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4월 28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4. 29. 01:03
 

2008년 4월 28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오늘의 사설

 

[한국일보 사설-20080428월]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발표만 하면 그만?

 

  이틀 전 한국교육학회 주최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과제와 방향’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새삼 학술 세미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고교 교육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육 정책에서 따져 보아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일부 학자들은 자율형 사립고가 외국어고나 현재의 자립형 사립고처럼 입시 위주 교육으로 흐르는 부작용을 막으려면 학생을 선발할 때 선지원 후추첨제를 실시하고, 전국 단위 모집은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가 대통령 임기 안에 자율형 사립고 100곳을 설립하겠다는 목표만 던져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런 초보적인 수준의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를 포함해 정부가 추진 중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심하게 말하면 아직도 거의 아이디어 수준이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학술대회보다 이틀 전, 기숙형 공립고 88곳과 마이스터고 20곳을 금년 안으로 지정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들 학교에 지원할 예산만 모두 4,900억 원이다. 그러나 기숙형 공립고의 경우 운영지역인 농어촌과 중소도시의 학생 인구가 너무 적어 전체 목표 150곳을 채울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  

  마이스터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문계고 학생들은 전문대나 일반 대학까지 마쳐야 그나마 어지간한 직장을 얻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마이스터고만 졸업했을 때 취업에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이런 의문에 대한 답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여러 문제 제기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나 의견 수렴은 없이 조급하게 집행 계획만 발표해대니 걱정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교)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이다. 자꾸 이런 식으로 가면 정부가 내세운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강화라는 목표는 점점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428월] 남북 모두 신뢰 쌓기가 우선이다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연락사무소 제안을 거부하고 나옴으로써 남북관계는 앞으로도 한동안 경색국면을 면치 못하게 됐다. 북한은 이 대통령이 지난 17일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밝혔던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에 대해 그제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는 요술은 걷어치워야 한다’는 <로동신문>의 논평을 통해 거부의사를 분명히했다. 신문은 이 대통령의 제안은 “북남관계 악화의 책임을 회피하며 여론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얕은 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일자 무식쟁이’, ‘정치 몽유병환자’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새 정권 등장 이래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우리로서는 북한의 이런 대응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남쪽의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에 부정적이었던 북쪽의 태도에 비춰볼 때 제의 거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추후 대화의 상대가 될 수밖에 없는 남쪽 지도자에 대한 폭언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북쪽은 남북 사이의 최소한의 신뢰 유지를 위해서라도 품위있게 처신하기 바란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끌고 온 데는 남쪽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할 수밖에 없다.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만 해도 그렇다. 북쪽의 말대로 남쪽의 연락사무소 제안은 처음이 아니다.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 따라 남북대화 실무기구 성격의 연락사무소가 설치된 적이 있고,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 뒤에도 여러 차례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이 있었다. 그 때마다 북쪽은 국가 사이가 아니라 “민족 내부간 특수관계인 남북간에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거절해 왔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제안이 나왔을 때부터 북쪽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다. 집권 이래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경협이 없다는 등의 강경론만 펼치던 남쪽이 첫 공식대화 제안으로 연락사무소를 들고 나온 것을 북쪽이 진정성 있는 제안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남북 관계의 경색된 국면을 풀어 나가려면 남북 양쪽의 신뢰 양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소한 남쪽은 조건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진정한 대화의지를 보이고, 북쪽은 쓸 데 없는 강경발언으로 남쪽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080428월] 공무원이 뛰어 1300억 투자 따낸 東海市 

 

  농어업 의존도가 높은 강원 동해시가 LS전선의 첨단 해저 전력케이블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 규모 1300억 원으로 정상 가동되면 케이블 공장 200명, 4∼5개 계열사 500명 등 총 700여 명이 새 일자리를 얻는다. 이는 이 지역의 일자리이자 우리나라의 일자리다. 이 일자리가 경제의 성장(成長)이자 분배(分配)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이 프로젝트 유치 경쟁을 벌였다. 동해시 공무원들은 LS전선이 적기(適期)에 신속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공장입지(立地) 후보지 땅주인 70명을 한 달간 열심히 찾아다니며 보상 문제를 매듭지었다. 강원도와 동해시는 LS전선의 투자를 따내기 위해 공단개발계획 수립부터 건축허가까지 통상 2년이 걸리는 과정을 3개월에 마무리해줬다. 덕분에 LS전선은 내년 5월이면 생산에 들어간다. 이런 것이 지역과 기업의 상생(相生)이다. 

