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8일 토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헤지펀드 비상' 걸린 KT&G 경영
어제 KT&G의 주주총회에서 아이칸 연합이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은 KT&G 경영권 분쟁의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외국계 펀드세력이 표대결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최초의 사례라는 점 역시 주목되는 부분이다.
경영참여가 가능해짐에 따라 이들은 내부 경영정보를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며 주요 현안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벌써 주총 직후 ”이사로서의 모든 권한을 이용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자사주를 매각하려는 시도를 저지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주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주장해온 한국인삼공사 상장, 보유 부동산 처분, 비핵심 자산 매각, 배당금 확대 등의 요구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2명의 이사진 가운데 1명이라는 숫자적 한계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경우 경영진으로서는 어느 정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각이 이들의 반대로 무산되면 KT&G의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외국인 사외이사의 참여는 지배구조와 경영을 투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외국인 주주의 지분이 61%를 넘는 기업에 외국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경영진이 외국인 주주들의 합리적인 요구를 수용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이익의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면 기업가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KT&G가 일반 기업과는 다르게 독점적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수익의 극대화가 유일한 목표인 외국인 주주들이 수익만을 생각해 국산 잎담배의 사용을 감축 또는 중단하자는 요구를 하거나 담뱃값을 무리하게 올리려 할 경우 그 피해는 국민들이 지게 된다.
외국인 주주의 경영참여는 존중하더라도 무리한 수익 추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영진이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교육당국의 낮은 자세가 반가운 까닭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성균관대를 시작으로 대학을 순회하면서 2008 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설명회를 시작했다. 보수언론은 ‘협박성 방문’이라고 비난부터
쏟아냈지만, 내용을 보면 읍소에 가깝다. 교육부 주요 간부와 교육혁신위 주요 관계자들이 일제히 나서서, 학교 쪽에 새 제도를 설명하고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군림하는 데 익숙했던 관료들의 달라진 모습에서 공교육 정상화의 의지를 읽을 수 있어 반갑다.
새 제도의 뼈대는 수능 성적 의존도를 낮추고, 학생생활기록부의 반영률을 높이는 데 있다. 학교생활의 결과를 대입에 더 많이 반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실 학생을 3년 동안 가르치며 지켜보고 테스트해 온 학교가 수험생을 가장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한두차례 시험으로 능력·적성·인성을 파악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오만이다.
문제는 대학의 태도다. 이른바 7개 사립대는 지난해 말 내신 성적 반영률을 낮추고, 대신 대학별 고사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본고사를 부활시켜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고, 공교육을 더 무력화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내신은 믿을 수 없고, 등급화한 수능은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석차 백분율로 제시되는 내신과 수능성적을 조화시키면 변별력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대학별 고사 강화는 오히려 대학 서열구조만 고착시켜 더 좋은 학생 선발을 가로막는다.
교육 당국이 대학의 자율성을 부정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학 자율성은 사회적 책무와 조화를 이루는 속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사회적 책무는 학교교육 정상화다. 교육 당국과 대학은 더 겸손하고 열린 자세로, 공교육 정상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대입제도 창출에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동아일보] 출자총액제한과 金産분리 못 푸는 無能정부
어제 KT&G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주주 칼 아이칸 측이 기존 경영진과의 표 대결 끝에 사외이사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로써 아이칸 측은 그동안 주장해 온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자사주 매각 저지 등을 더 강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KT&G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외국인 주주가 기존 경영진에 반대하는 사외이사를 진입시킨 사례는 국내 기업에서 처음이다. 그만큼 경영 환경이 바뀐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변화에 둔감하다. 그제 취임한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출자총액 제한제도에 대해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막는 가장 효율적인 제도인지 의문”이라며 일단 제도의 문제점은 인정했다. 대기업의 계열사 투자를 순자산의 25%로 제한하는 이 제도는 핵심적인 재벌 규제 수단이다. 대기업들은 이 제도에 대해 “투자를 제한하는 장애물이며 경영권 방어도 어렵게 한다”고 반발해 왔고 전문가들도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역차별적 과잉 규제”라고 지적한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폐지론에 가세했다. 그럼에도 권 위원장은 "대안이 없으니 일단 그냥 가자"고 한다.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일단 그냥 내버려 두자는' 것은 무능이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금지하는 ‘금산(金産)분리’도 마찬가지다. 재벌이 계열금융기관을 사금고(私金庫)처럼 이용하지 못하도록 이 원칙을 도입했지만 지금은 다른 감시 장치가 작동하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를 꺼리는 시중은행장들조차 어제 “이 원칙을 폐지하더라도 우려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출총제와 금산분리 고집이 능사(能事)가 아님은 분명해졌다. 그런데도 '비뚤어진 반(反)재벌 코드'와 '정의로운 정책이라는 허위의식'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 모양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현정택 원장은 “최근 한국은 성장 둔화와 분배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기현상을 겪고 있다”며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회사 살려 해고자 1700명 다시 부른 GM대우 勞使
GM대우 勞使노사 대표가 2001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解雇해고했던 근로자 1725명을 오는 5월까지 전원 復職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국내에서 구조조정으로 나간 근로자를 회사가 모두 다시 받아들인 例예는 GM대우가 처음이다. 어제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닉 라일리 사장과 이성재 노조위원장은 시종 얼굴이 환했다. 5년 전 해고 통지서 한 장으로 하루아침에 회사를 떠나야 했던 근로자도, 그간 이들의 再재고용에 애써온 회사도 感懷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GM대우는 2001년 생산성이 가장 떨어지는 부평공장 근로자들을 減員감원하면서 “경영실적이 좋아지면 우선적으로 채용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使사측은 성실히 지켰다. 2002년 말부터 매년 조금씩 해고자를 복직시켜 작년 말까지 1080명을 받아들였고, 남은 600여명 가운데 연락이 끊긴 80명을 뺀 나머지 전부를 이번에 복직시키기로 한 것이다.
