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7일 금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새만금사업 앞과 뒤를 함께 보자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4년 7개월 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이 막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부 이론이 있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측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2.7㎞ 구간을 남긴 채 중단된 물막이 공사가 즉각 재개되는 등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리는 원고측인 환경단체와 전북 일부 주민은 물론 피고측인 농림부 등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분명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환경단체의 반발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애초에 소송을 제기할 때 다짐했을 ‘결과 승복’ 자세를 되새겨야 한다.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을 물고 늘어지는 대신 앞으로 이 사업이 담수호 수질 개선 등 환경보전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그런 노력을 북돋워야 할 것이다. 그런 절제된 노력만이 사회 일각에서 싹트고 있는 환경단체에 대한 의구심을 씻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환경관심을 끌어올릴 것이다.
정부는 승소에 만족하기보다 무엇 때문에 국론을 절반으로 쪼갤 정도로 심각한 의견 차이가 빚어졌는지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정밀한 타당성 검토보다 정치적 고려에 좌우된 대규모 국책사업의 대표적 사례로 새만금사업이 꼽힐 것이라는 사회적 평가를 무엇보다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 이 점은 사회적 논의가 정치적으로 여과되지 못한 채 법정으로 가야 했던 데 대한 반성과 함께,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에도 해당된다.
1991년에 착공된 사업이 15년 동안이나 물막이 공사도 끝나지 못한 상태로 지연됐고, 법정 공방으로까지 치달은 것은 단순히 환경단체의 반대운동 때문만이 아니다.
많은 국민이 사업의 구체적 필요성에 의문을 느끼고, 반대운동에 공감했기에 환경단체의 반대운동이 힘을 가질 수 있었다. 불투명한 경제성보다는 환경보전 쪽을 택해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로 번지고 있고, 새만금 소송 1심 판결이나 확정 판결의 소수의견에서 확인되듯, 이미 법원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이날 재판부가 보충의견으로 지적했듯, 변화하는 여건에 맞춰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고, 환경과 지역발전을 조화시킬 수 있는지를 꾸준히 검토해 반영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이 이뤄질 수 있다면 지루한 사회적 논란과 법정 공방에 치른 사회적 비용은 결코 헛된 낭비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가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얻은 교훈을 앞으로 어떻게 살려나가는지를 지켜볼 때다.
[한겨레신문] 문제 많은 ‘이명박 황제테니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삼일절 골프에 이어 이번에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테니스 행태가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 사실 관계가 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내용만 두고 봐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우선 특권의식에 젖어 특혜를 누리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점이다. 서울시 쪽은 이 시장이 시 소유의 남산 실내테니스장에 간 것은 2003년 15회, 2004년 17회, 2005년 19회 등 51회뿐이라고 하지만, 일반 회원의 권리를 박탈한 독점성이 핵심이다.
형식은 협회 초청이나, 이 시장은 자신이 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사용했다. 테니스장을 위탁 운영하는 한국체육진흥회가 서울시테니스협회에 보낸 공문을 보면, 협회의 ㅅ 전 회장이 “시장님이 토·일요일 언제라도 오셔서 운동할 수 있도록 일반회원의 사용을 전적으로 배제한 채 독점 사용하겠다”고 구두계약을 했다고 한다. 협회 쪽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약속이 없었다면 이용자가 넘치는 주말을 비워둔 채 이용 요금을 달라고 요구했겠는가. ‘황제 테니스’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요금 논란은 이 시장의 윤리의식이 어느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 초청을 받았기 때문에 애초 요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한두 번도 아니고 단 2명으로부터 수십번씩 초대받았는데도 아무런 꺼리낌이 없었다는 얘기인지 묻고 싶다. 뒤늦게 개인 돈으로 600만원을 냈다고 끝날 사안이 아니다. 공직자 윤리강령에 위배되는 명백한 접대행위다. 또 협회 쪽 말로는 “이 시장 비서실에서 주말 2~3일 전에 일정을 알려오면 그 때 예약하고 같이 칠 선수나 감독들을 섭외했다”고 한다. 초청받았다는 이 시장 쪽 설명이 거짓인 셈이다. 이 시장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
[동아일보] 야구도 4강!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야구 대표팀이 세계 최강(最强) 미국에 쾌승을 거둔 데 이어 일본을 두 번 내리 격파하고 세계 4강에 올랐다. 101년 전 미국한테서 처음 야구를 배웠고, 일본보다 46년 늦게 프로야구를 시작한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단숨에 뛰어넘는 역사적이고 감격적인 드라마를 엮어 냈다. 이 대회 1라운드 3연승을 포함해 6연승을 이룩한 한국 야구가 세계적 경이(驚異)의 대상이 될 정도다.
