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5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오늘의 신문
[한국일보 사설-20080425금] 국회, 제대로 '쇠고기 청문회'를 하라
17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가 오늘부터 한달 동안 열린다. 대선과 총선 등 대규모 정치행사에 떠밀린 민생 현안의 처리를 위해 총선과 새 국회 개원 사이에 처음으로 마련된 임시국회다. 이 ‘민생국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적잖이 뒤뚱거릴 전망이다. 또한 여야 합의 기운이 고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축산농가에 어떤 형태로든 타격을 주게 마련이고, 광우병 관련 식품의 안전 우려도 아직 완전히 씻기지 않았다. 따라서 농촌경제와 국민건강 차원에서 이 문제는 국회가 반드시 짚어야 할 ‘민생현안’이고, 축산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효율적 지원책, 국민이 안심해도 될 만한 철저한 안전대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쇠고기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나 그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주장은 이런 당위와 거리가 멀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 3당은 예정된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와는 별도로 청문특위에 의한 ‘쇠고기 청문회’ 추진에 합의했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졸속 ‘퍼주기’이자 국민 건강과 안전을 포기한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야당이 정확한 협상 내용이나 후속 대책을 살피지도 않은 채 국민정서를 자극하려는 정치공세에만 매달린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농림해양수산위의 정부 업무보고와 통일외교통상위의 한미 FTA 청문회를 지켜보자, 정치공세의 장이 될 ‘쇠고기 청문회’ 대신에 차라리 TV공개토론을 하자고 버티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의 기본 취지를 흐리는 무의미한 대치다. 새 국회 개원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급박한 민생현안이 쌓였다면 국회 청문회냐, 상임위 청문회냐 등의 형식 논란에 매달리거나 정치공세의 칼날을 빛낼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야권 3당이 추진하는 청문회를 거부할 명분도 없고, 의석 분포도 불리하다. 차라리 청문회를 수용해 새 국회 다수당의 여유를 보이고, 쇠고기 수입의 불가피성과 피해 구제책의 정당성을 떳떳하게 밝히는 게 낫다. 정치공세로만 흘러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인지는 야당에 맡기면 그만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425금] 부동산으로 돈 번 ‘부자 정부’가 서민 아픔 알 수 있나
어제 공개된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 내용을 보면, 시중에 나도는 ‘강부자(강남·부동산·부자) 정부’라는 말이 허튼얘기가 아니란 생각이 다시 든다. 총리·장관들의 평균 재산이 31억원이고, 류우익 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10명의 평균 재산은 35억원이다. 청와대 장·차관급 10명은 모두 집값이 많이 오른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에 부동산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은 게 죄일 수 없고, 고위공직자 발탁 기준은 능력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설명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능력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청와대 고위공직자 10명 모두 전체 가구의 2%만 내는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란 사실은 이명박 정부의 인적 구성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징표다.
그렇게 부자들로만 이뤄진 정부가 우리 사회 서민과 약자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귀울이겠느냐는 걱정이 드는 건 당연하다. 최근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과 중소기업, 취약계층과 관련한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대기업·부유층을 위한 규제 철폐와 감세 정책에선 그토록 기민하게 움직이는 정부가 중산층·서민을 위한 정책 마련에선 굼뜬 게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규모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번에 재산을 공개한 청와대 고위공직자 가운데 상당수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점도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은 2002년 배우자 명의로 영종도 농지를 구입했고,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은 대학생 시절인 1983년 부모의 돈으로 판교 새도시 부근의 그린벨트에 있는 땅을 샀다. 이동관 대변인도 강원도에 절대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공개됐다.
