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5월 2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5. 2. 20:59
 

2008년 5월 2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오늘의 사설

 

[한국일보 사설-20080502금] 문화재 발굴기간만 줄어들면 안 된다

 

  그저께 충남 당진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중장비 부품제조업체가 공장 완공이 늦어진다며 문화재 발굴현장을 굴착기로 파헤쳐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석곽묘 4기가 파괴됐다. 이날부터 본격 발굴조사를 하던 충남 역사문화연구원측이 중요한 문화재라고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업체측은 조사자들을 몰아내고 카메라 등 조사장비까지 빼앗았다.

  업체 대표는 “별 가치도 없는 돌멩이 3, 4개를 가지고 일을 자꾸 지연시켜 파 보니 유물이 나오지 않았다”며 “나도 목숨 걸고 빚 얻어 사업을 한다. 문제가 되면 처벌 받겠다”고 말했다 한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낮고, 현실과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미국 업체와 맺은 수출계약 때문에 새로 마련한 부지에 10월까지 공장을 완공해야 하는 다급한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발굴비용까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화가 날 만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민족의 유산인 문화재를 함부로 파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개발논리로 문화재를 훼손한 것이 처음도 아니다. 2000년 서울 풍납토성 경당지구에서도 아파트 재건축이 늦어진다고 조합원들이 초기 백제 유적현장을 갈아 엎었다. 문화재의 소중함을 잘 알아 시간이 아무리 걸리고 비용이 들더라도 발굴 현장을 철저히 보존하는 데 협조하는 프랑스 이탈리아 국민들의 자세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정부 책임도 있다. 인력이 부족하고 절차가 복잡해 발굴이 한없이 지연되는 일이 허다하다. 이번 사건도 지표조사가 끝나고 20일 이상 발굴조사를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조속한 공장 건립을 위해 문화재발굴 처리기간을 140일에서 40일로 단축하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며, 심의도 월 1회에서 수시로 바꾸기로 했다. 문화재를 소홀히 하라는 의미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이고 철저한 발굴을 지향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502금] 이젠 민간단체인 공동모금회장까지 몰아내나 

 

  정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력으로 공공기관들이 난리다. 공기업에 이어 국책 연구기관장까지 다 갈아치울 기세다. 그런 터에 보건복지가족부가 민간단체인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까지 부당한 임원 퇴진 압력을 넣고 있다. 이런 강제 퇴진 압력은 그 자체가 위법적일 뿐 아니라 그 의도도 불순하기 그지없다.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법’에 따라 만들어진 사회복지법인, 곧 민간단체다. 1998년 공동모금회가 민간단체로 탄생한 것은 그 이전까지 정부가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아 임의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복지부 관료들은 국민 성금을 정부기금에 넣어 예산 대신 멋대로 사용했다.

  이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민간단체로 새롭게 태어난 공동모금회는 어려운 이웃의 고통과 눈물을 덜어 주기 위해 국민의 아름다운 기부 의지를 모아가는 소중한 우리 사회의 자산이다. 반강제적인 관치모금 시절에는 연간 210억원 내외에 불과하던 모금액이 민간 전문단체로 거듭난 뒤 계속 늘어나 지난해는 2600억원을 넘었다.

  이번 공동모금회 임원에 대한 퇴진 압력은 새 정부가 민간단체의 위상을 매우 가벼이 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아가 예산의 축소와 효율화 타령을 하면서 국가복지의 책임을 민간 재원을 통해 대신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복지부는 이전에도 국내 최대의 민간 복지지원 기관인 공동모금회를 두고 개입 의도를 드러낸 적이 많았는데, 새 정부 출범 이후 코드 인사를 강행할 기회로 여기는 얕은 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공동모금회 회장과 사무총장은 기부자들인 국민, 수혜자인 복지계와 중립적 감시자인 시민사회 인사들이 선임해 왔다. 이러한 민간단체 임원에게 인사권도 없는 중앙부처의 국장이 퇴진을 요구하고 불이익 운운하며 협박을 가하는 것은 치졸함을 넘어 위법적인 행위로 용납될 수 없다.

  정부는 공동모금회가 민간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의 위상을 통해 국민의 기부문화를 선도하도록 지원하는 일에만 전념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민간 재원과 자리가 탐나 회장과 사무총장에게 사퇴 압력을 넣는 것은 온당치도 못할뿐더러 점차 성숙해 가는 기부문화를 아예 망가뜨리는 짓이다. 

