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9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오늘의 사설
[한국일보 사설-20080429화] 베이징 올림픽 해치는 '폭력민족주의'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서울 행사 과정에서 국내 체류 중국 유학생 등 친중국 시위대가 과격한 행동과 시위를 벌인 것은 묵과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어제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통해 중국측에 강력한 유감 표시를 한 것은 당연했다.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 청년들의 과격행동으로 한국 경찰과 기자 등이 부상한 데 대해 유감과 위로의 뜻을 표명했다지만 이 정도로 파장이 가라앉을지 걱정이다.
성화 봉송을 옹호하는 친중국 시위가 작용-반작용의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인들의 꿈은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중국 인권문제와 티베트 문제에 항의하는 단체들이 성화봉송 저지 시위를 벌이는 것은 그 꿈을 위협하는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계 유학생이나 화교들이 대응 시위를 하고 나선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우리는 탈북자단체와 티베트 독립 지지 단체들의 시위 계획에 대해 무익함을 지적하며 자제를 촉구한 바도 있다.
그러나 그제 서울에서 중국인들이 보인 폭력과 과격한 시위는 그런 이해의 정도를 한참 넘었다. 그들은 반대 시위대를 향해 돌을 던지고 각목을 휘둘렀다. 티베트기를 들거나 티베트 자유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쫓아가 폭행했다. 호텔 안에까지 난입해 폭력을 휘둘렀다니 할 말을 잊는다.
서울경찰청 소속 의경과 한국일보 기자는 중국인 시위대가 휘두른 각목에 맞아 머리가 찢어졌다. 수천명의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앞세우고 거리낌없이 서울 시내를 활보하는 것에서 전율을 느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의 행동은 우리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며 우리 국민을 무시한 처사다.
그들이 진정으로 베이징 올림픽 성공을 바란다면 무례하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먼저 깊이 사과해야 한다.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배타적인 중화민족주의가 지금처럼 감정적ㆍ폭력적으로 분출한다면 베이징 올림픽은 결코 지구촌의 잔치가 될 수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428화]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쇠고기 발언’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계속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물정을 잘 모르는 탓인지, 알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온통 정신이 팔려 둘러대는 것인지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 경우든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어제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 축산업이 경쟁력을 키워 세계 어느 나라의 쇠고기가 들어와도 값비싸고 질 좋은 쇠고기로 경쟁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경쟁력 강화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전날 찾아간 경기도 포천의 한 축산농가에서 개방을 해도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은 사료값이 크게 오르고 소값은 뚝 떨어져 줄도산할 처지에 몰려 있다. 축산농가는 당장 죽을 지경인데 대통령은 경쟁력을 키워 맞서라고 하니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원성이 터져나오는 건 당연하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 개방을 노무현 정권 때 약속해 놓은 일이라고 책임을 돌렸지만, 노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보면 전면개방을 약속한 게 아니라 일본 등 주변국 수입 기준과 비슷해야만 한국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여러 나라가 미국산 쇠고기를 다 수입한다며 정치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도 사실과 다르다. 미국의 주요 쇠고기 수출시장 가운데 한국이 사실상 처음으로 연령과 부위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불과 일주일 전 일본에서 “우리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쇠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해놓고, 일본의 화우처럼 가장 비싼 쇠고기를 생산하면 된다고 한 것도 말바꾸기처럼 들린다.
