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4월 23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4. 23. 17:47
 

2008년 4월 23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오늘의 사설

 

[한겨레신문 사설-20080423수] 국민 우롱하는 각 당의 ‘비례대표’ 해명들 

 

  18대 총선 비례대표 당선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점입가경이다. 돈이 오갔으리란 건 익히 예상했던 일이긴 하나, 수사 과정에서 각 정당 지도부가 보이는 행태가 국민을 더욱 놀라게 하고 허탈하게 만든다. 친박연대가 양정례 비례대표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돈이 15억원을 넘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서청원 대표는 “선거비용을 차입 사용했을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친박연대는 처음엔 “양씨로부터 1억100만원의 특별당비만 받았다”고 말했다. 왜 말이 바뀌었는지 설명은 없다. 반성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군색한 말바꾸기에 국민은 아연할 뿐이다.

  이한정 비례대표 당선인이 구속된 창조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창조한국당은 처음엔 “이씨로부터는 선관위 기탁금과 특별당비로 2천만원을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씨가 21일 구속되면서 “당에 6억원을 빌려줬다”고 말하자, 그제야 창조한국당은 “이씨 지인들이 5억8천만원어치의 당 채권을 매입해줬다”고 털어놓았다. 더 이상한 건 문국현 대표의 태도다. 그가 수억원대의 채권 발행이나 비례대표 선정을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그는 “나는 잘 모른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이나 특별당비의 속성상,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모르는 상태에서 일이 진행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검찰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검찰 수사는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비례대표 당선인들에게도 예외 없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의 정국교 비례대표 당선인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한나라당의 일부 비례대표 당선인들에 대해서도 ‘공천헌금’ 소문이 돌고 있다. 검찰은 작은 의혹이라도 보이면 여야를 불문하고 수사를 확대하는 데 주저해선 안 된다. 

 

 

[동아일보 사설-20080423수]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탈북 시인 장진성 씨가 19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린 북한 주민의 참상을 시(詩)로 엮어 펴냈다. 시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는 이렇게 이어진다. ‘…한 군인이 백 원을 쥐여주자/그 돈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던 그 여인은//그는 어머니였다/딸을 판 백 원으로/밀가루빵 사 들고 어둥지둥 달려와/이별하는 딸애의 입술에 넣어주며/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은…’ 정호승 시인의 표현대로 장 씨의 책은 ‘시집이 아니라 통곡’이다. 

  세계적인 곡물가격 폭등 속에 북한이 또 극심한 식량 부족에 허덕일 것으로 우려돼 장 씨의 시는 우리의 가슴을 더 무겁게 한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10여 년 전 대량 아사(餓死)의 참극이 북에서 되풀이되지 않게 해 달라고 빌고 있다고 한다. 

  장 씨의 시는 2006년 탈북자 김은주 씨가 탈북자동지회에 보낸 수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김 씨는 기아로 아내와 딸을 잃은 북한군 장교(중위)의 목격담을 절절히 그려냈다. 이 장교는 시장에서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라는 글이 적힌 종이를 목에 건 여인과 마주친다. 병으로 죽어가는 여인이 딸을 먹여 살릴 길이 없어 차라리 팔기라도 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당시 북한 돈 백 원으로는 쌀 2kg 정도를 살 수 있었다. 죽은 아내와 딸의 모습이 아른거려 백 원을 주고 아이를 넘겨받은 장교는 그 여인이 빵을 사가지고 되돌아와 딸에게 먹이는 모습에 다시 가슴이 무너진다. 

  1994년에 시작돼 99년까지 지속된 북의 식량난으로 많은 주민이 굶어죽었다. 그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 씨의 수기를 읽은 누리꾼들은 “차라리 조작된 글이었으면 좋겠다”며 참담해하지만 더 끔찍한 사례도 많다. 

  그런데도 이 땅의 이른바 친북좌파는 침묵하고 있다. 주민들을 굶겨 죽이는 것보다 더한 인권유린은 없는데도 인권을 얘기하면 남북 대결을 부추기는 반(反)민족, 반통일 세력이라고 한다. 언제쯤이나 그 위선에서 벗어나 딸을 판 어머니의 고통을 함께 느낄 것인가. 

