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5월 21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5. 21. 16:16
 

2008년 5월 21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오늘의 사설

 

[한국일보 사설-20080521수] 정부가 자초한 공공기관 인사잡음

 

 정부가 무더기로 190여 곳의 공공기관 수장과 감사 등의 사표를 받아놓고 뒷감당을 하지 못해 국정 혼선과 경영 차질을 자초하는 인상이다. 공공기관장 공모의 기준과 원칙이 정부 당국자마다 다르고, 소위 ‘실세’들의 청탁과 압력도 갈수록 기승을 부려 오락가락하는 인사가 더욱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고소영’ ‘강부자’ 논란을 부른 장관 및 청와대 수석 인사에서 보듯, 인적 자원의 한계와 선정 잣대의 부실함을 드러낸 새 정부의 과잉의욕이 실로 걱정된다.

  청와대 인사 당국자는 최근 “실세를 통해 로비하고 줄대는 사람들 때문에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이런 상황을 보고하고 직ㆍ간접으로 인사청탁을 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탈락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청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할 정도니, ‘10년 권력공백’을 보상 받고 대선 때의 논공행상을 요구하는 행태가 얼마나 요지경인지는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래서 인사청탁자를 우선 배제하겠다는 경고도 의문스럽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근본적 책임은 치밀한 각본도 없이 ‘이념 검열’식으로 무차별 사표를 강요하고 재신임의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린 정부에 있다. 민영화ㆍ통폐합ㆍ구조조정 등 공공기관 개혁작업의 시작단계에서 경영진의 사표부터 받고 보니 한 달 이상 업무가 마비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경영진이 없거나 위치가 불안하니 신규 채용이나 새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게 당연하다.

  보다 큰 문제는 ‘민간기업 CEO 출신을 우대하라’는 대통령의 지침으로 인해 부처마다 딴소리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장관은 “민간이든 관료든 관계없이 능력이 인선의 제1 원칙”이라고 말하고, 다른 장관은 “공모는 민간에게 프리미엄을 주겠다는 취지”라고 답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도통 알 수 없다. 갈팡질팡하는 인사원칙이 초래하는 가장 큰 폐해는 뜻을 가진 유능한 인사들의 의지를 꺾는 점이다. 정부는 “인사 뚜껑이 열리면 의외의 결과가 많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식의 인사혼선 때문에 이미 빛이 바랬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521수] 대운하, 꼼수 쓰지 말고 백지화하라 

 

  오락가락하던 대운하 구상이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다. 물류와 경제성 개념에서, 물 관리 및 이용 개념으로 강조점이 바뀌고 있다. 산을 뚫고 갑문을 만들고 둑을 높여 화물선이 오가도록 하지 않고, 준설과 강안 개선 작업을 통해 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정부 안에서 물 관리 개념으로 의견이 돌아서기 시작한 것은 제법 됐다. 공약을 파기하면 정권의 신뢰성이 추락하고, 강행하면 정권의 안위가 위태로워지니, 내색을 못했을 뿐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3월 말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고 발언한 뒤 대운하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대운하 전도사라는 추부길 청와대 비서관은 4월 말 “치수 및 수질 문제로 강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물 관리 측면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이달 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운하는 운하가 아닌 수로”라고 개념을 바꿨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역시 “물의 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근들은 이 사업을 4대 강 정비 차원이라고 둘러대기도 했다. 이것만 보면 논의는 일단락된 듯하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미련은 여전히 크다고 한다. 게다가 연평균 7% 성장과 일자리 300만개 약속이 공수표가 되어가는 형국에서,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드는 대운하는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다. 그러니 여론의 저항이 줄면, 하천 정비사업을 즉각 대운하 사업으로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천 정비사업은 특별법도 필요 없는 만큼, 정치권과 여론의 저항을 피하며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여기에 정부는 최근 대운하 준비를 총괄했던 국책사업지원단까지 부활시켰다. 꼼수의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정비사업의 방향도 문제다. 이들이 모범으로 꼽는 한강 정비사업은 실패 사례의 전형으로 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서 한강의 콘크리트 호안을 철거해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물류가 아니라 물 관리로의 전환이 꼼수가 아니기를 빈다. 꼼수가 아니라면, 먼저 대운하 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 그런 뒤 한강 사업을 타산지석 삼아 4대강 정비 계획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세워야 한다. 시작부터 서두른다면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사설-20080521수] PD저널리즘의 무책임성 보여준 PD수첩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방영된 MBC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에 대해 일부 정정 보도문을 방영하라고 직권 결정했다. 중재위에 따르면 ‘주저앉는 소’ 동영상은 미국 동물보호단체가 만든 동물 학대 고발용이었는데도 PD수첩은 광우병 의심증세로 사망한 미국 여성과 함께 내보냈다. PD수첩은 미국 여성과의 인터뷰 내용을 오역해 인간광우병 의심 증상으로 숨졌다고 소개했고, 미 농무부가 인간광우병이 아니라고 발표한 내용은 밝히지도 않았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한 달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괴담(怪談)의 진원지나 다름없다. 이번에 중재위가 정정을 결정한 ‘주저앉는 소’ 동영상이나 ‘한국인이 특정 유전자형 때문에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는 광우병 공포를 급속하게 확산시켰다. 