“소가 비상구 표지판을 보고 나갈 것도 아닌데 소방법이 그런 것까지 규제하니 축사 짓기가 너무 까다롭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은 실정을 모르고 엉뚱한 데 화풀이 한 격이다. 비상구 표지판은 가축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불이 났을 때 사람이 대피하기 위한 유도등으로, 1천㎡ 이상 축사에만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국민의 건강권과 농민의 생존권을 중심에 두지 않은 탓으로, 쇠고기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말이 계속 겉돌고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서울신문 사설-20080429화] 공직 희망자가 ‘박미석 사퇴’에서 배울 점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이 결국 물러났다. 지난 2월10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당선인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내정자 명단을 발표한 뒤로 박 수석은 끊임없이 의혹·구설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제자의 논문을 여러 차례 표절했다는 말이 나오더니, 이번에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후에는 농지를 불법 매입한 데다 ‘자경 확인서’를 조작했다는 추문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끝까지 버티는가 싶더니 마침내 자진사퇴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박미석 수석의 ‘자진 사퇴’는 이 시대 고위 공직자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 어떠한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돈과 권력(명예)을 한 손에 움켜쥐는 건 옳지 않다는 인식을 가져왔다. 권력은 명예이며, 이를 가진 사람이 재산 축적을 노린다면 현실적으로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경험칙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신을 구체화한 것이 공직자윤리법상의 재산공개 조항이다. 고위 공직자는 재산 형성과정과 취임 후 재산증식을 사회적으로 감시 받는 게 마땅하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이다.
박미석 수석에 앞서서도 장관직에 내정된 사람 가운데 여럿이 중도하차했다. 그들은 부동산 과다 보유, 농지 불법매입 등 땅투기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본분을 지켜 제 영역에 계속 남아 있었더라면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르는 부도덕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수에 맞지 않게 고위 공직을 탐하는 바람에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은 건 물론이고 개인도 패가망신했다.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인물이라면 적어도 고위 공직을 욕심내지는 말아야 한다. 제의가 들어와도 사양하라는 뜻이다. 정부 출범 두 달만에 ‘사실상’ 쫓겨난 박미석 청와대 수석이 주는 교훈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429화] 서비스 수지개선 핵심은 규제폐지
정부가 서비스산업 선진화 대책으로 서비스수지 적자 개선방안을 내놨다. 관광수요자 관점에서의 관광유치,개별소비세 등 세부담 완화 및 입지규제를 통한 해외골프 수요 흡수, 해외환자의 유치 및 알선 허용,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설립 및 운영 규제완화를 통한 조기유학 수요 국내 전환 등이 골자다. 이번 대책을 시발점으로 서비스산업을 위한 새로운 발전의 틀이 구축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정부가 서비스수지 개선방안을 먼저 들고 나온 배경은 짐작할 만하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2005년 이후 대폭 확대돼 왔으며 지난해에는 무려 205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최근 들어 환율 등의 영향으로 적자 확대가 다소 둔화(鈍化)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가면 고유가와 더불어 서비스수지 적자로 인해 우리 경제가 경상수지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국면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게다가 관광, 교육, 사업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업종에서 해외소비가 급증하면서 서비스 부문 적자가 확대되고 있고 보면 단순히 경상수지 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로 수요를 빼앗기면 그만큼 내수가 위축되고 일자리 기회도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활성화 차원에서도 서비스 경쟁력 확보는 매우 절실하다.
하지만 그동안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말만 요란했을 뿐 기대에 못미쳤다. 전 정권만 해도 서비스산업 대책을 내놨지만 실행된 건 별로 없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체질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대증적 처방에 그치고 만 것도 문제였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서비스 부문이 한ㆍ미 FTA 등 대외개방에 대비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일관된 의지를 갖고 구조적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추진전략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서비스적자 개선방안에 이어 2,3단계 정책으로 서비스산업의 규제완화,성장동력화 방안도 각각 내놓겠다고 했지만 적자개선,규제완화,성장동력화는 밀접히 연관돼 있고, 따라서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제해결 중심으로 접근해야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80429화] 神도 놀란 연봉 이러고도 공기업인가
공기업의 집단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같다. 기획재정부가 정리 분석한 302개 공공기관 경영실태를 보면 당기순이익, 부채 등 경영실적은 악화일로인데 직원 연봉은 민간을 제치고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특히 최고경영자 연봉은 천정부지다. '신의 직장', '신도 부러워한 직장'이라는 소리가 괜한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공개된 공기업 실태가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정말 이 정도였나 하는 놀람과 함께 분노가 끓어오르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경영실적만 봐도 그렇다. 지난 5년간 빚이 30조원 이상 늘었는데 직원 수는 오히려 6만명이나 증가했다. 거기다 1인당 평균 연봉은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임금보다 60% 이상 많았고, 이 가운데 96곳은 삼성전자보다도 많은 6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이래서야 누가 민간 제조업 쪽에서 일하고 싶겠는가. 고급 인력이 민간 분야보다 오히려 공기업 쪽으로 쏠리는 등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임금인상 억제 탓에 동일계 민간 수준의 80% 혹은 90%까지 급여를 끌어올려 달라는 게 공기업의 하소연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옛말일 뿐 지금은 공기업이 고임금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부분 정년까지 보장된다. 이러니 공기업 들어가기가 바늘구멍 아니겠는가.
