부 언론에 따르면 김부총리는 연세대 부총장이던 1999년 연세대 내에 공학원이 준공된 뒤 GS그룹 몫으로 배정된 사무실 가운데 일부를 제공받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사무실은 부속실을 포함해 10여평 규모로 공학원 3층에 위치해 있다. 공학원은 연세대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공간의 절반가량은 건축비를 낸 재벌 기업들이 20년간 사용권을 갖고 있다. 김부총리는 연세대 화학공학과 3년 후배로 평소 친분이 두터운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배려로 이 사무실을 써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총리는 또 지난해 8월 청와대 비서실장을 그만둔 뒤에는 GS칼텍스로부터 에쿠스 승용차를 제공받아 이용했다는 것이다.

김부총리측은 “교내 연구기관인 창의공학연구센터 이사 자격 등으로 사무실과 차량을 공용으로 제공받아 사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지만, 특정 재벌과의 유착 의혹을 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건물에 입주한 LG관계자도 “사무실은 애초부터 김부총리 몫으로 배정된 것이었고, 지금까지 주인이 바뀐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지 않은가.

정부는 최근 검찰의 검사장 승진 대상자 2명과 외교부의 국장급 간부에 대해 음주 운전을 문제삼아 승진에서 탈락시킨 바 있다. 그런 정부가 왜 장관급 이상 고위직에는 관대한 인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김부총리의 향후 행보를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