  방송국 PD들이 보도의 영역에 진입한 PD저널리즘은 한 가지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취재 방식으로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같은 특종을 터뜨려 때론 호평도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도된 결론에 꿰맞추는 듯한 보도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을 협박하고 몰래카메라로 인터뷰 내용을 녹취하는 불법적 취재 관행도 드러났다. KBS1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의 중금속 황토팩 보도는 정정 및 반론 보도 결정을 받았다.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내부 검증시스템이 취약한 것도 문제다. 기자들의 경우 여러 단계에서 검증(게이트 키핑) 과정을 거치지만 PD저널리즘은 PD 1, 2명과 작가 1∼3명으로 이루어진 팀 안에서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결론을 정해 놓고 ‘팩트(사실)’를 짜깁기한 보도의 전형을 보여준다. 조원철 부장판사는 “PD수첩의 보도가 국론이 분열될 정도의 사안이어서 중재부가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직권조정을 했다”고 말했다. MBC와 PD수첩 제작진은 오류와 과장이 명백하게 드러난 만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80521수] MBC 'PD수첩', 온 나라에 불지르고 시침 떼선 안 돼 

 

  언론중재위원회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지도 못하는 소를 도살장으로 끌고 가는 화면(畵面)과 실제 광우병으로 죽었다는 20대 미국 여성을 등장시킴으로써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국민 공포를 불러일으켜 전국적 시위의 도화선을 만들었던 MBC 'PD수첩' 내용의 핵심 두 가지가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MBC에 대해 이를 시청자에게 알리는 보도문을 내보내도록 결정했다. 언론중재위가 결정한 보도문은 "소가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는 것이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는 아니다" "PD수첩 보도 안의 미국 여자 사망 원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니라고 미국 농무부가 중간발표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방영된 MBC 'PD수첩'은 프로 시작과 함께 공포스런 영상과 충격적 사례를 10분도 넘게 계속 내보내 어린 학생은 물론 나이 지긋한 어른에게까지 '미국소=광우병'이라는 인식과 두려움을 심어줬다. 전국의 거리에 쏟아져 나와 촛불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PD수첩'의 그 화면들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이제 보니 MBC 'PD수첩'의 그 핵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PD수첩'의 비(非)과학성은 방송 직후부터 논란이 됐다. 주저앉은 소, 이른바 '다우너(downer) 소'의 증상은 광우병 말고도 대사장애, 골절, 질병에 따른 쇠약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일어나는 것이지 그것이 바로 광우병만의 대표증상이 아니다. 그러나 'PD수첩'은 주저앉은 소가 '광우병 소'인 것처럼 묘사했다. 20대 여성 사망 원인은 조사가 진행 중이며 중간조사 결과론 광우병 때문이 아니라는데도 그 여자의 사망 원인을 광우병으로 몰아갔다. PD수첩의 또 다른 핵심 주장이었던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논문의 저자가 "특정유전자 하나만으로 인간광우병에 걸린다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부인했다.

  'PD수첩'은 부정확한 방송 내용이 여기저기서 지적되고 언론중재위에 회부되자 뒤늦게 지난 13일 미국산 쇠고기 제2편 끝부분에서 미국 여성 사망 원인에 대한 미국 농무부 발표를 전하고 "다우너 소가 전부 광우병에 걸린 것은 아니다"며 마지못해 인정했다. 온 나라에 불을 지르고는 불지른 성냥개비를 슬쩍 감춰버리며 시침을 떼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그런데도 MBC는 "이미 지난번 방송한 내용이라 (언론중재위 결정에) 따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MBC는 시인할 건 시인하고 사과할 건 사과할 줄 아는 언론의 기초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080521수] ‘쇠고기 추가 협의’ 근본대책 아니다 

 