더욱 한심한 것은 방만경영이 되풀이되고 있는 엉터리 재생산구조이다. 주로 관료 출신인 최고경영자들이 낙하산 인사의 약점을 보완하려고 노조와 타협하고,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은커녕 직원들 임금과 자신의 연봉만 올려 놓는 식이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 공직자는 퇴직 후 자리를 위해 이를 방치하고 있다. 이러고도 공기업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지난 10년 넘게 몸집을 불려온 공기업을 대대적으로 수술하려면 역시 통폐합과 민영화 외엔 방법이 없다. 특히 자원배분의 왜곡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금융 공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대대적인 민영화를 단행해야 한다. 또한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 지적처럼 공기업 사장 임원 공모제도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오늘의 칼럼
[동아일보 칼럼-광화문에서/이병기(경제부 차장)-20080429화] 진짜 약자는 누구인가
서울 북아현동 산동네에 사는 이모(63·여) 씨. 시장에서 막일을 하는 아들과 남편의 한 달 소득은 150만 원가량이다. 과일은 너무 비싸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남편이 고기를 좋아하지만 한우 고기는 못 먹고 한 달에 한 번 수입 쇠고기를 먹는다. 값이 내려가면 쇠고기 소비를 늘릴 생각이다.
18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타결한 이후 축산농가의 반발이 거세다. 축산업은 절체절명의 상태다. 정치권은 청문회 개최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도 축산농가에 대한 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쇠고기 문제에서 보듯 룰이 하나 바뀌면 손해와 이익을 보는 사람이 생긴다. 소비자 안전이 걸린 광우병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사회는 쇠고기 문제처럼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룰에 따라 작동된다. 민주주의 사회는 이런 룰을 바꾸기 전에 이해 당사자의 다양한 목소리가 사회 전체, 특히 룰을 만드는 정치권과 정부에 전달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간 양극화가 다층적으로 누적되면서 우리 사회에 새로운 약자들이 생겨났으나 이들의 목소리는 소외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도시와 농어촌의 빈민(貧民), 실질적인 부양가족이 없는 노인, 비정규직 노동자, ‘88만 원 세대’로 일컬어지는 청년층 등 4대 약자그룹이 대표적이다.
적자 가계부를 벗어나지 못하는 최하위층, 넷 중 하나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절대빈곤의 상태인 노인가구, 정규직 임금의 67%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대학 졸업 후에도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하는 청년백수들…. 한 가정에 이들이 모여 고통을 몇 배로 겪는 곳도 흔하다. 여기다 결혼 이주 여성과 그들의 자녀도 새로운 약자로 커 가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소수가 아니다. 비정규직만 해도 570만 명에 이른다. 수(數)만 놓고 보면 폭발적인 정치적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미약한 것은 ‘조직화’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거나 취직공부하기 바쁜 이들이 시간과 자원을 동원해서 조직화에 나서기는 어렵다.