 

 

[동아일보 사설-20080502금] 공무원 1인당 생산성을 따져보자 

 

  지난 5년간 246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48곳에서 인구가 줄어들었다. 그러면 공무원도 줄일 여지가 있을 텐데 거꾸로 145곳이 공무원을 늘렸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2.4% 늘어난 데 비해 지방공무원은 13.8%나 늘었다. 증원된 공무원 중 보건복지, 소방방재처럼 주민 생활과 직결된 일을 하는 사람은 절반(53.5%)에 불과하다. 1만여 명은 이른바 기획조정이나 의회 지원처럼 주민 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을 한다. 

  행정안전부가 연말까지 지방공무원 1만1776명을 줄여 인건비 총액을 최대 10%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자체의 저항을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획기적인 공무원 감축이 될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 수가 총 96만 명이라고 하지만 군인, 임시직 공무원, 공적자금 지원을 받는 민간 기관 종사자까지 포함시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244만 명이나 된다. 전체 국민의 5.03%로 인구 20명당 1명꼴이다. 

  공무원들을 먹여 살리느라 국민 허리가 휠 지경이다. 지난 5년간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이 31% 늘어나는 동안 세 부담은 53%가 늘고 나랏빚은 150조 원이 추가됐다. 공무원이 늘면 규제도 늘어난다. 기업들은 공무원들을 상대로 규제의 올가미를 풀어 나가기에 진을 빼야 한다. 선진국들이 작은 정부로 가는 것은 큰 정부가 국민의 세금부담을 늘리면서 민간 활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우리 공무원들은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한참 떨어진다.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정부 행정효율 부문 경쟁력에서 한국은 지난해 평가 대상 55개국 중 31위였다. 노무현 정부 이전인 2002년에는 26위(49개국 중)였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2000∼2005년 주요국들의 정부 기능 효율지수에서 한국은 평균치에 크게 미달해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외국어대 최광(경제학) 교수는 “공무원들은 자기 돈이 아닌 납세자 돈을 관리하고, 그 관리의 결과도 자기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속성상 일에 최선을 다할 수가 없다. 공공 서비스에 대한 투입과 산출이 엄밀하게 계산되지 않는 한 정부 실패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작은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크기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공무원 개개인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80502금] TV 광우병 부풀리기 도를 넘었다 

 

  MBC 'PD수첩'은 29일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의 94%가 인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어 영국인·미국인보다 감염 가능성이 두세 배 높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미국 쇠고기를 먹는 사람은 실험동물과 같다"는 미국 소비자연맹 관계자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 이후 인터넷엔 'PD수첩' 동영상과 함께 '뇌송송 구멍탁' '미친 소' '국민 말살정책이 시작된다' 같은 패러디 사진들이 떠다니고 있다. 개중에는 "미국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게 낫겠다"는 어느 탤런트 글도 있다.

  PD수첩은 TV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여론 몰아가기에 나서면 그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줬다. 영상과 언어 위주의 TV는 시청자의 생각과 감정을 달궈진 인두로 지지듯 한다. TV의 괴력(怪力)은 언제든지 TV 폭력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TV 속 '미국 쇠고기 괴담(怪談)'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내용이 많다. 소 1억 마리를 키우는 미국에서 그동안 광우병 걸린 소 3마리가 발견됐다. 한 마리는 캐나다에서 건너온 수입소였고 두 마리는 1997년 광우병 원인이 되는 육골분(肉骨粉) 사료가 금지되기 전에 태어났다. 사육 소 100만 마리 가운데 광우병 소 30여 마리가 발견된 일본의 광우병 발생 비율이 미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다.

  원래 '30개월 이내 소의 고기'만 수입하도록 했던 월령(月齡) 제한을 이번에 풀어 '30개월 이상 소의 고기'도 들어오게 됨으로써 광우병 위험이 커졌다고 비판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의 97%가 월령 20개월 미만이다. 30개월 미만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 또 미국 쇠고기의 90% 이상이 미국 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3억 명 넘는 미국인들과 250만 재미교포와 유학생들이 그 쇠고기를 먹고 있다.

