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30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오늘의 신문
[한국일보 사설-20080430수] 상속세 완화, 국민 공감대가 조성돼야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논란을 빚고 있는 상속세 문제에 대해 “불법적인 부의 세습은 문제지만, 부의 합법적 상속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ㆍ중 재계회의 참석차 베이징으로 가는 도중 비행기 안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기업의 반을 팔아서 상속세를 내야 한다”며 “세금은 자발적으로 내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특검 수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쟁점이 되고 있는 상속세 문제에 대해 ‘재계총리’로서 소신을 밝힌 셈이다. 정당한 부의 세습에 대해선 인정해 주고, 상속세도 완화해 달라는 취지다. 이에 앞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도 상속세 폐지를 건의한 바 있다.
상속세 문제는 워낙 뜨거운 감자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기도 쉽지 않다. 재계는 우리의 상속세율이 최고 50%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현금으로 상속 받지 못하면 주식이나 건물을 팔아야 한다며 이의 폐지 내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의 지적처럼 정당하게 상속세를 내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지난해 신세계가 1조원 대의 세금을 내고 경영권을 이양하겠다고 발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SK 교보생명도 1,000억원 대의 상속세를 내고 2세 승계를 마쳤다. 반면 재계 1위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수백억 원의 세금만 내고 매출 200조원 대의 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불법 상속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업 경영권 승계가 투명하지 못하게 진행돼온 사례가 너무 많다. 천민자본주의 경영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국민적 공감대 조성도 필요하다. 다만 상속세가 기업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면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상속세 완화나 폐지가 1% 특권층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따가운 시각과, 기업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상반된 주장을 잘 헤아려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430수]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인물 4776명이 공개됐다. “을사조약 전후부터 1945년 8월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국주의의 국권 침탈과 식민통치, 그리고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해 우리 민족과 다른 민족에게 피해를 끼친 자”라는 기준에 따라 선정된 인물들이다. 8월 사전 출간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작업이 일단락됐다. 150여명의 전문가가 2001년부터 작업했으니 무려 7년 가까이 걸렸다.
사전 편찬은 단순히 친일에 대한 심판을 뜻하는 건 아니다. 이보다는 잘못된 과거를 기억하고 되새김으로써 그와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타인에 대한 억압이나 차별이 없는 사회, 전쟁과 침략을 반대하고 평화의 가치를 지키는 사회,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 이정표로서 의미도 있다.
이번 작업은 순전히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다. 민간기구인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국민 성금으로 이뤄냈다. 국민의 높은 의식 수준이 자랑스럽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친일의 망령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착잡하다. 사실 이 작업은 나라에서 해야 했다. 그러나 정치권, 재계, 언론계를 쥐락펴락하는 친일의 망령에 밀려 나서지 못했다. 2002년 국민의 정부는 기초조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2억원) 지원을 계획했으나, 국회는 이마저 모두 삭감했다.
보수·우익 단체들은 지금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체제를 위협하는 친북 행위라며 사전 편찬을 방해하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은 심지어 일본 우익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그대로 빌려와, 일제의 병탄을 미화하고 친일을 비호한다. 이명박 정부는 병탄의 역사를 묻어두는 것이 실용 외교라고 주장한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오늘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고 내일을 향해 열린 창이다. 일제의 병탄은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을 초래했고, 청산되지 않은 친일은 이후 이승만 독재, 박정희 군사정권 등으로 이어졌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잘못은 용서할 순 있어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억의 보고인 친일인명사전은 시대적 역류를 극복하고, 역사의 정의를 바로세우며, 평화의 가치를 드높이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20080430수] 정부와 정치가 바뀌면 국민도 바뀐다
이명박 대통령은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에 대단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시대에 산업현장을 발로 누빈 한 사람으로서 새마을운동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산업화와 근대화의 정신적 기반이 되었음을 온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28일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재정전략회의에서 ‘제2의 새마을운동’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했다. “권위주의 시절처럼 정부가 아침부터 노래를 틀면서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는 없지만, 국민적 동참을 끌어낼 수 있는 21세기형 국민운동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새마을운동과는 다르더라도 뭔가 범국민적 운동이 필요하다는 제안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이 대통령이 행여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라면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다. 정부가 하자고 해서 국민이 선뜻 따라줄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겠다는 ‘작은 정부’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무슨 캠페인을 하겠다는 식의 관치가 아니라 관(官)의 변화로 국민의 변화를 유도하자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설명대로라면 좋다.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고 선진화의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해선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관료사회와 정치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기대 밖이다.