 

 

[조선일보 사설-20080423수] 학교 찬조금, 명랑하게 걷어 투명하게 써야 

 

  일선 초·중·고교에서 최근 학부모에게 할당까지 해가며 찬조금을 걷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경기도 어느 외고는 올 한 해 찬조금으로 2학년은 20만원, 3학년은 40만원씩 걷었고, 서울 어느 고교는 학급당 수백만원씩 연간 모금액을 정해놓고 학부모회 간부가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학교에 자율을 주겠다고 하니까 학교들이 찬조금 걷는 자율부터 누리겠다는 것이냐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학부모 중에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기꺼이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학부모조차 얼마씩 내라고 강요하는 듯한 통고를 받고 나면 자발적으로 도울 때의 흔쾌한 기분은 사라지고 만다. 가정 형편 때문에 찬조금이 부담되는 학부모도 많다.

  미국 학교에도 찬조금이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다채로운 이벤트를 벌여 모금을 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즐거운 마음으로 기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math)과 마라톤(marathon)을 합성한 '매스아톤'이라는 행사를 연다. 일종의 수학경시대회다. 그 자리에서 학생의 아버지, 할아버지, 삼촌이 학생이 맞힌 수학문제 수(數)만큼 기부금을 내기로 약속한다. 학교 음악회, 전시회, 축제 때 학부모들에게 입장권을 팔아 기부금을 모으기도 한다.

  미국에선 학부모단체가 모금만 주도하는 게 아니라 기금 관리와 집행도 알아서 한다. 기금을 내는 학부모가 '이건 2학년 3반을 위해 써달라'고 조건을 걸면 그 용도로만 쓴다. 우리는 '학교발전기금' '체육진흥기금' 명목으로 거둬 교사 회식비나 야유회비로 써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담임교사 9명은 2005년부터 3년간 학부모들로부터 2900만원의 찬조금을 받아 필리핀, 발리, 일본으로 여행갔다가 적발돼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학부모가 찬조금을 내더라도 기분 좋게 낼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모금액은 반드시 학생을 위해 써야 하고 그 용처를 학부모들에게 철저히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 명랑하게 걷어 투명하게 쓰라는 말이다. 정부가 건물만 지어놓고서 유지관리비는 주지 않아 학교가 어쩔 수 없이 찬조금을 걷게 만들고는 불법 찬조금을 단속하겠다며 호통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서울신문 사설-20080423수] 청와대까지 해킹당하고도 IT 강국인가 

 

  정보기술(IT) 강국을 자부해온 한국의 자존심이 요즘 말이 아니다. 지난주 옥션 해킹사고로 108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용자들은 보이스피싱 등 제2의 피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전산망까지 해킹으로 의심되는 컴퓨터 바이러스 공격을 받아 국가자료의 일부가 흘러나갔다고 한다. 또 포털업체 직원이 가입자 정보조회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고객정보를 실시간으로 빼냈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사건도 터졌다.

  정부기관과 기업들의 컴퓨터망이 이렇듯 손쉽게 뚫리고 국가와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된다면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나.IT강국이란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상사로 벌어진다니 참으로 충격적이다. 정보유출이나 해킹 방화벽의 취약성도 큰 문제지만, 사후 처리는 더 엉망이다. 옥션은 사건 이후 이용약관을 슬쩍 바꿔 책임을 피하기에만 급급해한다고 한다. 청와대의 경우 유출자료가 보안등급이 아닌 개인자료라고 얼버무리고 있다. 정보통신망의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니 ‘한국은 해커들의 놀이터’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정보화 시대에는 완벽한 보안시스템이 생명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뚫리면 치명적이다. 특히 청와대 같은 국가의 심장부는 24시간 해커들의 타깃임을 명심해야 한다. 방심해서 중요한 국가정보라도 새나가면 나라가 끝장날 수도 있다. 국가정보보호백서에 따르면 한해에 3만여건의 해킹사고가 일어난다. 근원적 방비책이 없으면 정보사회는 편리하기는커녕 첨단 범죄의 온상일 뿐이다.

 
 
 

* 오늘의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조현욱(논설위원)-20080423수] 담배꽁초 

 

  임진왜란 뒤 담배가 처음 들어왔다. 그 후 불과 20여 년 만에 전국으로 퍼졌다. 중국에서 전래된 목화가 100년에 걸쳐 서서히 퍼진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다. 인조 때 우의정을 지낸 장유는 어전회의에서도 담배를 피웠을 정도로 애연가였다. 그는 1635년 저술한 『계곡만필』에서 “우리나라에서는 20여 년 전에 처음 피웠는데, 지금은 위로 높은 벼슬아치와 아래로 심부름꾼에 이르기까지 피우지 않는 이가 없다”면서 “100년 뒤에는 반드시 차(茶)와 이익을 다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1668년 네덜란드의 선원 헨드릭 하멜은 『하멜표류기』에서 “조선 사람들은 아이들도 4, 5세만 되면 담배를 피운다”고 기록하고 있다.

