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5월 20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조간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5. 20. 17:40
 

2008년 5월 20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조간 신문사설&칼럼

 

* 오늘의 사설

 

[한국일보 사설-20080520화] 일본 독도주장에 냉정하게 대처하자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작성한 중학교 사회 과목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기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도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여러 차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뜻을 밝혔고, 4ㆍ21 한일 정상회담에서 신시대를 열어가기로 합의한 직후여서 마치 등뒤의 허를 찔린 듯한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국민적 배신감은 이내 분노로 바뀌고, 이명박 정부의 대일 외교 노선에 대한 비난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즉각 외교 경로를 통해 진상을 확인하고, 시정을 강력히 요구할 것을 지시한 것도 국내정치 파장을 우려한 때문이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으로 홍역을 치르는 마당에 이 문제까지 번질 경우 ‘총체적 외교 부실’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러나 독도 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모처럼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는 양국 관계를 해칠 뿐 아니라 문제 자체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일본 정부가 현재의 방침을 강행하지 못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되, 결과가 어떻든 그에 집착해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익에 합치한다.

  ‘국민정서법’으로야 ‘독도는 우리 땅’을 크게 외치며 일본의 ‘영토 야욕’을 성토해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결과적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2004년에 뜨겁게 불붙은 ‘독도 논쟁’이 어떤 결실을 보았는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을 일본이 인정했다거나 하는 유리한 변화가 없었던 반면, 일부 우익단체를 제외하고 독도문제에 무관심했던 다수 일본국민의 관심을 환기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이번 방침도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 이미 굳어졌고, 직전의 ‘독도 논쟁’이 직접적 계기였다. 학습지도요령에 직접 싣기로 했던 것을 한 단계 수준이 낮은 해설서에 기재하기로 한 것이 당시와 다를 뿐이다.

  국제사회가 활짝 열린 지금, 영토 문제의 특별한 해결방안을 상정하긴 어렵다. 지금 독도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냉정하고도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520화] 쇠고기 협상, 땜질 처방으론 안 된다 

 

  정부가 오늘 쇠고기 협상의 추가 협의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정부가 미국과 추가 협의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근원 처방이 아닌 땜질 처방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 

  검역주권 침해 논란을 낳았던 ‘수입 위생조건 5조’를 보완하는 것이 추가 협의의 핵심이라고 한다. 수입 위생조건 5조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관세무역일반협정(가트)과 세계무역기구(WTO) 조항은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국민 건강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으면 수입을 잠정 중단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주권적 권리를 고스란히 양도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도 광우병이 발생하면 한국이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겠다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바로잡는 방식이다. 고시 부칙으로 검역주권을 명문화하거나, 외교 레터 같은 별도의 문서로 수입 중단을 보장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한다.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국민적 분노를 산 독소 조항을 그대로 둔 채 미국의 양해로 미봉하는 것은 나라의 위신에 맞지 않다. 굴욕적인 이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의 범위를 재규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미국은 척주의 횡돌기 등을 식용으로 금지하고 있으면서, 한국에는 수입 허용 부위로 분류해 문제가 된 만큼 당연히 재규정해야 한다.

  소의 월령제한 해제와 그 전제조건인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의 문제는 추가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광우병 발생 때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의 기약이지만,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는 안전을 위해 통제할 수 있는 사전적 예방 장치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추가 협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강화된 사료 금지 조처를 전제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되레 완화한 것이다. 정부도 협상 실수를 인정한 만큼 재협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사료 금지 조처의 시행 시점이 아니라 공포 시점에 월령 제한을 푼 것도 문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비준을 위해 계산적으로 추가 협의를 해서는 안 된다. 검역주권과 안전성이 침해받고 협상 과정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협상의 근간을 바로잡아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080520화] 李 姜 孫, 한미 FTA 비준동의 合作하라 

 