이사를 하면서 멀쩡한 책상 의자 서랍장 등을 버리고 가는게 우리 공무원들이다. 새 집기 구입에 보건복지가족부는 6억1224만 원, 국토해양부는 4억6995만 원을 썼다고 한다. 국회는 작년부터 미관을 바꾸는 조경공사와 조명설치에 10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썼고, 1800억 원 규모의 제2의원회관과 196억 원 규모의 국회연수원 신축도 추진 중이다. 세금 아까운 줄 모르는 정부와 국회를 보고 국민이 뭘 배우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의 구태도 가관이다. 일부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에는 돈 냄새가 물씬 나고, 공직사회에는 끼리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는 연고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이런 타성에 젖어있으면서 국민을 향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정부와 정치가 먼저 바뀌어야 국민의 의식도 바뀐다. 그래야 선진 일류국가의 기반을 닦을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20080430수] 정부도 있는지 없는지 모른 위원회만 43개였다니
감사원이 정부 산하 위원회 실태를 감사하다 행정안전부 관리 밖에 있던 위원회를 43개나 찾아냈다. 쉽게 말해 정부도 있는지 없는지 모른 위원회가 그만큼이나 있다는 얘기다. 관리 대상 위원회가 446개나 되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남긴 '위원회 공화국'의 방만한 현장이다. 감사원은 27일 정부 위원회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185개 위원회를 통폐합하거나 정리하라고 행정안전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정부가 이렇게 많은 중복, 폐기 대상 위원회를 끌어안고 있는데도 전(前) 정권 5년간 제대로 된 감사를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2004년에 대통령 소속 국정과제위원회 몇 개를 감사한 것이 전부다. 그것도 국회가 하라고 해서 한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도 "위원회들이 감사 사각지대였음을 인정한다"고 고백했다. 감사원이 대통령 눈치보지 않고 제 할 일을 했더라면 국민 세금으로 '위원회 공화국'을 떠받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여태까지 계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노 정권 시절 위세가 대단했던 동북아위, 교육혁신위, 지속발전위, 양극화위, 정책기획위는 법률적 근거도 없이 행정기관 업무를 했다고 한다. 이제 보니 모두가 불법 위원회들이었다. 명색이 국가가 이럴 수도 있나 싶다. 노 정권의 18개 대통령 자문위원회가 1년에 쓴 국민 세금만 최대 2000억원에 육박했다. 결국 노 정권 5년 동안 국민 세금 수천억 원이 '위원회 시루' 구멍으로 새 나갔다는 얘기다.
13개 과거사위는 전부 진실화해위와 하는 일이 중복됐다. 실제 10건을 중복 조사했고, 그 중 한 건은 서로 결론이 달랐다고 한다. 과거사위는 세상이 다 아는 사건을 조사해 세상이 다 아는 결론을 내면서 200명 가까운 직원을 두고 국민 세금을 매년 100억원 넘게 썼다. 어이없는 일이다.
각 부처는 단순 자문만 하는 쓸데 없는 위원회를 135개나 만들었다. 그러니 이 중 39개 위원회가 1년에 소집한 회의가 평균 '1번 이하'였다고 한다. '1번 이하'라면 사실은 한번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주택정책심의위처럼 서면 위주로 회의가 진행돼 국장급이 위원장을 맡아도 충분한데도 장관급 위원장을 내세운 위원회도 11개였다. 이런 식으로 장·차관급의 숫자는 건국 이래 최대인 148명으로 늘었다.