  세계에서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207명이다. 영국이 166명으로 가장 많고 다른 나라 감염자 중에도 영국에 살았던 경우가 많다. 미국인 환자 3명도 그런 사례다. 'PD수첩'은 미국 내 첫 인간 광우병 의심사례를 방영했지만 그것 역시 공식 확인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미국 쇠고기는 광우병 덩어리"라는 황당한 얘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한미 FTA 반대세력들이 광우병 위험이라는 포장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와 '반미 선동'을 교묘하게 함께 싸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우병을 염려하는 척하면서 '미국 소' 배척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쇠고기를 먹는 국민이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쇠고기 정가표(定價表)를 보고 화들짝 놀라 절로 손을 움츠릴 지경이다. 소비자를 생각하는 진짜 소비자운동이 나와야 할 때다. 

 

 

[서울신문 사설-20080502금] 이중국적이 특권층 만드는 일 없어야 

 

  정부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열어 이중국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의 우수한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외국의 고급 두뇌를 유치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국적을 복수로 갖게 한다고 해서 정부가 구상하는 대로 두뇌의 유출에 제동이 걸리고, 고급 인재의 유치가 금방 이뤄질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폐쇄적인 우리의 국적법 체계를 고쳐 인재가 드나드는 문턱을 낮추고 보겠다는 취지에는 동감한다.

  지난 10년간을 따져 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17만명에 이르지만 취득자는 5만명에 불과하다. 부부 한 쌍이 1명꼴의 자녀밖에 낳지 않는 저출산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2050년에는 한국 인구의 10%를 외국인으로 채워야 할 판이다.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현지에 눌러앉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여건과 대우가 우리보다 나은 면도 있으나 한국 국적의 유지냐 포기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행 국적법이란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법무부 구상을 보면 한국인 남자의 경우 병역을 마쳐야 하고 여성이나 군미필자는 사회봉사활동을 해야만 이중국적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중국적이 특권층의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당연한 제한이다. 국적법 개정안을 다듬을 때 이중국적이 병역이나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이중국적에 반발하는 여론이 강한 것은 의무는 안 하고 권리만 누리려는 얌체 특권층이 있어서다.

  재외 동포로만 본다면 주로 재미 한국인이 대상이다. 단일 국적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 중국 동포들은 사실상 이중국적 취득이 불가능한데 이런 형평의 문제를 해소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 자국의 국적과 함께 우리 국적도 취득하려는 외국인 인재를 수용하려면 주거나 교육, 레저 등의 현실적 유인책이 있어야 이중국적제의 취지가 빛을 볼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80502금] 대운하, 도대체 어찌 하겠다는 것인가

 

  한반도대운하정책이 중구난방(衆口難防)이요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청와대ㆍ국토해양부에 이어 이제는 기획재정부ㆍ지방자치단체까지 한마디씩 거들고 나섰다. 

  최중경 재정부 제1차관은 어제 "토목사업 등을 하게 되면 민간이 들어와 투자하게 되고 물류ㆍ관광 측면에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가라앉고 있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충정으로 보이지만 자기 부처 소관이 아닌, 그것도 민감한 사안을 거론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어떤 식으로든 살려보겠다는 충성경쟁으로 비친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전국 시도지사회의를 앞두고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낙동강부터 추진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지사는 "다른 지역에서는 운하를 건설하지 않더라도 낙동강만이라도 추진해 경남이 모델케이스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치수사업에 어차피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면 낙동강부터 운하를 해보자는 취지이지만 다른 지자체의 경쟁심을 촉발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 이처럼 중구난방식 주장이 계속되고 논란이 일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어제 입장을 밝혔다. "민간사업자들이 사업계획서를 내면 타당성ㆍ적합성을 검토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과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공식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의 입장표명에도 혼란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정부가 벌이는 국책사업인 대운하사업을 민간이 먼저 요청해오면 그때 검토하겠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선생님이 숙제도 내주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숙제를 해오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는 셈인데 납득하기 어렵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대운하개발 효과의 득실을 떠나 이제는 당정청(黨政靑)이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여론을 떠보기 위한 애드벌룬 띄우기나 민간에게 책임을 넘기는 듯한 태도는 옳지 않다. 애매모호한 표현은 국민을 속이고 소모적인 국론분열만 초래할 뿐이다.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게 떳떳하고 제대로 된 정부의 자세다.