  임시국회 회기가 꼭 4일 남았다. 본회의는 22, 23일 이틀간 잡혀 있다.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이틀이다. 18대 총선까지 치른 마당에 17대 임시국회를 연 것은 FTA 비준 동의안 처리의 시급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FTA 청문회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청문회로 변질되고 현재로서는 극적 타결을 통해 한미 FTA가 처리될 가능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18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몇 달이 더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자꾸 늦어지다 보면 미국 대선이나 미 의회 일정을 감안할 때 한미 FTA 체결에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기 쉽다. 미국의 차기 정권에서는 재협상론이 대두되거나 한미 FTA가 통째로 물 건너갈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어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직접 만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하자 이 대통령은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하다가 회기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만나려면 진작 만났어야 하지만 그래도 그 회동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통합민주당도 ‘쇠고기 협상을 포함해 국정 전반을 논의한다’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이 대통령의 회동 제의를 받아들였다. FTA 비준 동의안 처리의 시급성을 무작정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손학규 대표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정부도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오늘 검역주권의 명문화 방안을 발표한다고 하니, 정말 정략(政略)이 아니라면 FTA 본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대통령과 강 대표도 여야 영수회담을 성사시켰다고 일을 다한 것처럼 손을 놔서는 안 된다. 마지막까지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17대 국회가 남은 기간 한미 FTA에 전념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한미 FTA와 관련해 어떤 처신을 했는지 머잖아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080620화] 일본 사회에는 지도자다운 지도자들이 없나 

 

  일본 문부과학성이 7월까지 완성할 중학교 사회교과의 신(新)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한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독도를 '우리나라 고유 영토'라고 쓰도록 지침을 정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이나 해설서에는 러시아와 영유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북방 4개 섬에 대한 내용은 있었지만 독도는 없었다. 일본의 민간 교과서 출판사들은 문부과학성의 지침을 참고로 해 교과서를 펴내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다케시마(일본이 독도에 붙인 이름)는 일본 영토'라고 쓰는 교과서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에도 그랬고 취임 후 3·1절 기념사에서도 "언제까지나 과거에 발목 잡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런 바탕에서 이 대통령과 후쿠다 일본 총리는 4월 21일 한일정상회담에서 '성숙한 동반자관계와 한일 신(新)시대'를 선언했다. 독도·교과서 왜곡 등으로 점철된 한일관계를 뒤로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한일관계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양국 정상이 이렇게 합의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일본은 다시 한국 국민을 걷어차 버렸다. 유명환 외교부장관은 19일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엄중히 항의했고, 일본대사는 "아직 방침이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양국 관계가 지겹도록 보아 온 과거 그 모습으로 고스란히 되돌아가 버렸다.

  독도는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영토다. 일본이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자기 땅이라고 가르친다 해서 한국 땅이 일본 땅이 될 리 없다. 일본이 독도를 무력 점거하겠다고 전쟁을 벌이지 않는 한 독도가 일본 땅이 될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다. 

  일본은 분명한 대한민국 땅인 독도를 '영토분쟁지대'인 것처럼 만들어 먼 훗날 국제사법재판소의 도마 위로 끌고가 심판받을 때를 대비해서 유리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은 분쟁의 당사국들이 다같이 국제사법재판소의 개입에 동의하는 경우로만 제한돼 있다. 대한민국이 왜 우리 영토인 독도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넘기겠는가. 그래서 지금 일본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고, 일본의 뱃속에 무슨 컴컴한 생각이 들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 가는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두 나라, 두 국민 간의 관계를 끊임없이 뒤엉키게 만드는 일본 행동을 보면서 일본 사회 각계에 과연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있는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일본 사회의 지도자들이 일본의 이런 백해무익한 행태에 스스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080520화] ‘조는 교육장’으로 전락한 존 스쿨 

 

  성 매수범에 대해 교육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해주는 존 스쿨 제도가 부실 운영되고 있다는 보도다. 존 스쿨의 교육현장을 취재해보니 강의시간에 꾸벅꾸벅 졸거나 휴대폰을 들고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 구석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 등 마치 옛날 예비군 교육장 같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성매매는 범죄다”라는 강사의 말에 피식 웃고, 점심시간에 “교육시키려 불렀으면 밥도 공짜로 줘야지”라고 말하는 등 교육생이 가져야 할 진지한 태도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존 스쿨은 2005년 5월 미국의 사례를 본떠 ‘선진국형’이라는 명분 아래 도입한 제도다. 성매수 초범에 한해 100만원가량의 벌금을 물리는 대신 하루 8시간 교육을 받도록 해 성매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그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무엇보다 존 스쿨을 이수하는 인원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5년 2200여명에서 2006년 1만2000여명, 2007년 1만4000명으로 늘었고, 올 들어선 1~3월에만 6204명이다. 이는 성매수를 하다 적발되는 남성 자체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성 매수범들이 벌금 대신 존 스쿨을 선택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뜻도 된다. 성 매수범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워하기보다 “재수없이 걸렸으니 적당히 시간만 때우자”는 식의 안일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에게 판에 박힌 설문지를 주고 “교육은 유익했다”는 식의 형식적인 답을 이끌어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존 스쿨이 유명무실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법무부 책임이다. 제도 시행 4년이 되도록 실효성 있는 교육프로그램조차 개발하지 못한 채 교육이수자 늘리기에만 급급해온 탓이다. 이제 8시간 교육으로 충분한지, 벌금형을 함께 부과할 필요는 없는지 법무부가 제도개선을 검토할 시점이다. 