  공장이 들어설 35만 m² 규모의 송정산업단지는 9년 전에도 물류유통센터로 지정됐으나 투자 유치가 부진해 2004년 실효(失效)됐다. 이후에도 공장 유치가 잘 안돼 주민이 “재산권 행사만 어려워졌다”고 불평하던 곳이다. 생각을 바꾸면 지역이 바뀐다는 사실을 동해시 공무원들과 시민들은 입증했다. 

  전국의 혁신도시 대상 지자체와 주민들도 동해시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시작한 일이지만 중앙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공기업 강제이전에 의존하는 지역발전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혁신도시사업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해당 지자체는 불안해하면서 반발 조짐을 보이고, 일부 정치권이 편승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떡을 나눠주는 방식의 지역발전 전략으로 성공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재계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 과거 정부 때처럼 ‘대통령 체면 살려주기’ 성격의 ‘뻥튀기 투자약속’은 사라져야 한다. 다행히 올해 30대 그룹이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1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라 하니 정부는 ‘규제혁파’ 약속을 실행해 투자확대 분위기가 확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80428월] 연구기관장 '물갈이'는 과학기술에 대한 무례(無禮)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기초과학 분야 정부 출연 연구소 기관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을 비롯한 산업기술 분야 연구기관장들도 곧 사표를 낼 것이라고 한다. 공기업·공공기관장들에 대한 정부의 '물갈이' 시도가 과학·기술 분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장까지 물갈이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놓고 '코드 인사'를 했던 노무현 정부도 연구기관장들 일괄 사표는 받지 않았다.

  과학·기술 연구소 책임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전공 분야 연구에 평생을 바친 전문가들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명승 원장의 경우 1984년 원자력연구소 연구원으로 들어와 24년간 근무하면서 핵연료개발부장, 건식(乾式)공정핵연료기술개발부장을 지낸 핵연료 분야 전문가다. 작년 11월 원장에 선임된 지 이제 6개월밖에 안 됐다. KIST 금동화 원장도 1985년부터 책임연구원·부원장을 지내다 2006년 원장으로 선임됐다. 연구기관장 중에는 내부 승진한 경우가 많다. '낙하산'도 아니고, 전(前) 정권과 이념과 코드가 맞아서 원장이 됐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연구기관장에게 사표를 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순리(順理)가 아니다. 정부는 "무조건 교체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재신임을 받으라는 뜻"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과학·기술에 대한 무지(無知)와 무례(無禮)를 드러내는 것이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연구원들이 다른 데 눈 돌리지 않고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연구실과 실험실 불을 밝히고 있을 때 '과학 입국(立國)' '기술 입국'의 꿈도 이뤄질 수 있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나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새해를 맞거나 유명 국가 과학자의 생일날엔 그 과학자의 자택을 방문해 국가에 대한 기여를 감사하고, TV를 통해 이 장면이 나라 전체에 소개된다. 정부가 과학자들에게 이런 대접은 못한다 해도, 정권이 바뀌었다 해서 일괄 사표나 내라 하면 과학 입국은 100년이 가도 무망(無望)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20080428월] 원전 30년, 다시 원자력 발전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10여 년간 큰 변동이 없었다. 안정된 전기 값은 국제 원자재 충격에 대한 완충 기능을 단단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우리 전기요금은 ㎾h당 77.85원으로 일본(123.78원)이나 미국(82.27원)에 비해 낮다. 이 모든 비결이 원자력 발전에 숨어있다. 연료별 전력 생산비용은 석유의 경우 원전의 약 3배, LNG는 4배 이상이다. 지난해 LNG로만 전력을 생산했다면 우리는 생돈 110억 달러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국제 우라늄 값도 10년 전에 비해 13배 뛰었다. 하지만 원전의 경우 발전원가에서 우라늄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다. 석탄이나 유류 비용이 70%나 되는 화력발전소와 다르다. 환경론자들의 위협처럼 우라늄도 언젠가 화석연료처럼 수명을 다할 수 있다. 그러나 1500만t의 세계 우라늄 매장량은 향후 230여 년간 사용하고도 충분한 양이다. 현재로선 자원 빈국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기댈 수 있는 에너지원은 원전이다.

