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6월 6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6. 6. 19:07
 

2008년 6월 6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오늘의 사설

 

[한겨레신문 사설-20080606금] 쇠고기 민심, 우회하지 말고 정공법으로 풀어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겠다는 미국 육류업체의 ‘자율 규제’를 답신으로 간주할 수 있다

고 했다. 전날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중단할 것을 미국에 요청했으며, 답신이 올 때까지 새 수입위생조건의 고시와 검역을 보류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한 가닥 기대를 걸었다. 촛불이 켜진 지 한 달 만에 정부가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려는가 보다 했다. 그러한 기대는 하루 만에 빗나갔으며 정부의 자세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육류업체들의 자율규제에 기대어 사태를 수습해 보겠다는 발상은 낯이 뜨거울 정도다. 정부가 장사꾼에게 사정 좀 봐 달라고 애걸하는 꼴이고, 그나마 모든 업체들이 동조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자율규제를 못 하도록 규정한 한-미 자유무역협정과도 충돌한다. 보름 전 여당 정책위의장이 미국 대사에게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일까지 있었다니 입맛마저 씁쓸하다.

  물론 정부도 운신에 큰 어려움이 있는 줄 안다. 미국 관리들은 쇠고기 재협상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방어막을 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사태는 사즉생의 각오로 정면 돌파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다. 재협상을 제외한 어떤 조처도 국민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뜻을 결연히 받들어 미국에 당당히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이 강하게 나온다고 저자세를 보이거나 우회할 일이 아니다.

  소비자는 왕이라고 하지 않는가. 한국이 사들이는 쪽인데 미국에 절절맬 이유가 없다.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겠다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미국 정부도 정무적 판단을 거쳐 실질적 재협상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타결하고도 미국 쪽의 요청으로 노동·환경 등 7개 분야에서 사실상 재협상을 벌인 적이 있다. 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도 외교적으로 재협상이 문제가 안 된다는 선례로 볼 수 있다.

  쇠고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한테 수입 개방을 약속해 벌어진 일이므로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푸는 방법밖에 없다. 실무 협상팀에 맡겨서는 물꼬를 틀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동아일보 사설-20080606금] 파국적 혼란은 안된다 

 

  현충일이 낀 주말 연휴를 맞아 서울 도심에서는 72시간 철야 집회가 열리고 있다. 촛불집회 지도부는 10일 시위에 100만 명을 집결시킬 계획으로 군중 동원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민주노총은 쇠고기 협상 파문을 하투(夏鬪)와 연계하려는 전략 아래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18대 국회는 문도 못 열었는데 재·보선 결과에 고무된 통합민주당은 촛불을 들고 거리정치에 박차를 가할 모양이다. 촛불시위는 6·10 민주항쟁 21주년, 6·13 여중생 사망 6주기, 6·15 남북공동성명 8주년을 동력으로 삼아 출범한 지 100일 남짓한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촛불시위의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안이함이 제공했다. 이명박 정부는 캠프 데이비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쇠고기 협상을 졸속으로 마무리 지음으로써 미국산 쇠고기 안전문제에 대한 국민의 민감성을 고려하지 못했다. 촛불시위 초기에 심각함을 깨닫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정부는 촛불시위 민심에 밀려 쇠고기 고시를 연기했다. 한미 양국은 자율규제라는 형식을 빌려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는 수출업자에게 월령(月齡) 표시를 의무화하고, 한국 수입업자들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는 방식으로 합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어제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여러 정책이 패키지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촛불시위 민심은 양국 정부에 충분히 전달됐다. 형식이야 어떻든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이 모든 것을 다 들어주더라도 촛불시위를 계속 끌고 가려는 세력도 있는 것 같다. 일부 농민단체는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위 지도부는 국민이 안전한 쇠고기를 먹도록 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촛불시위에서 등장하는 구호대로 ‘MB 탄핵’과 ‘정권 퇴진’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출범 100일을 넘긴 정권이 흔들려 헌정질서(憲政秩序)가 중단되고 대통령이 퇴진하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나라가 가공할 혼란과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고유가와 성장률 둔화, 물가 불안으로 경제가 힘겨운 시기에 촛불시위가 무기한 계속되면서 경제가 더 불안해지고 있다. 국민의 피로감도 나타난다. 보수단체들이 맞불집회를 예고해 도심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촛불을 들었든, 들지 않았든 파국적 혼란은 다수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건전한 이성으로 파국적 혼란을 막아야 할 때다. 