 

 

* 오늘의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강찬수(환경전문기자)-20080502금] 로컬 푸드

 

  얼마 전 동네 수퍼마켓에서 산 야채과일 음료의 성분 표시를 보게 됐다. 당근즙은 미국, 오렌지와 토마토 과즙은 이탈리아, 사과 과즙은 터키, 레몬 과즙은 이스라엘산이었다. 국산 채소 혼합즙도 2% 들어있단다. 한마디로 다국적 음료였다. 식탁 풍경도 마찬가지다. 호주산 쇠고기, 중국산 참기름, 칠레산 포도, 미국산 오렌지도 흔하게 눈에 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식품자급률은 2006년 59%로 떨어졌고 쇠고기 국산 비율은 47.8%에 불과하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 논란처럼 먹거리에 대한 걱정도 커진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는 중국으로 수출할 콩을 재배하느라 열대 우림이 농지로 바뀌고 있다. 300년 전 지구 육지의 7%에 머물렀던 농경지·목초지가 최근 40%로 늘었다. 삼림이 파괴되면서 온실가스 흡수도 줄고 있다.

  수천~수만㎞씩 먹거리를 실어 나를 때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도 문제다. 한국 배는 미국으로 수출되고 중국산 배 과즙이 한국으로 들어온다. 노르웨이에서 잡힌 대구가 중국에서 다듬어진 뒤 다시 노르웨이로 실려간다. 유럽에서 대구를 다듬으면 ㎏당 2.99달러가 들지만, 중국에서 작업하면 0.5달러면 충분하다.

  이때 배출되는 온실가스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1944년 체결된 시카고 조약에 따라 세계 각국은 항공기와 배로 국제화물을 운송할 때 소비되는 연료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환경론자들은 연료에 세금을 매기거나 배출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럽연합(EU)은 2012년까지 유럽을 오가는 모든 화물운송 항공기에 대해 자기가 내뿜는 만큼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도록 할 계획이다.

  규제보다는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온실가스 발자국, 즉 상품을 생산하고 수송하는 과정에서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을 상품에 표시하자는 얘기다.

  실제로 자기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먹자는 ‘로컬 푸드’ 운동이 소비자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욕주에선 수확철인 9월 한 달만이라도 100마일(161㎞) 이내에서 생산된 것만 먹자는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이 번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대지를 지키는 모임’의 주도로 ‘먹거리 마일리지(food mileage)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형 매장에서는 먹거리의 무게(t)와 운송거리(㎞), 운송수단을 감안해 얻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준다.

  전북 완주군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지역 내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학교·복지시설 급식소에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렇지만 먹거리 수송은 더 늘어날 전망이고 싸고 다양한 수입 먹거리 앞에서 소비자의 고민도 깊어질 것 같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위원)-20080502금] 미국의 의료현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개봉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환자를 뜻하는 속어)’는 미국 의료보장 체제의 치부를 도발적으로, 생생하게 고발했다. 영화에는 골수암으로 남편을 잃은 아내가 나온다. 남편은 운 좋게 골수 기증자를 찾아냈지만 보험회사는 수술비 지급을 거절했다. 수술이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결국 남편은 3주 만에 숨졌다. 보험회사는 수술에 따른 위험과 고통보다 3주간의 안전한 생을 권한 것이다. 식코에는 21살 때 자궁경부암에 걸린 여성도 나온다. 이 여성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는데 이유는 “젊은 여성은 자궁암에 걸릴 수 없다”는 것이다. 손가락 2개가 절단된 ‘민간의료보험 미가입’ 남자에게 병원 측이 비싼 봉합 수술비용(중지 6만달러, 약지 1만2000달러)을 이유로 1개만 선택하라고 하는 장면도 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비싼 민영보험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천국이라 함은 ‘가진 자’에 한한 말이지만. 미국은 197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압박을 받으면서 민영보험의 비중을 높여갔다. 오늘날 미국은 서방 선진국 중 유일하게 공적 의료보장이 갖춰지지 않은 나라다. 현재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오바마와 클린턴 등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보험업계의 로비가 만만치 않다. 그 결과 미국의 의료보험은 사보험이 기본이며 당연히 보험료가 매우 비싸다. 부부 한 쌍에게 월 500달러 정도는 약과다. 게다가 의료비는 국민소득의 16%로 세계 최고다. 유럽에서 높은 프랑스·스웨덴도 11%, 영국이나 한국도 6~7% 선이다. 그러니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안 가는 게 상책이다. 