  1978년 4월 29일, 우리나라의 고리1호 원전이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내일로 꼭 원전 역사 30주년이 된다. 우리는 80~90년대 집중적으로 원전 건설에 나서 2002년까지 18기의 원자로를 가동했다. 90년에는 국내 총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한 비중이 49%를 넘어섰다. 그러나 그 이후 원전의 수난 시대가 시작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의 원전 정책은 명백히 후퇴했다. 특히 노 정부는 환경단체들의 반발에 속절없이 물러났다. 정부 스스로 2015년 34.6%로 잡았던 원전 비중 계획을 30.9%로 깎아버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우리의 원전 비중은 35.4%로, 환경 선진국인 프랑스(78%)나 스웨덴(52%)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5년간 한국은 세계 흐름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 시기에 미국은 32년 만에 다시 원전을 건설하고, 중국은 무려 30기의 원자로를 무더기로 발주했다. 국제유가가 들썩이자 일본의 도시바는 2배의 웃돈을 주고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곤욕을 치른 유럽, 그중에도 환경 천국이라는 핀란드마저 원전 건설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에너지 자급률이 3%인 한국만 터무니없는 여유를 부린 것이다.

  이제 원전은 우리의 생존 수단이다. 원유나 석탄은 자원 빈국을 위협하는 치명적 무기가 돼버렸다. 바이오 연료나 풍력·태양광 발전 같은 대체 에너지는 아직 비싸고 갈 길이 멀다. 현실적으로 원전을 빼고는 대안을 찾기 힘들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화석(연료) 발전에 집착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원자력 비중을 높여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백번 맞는 말이다. 정부는 원전 확대 쪽으로 에너지 정책을 다시 손질해야 할 것이다. 

  환경론자들도 원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동안 원자력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당초 30년으로 설계된 고리1호기는 유지·보수 기술에 힘입어 다시 10년간 재가동에 들어갔다. 우리 공동체는 또 주민투표를 통해 핵폐기물 처리장을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제 우리 환경단체들도 원전 무조건 반대라는 극단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요즘 선진국 환경단체들도 대안 없는 비판을 접고 불편하더라도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대세다. 무리한 환경 일방주의는 곤란하다. 언제까지 중동 지역 석유에 목을 매고 노예로 끌려다닐 수 없지 않은가.

 

 

[서울신문 사설-20080428월] 불심검문 불응 처벌하겠다는 발상 

 

  경찰이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는 시민에 대해 벌금과 구류, 과료 등의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현행범이나 범죄를 저지르려 하는 상당한 의심이 드는 자에 한해 신원 확인을 할 수 있다. 신원 확인에는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불심검문은 물론 임의동행의 경우에도 불응하면 처벌할 수 없다. 사실 현행법마저 ‘상당한 의심’이라는 모호한 규정으로 자의적인 불심검문이 가능하도록 해놓아 위헌적 요소가 있는데 거기에 불응에 따른 처벌 규정까지 만들겠다니 독재시대 경찰로 되돌아가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 많은 시민은 반체제 인사 색출 등을 이유로 거리에서 불심검문이란 반인권적 행위에 시달렸다. 영장도 없는 불법 연행도 다반사로 저질러졌다. 민주화 이전 세대 가운데는 경찰만 보면 잘못한 일도 없는데 가슴이 뛰는 경험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범죄자 검거율을 높이려고 시민들을 잠재적 범인 취급하려는 것은 인권을 도외시한 경찰의 편의만을 위한 구시대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2004년에도 같은 내용으로 법개정을 추진하다 위헌 논란에 포기한 적이 있다.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 들어 경찰은 백골단 부활 같은 코드 맞추기 식 행정으로 뒷걸음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경찰이 헌법을 해석할 능력이나 자신이 없으면 “불심검문에 불응한 것은 무죄”라는 2003년 법원 판결이라도 찾아보길 바란다.