우리 대표팀은 실력 본위의 최정예로 구성됐다.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하는 해외파 선수들과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한 덩어리가 됐다. ‘기량 면에서 다른 팀보다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한국 팀이 보여 준 또 다른 강점은 승리를 향한 의지와 빈틈없이 똘똘 뭉친 팀워크였다. 선수들은 몸을 던져 수비를 하고 결정타가 필요할 때에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미국과의 경기에서 3점포를 터뜨린 최희섭 선수는 “나라를 위해 홈런을 쳤다”고 외쳤다. 최고의 기량에 한국인 특유의 애국심과 단결력이 더해지니 거칠 게 없었다.
‘김인식 리더십’이라는 신조어(新造語)를 낳은 김 감독과 선동렬 등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은 한국 야구를 세계 4강으로 이끈 원동력이다. 용병술과 작전도 탁월했지만 선수들에게 사기를 불어넣어 잠재력을 극대화한 유연한 리더십이 돋보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이긴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힘이 결집되면 얼마나 커지는지 우리는 보았다.
한국 야구팀의 쾌거는 국민에게 모처럼 기쁨을 주었다. 우울한 민생경제, 갈등하는 정치사회에 짓눌린 국민에게 ‘봐라, 우리는 하면 할 수 있지 않으냐’는 자신감을 일깨워 주었다. 박찬호 선수는 어제 승리한 뒤 “우리가 힘을 합치고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의 세계 4강 달성을 보면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반목을 부추기는 정치가 얼마나 큰 죄악인지 거듭 생각하게 된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라지만 정치는 야구에서 배워야 한다.
[조선일보] 북한 동포의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 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 全員전원위원회가 작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북한 인권 문제를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회의록이 공개됐다. 회의록에는 多數다수의 인권위원들이 광범위한 북한 인권 문제 가운데 '탈북자 문제'에 대한 입장만을 정리해 정부에 전달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나와 있다. 북한정부와 국제사회에도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는 사람은 1명뿐이라고 한다.
인권위원들은 정직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왜 목숨을 걸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서 만주 벌판을 방황하고 있는가. 무엇이 두렵고 무서워 중국 대륙을 유랑하다 저 멀리 베트남 태국 미얀마까지 흘러갔겠는가. 우선은 배가 고파서였을 것이다. 배고픈 고통, 굶어 죽는 공포보다 더한 것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배가 고파도 말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숨은 쉴 수 있다. 불평 한마디 잘못 꺼내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고 거기서도 북한 당국의 눈에 改悛개전의 정이 없다고 판단되면 총알받이가 돼 버리는 게 북한 동포다. 제 살 곳을 자기가 선택할 住居주거 이전의 권리도 없다. 지금의 북한 동포 처지를 정확히 표현하려면 그들에게서 박탈한 권리가 무엇인지를 헤아리기보다 아직도 누리고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를 셈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인권 전문가들이란 인권위원들이 이런 북한 실정의 初步초보와 북한 인권의 근본 문제를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학교에서 남학생에게 여학생보다 앞 번호를 주는 것이 인권침해라는 등의 시시콜콜한 결정까지 내려 왔던 인권위다. 그런 인권위가 하루하루 줄타기하듯 생사를 넘나드는 북한 동포에게 이렇게 대해도 되는가.