 

 

[서울신문 사설-20080520화] 세계 최고 생활물가론 경쟁력 없다 

 

  한국의 생활물가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경쟁력연감 2008’에 따르면 한국은 생활비 지수 항목에서 122.4로 55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생활비 지수의 기준이 되는 미국 뉴욕(100)에서보다 상품, 서비스, 주거비를 20% 이상 비싸게 지불한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가격은 비싼데 서비스는 보통’인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세계 100대 도시 가운데 서울의 하루 식비는 202달러로 세계적 부호들의 휴양지인 몬테카를로 다음으로 비싸다. 휘발유값은 런던 다음으로 비싸고, 커피 값은 신흥공업국 중 최고라는 조사도 있다. 물가가 비싼 만큼 다른 여건이 좋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외국 문화에 대한 개방 정도, 노사 관계에 대한 평가, 기술분야 규제에서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여건이 취약한 데다 물가마저 비싼 나라가 손님을 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은 55개국 중 54위로 바닥권을 기록했다.

  아무리 정부가 ‘기업 프렌들리’를 외치며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려 한들 세계 최고수준의 생활물가로는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과 경쟁할 수 없다. 매력지수를 높이려면 물가의 거품부터 빼야 한다. 과도한 세금과 규제의 완화, 유통구조 개선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적극 강구할 것을 당부한다. 근면하고 성실한 국민성,IT기반 등 탄탄한 인프라가 합리적인 생활물가와 결합한다면 ‘아시아 금융·물류 허브’의 꿈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80520화] 민간지원 옥석 가리고 투명성 높여야

 

  정부가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사업을 전면 재정비하기로 해 주목된다. 3년 이상 연속해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은 단체 가운데 설립목적을 달성해 필요성이 줄어든 단체, 법적 근거 없이 관례상 지원하는 곳 등은 솎아내기로 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는 올 상반기 중 오는 2010년까지의 경비감축을 포함한 운영수지 개선방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시민단체도 경영원리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작은 정부’의 취지에 맞게 정부조직과 공기업의 통폐합ㆍ민영화에 이어 민간단체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지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정부의 민간지원사업은 현재 1,000여개 단체에 1,000억원 넘는 예산이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행정안전부를 제외하고는 어느 단체, 어느 사업에 들어가는지 부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지원사업이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비효율과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일부 시민단체의 경우 정부로부터 경비를 지원 받으면서도 오히려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시민을 위한다면서도 시민에게 불편을 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정부 사업을 위탁 받아 운영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물론 예산 사용내역도 갖추지 않아 나랏돈이 허투루 쓰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비효율과 낭비가 심한 이 같은 정부지원사업에 대한 수술은 이미 단행돼야 했었다. 그러나 민간시민단체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이해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고비용ㆍ저수익 민간사업에 대한 수술을 단행하기로 한 만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 작업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곤란하다. 

  경찰청이 이미 25개 시민단체를 불법단체로 규정해 논란을 빚고 있는 터인 만큼 철저히 경제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시민단체도 이번 정부의 보조금 개선작업을 계기로 각성해야 한다. 과연 설립취지에 맞게 올바르게 활동해왔는지 자문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생존전략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도덕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시민단체가 정부에 손을 내미는 것은 스스로 위신을 깎는 일이다.