 

 

[조선일보 사설-20080606금] 오바마의 등장과 한미관계의 내일을 생각한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오바마는 232년 미국 역사상 첫 흑인출신 유력 정당 대선 후보다. 역사적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변화를 내세운 46세의 그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10대 때 마약에 빠졌다가 이를 극복했다.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뒤 빈민운동에 뛰어든 인생 스토리와 감동적인 연설로 이라크전 수렁과 경제 침체에 시달리는 미국 유권자들에게 다가섰다.

  미국 대선은 오바마와 71세의 백인으로 베트남전 포로 출신인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 간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미국 유권자들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너무나 대비되는 두 사람 중 누구를 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부시 정권에 대한 비판이 높은 현실에서 보면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매케인 후보가 당선되면 그의 한반도 정책은 부시 행정부를 계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관계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당장 오바마는 한미 FTA에 대해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는 "합의문 내용이 미국 공산품과 농산물의 효과적이고 구속력 있는 한국 시장 접근을 보장하기에 부족하다"며 "한국은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반면, 미국이 한국에 파는 자동차는 고작 5000대도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오바마가 이번 쇠고기 파동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자칫하면 한미 통상 관계에 격랑이 일 수도 있다.

  오바마는 "북한과 이란처럼 핵확산금지협정(NPT)을 위반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강력한 국제적 제재에 직면토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북한과 이란 지도자와도 대화를 하겠다고도 했다. 오바마가 당선되면 오바마·김정일 회담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북핵 문제 역시 부시 행정부의 접근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대선 공약과 대통령 당선 뒤의 실제 정책이 같을 수는 없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선거 때는 반대했으나 당선 뒤엔 그 실현을 강력히 추진했었다. 벌써 일본, 캐나다 등은 오바마 캠프의 브레인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세계 어디보다 절실한 나라 대한민국의 누가 지금 그걸 생각하고 있겠는가. 그저 촛불만 바라보고 있는 처지에 말이다. 

 

 

[경향신문 사설-20080606금] 쇠고기 자율규제로 민심 수습된다고 보나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재협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국과 논의하겠다’던 정부와 한나라당의 발표가 빈말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재협상은 제쳐놓은 채 미국 수출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기로 하고, 한국 수입업자들이 이를 수입하지 않기로 하는 ‘민간 자율규제’에 매달리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미국 업자들이 자율규제를 결의하면 쇠고기 검역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내각이 여전히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시 악수(惡手)를 두고 있는 셈이다. 재협상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와 재·보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성난 민심을 자율규제 같은 편법으로 수습할 수 있다고 보는 안이한 상황인식이 놀랍고 답답할 뿐이다.

  자율규제는 형식과 실효성 등 여러 측면에서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다. 미국 수출업자들이 성실하게 이행하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자율규제를 어겼을 경우 정부가 나서 제재하거나 손쓸 방법도 마땅치 않다. 통상마찰 소지 가능성은 별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할 일을 민간 업자에게 맡기는 꼴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못들어 오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태도이지만 국민 여론은 문제의 수입위생조건을 그대로 둔 채 땜질하는 식의 어떤 방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검역주권을 미국 정부에 맡기더니 이제는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에게 맡기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재협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정공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고, 재협상을 못할 이유도 없다. 일국의 정부가 떳떳하게 재협상을 시도하지 않고 민간 업자에게 “수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국민 보기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비뚤게 잘못 심은 나무를 그대로 놓아 둔 채 계속 버팀목을 갖다대며 “해결됐다”고 해봐야 민심이 알아줄 리 없다. 지금까지 거듭된 실책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서울신문 사설-20080606금] 여권에 옐로카드 내민 재·보선 민심 

 

  한나라당이 엊그제 치러진 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했다. 기초단체장 9곳 중 경북 청도 1곳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대선에서 압승했던 수도권 지역에서는 3곳 모두 패했다. 수도권 광역 및 기초의원 선거 역시 16곳 중 2곳에서만 이겼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터다. 쇠고기 협상 등 정부의 거듭된 실정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새 정부 100일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겠다.