특히 박미석 수석이 영종도 땅을 매입할 당시는 이 일대에 개발 열기가 넘쳐나던 시기였다. 지금 그 땅의 가격은 공시지가로만 두 배 이상 뛰었다. 박 수석은 “투기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을 쉽게 믿을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박씨는 사회정책수석으로 발탁될 때부터 논문표절 의혹과 전문성 부족 논란에 휩싸여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았던 인물이다. 여기에 구체적인 투기 의혹까지 더해졌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이 그를 계속 감싸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동아일보 사설-20080425금] 20세기 국가 이미지로는 21세기 선진 Korea 어렵다
영국은 올림픽이 열리는 2012년까지 ‘런던, 세계 문화 리더’라는 깃발을 내걸고 국가이미지 높이기에 한창이다. 독일은 기술 강국 이미지에 창조성을 더한 ‘아이디어 국가’(land of idea)를 내걸었다. 이처럼 각국이 국가이미지전(戰)에 나서는 것은 이미지가 신뢰, 경쟁력, 국민 자존심과 직결되는 데다 국부(國富)와 국력 증진의 중요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브랜드 평가기관인 독일의 안홀트-GMI에 따르면 2005년 25위(조사대상 35개국)에서 2007년 4분기(10∼12월) 32위(조사대상 38개국)로 떨어졌다. 중국이나 멕시코보다도 낮다. 우리나라의 이미지는 경제력에도 크게 못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미국의 14분의 1 수준인데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5032억 달러로 미국의 26분의 1에 그쳤다. 그나마 하락 추세다.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인데도 한국 하면 여전히 “식민지 전쟁 독재 등의 이미지와 연결시킨다”고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밝혔다. 또 극렬한 시위와 노사분규가 ‘거친 한국’ 이미지를 심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일(美日) 순방에 동행한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 노사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신이 그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개발연대(年代)에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면서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크게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식민지 전쟁 독재’에다 최근 수년간 좌파정권하의 우리나라 모습이 국가이미지 급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격상시키려면 최고지도자부터 국민 개개인까지 노력을 보태야 한다.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교수는 “국가이미지는 오랜 시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 속에서 키워지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 선진국들과 ‘가치(價値) 공유’를 표방하며 글로벌 협력외교를 펴는 것도, 우리 기업들과 ‘메이드 인 코리아’가 세계 소비자들의 신뢰를 축적하는 것도, 대다수 국민이 열린 세계시민으로 선진의식을 생활화하는 것도 하나같이 긴요하다.
[조선일보 사설-20080425금] 하나로텔레콤, 600만 고객 신상정보로 돈벌이했다니
하나로텔레콤이 고객 600만명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8530만건을 1000여곳의 텔레마케팅(TM) 업체에 넘겨 자기 회사 인터넷TV, 유선전화 같은 통신상품을 판매하도록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를 성사시킨 TM업체엔 건당 몇 만원씩 수당을 줬다고 한다. 제휴 은행에도 96만명의 회원 정보를 줘서 신용카드 마케팅에 활용하도록 했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스팸전화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는 사람이 많다. 무슨 인터넷전화나 케이블TV에 가입하라든가 무슨 신용카드나 대출을 써보라는 식의 전화다. 어떤 때는 이름이나 직업, 관심분야 같은 개인적 사항까지 알고 전화하는 경우가 있어 찜찜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알고 보니 이런 스팸전화를 걸도록 시킨 것이 국내 2위 유선통신회사 하나로텔레콤이었다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에 개인정보를 웬만큼 노출시키지 않고는 생활하기 어렵다는 점은 있다. 얼마 전 국내 최대 쇼핑몰 옥션에서 회원 1081만명의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지만 그건 관리 소홀 책임은 있을망정 일종의 사고였다. 그에 비해 고객 신상정보를 일부러 넘겨 마케팅에 이용해 먹은 하나로텔레콤 행태는 고약하기 이를 데 없다. 하나로텔레콤 측은 "유선전화 가입할 때 '고객정보를 상품 홍보에 이용할 수 있다'는 약관에 동의를 받아왔다"고 변명하는 모양이다. 고객한테 약관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준 직원이 몇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인터넷 사이트들이 회원 가입 때 주민등록번호 같은 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주민번호는 국민 모두가 갖고 있으면서 중복되는 것이 없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 인터넷업체들은 주민번호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신상자료를 하나로 묶어내는 데이터베이스 머징(merging)의 열쇠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독일은 주민번호제를 폐지했고 미국은 우리 주민번호에 해당하는 사회보장번호를 요구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처벌하고 있다. 우리도 무슨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080425금] ‘돈 공천’ 수사를 야당탄압이라니
비례대표 당선자의 ‘돈 공천’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창조한국당 이한정, 통합민주당 정국교 당선자가 이미 구속됐다. 등원도 하기 전 비례대표 당선자가 구속된 것은 초유의 일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처음 의혹을 산 친박연대 양정례 당선자와, 같은 당 비례대표 3번 김노식 당선자도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공천을 주도한 서청원 대표까지 조만간 소환될 예정이라고 한다. 서대표 또한 연루 의혹이 짙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비례대표 무용론이 나올 법도 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야당은 하나같이 ‘정치탄압’‘야당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당은 손보지 않고 야당만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국민이 동조한다면 그 주장을 귀담아 들을 만하겠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구린내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특별당비는 그렇다 치자. 수사 결과 수억원에서 십수억원이 오갔는데도 단지 빌렸을 뿐이라고 발뺌한다. 왜 하필이면 당선권에 든 비례대표 후보에게서 차용했는지는 설명이 없다. 검찰 수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마저도 은폐됐을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수사는 그들이 투명성을 잃음으로써 자초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는 야당 지도자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앞에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큰소리나 치니 말이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손학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검찰 수사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허물부터 인정해야 한다. 특히 박근혜 의원을 끌어들이려는 친박연대의 행태는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야당 지도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온 국민이 지켜본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425금] 에너지절약 대책 실효 거두려면
정부가 어제 에너지절약 대책을 발표했다. 냉난방 규제,에너지 고효율 아파트건설 유도,고연비 차량 혜택과 같은 절감안을 내놓았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원전 확대 등의 장기적인 정책방향도 재확인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120달러시대에 들어선 지금 이러한 정부 대책은 때늦은 감도 없지 않다.