 

 

* 오늘의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철호(논설위원)-20080520화)] 날림 공사

 

  31년간 아프리카 콩고의 독재자였던 모부투 전 대통령의 정식 이름은 ‘모부투 세세 세코 쿠쿠 응벤두 와 자 반가’다. ‘누구나 두려워하는 불패의 전사’라는 뜻이다. 그런 그는 백성들의 저항이 두려워 콩고강에 호화 바지선을 띄워놓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에게 이웃 르완다 대통령이 다급하게 구원병을 요청했다. 모부투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도로는 만들지 말아야 해. 반군들이 그 도로로 오는 거야. 난 30년간 단 하나의 도로를 건설한 적이 없어.”

  그는 외국 원조는 무조건 40%씩 떼내 자신이 차지했다. 1997년 쫓겨날 때 개인 재산만 60억 달러를 넘었다. 그가 세운 수도 킨샤사의 건물은 부실투성이다. 지난 2월 3일 발생한 규모 6.1의 지진에 45명이 죽고 수천 채의 가옥이 무너졌다. 벨기에 식민지 시절 세워진 건물만 멀쩡했다. 모부투가 자랑해 온 5층짜리 국회의사당조차 날림 공사로 드러났다. 최근 한국이 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대신 35층 규모의 새 의사당 건물을 짓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캐나다의 퀘벡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교량 중 하나다. 퀘벡 시내는 물론 멀리 몬트리올까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일품이다. 퀘벡교는 교각과 교각 사이의 가장 긴 경간이 549m로 여전히 세계 최장의 철교다. 그러나 이 영광된 기록이 비극을 불렀다. 1907년과 1916년, 두 차례 붕괴 사고로 모두 88명이 숨진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뒤늦게 부실 공사를 인정하고 공사를 중지시켰다. 설계 당시보다 2.5배의 철근을 더 투입한 뒤에야 겨우 완공했다.

  캐나다 건설협회 회원들은 무너진 퀘벡교 배지를 달고 다닌다고 한다. 퀘벡교 붕괴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붕괴 이후 캐나다 업체들의 교량 기술과 시공 능력은 크게 발전했다. 97년에는 힘을 모아 길이 11㎞로 세계에서 가장 긴 컨페더레이션교를 완성했다.

  최근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학교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보았다. 6898곳의 학교가 붕괴됐고 1900여 명의 학생이 매몰됐다는 소식이다. 어린 학생들의 시신이 발굴될 때마다 “날림 공사가 아이들을 죽였다”는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붕괴 현장에는 바닥 두께가 10㎝밖에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콘크리트 조각에선 겨우 연필 굵기의 철근들만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뒤늦게 “부실 시공으로 밝혀지면 엄벌하겠다”고 약속했다. 10여 년 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겪은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런 뜻에서 한국이나 중국 건설업체들이 캐나다를 본받았으면 싶다. 무너진 학교나 백화점 배지를 다는 운동부터 펼치면 어떨까. 

 

 

[한국경제신문 칼럼-다산칼럼/정규제(논설위원)-20080520화] 사이비과학, 촛불을 만날 때 

 

  과학은 곧 이성이며,객관적 실재에 부합한다는 것은 근대 이후 인류의 굳건한 신뢰다. 그래서 우주에 대한 거대 지식에서부터 유전자와 나노에 이르는 미세 지식에 이르기까지 일단 '과학'이라는 이름이 붙기만 하면 곧바로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과학은 종종 집단 히스테리의 좋은 시발점일 뿐이며 인간의 가장 허약한 감성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와 곧바로 미신화하는 속류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다가오는 몇날 며칠에 혜성이 지구를 스쳐가면서 인류의 종말이 닥칠 것'이라는 종말론적 교의들은 그 대부분이 과학이 만들어낸 용어를 적당히 짜깁기한 구성물에 불과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근대 과학의 용어를 얼기설기 엮어넣은 사이비 종교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루종일 알코올에 손을 씻어대는 의사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아는 그대로의 과학 중독일 뿐이다.

  과학의 객관성을 둘러싼 논란은 소위 '소칼의 사기극'을 정점으로 지난 90년대 미국에서 치열한 학문간 대립을 낳기도 했다. 당시 미국의 과학사회학계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논쟁은 '과학적 진리가 객관적인 것인가' 아니면 '과학자 그룹의 타협이나 합의에 불과한 것'인가를 둘러싸고 자연과학자들과 철학자들 간에 벌어졌던 논전을 말한다.