  승승장구하던 한나라당의 참패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은 내각·청와대 수석 인선과정에서 첫 단추를 잘못 뀄다.‘고소영’‘강부자’ 정부라는 비아냥이 등장했고, 재산공개 과정에서도 투명하지 못했다. 게다가 한·미자유무역협정, 경부대운하, 공기업민영화 문제 등도 오락가락했다. 그러다 보니 민심은 더욱 악화됐고,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민심이 등을 다 돌린 뒤에야 뒷북을 쳤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같은 정부·여당에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민주당은 수도권 2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이겼다. 그러나 일시적인 승리에 도취하면 안 된다. 그들이 견제역할을 잘 해서라기보다는 정부·여당이 못해 얻은 측면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정체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단적인 예가 아니겠는가. 야당은 쇠고기 재협상 등을 요구하며 어제 열릴 예정이던 개원국회를 무산시켰다. 이처럼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원내에서 투쟁해야 하는 이유다. 하루라도 빨리 등원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606금] 의사당 외면하는 국회의원들 

 

  18대 국회가 개원도 못한 채 파행(跛行)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은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 선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개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을 외면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더구나 국회법에는 임기개시후 7일째에 개원하게끔 날짜가 못박혀 있다. 지난 5일이 그날이다.따라서 이미 법을 어겨버렸다.입법기관이 자신들이 만든 법도 지키지 않으면서 정부에 이런 저런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런 일 아닌가. 입법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세제개편이나 금융지원시책 등 산적(山積)한 현안해결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미 쇠고기 문제만 해도 그렇다. 언제까지 촛불 시위가 반복되게 내버려 둘 것인가. 모든 사회적 갈등 사안에 대해 이해를 중재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국회의 기본 역할 아닌가.

  국회 안에서 의논 못할 과제는 없다. 개원과 동시에 미국 쇠고기 수입검역 문제에만 집중해 원내에서 끝장토론을 하고 입법부 차원의 대안을 정부와 국민들 앞에 한번 제시(提示)해 보기 바란다.멀쩡한 국회를 두고 거리로 뛰쳐나가 투쟁하는 사람들을 국민의 대표라 할 수는 없다. 유가 폭등으로 물가는 치솟고 서민생활은 하루하루가 힘들다. 쇠고기 문제를 넘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도 시급하다.

  공기업 민영화와 새 경영진 선임과 같은 숙제도 있고,남북 및 주변국들과의 관계 등 외교안보 문제도 만만찮다. 이 모두 18대 국회가 원내에서 논의하고 해법도 제시해야 할 과제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여야는 일단 개원부터 하고 볼 일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80606금] 원자력 발전 비중 획기적으로 높여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오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3개를 추가 건설해 원전발전 비중을 현재의 35.5%에서 62%로 늘려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 안을 토대로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이달 말 대통령 주재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기본계획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초고유가 시대를 맞아 값싸고 친환경 에너지인 원전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원전 확대의 필요성으로 내세운 에너지 안보, 저비용 전원 확대, 기후변화 대응, 실현 가능한 에너지수급체계 마련 등의 이유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원유가는 기본적으로 수급상의 문제로 고공행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규제는 날로 강화되는 추세다. 원전은 이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이다. 태양광ㆍ풍력ㆍ조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아직은 경제성과 에너지 효율 등 여러 제약이 있다. 미국과 일본ㆍ유럽 등 선진국들도 원전 건설을 재개하는 등 원자력 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로 원자력 발전 30년을 맞은 우리나라는 원전 기술자립도가 95%에 이르고 수출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로 원전 기술과 노하우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원전을 추가 건설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이다. 원전 근무자들이 쓰던 작업복ㆍ장갑 등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 건설에만 십수년 동안 표류한 것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사용 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 건설이 시급하지만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앞으로 원전을 추가 건설하려면 정부는 원전 안전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설득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국민적 신뢰를 높여나가야 한다.

  국민들도 원전에 대해 보다 열린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환경국가 스웨덴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 유치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무한한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오늘의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태균(식품의약 전문기자)-20080606금] 복어 독

 

  “대나무 마을 바깥에 복숭아꽃 두 장/ 봄 강물 따스함은 오리가 먼저 알고/ 물쑥은 가득한데 갈대싹은 아직 짧아/ 요즘이 바로 복어가 강으로 오르는 계절.”

  송나라 시인 소동파의 시다. 한가로이 복어 낚시를 즐기고 복철이 오기만을 기다린 시인은 요즘 말로 복어 매니어였다. “생명을 걸고 하돈을 먹는다(搏死食河豚)”는 시구까지 남겼다. 하돈은 ‘바다의 돼지’, 즉 복어를 가리킨다.