  정부가 미국과 쇠고기 추가 협의를 벌여 검역주권을 확보하고, 수입금지되는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추가하는 내용의 서한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잘못된 쇠고기 협상을 뒤늦게나마 보완하려 한 노력은 평가받아야겠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을 보면 졸속협상과 국민의 ‘쇠고기 불안’에 대한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통상교섭본부장과 미 무역대표부 대표의 서한을 통해 추가 협의된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 조항에 근거한 검역주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것으로 검역주권이 확보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제법에 근거한 일반적 권리를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이를 근거로 즉각 수입중단을 하기도 어렵다. “광우병이 발생하면 우선 양국이 조사활동을 벌이고, 그래도 광우병 우려가 지속되고 ‘국민건강이 위협을 받을 경우’ 수입중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따라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지위를 낮추지 않는 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도록 한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5조를 그대로 놔둔 채 이러한 내용의 서한 교환만으로 검역주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로 미 식품의약국(FDA) 등 미국 내부 규정상 SRM에 포함돼 있지만 합의문의 수입금지 품목에서는 빠져 있던 척추뼈 일부를 금지 대상에 추가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조치다.

  추가 협의로 검역주권을 확보했다는 정부의 주장도 인정하기 어렵지만, 기존 쇠고기 협상의 문제 조항인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 월령 표시 품목 및 기간 제한, 수출작업장 승인권을 미국에 내준 것 등에 대해서는 협의가 아예 없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추가협의가 재협상에 준하는 내용”이라고 말했지만 실상과 너무 다른 얘기다. 정부는 졸속협상을 바로잡아 국민의 ‘쇠고기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 대신 어떻게든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미봉하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국민적 저항을 자초할 뿐이다. 

 

 

[서울신문 사설-20080521수] 우열반 논란 수준별 수업으로 풀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엊그제 고교에서 음성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성적기준 우열반 편성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인권위는 국어, 영어, 수학성적을 기준으로 1년 단위로 성적 우수자반을 운영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원도 10개 고교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인권위는 성적을 기준으로 분리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박탈감과 열등감을 안겨준다면서 강원도 교육청에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도 주문했다.

  현행 고교평준화 체제에서는 우열반 편성이 금지돼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나 처지는 학생이나 한반에서 수업을 받는다. 성적으로 반을 가르다 보면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신 교육당국은 특정 교과목에 한해 수준별 이동수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과목별이 아닌 총점으로 반을 나누어 전과목 수업을 하는 등 사실상 우열반수업을 운영해 왔다. 이런 ‘위장우열반’ 편성은 교육부가 얼마전 발표한 학교자율화 방안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화 방안에는 0교시 및 심야·보충수업, 학원강사의 방과후 수업 허용 등 수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의 이번 조치는 학교자율화를 둘러싼 우열반 논란에 적절한 균형점을 잡아준 것으로 평가된다. 아무리 고교평준화라 하더라도 학생들의 능력에 따른 학업성취도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교육현장에서 차이는 인정되어야지만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춘기 청소년들에겐 더욱 그렇다. 우열반 수업은 학생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준다. 일선 교사들은 수준별 수업을 효율적으로 실시,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고교평준화의 틀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예외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521수] 한·미 FTA 비준 아직도 늦지않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어제 청와대 회동은 결국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한 이견만 드러낸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사실상 17대 국회의 한ㆍ미FTA 비준(批准)은 물건너 간 셈이다.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한ㆍ미FTA 국회 비준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온 쇠고기 문제가 실질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제 발표된 한ㆍ미간 추가협의 결과는 광우병 발생시 우리 측의 검역주권 행사를 명문화하고,논란이 되고 있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를 수입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수입위생조건의 일부를 개정키로 한 내용이다. 냉정히 생각하면 이만한 결과물을 얻어낸 것 자체가 재협상과 다름없는 성과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검역주권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줄곧 주장해온 검역주권의 해결책이 마련됐다면,한ㆍ미FTA 비준을 거부할 명분은 사실 없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FTA 비준을 외면하는 것은 국익은 도외시한 채 쇠고기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야당이 요구하는 재협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ㆍ미FTA는 처음부터 국익(國益)을 위해 추진되고 결정됐던 일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국회가 바뀌더라도 흔들릴 수 없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이번 임시국회는 한ㆍ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마당에 쇠고기 문제를 걸고 나와 FTA 비준을 미루는 것은 앞뒤가 한참 바뀐 것이다. 더 이상 FTA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17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가 이제 며칠 안남았지만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여야가 대타협을 통해 한ㆍ미FTA 비준동의안만이라도 우선 처리하는 것이 책임있는 국회의 자세다. 어제 손학규 대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야당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려면 한ㆍ미FTA 문제부터 처리하는 게 성숙한 야당의 모습을 보이는 첫걸음일 것이다.