대기업 노동자를 보면 알 수 있다. 1987년 민주화 이전에는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였던 이들은 민주화 운동과 결합돼 조직화되면서 거대세력으로 변신했다. 이 중 상당수는 약자의 위치를 벗어났지만 아직도 약자 행세를 하곤 한다. 새로운 약자가 과거의 약자들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더 힘든 삶을 강요받는 ‘민주주의의 경직화’ 현상이 우려될 정도다.
최근 우리는 진짜 약자를 배려할 기회를 소홀히 넘겼다. 비례대표 의원은 조직화 능력이 떨어진 약자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좋은 통로였다. 하지만 18대 국회 비례대표 54명 가운데 4대 약자그룹에 속한 의원은 환경미화원 출신인 민주노동당 홍희덕 당선인 한 명뿐이다. 또 이들을 대변할 이는 ‘빈민의 대모’로 알려진 한나라당 강명순(안산제일감리교회 목사) 당선인 한 명 정도로 보인다. 공천 파동으로 비례대표 몇 명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면 각 당이 사회적 약자 가운데서 새 비례대표를 지명할 것을 검토했으면 한다.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가 골고루 수렴되는 실질적 민주화로 가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믿는다.
[조선일보 칼럼-태평로/김동섭(논설위원)-20080429화] '신부 부족' 재앙, 이제 시작일 뿐
-1차 베이비 붐 세대 아들들 취업난에 결혼난까지 심각
서울의 한 공장에서 전기 배선 업무를 하는 35살짜리 총각 이모씨는 "장가 좀 보내달라"고 하소연한다. 농촌으로 시집오겠다는 처녀들이 없어 3년 전 태어난 고향 땅을 등지고 서울로 올라 왔지만, 도시에서도 결혼할 신부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 한탄이다.
우리나라에서 35세 이상의 총각은 70만여명. 노총각 하면 쉽게 농촌 총각을 떠올리지만, 정작 농촌 노총각은 14만명밖에 안 된다. 노총각 10명 중 8명은 이씨처럼 도시 변두리에서 독수공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도시 노총각들이다. 자기 또래의 미혼 처녀가 총각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비관하면서….
하지만 이는 앞으로 닥칠 '신부(新婦) 부족' 사태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당장 내년에 서른 고개를 넘는 총각들은 앞으로 4~5년간 신부 기근에 시달리게 돼 있다. 인구 구조 변화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피라미드를 보면 26~29세 연령층은 앞뒤의 다른 연령층에 비해 불쑥 튀어나와 있다. 이들은 6·25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1955~1962년생)가 낳은 자녀들로서, 앞뒤의 연령층보다 평균 10만여 명씩이나 더 많다.
이 시기에 태어난 남성과 여성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여성들은 '많은 인구'를 무기로 그동안 신붓감을 구하지 못했던 네댓 살 많은 남성들과 결혼, 계속 줄기만 하던 혼인 건수를 거꾸로 늘려 놓았다. 작년에 아기를 전년보다 4만여명이나 더 낳아 우리나라 출산율을 올리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것도 이들이다.