  과학 역시 상대적 지식일 뿐이라는 주장은 토머스 쿤 이후 한 동안 철학계를 풍미했던 논리였지만 문제는 유럽의 좌파 그룹들이 과학적 합리성과 근대성 자체를 전면 부정하면서 격화되었다. 수리물리학자였던 뉴욕대의 소칼 교수가 인문학자들의 무식을 폭로하는 소위 위조 논문을 쓰면서 논쟁은 정점으로 치달았고….

  과학자들이 대중의 찬사에 메말라 과장된 언어를 남발한 것인지, 대중이 집단광기에 매몰되면서 과학을 사이비 종교로 변질시켜간 것인지는 불명이지만 과학적 지식이 속류화하면서 심각한 오류와 독성을 풀어낸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의 유전학이 대중에게 오독(誤讀)되면서 결과적으로 심각한 우생학적 편견을 낳고 그것이 제국주의를 정당화했던 것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의 일이었다. 파스퇴르가 박테리아를 규명하면서 곧바로 전염병 보균자나 가난하고 불결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격리가 정당화되었던 것도 과학에 대한 맹신이 정치적 편견과 결합하면서 초래된 참담한 결과였다.

  심각한 결과는 역시 나치즘이었다. 온갖 사이비 과학들이 나치즘의 대중조작에 총동원되었다. 깨끗한 아리안족과 더러운 유대인이라는 구분법은 가장 참혹한 오류로 남게 되었다.

  유전자학과 바이러스와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 각종 과학적,역학적,동물학적 지식들이 한국의 청계천에서 대중들의 증오와 적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참여정부의 관변 학자들이 그동안 한껏 부채질해왔던 광우병 괴담이 TV등 좌파 매체를 타고 대중화하면서 급기야 집단 히스테리로 확산,전염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정부의 용역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던 학자들은 자기 발등을 찍었다고 하겠지만 이미 학자의 손을 떠나 대중의 히스테리로 증폭되어버린 것을 어찌하겠는가. 이것이 세계에서도 과학 예산을 가장 많이 쓴다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과학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여기에 '촛불 시위'라는 대중 동원의 정치미학적 소도구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터다. 촛불은 스스로를 정화하는 의식이요,상황을 선과 악의 대립으로 보는 것이며,순수와 타락을 가르면서 그 자체로 순교적 황홀감에 도취하게 만드는 종교적 소도구다. 청계천에 우리의 선한 이웃들과 여중고생이 그리 많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기자24시/황시영(정치부기자)-20080520화] 쇠고기와 교각살우의 추억  

 

  정부는 지난 18일 밤 마침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심야회의에서 '검역주권을 협정문에 명문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 달여를 끌어 온 쇠고기 파동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았던 정부 방침에 대전환이 이뤄졌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요지부동이었다. 천영세 민노당 원내대표는 19일 아침 "국민과 함께 끝까지 투쟁해서 재협상을 관철시키겠다"고 강경 목소리를 드높였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한ㆍ미 FTA 비준안 협의를 위한 청문회가 쇠고기 공방장으로 변질됐다. 통합민주당이 국익을 무시하면 역사에 큰 죄를 짓게 될 것"이라며 호소했으나 야당에게 'FTA'는 잊혀진 단어가 돼버린 듯 했다. 

  이제 17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며칠 남지 않았다. 여야가 특단의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한다면 한ㆍ미 FTA 비준안 처리는 다음 18대 국회가 맡아야 할 몫이 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쇠고기 파동을 보면 '소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훈이 새삼 떠오른다. 어찌 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문제에 매여 훗날 큰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야당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수입조건이며 이는 추후에도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한ㆍ미 FTA는 사정이 다르다. 한ㆍ미 FTA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미국 공화당 정권이 올해 말이면 민주당 정권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ㆍ 힐러리 등 한ㆍ미 FTA에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있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한ㆍ미 FTA는 한국에 불리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40여 년 이상 세계 개방경제의 혜택을 누려온 한국이 한ㆍ미 FTA로 인해 얻을 것이 더 많다면 한ㆍ미 FTA 처리의 최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쇠고기 파동을 정치화하는 동안 한ㆍ미 FTA라는 큰 국익은 요원한 거리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