 

 

* 오늘의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조현욱(논설위원)-20080521수] 위작 논란 [중앙일보]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나의 작품 중에는 가짜가 더 많다.”

  중국의 인민예술가 제백석(齊白石·1864~1957)이 인장으로 새겨 자신의 작품에 날인한 문구다. 그는 또 “눈이 있다면 마땅히 작품의 진위를 알아야 한다”는 인장을 새겨 찍기도 했다. 이뿐이 아니다. 그는 평소 자신의 작품을 구입한 사람과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구매자가 외국에서 전시회를 열어 자신의 위작을 팔 경우 그 신용도를 높이는 데 이용되는 것을 경계한 탓이다. 이처럼 조심한 것은 동양화의 경우 위작이 특히 많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그림을 배우는 방법이 베끼기에서 시작한다는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 원본 위에 얇은 종이를 놓고 그대로 베끼는 것을 모사(模寫), 원본을 눈으로 보고 그대로 그리는 것을 임사(臨寫)라고 한다. 임모(臨模)를 기본으로 하다 보니 숙달되기 마련이고, 재능이 뛰어난 작가는 원작과 구별하기 힘든 작품을 그릴 수 있게 된다. 대가의 경우 당대에 이미 임모본이나 위조품이 풍부하게 만들어진다. 여기에 후대에 돈을 노리고 만든 위작까지 가세하면 가짜의 숫자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중국 상하이박물관의 소장품 80여만 점 중 전문가들의 감정을 거쳐 등급이 매겨진 문화재는 12만 점. 나머지 70여만 점은 진위가 의심되거나 위작으로 판정된 이른바 참고품이다. 중국의 대표적 박물관이 이럴진대 군소 박물관이나 민간 소장품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임모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조선의 그림들은 어떨까. 여기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있다. 2005년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일컬어지는 원로 기업가 이회림씨가 단원(檀園) 김홍도의 ‘신선도’와 오원(吾園) 장승업의 ‘화조도’ 등 50여 년간 모은 수백억원대의 미술품 8450점을 인천시에 기증한 바 있다. 하지만 감정 결과 절반가량이 진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최근엔 서화감정 전문가 이동천씨의 책 『진상-미술품 진위감정의 비밀』이 고미술 감정에 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책은 1000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보물 585호)를 비롯한 조선시대 유명 서화 수백 점이 위작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학계와 고미술계는 “상대할 가치가 없다”며 외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씨는 중국의 대표적 서화감정가 양런카이(楊仁愷)의 수제자인 데다 중국 유일의 국립미술대학인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감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약력란에 ‘한국 유일의 미술품 감정학자’라고 써놓은 그의 주장과 정면으로 맞붙는 전문가들을 보고 싶다. 위작 논쟁은 미술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인사이드/한숭희(서울대 교수)-20080521수] 광우병과 한국교육의 공통점  

 

  10대들이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으로 나왔다. 그 무대 위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미친 소 안 돼, 미친 교육 안 돼." 어느 신문은 이것을 10대들의 쇠고기 반란이라고 했다. 하지만 촛불을 든 아이들 얼굴 하나 하나를 보면서 나는 그걸 교육 반란이라고 생각했다. 

  미친 소와 미친 교육은 공통점이 많다. 광우병이 소의 뇌를 손상시키는 것처럼 미친 교육도 우리 아이들의 뇌를 무력하게 만든다. 광우병이 소의 생태를 거스르는 동물성 사료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처럼 미친 교육도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발달생태를 거스르며 사육하므로 생긴 결과다. 

 

  ◆현 교육체계는 뇌의 고문 

 

  = 뇌에 구멍이 나 울부짖는 소의 모습 위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뇌를 고문당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체벌이나 집단따돌림보다 더 심각한 학교의 인권침해는 다름아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뇌의 고문이다. 하루 15시간 좁고 딱딱한 공간에 갇혀 살인적인 중노동에 시달린다. 

  샌드위치 많이 먹기 대회를 본 적이 있다. 미련한 일이지만 상을 타기 위해 필사적으로 입에 구겨 넣는다. 그리고 돌아서면 다 토해버린다. 위가 얼마나 학대를 받을까 생각하면 몸서리치어진다. 비유하자면 우리나라 아이들의 뇌가 그 지경이다. 우리의 교육은 마치 무자비한 지식 먹기 경진대회 같은 것이다. 돌아서면 토해버린다. 그리고 뇌는 그만큼 상처를 받는다. 