 

 

* 오늘의 칼럼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080428월] 식량 

  

  지구촌이 배를 곯고 있다. 먹을 것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37개국이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아이티 등에서는 식량 때문에 폭동이 일어났다. 기후변화에 따라 곡물 수확량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개도국에서는 곡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바이오연료 생산 확대는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자 곡물을 수출하던 나라들도 곳간 문을 잠그고 있다. 지구촌 인심이 급속도로 사나워지고 있다. 

  음식은 곧 생명이다. 삶의 바탕이며 힘의 원천이다. 음식은 하늘의 축복과 땅의 자비, 그리고 농부의 지혜가 스며든 실로 위대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은혜롭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을 앞에 두고 두 손을 모은다. 그러나 어느때부터인지 음식에 대한 경외심이 엷어졌다. 현대인들은 너무 많이 먹고 마신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하루 두 끼만을 먹었다. 점심은 먹기도 하고 거르기도 했다. 점심(點心)이란 글자 그대로 ‘마음에 점 하나 찍는’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먹어 탈이다. 지구의 한 쪽에서는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살을 빼느라 야단이다.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을 받던 바이오연료가 최근에는 식량 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바이오연료는 옥수수 같은 곡물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만들어진다.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곡물은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동차의 아가리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그러자 식량 가격은 폭등하였고, 너도나도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심기 시작했다. 이제 바이오연료 생산 자체가 인류의 재앙이라고 독설을 뱉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연은 옥수수를 익히기 위해 모든 것을 허락하였지만 정작 그 옥수수는 가난한 사람들의 뱃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기계문명에 바쳐지고 있다. 이는 신의 섭리가 아닐 것이다. 곡물로 자동차의 연료를 생산하는 것보다 자동차를 줄여 사람의 음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람이 굶어 죽어가는데 ‘곡물로 가는 자동차’를 타고 달림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나만을, 우리만을 위한 삶이 세상을 허기지게 만든다. 모두가 식량을 향해 경배할 때다. 그래야 배고픈 이웃이 보인다. 식량을 천시하는 무엄한 시대, 마침내 걸신(乞神)이 찾아들었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박성희(수석논설위원)-20080428월] 나라기록관 

 

  TV드라마 '이산' 전반엔 정순왕후 일파의 모함을 받은 세손이 그림 한 장을 찾아 결백을 입증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림은 모처에서 역모중이었다는 세손 휘하 관원들이 같은 시간 궁궐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승리를 장담하던 세력들은 이름까지 적힌 증거물에 할 말을 잃는다. 의궤(儀軌) 편찬용 기록화가 극중 세손을 살린 셈이다. 의궤란 조선조 국가.왕실의 주요 행사와 의식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왕비나 세자 책봉,상례와 제례,회갑연,궁궐 보수 등을 망라했는데 잔치에 쓰인 그릇같은 세세한 것까지 적은데다 알아보기 쉽게 도판을 곁들였다.

  조선 왕조는 이처럼 기록의 왕조다. 의궤도 의궤요,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의 역사를 담은 '조선왕조실록'의 방대함과 정교함은 놀라움 그 자체다. 객관성을 위해 당대가 아닌 다음대에 편찬된 실록엔 국왕과 신하의 이력,국정 논의 과정은 물론 호구와 세금,민간 동향 등 국정 운영 및 사회 동향에 관한 온갖 정보가 수록됐다. 사관들이 작성한 사초(史草)와 춘추관 시정기,승정원 일기 등을 기초자료로 삼았는데 사초 작성시 국왕도 함부로 간섭하거나 개입할 수 없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록은 임진왜란 전엔 서울 충주 성주 전주,임란 후엔 오대산 태백산 적성산 정족산으로 나눠 보관됐다. 편찬은 물론 보존에도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대통령 관련 기록을 비롯,정부의 각종 자료를 보관.전시하는 '나라기록관'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은 선조들의 치열했던 기록정신을 돌아보게 해준다. 국가기록원이 경기 성남에 설립한 이 사고의 소장 자료는 총 40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국가 기록은 민족의 정신적 자산이자 미래의 정보자원이다.