서유럽 7개국은 그동안 280여 명의 탈북자를 수용했고, 이제 미국도 그 뒤를 이으려 한다. 이런 국제적 흐름 속에 있는 대한민국의 인권위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의견서 한 장 달랑 정부에만 던져 주겠다는 것은 지각치고도 너무 늦은 지각이다. 김창국 전임 인권위원장은 2004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국가인권기구 대회 개회사에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그것들이 아무리 먼 곳에서 발생하더라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거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인권위는 먼 세계의 인권을 보려 애쓰기에 앞서 코앞의 북한 동포 인권을 제대로 보기 위해 지금 바로 돋보기를 맞춰야 한다.
[중앙일보] 최의원 스스로 물러나는 게 바른 처신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20여 일이 지났다. 그동안 최 의원은 언론은 물론 소속 정당이었던 한나라당 당직자들과의 접촉도 일절 피했다. 사건이 공개된 직후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 이외에는 공식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 의원의 이런 처신은 온당치 못하다.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고 스스로 입장을 밝히는 게 옳다.
최 의원이 숨죽이고 침묵한다고 해서 이 사건이 유야무야되지는 않는다. 피해 당사자가 결코 덮고 지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인 데다가 여성단체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피해자가 소속된 동아일보사 동료들은 어제 최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더욱 기막힌 것은 그들이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최 의원이 피해자에게 어떤 형태의 사과도 하지 않았고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한 대목이다. 이는 검찰 요직과 청와대 사정.민정비서관, 3선 의원에 제1야당의 사무총장 등 평생을 공인으로 지낸 사회 지도층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더구나 여야의 정치 운명을 판가름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 사건은 정치 이슈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외부 접촉을 피하고 있다면 어리석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노당과 국민중심당 등 야 4당도 어제 국회에 최 의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권고결의안을 제출했다. 의원들의 이기심 때문에
헌정 사상 의원직 사퇴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사례가 없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최초로 의원직 사퇴안의 통과가 유력시된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의안 자체가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렇지만 이는 최 의원에게 사실상
정치적 사망이 선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여야 의원들에게 값싼 동정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러다가는 의원직뿐 아니라 마지막 정리할 때를 놓치게
된다. 최 의원은 공개석상에 나와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거취에 대해서도 밀려서 물러나기보다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른
처신이다.
[경향신문] 그래도 환경 무시할 수 없는 새만금 사업
4년7개월을 끌어온 새만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환경단체측 패소로 최종 확정됐다. 새만금 개발을 둘러싼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환경보전보다는 개발가치를 우선하는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새만금 사업에 시종 회의적인 시각을 밝혀왔다. 사업 완공시 환경 파괴라는 혹독한 대가를 보상할 만큼 경제성이 충분하느냐는 의문 때문이었다. 물론 찬반 입장을 떠나 이미 시작된 공사를 되돌릴 수 있겠느냐는 현실론을 가벼이 볼 수는 없다. 또 이 사업에 거는 전북도민들의 기대를 무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차선책으로 두 소송 당사자가 합의해 재판을 원활하게 마무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최종 판결은 내려졌고, 공사는 곧 재개될 것이다. 아쉬움은 많지만 새만금 사업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앞으로 문제는 정부가 이 사업을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꾸려가느냐는 점이다. 대법원 판결에서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수의견을 낸 두 대법관은 말할 것도 없고, 다수 의견 쪽의 대법관 4명도 보충의견을 통해 이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로 새만금 사업의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여건에 맞춰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가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되며 환경친화적인 것인지를 꾸준히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가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할 경우 또다른 소송 등 예기치 않은 마찰을 빚을 수 있다.
또 하나 과제는 새만금의 용도 변경 문제이다. 지금도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갯벌을 메워 농지를 만든다는 정부의 애초 방침에 국민 대다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정부도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 공단 및 배후 항만 건설, 레저단지 조성 등 다양한 사업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경우든 정부는 환경을 최대한 배려하고 사업성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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