노 정권은 각 부처의 부령(部令) 훈령과 같은 하위 규정으로 설치하는 하급 위원회를 과거보다 3배 가까운 378개로 늘렸다. 이들은 이번에 감사 대상도 아니었다. 감사원은 이들 위원회에 대한 감사도 즉각 실시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080430수] 기준도 형평성도 잃은 친일 명단 발표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라는 민간단체가 어제 ‘친일 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4776명의 명단을 발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 명단은 2005년 발표한 3090명에 새로 1600여 명을 추가한 것이다. 편찬위는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엄정한 반성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날의 역사를 바로 평가하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사를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일본 작위를 받았거나 나라를 팔아넘겼다거나 하는 명백한 친일은 역사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당시 어쩔 수 없이, 혹은 그것이 현실인 줄 알고 처신한 경우는 역사의 이해라는 관점에서 보아주는 것이 온당하다. 그 시절 불가항력적이고 불가피했던 일까지도 지금의 눈으로 잣대를 들이댈 경우 당사자는 억울하지 않겠는가. 명단에 오른 사람의 대부분은 이미 세상을 떠나 스스로 해명할 기회조차 잃었다.
논란의 초점은 친일 인사를 선정한 기준이다. 편찬위는 ‘일본 제국주의의 국권 침탈, 식민 통치,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해 우리 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신체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끼친 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있어서는 일제 때 ‘판검사, 군수, 장교, 고등문관’을 지낸 사람은 모두 명단에 넣었다. 그러나 업무의 특성과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이들을 일률적으로 단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게다가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음악, 미술, 소설 등 부문별로 기준이 달라 과연 형평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당사자와 그 후손은 명예에 심각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발표된 인사 가운데 건국 과정과 그 이후에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공을 세운 분이 많다. 이들을 몽땅 친일로 낙인찍는다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 편찬위 주장대로 그것이 ‘학술적 행위’가 되려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친일 행각이 확인된 경우만 명단에 올렸어야 옳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정치적 행위’에 불과하다.
[서울신문 사설-20080430수] 하루 7명씩 산재로 죽는 나라
환율 강세 덕분이기는 하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근로자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기만 하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357시간으로 30개 회원국 중 가장 길다.OECD 평균보다 580시간이나 더 일을 한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하루 7명꼴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건설업과 제조업의 산재 사망자가 전체의 89%에 이른다.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연간 16조원, 근로손실 일수는 6393만일로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보다 119배나 많다.
특히 공공지출 비중은 선진국 평균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취약계층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니 근로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총생산(GDP)대비 문화여가 지출비중은 28개 비교대상국 중 27위, 보건 지출비중은 26위로 바닥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역조건의 악화로 실질소득은 몇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근로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하다. 게다가 일자리마저 불안하다.
새 정부는 기업인 기 살리기, 반기업 정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근로자들에게는 ‘파이’를 더 키울 때까지 법과 원칙을 준수하라고 한다. 경기침체의 한파를 온몸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로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근로자 프렌들리’는 아니더라도 근로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삶의 질에도 정책당국의 눈길이 미쳤으면 한다. 내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430수] 공무원 상시 퇴출제 정착시키려면
농촌진흥청이 공무원 상시 퇴출제를 시행키로 했다. 107명(5%)의 직원을 잠정 대상으로 선정했으며,6개월간 '농업현장'교육을 실시한뒤 다시 평가해 퇴출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때부터 작은 정부 이야기는 수도 없이 나왔지만 중앙 행정기관 중에서는 처음 시행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농진청의 퇴출제 실행은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업무 능력과 자질을 중심으로 일정한 심사.평가 기준에 따라 퇴출대상이 정해졌다는 점이다.