회사가 되살아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GM대우는 지난 5년 사이 완전히 다른 회사로 탈바꿈했다. 작년 자동차 판매가 재작년보다 30%, 수출은 50% 늘었다. 덕분에 GM대우는 대우차 시절을 통틀어 사상 최대인 647억원의 黑字흑자를 올렸다. GM대우는 주간에만 가동하던 부평공장을 6월부터 2교대로 돌린다. 그렇게 되면 전국 5개 공장의 모든 완성차 工程공정이 2교대로 풀가동하게 된다. 그 생산라인에 다시 서는 복직 근로자들에게 직장의 의미가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질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노조가 일터 부활을 위해 회사측과 한 마음이 된 것도 옛 동료들을 불러들이는 힘이 됐다. 대우차 노조는 부도 전까지 거의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되풀이했던 노조다. 그러던 회사에 지난 5년간 노사분규가 사라졌다. 모처럼의 회생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고 勞使노사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당했던 GM대우 근로자들의 再재고용은 ‘회사가 살아야 일자리도 있고 노조도 있다’는 평범한 이치를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한국일보] 원칙 없는 병역특례 문제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진출한 야구 선수들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기로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결정했다. 당정은 어제 국회에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고 "올림픽 3위 입상, 아시안게임 우승, 월드컵 16강 진출 등에 준해 병역특례를 인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 선수들이 일본을 연거푸 이기고, 야구 종주국인 미국마저 대파한 것은 한국 야구 101년사의 최대 경사다. 객관적 실력이 앞서는 이들을 우리 선수들은 불굴의 투혼과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특히 김인식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은 국민적 영웅이었던 히딩크 전 감독과 비견되며 화제가 되고 있을 정도다. 국민은 4년 전 월드컵에 이어 또다시 '야구 4강 신화'에 감동하고 있다. 이제 미국.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한국 야구, 나아가 한국인을 다시 보고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긍지를 세계 만방에 확인시켜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준 선수들에게 병역특례 주는 것을 논의해볼 수는 있다고 본다. 일본과 미국을 연파하고 WBC 4강에 진출한 것이 올림픽 3위 입상이나 아시안게임 우승, 월드컵 16강 진출에 비해 결코 못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이룬 성과가 빛난다 하더라도 병역특례 결정이 어떤 원칙이나 기준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데는 문제가 있다. 어제 회의에서도 일부 의원은 "병역특례가 원칙 없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마쳐야 하는 신성한 병역의무에 대한 규정을 정부와 여당이 마치 선심 쓰듯 이렇게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바로 병역특례를 주자고 나서는 정부여당은 지금의 분위기를 이용하자는 것밖에는 안 된다. 인기에 편승하자는 얄팍한 수법이다.
전문가들의 논의와 국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병역특례 심의 절차나 심의 기준을 검토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정부가 먼저 원칙과 절차를 지켜야
한다.
[경향신문] 문자메시지로 해고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식칼이 주부의 손에 쥐어지면 맛있는 반찬을 만드는 이기(利器)가 되지만 강도의 수중에 들어가면 인명을 살상하는 흉기로 돌변하는 법이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도 연인들끼리 주고 받을 때는 더없이 포근한 밀어(密語)가 되지만 일방적인 해고 통보의 수단으로 이용되면 흉포한 사형선고에 지나지 않을 터이다.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철도유통이 파업 중인 KTX 여승무원 70명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문자 메시지로 해고하는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일부 사기업에서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라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에서 파리 잡듯 해고를 자행하는 행태 앞에서는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문자 메시지 해고에서 읽혀지는 것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않은 뻔뻔스러움과 잔인함이다. 물론 “정당한 근거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30조에서의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공사측이 강변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은 법 규정 이전에 최소한의 사회적 상식과 사람살이의 근본에 관한 문제이다. 흉악무도한 살인범에게도 사형선고를 내리기 이전에 재판절차를 통해 당사자에게 항변의 기회를 주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한다. 하물며 사람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조처를 내리면서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근간을 훼손하는 폭거가 아니겠는가.
철도유통 측은 여승무원들에게 최소한 무슨 이유로 해고했는지, 복직의 방법은 있는 것인지를 얼굴을 마주한 채 직접 알려야 한다. 여러 가지 사정상 복직이 어렵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따뜻하게 위로해야 한다. 그것이 꿈 많은 젊은 날 좁은 객차 사이를 오가며 열심히 일했던 여승무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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