반면 이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남성들은 '너무 많은 인구' 때문에 결혼할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할 위기에 놓여 있다. 남성들은 대부분 동갑내기나 3~5살 아래 여성과 결혼하는데 이들 여성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 세대는 어려서 학교 다닐 때는 갑자기 숫자가 늘어 콩나물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했다. 사회에 진출해서도 자기들끼리 심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취업난'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신부 난(難)'에까지 시달리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1988년 이후 10여년간 태어난 10~19세의 남자들이다. 이들은 태아 성비(性比·여아 100명당 남아 수)가 매년 110명을 넘는다. 아들 낳기 위해 초음파로 무분별하게 성 감별하고 낙태시킨 결과다. 이들이 혼기(婚期)를 맞을 때면 매년 3만여명이 10여년간 결혼 상대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계도 나온다. 부모들이 자연의 섭리를 어겨가며 아들 골라 낳기 한 죄의 대가를 아들들이 치러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 여파가 모든 계층에 골고루 미치는 게 아니다. 형편이 곤란한 농촌 총각과 도시의 저소득·저학력 총각들이 훨씬 심한 홍역을 치르게 된다. 결국 이들은 인생의 배필로 외국 여성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사정이 여기까지 왔다면 외국인 신부를 돈 때문에 팔려 왔다며 멸시하는 풍조나 이들의 자녀를 혼혈 외국인쯤으로 여기는 편견은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다인종(多人種), 다민족(多民族)이 어울려 사는 다문화(多文化) 사회의 가치관을 정착시켜 나가야 하고, 학교 교육도 서둘러 이런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어떻게든 위장결혼을 막겠다는 근시안적인 태도로 국적 취득 과정을 제한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외국 며느리들을 우리의 새 식구로 맞이하기 위해 지역마다 한국어교실을 상시 운영하고, 폭넓은 사회복지 혜택도 베풀어야 한다. 외국인 신부와 그들이 낳은 자녀들을 우리 사회의 영원한 이방인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철호(논설위원)-20080429화] 황당한 법률
뉴욕에선 아무 데서나 춤을 추면 안 된다. 오직 카바레에서 추는 사교춤만 합법이다. 1926년 금주법과 함께 제정된 ‘카바레 법’ 때문이다. 화가 난 바와 술집 주인들이 2년 전 위헌소송을 냈다. 그래도 뉴욕주 대법원은 “법이 폐지되지 않은 만큼 80년 전의 카바레법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미국은 주마다 황당한 법률이 적지 않다. 켄터키 주민들은 매년 한 번 이상 반드시 목욕해야 한다. 버몬트주에선 여성이 틀니를 하려면 남편의 허가 문서가 필요하다. 특히 아이오와는 보수적인 곳이다. 헌법이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자 이에 반발해 ‘아이오와 결혼 보호법’까지 제정했을 정도다. 이 아이오와에는 키스는 허용되지만 5분을 넘으면 안 된다는 법률이 남아있다.
유럽은 더하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에선 국왕이 새겨진 우표를 거꾸로 붙이면 반역죄로 다스린다. 해안에서 발견된 죽은 고래의 머리 부분은 왕이, 꼬리 부분은 여왕이 소유권을 갖도록 정해져 있다. 또 런던항에 들어오는 군함은 런던탑 관리인에게 럼주 1통을 바쳐야 한다는 법률도 남아 있다. 프랑스에는 돼지에 나폴레옹이란 이름을 붙이면 경찰에 잡혀간다. 모두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가 아직 폐지되지 않은 유령 법률이다. 이처럼 법을 만들 때는 잽싸고, 나중에는 나몰라라하는 관료들의 습성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도 선거인단이 대법원장·대법관을 뽑는 법률이 있다. 60년 4·19 혁명 직후 제정된 ‘대법원장 및 대법관 선거법’이다. 헌법이 바뀌었는데도 이 법은 46년간 ‘식물 법률’로 살아남았다가 지난해에야 폐지됐다. 장기신용은행법도 마찬가지다. 장기신용은행은 98년 외환위기를 맞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장기신용은행법은 9년을 더 생존하다 지난해 12월에야 폐지됐다. 우리나라엔 아직도 100여 건의 유령법이 버젓이 살아있다.