근래 상당수 부처들이 직제를 축소(縮小)하고 공무원을 감축하겠다면서 태스크포스팀을 줄줄이 만들었다가 대통령의 질타를 받자 이들을 대거 공무원교육원에 보내버린 적이 있다. 이처럼 치밀한 준비없이 감축에 나서다 보니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작은 정부로의 노력 자체가 한동안 유야무야됐던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인 성과를 내려면 공평하고 객관적인 잣대부터 마련해 대상자 먼저 엄정히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는 이야기다.
능력없고 자세가 안된 공무원 퇴출이 일회성 전시행사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각 행정기관은 고유 업무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인력구조를 가져야 하고,이에 맞춰 중장기 감축 목표치를 명확히 설정(設定)해 차근차근 이행해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퇴출제가 말그대로 '상시'제도가 돼야 한다.
작은 정부를 선도해야 할 곳은 역시 중앙 행정기관이다. 그러나 정부 출범 2개월이 더 지나도록 농진청 외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낸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분명 반성거리다.
서울시가 지난해에 이어 이달 들어 88명(0.9%)의 직원을 퇴출대상으로 정해 재교육에 들어갔고,한국은행 같은 곳도 제도적으로는 하위 5% 직원 퇴출제를 도입해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작은 정부에 대한 당위성은 이제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실천이고,좀더 효과적인 시행이다. 농진청의 상시적 퇴출 제도가 주목을 끄는 첫 번째 이유다. 다른 부처뿐 아니라 공기업과 다른 공공기관으로 퍼져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국회와 법원 등 행정부 밖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공공부문의 군살빼기가 농진청발(發)로 본격화될지 지켜볼 일이다.
*오늘의 칼럼
[경향신문 칼럼-여적/유병선(논설위원)-20080430수] 인디 메이데이
묘비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새겼지만,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의 94년 인생이 결코 우물쭈물했던 것은 아니다. 빅토리아 시대 낭만주의의 위선으로 덮였던 무대 위에 즐겁지 않은 사실, 혹은 불편한 진실을 펼쳐 보였던 그다. 그는 삐딱했다. “어떤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말한다. 왜 그럴까라고. 그러나 나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꿈꾸며 말한다. 왜 안돼라고.” 그 삐딱이 기질이 연극과 세상을 바꿨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춘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 한다. 그래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서 나온다.”
5월1일 국제 노동절(메이데이)도 비이성적인 힘의 결과물이다. 미국 무역노동자연맹이 8시간 노동 입법화 투쟁을 선언한 게 1884년 5월1일이었다. 2년 뒤 8시간 노동 입법이 거부되자 하루 10~14시간 일을 해야 했던 노동자들은 파업에 나섰다. 하지만 ‘노동 귀족’으로 변질돼 정·재계와 한 통속이던 노조 간부들은 파업에 무관심했을 뿐 아니라 적대적이기까지 했다. 8시간 노동은 배부른 노조 간부가 아니라 하루하루가 팍팍한 노동자들이 쟁취한 것이며, 이를 기념하는 것이 바로 메이데이다.
일본에선 색다른 메이데이 행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비정규직과 노숙자들이 정규직 중심의 대형 노조와 별개로 빈곤과 세계화에 반대하는 ‘인디 메이데이(독립 노동절)’가 열도 전역에서 시작됐다. 비정규직과 양극화의 실상을 자유롭게 고발하고 펼쳐 보이는 이들의 행사는 활력을 잃은 주류의 노동절 행사와 대조를 이룬다고 한다. 3년 전 청년 비정규직노동조합이 물꼬를 튼 이래 주류 노조의 밖에 있는 노동자들의 인디 메이데이 행사가 ‘반빈곤 연대’를 구축하며 새롭게 ‘비이성적인 힘’을 드러내고 있다.