  기록은 과거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파악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만든다. 거짓말을 하거나 시치미를 떼지 못하도록 하

는 증거도 된다. 나라기록관의 개관을 계기로 정계 인사와 관료 모두 기록의 무서움과 엄정함을 다시 생각하게 됐으면 싶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24시/조효정(스포츠레져부(-20080428월] 올림픽 앞두고 거꾸로 가는 중국  

 

  "올림픽 기간에는 집으로 가라고 하네요. 자원봉사하면서 올림픽을 즐기고 싶었는데…."  베이징대에 유학 중인 박희진 씨(26ㆍ가명)는 올림픽을 앞두고 유학생 기숙사를 비우라는 학교 측의 통보에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비자 연장은 물론이고 신규 비자 발급도 베이징올림픽 이후에나 재개될 것으로 보여 올림픽 기간 자원봉사를 하거나 자국팀을 응원하는 유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은 지난 3월 티베트의 독립과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한 직후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까지 제한했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3개월 이상 복수 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이달 1일부터는 관광객들에게 바로 발급하던 단기 체류 비자도 내주지 않고 있다. 

  만일을 대비해 대규모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하거나 실내로 몰아넣었다. 올림픽 기간에 티베트 인권 요구 시위나 테러 발생, 중국 내 군중 소요 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중국이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 중국이 혹시나 올림픽 때 생길 사고를 미리 막기 위해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며 "경기는 무난하게 치러진다고 해도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정신이 훼손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올림픽이 중국과 세계 각국의 상호 이해와 우호 협력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중국인들끼리 올림픽 개최를 자축하는 분위기로 흐르는 모양새다. 우려대로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의 장이 아닌 그들만의 올림픽이 열린다면 100년 넘게 이어온 올림픽정신까지도 훼손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중국이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문을 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동십자각/박희윤(사회부차장)-20080428월] 충무공 탄신일에

 

  5월을 앞두고 국내외 여행사와 항공사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행상품의 상당수가 동이 났는가 하면 혹시 해약될지 모를 비행기표라도 잡으려는 여행객들의 마음이 간절하다. 여행업계는 오는 5월 연휴기간 중 해외로 떠날 여행객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남아 등 인기지역의 경우 3개월 전에 예약이 끝났을 정도며 비용과 시간이 부담스러운 미국행 비행기 좌석도 동이 난 상황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고 가족 간 사랑을 더욱 돈독히 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연휴로 급증한 여행객이 이 취지에서 연유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해외에 나가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보다 저렴한 상품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는가 하면 저렴한 쇼핑과 여행을 위해 사전정보 수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그런데 해외여행객 중 상당수가 개인 또는 친구ㆍ직장동료와 함께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아이들과 부모 등 가족을 생각하기보다 나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4~5월 국내 이곳저곳에서는 수많은 축제가 개최된다. 봄의 아름다움과 싱그러움, 지역적 특색 등에 흠뻑 취해볼 수 있는 유익한 축제들이다. 이들 축제 대부분은 관광객이 직접 참여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까지 한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28일은 충무공 탄신일이다. 아산 현충사에서는 제47회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가 30일까지 개최된다. 충무공 탄신 463주년이 되는 올해의 축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스토리 전개형 문화관광축제로 열리고 있다. 교육체험형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또 5월3~5일 여수에서는 여수 거북선 축제가 열린다. 여수는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이 거북선을 최초로 제작했던 곳이다.

  국민 다수가 경기가 어렵다고 한숨짓고 있다. 해외에 나가 보고 배우는 것도 좋지만 가족들과 함께 국내 유명 축제나 관광 명소를 찾아 ‘가정의 달’이라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