고유가 시대,에너지 대응책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비단 냉난방온도를 규제하고,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의 절약방안 이외에도 관련산업을 꾸준히 육성하고 에너지자원의 안정적인 물량확보에 나서는 한편 석유와 가스를 대체할 다양한 에너지를 개발하는 등 보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야할 정책도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생활의식이다.
실제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성을 높여나가는 것은 정부가 강요한다고해서 될 일이 아니다. 개인들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산업현장에 이르기까지 민간 스스로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먼저다. 같은 양으로 더 많은 생산이 이뤄지도록 하는 종업원들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에 핵심대책으로 제시된 여름 26℃이상 겨울 20℃이하 의무화 방안도 이미 지난 2006년 말 국가 에너지절약 추진위원회를 열어논의한 바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강제이행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고,전체 에너지사용의 절반을 넘는 산업부분의 절감책은 도외시한채 일상활동의 불편함을 행정규제로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선택이냐에 대한 논란이 일어 실행에 옮겨지지못했다. 한마디로 에너지 절약은 과태료 부과라든가 요금 인상과 같은 행정 규제만으로는 실효를 내기 어렵고 결국은 사용자의 손에 달렸다는 얘기다.
다만 정부도 차제에 절약책을 넘어서는 총체적이고 중장기적인 에너지수급안정대책을 확실히 수립해두어야 한다. 특히 고유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고 보면 한시도 늦춰서는 안될 현안이다. 특히 자원의 물량확보는 아무리 서둘러도 빠르지않다. 유가상승 자체도 큰 부담이지만 앞으로는 자칫 돈을 주고도 필요한 물량확보가 어려운 진짜 에너지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 오늘의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20080425금] 조류 인플루엔자
1918년 3월 11일. 미국 캔자스주 포트 라일리의 캠프 펀스턴 군병원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감기에 걸린 것 같다’는 병사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이 중 일부는 며칠 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다. 그해 5월 프랑스군 참호에서 ‘감기’가 돌았다. 6월엔 스페인에서만 800만 명의 ‘감기’ 환자가 발생했다. 이 역병을 프랑스인은 ‘스페인 감기’, 스페인인은 ‘프랑스 감기’라 불렀다. ‘프랑스 감기’는 그해 여름이 끝날 무렵 독일군 막사를 덮쳤고 독일에서만 40만 명이 생명을 잃었다. 재앙은 아시아로 건너가 인도·중국을 휩쓸었다. 한반도도 비켜 가지 않았다. 그해 10월부터 4개월간 742만 명이 감염돼 14만 명이 숨졌다. 감염된 사람 중엔 백범 김구 선생도 있었다(『백범일기』). 정확한 희생자 수 통계는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2000만 명가량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세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담배연기가 병원체를 죽인다는 소문이 돌아 흡연을 권장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14세기 유럽에서 페스트가 돌았을 때처럼 도시를 불태우지는 못했지만 장례식도 15분 내에 마쳐야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대재앙이 너무 빨리 잊혔다는 것이다. 지금도 중세의 흑사병(黑死病)은 알아도 20세기의 ‘스페인 감기’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울산의대 이재담 학장은 『간추린 의학의 역사』에서 “1차 세계대전이란 역사의 소용돌이에 묻히고, 이 병으로 숨진 저명인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며 “희생자는 주로 15∼34세의 젊은이로 다른 연령대보다 20배나 높았다”고 기술했다.