기념일이지만 돋아나는 아픔이 더 큰 게 우리네 메이데이 풍경이다. 노동자 셋 중 두 명꼴인 비정규직의 문제를 ‘친기업’의 요란한 구호가 뒤덮고 있다. 3년 전 민주·한국 두 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로 단식이라도 했지만, 올해는 그나마도 없다. 인디 메이데이의 활력도 없다. 우리 사회가 ‘이성적’이기 때문일까. 314일. 내일 노동절 아침, 이랜드의 아줌마 노동자들이 마주할 파업 일수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 24시/윤원섭(국제부)-20080430수] 승객불편 무시하는 항공사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을 말할 때면 한국행 비행기를 자주 꼽는다. 한국인으로 가득찬 기내 분위기, 한국 기내식, 한국인 승무원의 서비스가 그들에게 각인된다. 특히 외국인들은 승무원의 영어 수준을 통해 한국의 개방 수준을 가늠해 본다고 한다.
지난 25일 뉴질랜드발 한국행 대한항공을 이용한 승객들은 형편없는 서비스에 실망감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날 저녁 8시 인천국제공항 도착 예정이던 비행기는 인천 지역의 강한 비바람 때문에 인천공항이 아닌 김포공항에 8시 40분께 도착했다. 외국인 승객들은 기상 악화로 인한 목적지 변경은 이해하지만 대한항공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장은 착륙 직후 한국어 방송을 통해 김포공항의 출입국관리 문제로 승객들에게 기내에서 기다릴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영어로는 아무런 설명 없이 마냥 기다리라고만 말할 뿐이었다. 환승 등으로 인천공항으로 가야 하는 승객에 대해 어떤 설명도 없었다. 여기저기서 외국인 승객들은 상황 설명을 요구했지만 기장은 영어가 아닌 한글로만 간략히 설명했다. 일부 외국인 승객은 인천공항 주변 호텔을 예약했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결국 밤 10시 10분이 돼서야 기장은 처음으로 환승 승객에 대해 영어로 말을 던졌다. 환승 승객은 비행기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은 승객은 김포공항에서 내리라고. 외국인 승객들은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국인 승객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입국 수속을 받고 1시간이 지나서야 수화물을 찾은 승객 중 일부는 인천으로 가야 할 여러 사정이 있었으나 대한항공 측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임대한 로밍 휴대폰을 인천공항 지점에 반납해야 하는 한 승객은 승무원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냉랭한 대답만 들었다. 아시아의 물류 허브를 추구하는 한국에 대한 첫 인상으로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성행경(생활산업부)-20080430수] 미국산 쇠고기, 판매보다 안전이 우선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앞두고 유통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겉으로는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입법 고시돼야 일정을 잡을 수 있다며 구체적인 수입ㆍ판매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물밑으로는 국내 수입업체 및 미국 생산업체와 협의가 활발하다. 지난해 7월 한 대형마트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했다가 축산농민들에게 쇠똥세례를 받는 등 반발을 샀던 경험에 비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값싼 제품을 사먹을 수 있는 ‘소비자 주권’도 존중해야 한다며 점차 수입ㆍ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문제는 대형마트들이 언제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와 판매할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는 데 반해 얼마나 안전하고 위생적인 제품을 들여올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는 데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쇠고기 위생조건 개정(안)을 보면 검역주체가 한국 정부가 아닌 미국 정부와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 돼있다. 미국에서 다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미국 정부나 국제수역사무국이 검역과 수출을 중단하지 않는 한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ㆍ농민들은 정부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외면한 채 조공에 가까운 협상을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이런 점을 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잇단 식품 파동으로 그렇지 않아도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잔뜩 들여와 팔았다가 안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매출은 물론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일부 업체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팔더라도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 등 비교적 안전성이 검증된 쇠고기 판매 비중을 크게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들여올 수 있는 것은 개방하는 것이 맞고 그 다음은 소비자의 몫’이다. 값싸고 품질도 좋은데다 안전하기까지 하다면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지 않을 소비자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은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이 안전성 확보와 검역 주권을 포기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이는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 유통업체들도 아무리 소비자들이 원한다고 하더라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의 판매에만 열을 올려서는 안될 것이다. 국내 한우 납품업체 못지않은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 우리 국민들의 밥상에 안전한 먹거리를 올려놓을 책임이 유통업체들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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