  지식의 생명이 채 5년도 안 되는 요즈음 초ㆍ중등학교 아이들에게 낡아빠진 지식을 우겨넣어 먹도록 만들고, 그 결과로 평생토록 더 이상 학습 안 해도 살 수 있는 학력이라는 권력을 손에 쥐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지식경제에서 진정한 경쟁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그 결과가 왕성한 역량으로 전환될 수 있는 지식-학습생태를 만드는 것이다. 교육은 결코 30개월 미만의 살진 소를 만들어 잡아먹는 일이 아니다. 

  누구나 지금의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감히 나서서 '미친 교육 더 이상 안 돼'라고 말할 용기가 없다. 그래서 10대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누가 이 거대한 바퀴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모두가 방관자들이다. 광우병에 걸릴 걸 알면서도 조금 더 젖을 짜기 위해 동물성 사료 주기를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자녀들이 미쳐가는 걸 알면서도 알량한 대학입시 때문에 미친 수레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곧바로 내 자녀들의 몫이다. 

  이걸 나는 '지성에 대한 테러'라고 부르고 싶다. 이건 성폭력만큼이나 무서운, 그러나 제도화된 폭력이다. 당신 아이는 지금 학교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가? 교육자들은 도대체 교육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초ㆍ중등학교의 목적은 국가가 정한 일정 수준의 학습에 '모든 학생들'이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서비스하는 일이다. 마치 서울에서 부산까지 승객을 안전하게 모시는 KTX와 같다고 보면 된다. 상대평가와 석차라는 미신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대전이나 대구쯤에서 마구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또한 자기파괴적 학습이 일상화되도록 조장해서도 안 된다. 학교의 책임은 그런 것이다. 

  참교육은 내용이 아니라 질문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믿는다. 질문은 삶이 지혜를 향하도록 만드는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오래된 속담에 말을 물가로 끌고 올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하는 일은 간단하다. 목마르게 하면 된다. 질문은 학습에 목마르도록 하는 일이며 답을 갈구하도록 하는 일이다. 

 

  ◆질문을 가르치는 것이 참교육 

 

  =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교육은 의미 있는 질문을 주는 것이다. 그 답은 아이들이 찾도록 해야 한다. 당신 아이의 학교는 당신 자녀에게 얼마나 아름답고 의미 있는 질문들을 선물해 주고 있는가? 아니면 입을 강제로 벌려서 물을 퍼 넣고 있는가? 적어도 교육문제만큼은 쇠고기 협상처럼 본질을 은폐한 채 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하지 않았으면 한다. '교육철학이 없는 것이 새 정부의 교육철학'이라는 인상을 불식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하게 교육 청사진을 드러내고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는 솔직함이 필요하다. 

 

 

[서울경제신문 칼럼-특파원 칼럼/권구찬(뉴욕특파원)-20080521수] 검은 머리 외국인 이제 그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나흘 전인 지난 2월21일 BBK 특별검사팀이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재미교포 사회가 발끈한 적이 있다. 특검팀이 BBK사건을 ‘검은 머리 외국인’에 대한민국이 우롱당한 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검은 머리 외국인’은 김경준씨 한 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 전체를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고 이 말 자체 또한 교포를 비하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탓이다. 

재미교포들은 비단 특검 발표에서 모멸감만 느낀 것은 아니다. 같은 핏줄인 데도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방인으로 부른 것에 대해 몹시 서운해 했다. 이질적 문화가 용광로처럼 녹아 있는 미국 사회에 정착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국 특유의 배타성과 차별의식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국제화시대에 동떨어진 후진적 문화의 한 단면이 새삼 드러났다고 개탄한 교민도 있었다.

  물론 미국 국적을 가지고 한국에서의 의무를 다한 사람과 동일하게 대우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 지난주 뉴욕타임스(NYT)는 젊은이들의 이공계 진학 기피로 국가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일본의 실상을 전하면서 일본 기업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20년간 지속된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외국인 인력 고용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은 차라리 인력난을 겪을지언정 외국인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정서가 강하다고 꼬집었다. 일부 기업은 일본 내 이런 폐쇄적 기업문화를 피해 인도와 베트남으로 기술개발센터를 이전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조금 일찍부터 경험했기에 NYT의 지적은 매우 시사적이다. 언제부터인가 교포에게조차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금을 긋는 식이라면 앞으로 일본 짝이 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한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거나 채용의 문을 해외에서 두드린 외국인 특히 우리보다 조금 못사는 나라에서 온 엔지니어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같은 대우를 해줄 자세가 돼 있을까. 앞으로 한국에 귀화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 ‘노란 머리 한국인’ ‘검은 피부 한국인’이라는 말이 생기지 않을까.

  우리도 이제 단일 민족의 사회를 벗어나 다민족ㆍ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다. 더 이상 피부와 머리 색깔로 인종을 구분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