원인은 감기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였다. 2005년 미국 군사병리연구소 제프리 타우벤버거 박사는 원인 바이러스를 복원했다. 1918년에 숨진 한 일등병의 조직 표본과, 같은 해 사망한 뒤 80년간 얼음 속에 묻혀 있던 알래스카 원주민 시체 조직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추출한 뒤 이를 되살린 것이다. 처음엔 ‘범인’이 돼지일 것으로 봤지만 두 시체에서 얻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면밀히 검토한 뒤 ‘조류’에서 유래한 것 같다고 입장을 바꿨다.
최근 국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와 동남아시아에서 확산된 ‘AI 바이러스’(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것과 동일)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염기서열 2300개 중 10개만 다르다”고 경고했었다. 지난해 방한한 WHO의 AI 전문가 가사이 다케시 박사는 “AI에 대한 대중의 경계심이 너무 풀렸다”며 우려했다. 방심은 언제나 금물, 방역에 더 힘을 쏟아야겠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080425금] 보이스 피싱
전화 속의 남자는 우리 아이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무심히 전화를 받던 아내는 남자의 위압적인 목소리에 일순 사색이 되었다. “네 아들이 내 아들을 때려 다 죽어간다. 뇌수술을 받아야 하니 빨리 300만원을 입금시켜라.” 수화기에서는 신음소리도 들려왔다. 아내는 아이를 찾았다. 아이는 제 방에 있었다. 그제서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 아내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왜 전화를 끊었느냐면서 무시무시한 욕설을 뱉어냈다. 얼른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또 전화벨이 울렸다. 겁에 질려 수화기를 들 수가 없었다. 전화벨은 끊겼다 울리고, 끊겼다 다시 울렸다. 아내는 전화코드를 뽑았다. 전화가 놓인 탁자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것은 이내 공포로 바뀌었다. 전화 속의 남자는 우리 아이와 가족을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밖에 나간 식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식구들이 모이고, 다시 전화코드를 꽂았다. 모두 전화기를 응시했다. 다행히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그 후로 식구들은 외출을 할 때면 누가 따라붙지 않나 조심했고, 다가오거나 곁을 스쳐가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했다. 전화벨만 울려도 깜짝깜짝 놀랐다. 이처럼 보이스 피싱(전화 금융 사기)은 뻔히 알면서도 일방적으로 당해야 한다.
전화 속의 남자는 아이의 이름을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했다. 아마 학교나 학원에서 노출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살펴보니 주위 사람들도 거의가 보이스 피싱을 경험했다고 했다. 하기야 현대인으로 살아가려면 어디에 소속되어야 한다. 직장, 동호회, 인터넷 사이트 회원, 향우회, 동창회…. 이런 곳에서 개인정보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고객의 정보를 생명처럼 지켜줘야 하는 주요 온라인 사이트조차 개인정보를 유출시켜 충격을 주고 있다. ‘옥션’이 1000만명 이상, 하나로텔레콤이 600만명의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개인정보는 시중에 무수히 유통될 것이다.
보이스 피싱의 수법이 갈수록 교활해지고 있다. 늘 의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피곤하다. 정확히 나를 향해 달려드는 정보화 사회의 파편들. 한눈 팔면 당하기 일쑤다. 온통 덫이요, 함정이다. 지금도 셀 수 없이 많은 낚싯바늘을 드리우고, 누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매일경제신문-포커스/황국성(사회부 차장)-20080425금] 노동운동과 '실용'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ㆍ일본 방문 수행원 자격으로 출국한 지난 15일 오전.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산하 공공운수연맹 철도본부를 찾았다. 장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 미국 투자가와 기업가 앞에서 달라진 한국 노동계를 강조하며, 코리아 세일즈에 나섰다. 그는 짐작은 했지만 한국 노동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 무렵 이 위원장은 산하 산별노조를 둘러봤다. 철도ㆍ발전 등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를 위한 투쟁을 앞두고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서다. 짧은 기간에 두 위원장의 다른 행보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노선 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케 해주는 대목이다.