  복어는 ‘담담하면서도 싱겁지 않은(淡而不薄)’ 생선이다. 캐비아(철갑상어의 알)·트뤼프(송로버섯)·푸아그라(거위의 간)와 함께 세계 4대 진미로도 꼽힌다. 일본인도 복어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복어를 먹지 않는 사람에겐 후지산을 보여주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장미의 가시처럼 복어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란 독을 품고 있다. 이 독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13배다. 『동의보감』엔 “제대로 손질하지 않고 먹으면 죽을 수 있다. 살엔 독이 없으나 간·알엔 독이 많으므로 간·알·등뼈 속의 검은 피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정확히 기술돼 있다. ‘복어 한마리에 물 서말’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복요리를 할 때 다량의 물로 피를 충분히 씻어내라는 뜻이다. 

  학계에선 복어독의 유래를 놓고 오래 전부터 설왕설래가 계속돼 왔다. 복어가 스스로 독을 만들어 내느냐, 또는 단순 전달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최근엔 다른 생물의 독이 먹이사슬을 통해 복어의 체내로 유입됐다는 외인설(外因設)이 지지를 받는다. 양식 복어의 독성이 점차 약해지는 것도 외인설에 힘을 실어준다.

  극소수지만 일본엔 복어독에 빠진 사람도 있다. 이들은 근육 이완, 통증 완화, 피로 해소 등을 위해 일부러 복어독을 섭취한다. 이들은 “맹독성인 보툴리눔 독소(식중독 유발)라도 충분히 묽게 하면 훌륭한 주름 개선제(보톡스)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용량이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바로 황천행이란 사실은 외면한다. 1975년 유명 가부키 배우가 복어독을 먹다 용량 과다로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복어독의 섭취는 비유컨대 6연발 권총에 총알이 5개나 든 ‘변형 러시안 룰렛’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한강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오상용 교수).

  한동안 잊혀졌던 복어독이 요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지난달 27일 두 중년 남성이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계기였다. 경찰은 이들이 마신 음료에서 미량의 복어 독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생쥐 머리 이물부터 시작해 광우병·조류 인플루엔자(AI)·유전자 변형(GM) 옥수수에 이어 복어 독까지, 이래저래 올해는 식품 안전 이슈들이 국력을 소진시키고 국민의 진을 다 뺄 모양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24시/이지용(사회부)-20080606금] 새 부대에 헌 술 담는 대교협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취지에서 정관 개정이 불가피했다." 

  지난 4일 손병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이 전임 김영식 사무총장 사표 수리와 후임 사무총장 인선을 위한 정관을 개정하기 위해 개최한 이사회가 끝난 뒤 남긴 말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현행 정관상 "교원은 사무총장에 추대될 수 없다"는 내용을 개정하기로 했다. 앞으로 교수 출신 사무총장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손 회장은 "대교협 운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관 개정 배경을 설명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김 전 사무총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한 지 2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이뤄진 일인 데다 그 자리에 대통령직인수위 출신 모 대학 교수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았기 때문이다. 교직원에게 사무총장직을 허용하지 않은 정관은 대교협 발족 이후인 지난 10년간 수차례 개정이 논의되면서도 번번이 실패했던 민감한 사안이다. 

  그때마다 개정에 반대한 논리는 "특정 대학 교수가 임명되면 교육정책사안에 편향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염려였다. 그런데 그런 10년간 논리가 임기가 2년이나 남은 현 사무총장이 돌연 사퇴한 후 하루아침에 변경된다고 하는데 의심스런 눈초리가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굳이 '외압설' '친정부 인사 내정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교협 행보가 적절치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뜩이나 총선을 전후해 '폴리페서' 논란 등 상황에 따라 학교를 비우는 교수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굳이 대학 협의체인 대교협까지 '교수 모셔오기'에 동참할 논리 자체가 빈약하다. 

  투명성 확보가 목적이라면 공개모집 과정에서 기존에 특정 이사 추천에 의해 사무총장이 임명된 관행부터 타파하고 심사 과정에 치밀성을 높이면 그만이다. 그런데 덜컥 정관부터 개정하고 나선 것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미보다 '새 인사를 위해 새 정관을 만들겠다'는 말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