그제 한우 농가를 돌아본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소방법을 질타했다. “소가 불이 나면 비상구 표지판(유도등)을 보고 나가겠나”며 혀를 찼다. 화들짝 놀란 소방방재청은 “유도등 하나에 3만원이고, 축사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안전 장치”라고 변명했다. 요즘 대통령 혼자서 전봇대 뽑고 유도등 없애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가까운 주먹’은 공무원이다. 그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백성만 괴롭다. 으레 정권 초반을 넘기면 관료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키스 시간을 단속하고 유령마저 존치시키는 막강한 조직이다. 머지않아 이런 법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현장 방문 전에 대통령은 반드시 해당 공무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위원)20080429화] 언론의 자유
근착 이코노미스트지가 브라티슬라바, 소피아, 부쿠레슈티발로 짤막한 기사를 실었다. 동유럽의 언론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슬로바키아의 주요 일간지들은 최근 1면을 백지상태로 또는 검은 테를 둘러 제작해 왔다. 기사 속에 언급된 사람에게 같은 크기의 반박문을 요구할 권리를 인정한 새 미디어법에 항의하는 뜻에서다. 6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에 따르면 누군가가 기사에 불만을 제기하면 소관 편집인은 원칙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신문에 실어야 한다. 또 반박문 게재를 거부했다간 거액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불가리아도 언론자유에 대해 자의적인 법적 제약을 가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저명인사에 대한 명예훼손은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기자들이 이런 혐의로 법정까지 간 경우는 2006년 60건에서 2007년 100건 이상으로 늘었다. 작년 루마니아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모욕’을 범죄로 규정하는 엄격한 명예훼손법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재벌 3곳이 주류 미디어를 장악하고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공공연한 현실에서 이런 제약의 의미는 퇴색해 버렸다.
프리덤하우스는 1980년부터 매년 세계 190여개국의 언론자유도를 발표하고 있는데 최근 동유럽과 구소련 공화국들의 언론자유가 상대적으로 가장 후퇴했다고 분석했다. 법적 환경과 정치적 압력, 경제적 요인들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다. 라트비아의 점수는 19점에서 22점으로 올라갔다. 슬로바키아도 20점에서 22점으로, 슬로베니아는 21점에서 23점으로, 폴란드는 22점에서 24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들은 ‘언론자유 국가’로 분류됐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부분적 언론자유국’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반해 러시아와 중국은 ‘언론자유 부재국가’다. 이 중 러시아는 ‘부분적 언론자유국’이다가 2003년 이후 ‘언론자유 부재국가’로 떨어졌다. 물론 언론자유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있으며 프리덤하우스의 보수적인 평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모의 리듬체조 선수 알리나 카바예바와 재혼할 것이란 기사를 썼다가 폐간 소동까지 겪은 모스코프스키 코레스폰덴트지 사건은 과거 공산권의 언론자유화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보여준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정민정(국제부 기자)-20080429화] 자국민도 못 먹이면서…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를 둘러보는 길에 동행한 조선족 가이드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가을만해도 최상급 돼지고기 가격이 500g당 9위안 정도였는데 지금은 20위안을 넘었습니다. 시장 보는 게 괴로울 지경입니다.”
지난해 돼지고기 파동에 이어 올들어 전세계적인 식료품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중국인들은 먹을 것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쌀ㆍ밀 등 주요 곡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중국 국가 통계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에 비해 8.3% 증가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식료품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1.4%나 급등했다. 식용유와 지방 가격은 무려 50.7%, 고기는 45.8%나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위안화 절상 속도를 빨리 하는데, 식료품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1% 정도여서 이마저도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역부족이다.
중국 정부는 식료품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농업 정책과 관련한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농업 보조금을 늘리고 식료품에 광범위한 가격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농업 생산을 보호하기 위해 오는 9월 말까지 비료에 대한 수출 관세를 100~135%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의 식품 가격 안정정책은 국제 쌀 가격을 급등시켜 결국 중국인들의 식탁을 위협하는 역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자국인들을 먹이기 위해 농업 생산량을 증대시키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농지를 갈아엎어 공장을 지어 생산성을 높였지만, 더 이상 이 정책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세계 곡물시장에 여유가 있었지만, 더 이상 중국과 인도를 먹여살릴 곡물이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은 그동안 저가의 공산품을 전세계에 팔아 고도성장을 했지만, 자국인들의 생계비가 증가하는한 더 이상 값싼 제품을 만들수는 없게 됐다. 이번 세계 곡물파동의 원인은 중국에 있다. 따라서 중국은 자국민들을 자급자족케 하는 대책을 세우지 않는한 전세계에 대재앙을 불러일으킬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출장에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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