새 정부 들어 한국사회를 꿰뚫고 있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실용'이다. 그렇다면 한국 노동계에서도 실용이 키워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한국노총은 일찌감치 여당과 정책연대를 하면서 경제살리기 동참을 선언했다. 장 위원장의 이번 미국ㆍ일본행은 이의 연장선상이다. 그러나 한국 노동계를 이끌어가는 또다른 축인 민주노총의 모습에선 그런 기미를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공부문 개혁과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 등을 놓고 더욱 더 날을 세우고 있다.
얼마 전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세계 어느 나라 노조가 회사 월급 받고 투쟁하나"라는 말 한마디 했다가 노동계로부터 호되게 당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노동부 장관은 무슨 일하고, 장관자리 유지하고 월급받나"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노총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욕먹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국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강경투쟁을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식 터지는 '귀족노조 논란'도 국민들의 마음을 민주노총에서 멀어지게 했다. 그런 민주노총도 불과 12~13년 전에는 국민들로부터 성원을 받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합법화되기 전 국내 유일 최상급 노동단체이던 한국노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빈 공간을 '선명성'을 내세운 민주노총이 차지한 것이다. 그 무렵 민주노총의 위세는 대단했다. 국내 대기업 노조와 서울지하철 노조 등을 거느린 민주노총은 해마다 여름을 그들의 무대로 만들었다. 그때가 민주노총으로서는 황금기였다.
반면 한국노총은 '어용'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렇다 할' 파업 한번 제대로 못한 채 노동운동의 주도권을 빼앗겼고, 산하 노조가 민주노총으로 넘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에는 이 같은 노동운동 판도가 여간해서는 깨지기 어려울 듯했다. 그러나 그런 예상과 달리 한국노총이 부활하고 있다. 가입 조합원수가 아니라 국민들이 무언의 성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뿌리는 전임 이용득 위원장이다. 그는 산자부 장관과 함께 해외IR 현장을 돌며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외국의 걱정을 불식시키는 데 앞장섰다.
실업난과 경제난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그의 행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전 위원장의 노선은 요즘으로 치자면 '실용'노선이다.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10.3%(2006년)로 바닥 수준이다. 명분 없는 강경투쟁으로 치닫는 노동운동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제 노동운동의 힘이 조합원이나 강경 지도부가 아닌, 국민들의 성원에서 나온다는 점을 새겨 들어야 한다. 그것이 실용이든 아니든 말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이현종(사회부)-20080425금] 혁신도시 면밀히 보완해야
전국에서 공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는 혁신도시의 효과가 부풀려 졌다는 감사원 내부문건이 최근 공개되면서 가열된 '혁신도시 재검토' 문제로 새 정부가 정책집행에 미숙함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북 김천시를 위시한 혁신도시 관련 자치단체와 민심이 동요할 조짐을 보이자 국토해양부는 "재검토가 아니고 보완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봉합국면에 들어선 느낌이지만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성난 민심에 부담을 느낀 관계 부처가 일단 민심을 잠재우고 보자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언제 또 재론될지 알 수 없는 잠복상태라는 생각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가 국민에게 외면당한 가장 큰 이유가 섣부른 정책과 신뢰할 수 없는 정부여당의 정제되지 않은 언사였다.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자충수로 국력낭비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엇박자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혁신도시 논쟁은 따지고 보면 어설픈 정책집행의 산물이다. 왜 지역민심에 당황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기본적인 사항조차 예견하지 못했다면 정부의 무능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고 예견했음에도 그런 실수를 했다면 정부 정책점검 체계를 전면 보완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러나 차제에 정부는 혁신도시 건설에 대해 나타난 문제점을 세심하게 점검해 신뢰받을 수 있는 재검토 차원의 보완이 요구된다.
지난 정부에서 조급하게 밀어부친 탓에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기업 임직원 중 대부분은 가족이 수도권에 남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게 될 경우 혁신도시는 공동화현상을 빚을 공산이 크다. 이를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김천시에는 독신자들의 수요에 대비한 원룸건축이 한창이다. 원룸수요가 많은 혁신도시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산업단지로 바꾸든 어떻게 하든 상존하는 우려는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이 바로 그런 것이다. 섣부른 발표보다는 면밀한 검토와 대책을 수립한 뒤 대다수가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공표하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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