  미국인들의 7%가 배우자를 통해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결혼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의료보험이 그만큼 인생의 중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또 미국전체 인구 3억명 가운데 4700만명은 지금도 아무런 의료보장을 받지 못한 채 막막하게 살고 있다. 이에 비해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어느 병원에서나 편하게 진료를 받도록 한 우리의 ‘의료보험 당연지정제’는 확실히 지켜야 할 제도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일부 지도층의 고질적 미국 모방 습성이 언제 이 분야에서 재발할지 몰라 걱정스럽긴 하지만.

 

 

[한국경제신문 칼럼-취재여록/홍영식(정치부)-20080502금] 대통령 홈피 맞아? 

 

  '놈''역적'은 아예 점잖은 축에 속했다. 'X발''지랄'도 일상의 언어였다. 보통사람의 홈피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홈피(www.cyworld.com/mbtious)에 떠 있던 글이다.

  미국 쇠고기 개방이 결정된 이후 네티즌이 이 대통령의 미니홈피에 쏟아낸 글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험한 말들로 가득 찼다. 하루 평균 2만명이 찾던 미니홈피는 지난달 25일부터 점차 늘어나 29일 한 방송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안전 문제를 방영한 이후 폭주했다. 30일 급기야 1일 방문객 수가 18만명을 넘어섰다. 음란 욕설이 홍수를 이루면서 통제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청와대는 홈피를 잠정 폐쇄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일 "삭제 대상 글이 수작업을 통해 관리할 수 없을 만큼 몰려들어 일시적으로 홈피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네티즌이 분노하는 배경을 보면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이 한 원인이 됐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방미 중이던 이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미국 유수의 기업 CEO(최고경영자)들 앞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며 "쇠고기가 합의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수가 터졌다. 한국에서 협상 타결 소식이 알려지기 전 보고를 받고 얘기한 것이다. FTA와 쇠고기 협상을 연계시켰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뒤늦게 청와대 측은 수습에 나섰으나 논란의 불은 이미 붙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대하는 것은 자유다. 그렇다 해도 이런 식의 '악플'로 도배질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한다면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게 '인터넷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다. '악플'은 이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몰아가는 '흉기'가 되기도 했다.

  미니홈피에 글을 올리려면 '로그인'을 해야 한다. 별칭을 쓰더라도 법적으로 문제 삼으면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미니홈피에 서슴없이 욕을 올리는 세상이다. 하물며 일반 사람들의 홈피는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간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24시/이상덕(중소기업부)-20080502금]  한국産이 족쇄되는 中企현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제조하는 한 국내 기업은 요즘 일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제품을 이리저리 살핀 일본인 바이어가 "기술은 세계 정상급인데 원산지가 한국인지라 도저히 일본에서 팔릴 수 없을 것 같다"며 구매 조건으로 한국 공장의 일본 이전을 내걸었기 때문. 물론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바이어의 사려 깊은 구매 거절 표시로 읽어야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내 공장 터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특별 제안이 이어졌다. 

  이 업체 사장은 "국산 부품을 들여와 일본에서 껍데기만 생산하면 대량 구매가 보장되는 매력적인 조건을 검토하느라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서 "일본산으로 둔갑시켜서라도 팔고 싶다는 게 어디 나뿐이겠느냐"고 푸념했다. 

  요즘 '메이드 인 코리아'가 수출 기업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특히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대기업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기업일수록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허약한 국가 브랜드 때문에 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한 시계ㆍ보석업체는 5월 자체 주얼리 브랜드를 통째로 이탈리아 피렌체로 옮길 예정이다. 이 업체 사장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호소했다. 

  평가기관 안홀트-GMI가 지난해 4분기 조사한 국가 브랜드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멕시코 이집트에도 뒤진 38개국 가운데 32위를 기록한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행보가 절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시선을 선진국으로 돌리면 상황은 반전된다. 굳이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주창한 '국가 브랜드의 국력 연계론'을 꺼내지 않더라도 국가 브랜드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스시를 최고 요리로 여기고 대접하는 미국인을 만날 때 가장 서글프다"는 어느 사장의 고백처럼 이제 수출 한국을 위해서라도 국가 브랜드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