  임금 중에는 정조(1752~1800)가 대표적 애연가로 담배예찬론을 남겼다. “화기(火氣)로 한담(寒痰)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혔던 것이 자연히 없어졌고, 연기의 진액이 폐장을 윤택하게 하여 밤잠을 안온하게 잘 수 있었다. 쓰임에 유용하고 사람에게 유익한 것으로 말하자면 차나 술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정조는 “(담배를) 우리 강토의 백성에게 베풀어 혜택을 함께하고 효과를 확산시켜 천지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 한다”며 신하들에게 흡연 장려 정책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책문(策問)을 내리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담배가 몸에 이롭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허준이 편찬한 『동의보감』의 서술이 이를 뒷받침한다. “연초는 맵고 열이 있어 장담, 한독, 풍습을 몰아내며 살충 효과가 있다. 연초는 양성으로 쉽게 이행하고 퍼지므로 냉한 음식에 체한 데 쓰면 신효하다.”

그러나 담배의 정체를 일찌감치 간파한 선각자도 있었으니 실학자 이익(1681~1763)이 그다. 그의 『성호사설』은 흡연의 10가지 해악을 지적했다.

  “안으로 정신을 해하고 밖으로는 귀와 눈을 해치고 머리칼이 희어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이가 빠지고 살이 깎이고 사람을 노쇠하게 한다. 더 해로운 것은 냄새가 배어 신과 사귈 수 없고 재물을 소모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오늘날 담배의 해악을 논할 때 이익의 선견지명에 하나를 더 보태야 한다. 환경을 해치고 화재의 위험을 부르는 담배꽁초 문제다. 서울시는 꽁초를 무단으로 버리는 행위를 이달 말부터 집중 단속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적발되면 과징금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제 실내는 대부분 금연이고 야외에서는 꽁초 버릴 자리를 먼저 보고 담뱃불을 붙여야 하는 세상이 됐다. 흡연자들이여, 이렇듯 누추하게 내몰리느니 차라리 담배 끊는 것이 어떨까. 흡연 천국이었던 조선시대로 시곗바늘을 되돌릴 수 없으니.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위원)-20080423수] 빨랫줄의 복권 

  

  빨래에도 나름의 역사가 있다. 옛날 빨래는 우물가나 개울가 빨래터에서 주로 했다. 빨래터는 아낙들의 수다로 시끌벅적했다.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씨(66)는 며칠 전 경향신문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소년시절에는 지금의 (서울) 마포대교가 강을 가로지른 위치에 노 젓는 나룻배가 건너다녀서, 봄이면 어머니는 겨우내 밀린 이불 빨래를 이고 마포나루에 나가 배를 타고 여의도로 건너가 백사장에서 아침 내내 빨아 모래밭에 펼쳐놓았고, 나는 그 옆에서 헤엄을 치며 놀았다.” 놀이를 나간 시민들이 강물을 그냥 떠서 밥을 짓고 고기를 잡아 먹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런 빨래터 풍경은 이제 시골 오지에서나 찾을 수 있을 게다. 빨랫방망이가 사라진 대신 세탁기와 빨래건조기가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빨래터와 더불어 퇴장하는 것이 또 있으니 빨랫줄이다. 집마당 빨랫줄에 가지런히 널려 있던 형형색색의 빨래들…. 이것 역시 도시화로 밀려나는 정경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빨랫줄 사용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는 흥미로운 소식이 들린다. 이른바 ‘밖에서 빨래를 말릴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이다. 전기가 많이 소모되는 건조기 대신 햇볕에 빨래를 말리자는 것이다. 북미와 일부 유럽국가들이 집밖의 빨랫줄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사용 금지 조치를 취하자 이런 움직임이 나왔다. 이 조치를 폐지하기 위한 시민단체와 국제적인 네트워크까지 생겨났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다. 건조기가 가정 에너지 소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로 냉장고와 맞먹는다. 이런 건조기 사용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아 보자는 것이다. 

  이런 노력 끝에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지난 주 빨랫줄 사용을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 코네티컷, 버몬트, 콜로라도주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덕분에 빨랫줄과 집게, 건조대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온타리오주 오로라시의 모리스 시장은 “이런 간단한 것을 바꾸지 못한다면 지구를 위한 큰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쩌나. 지난 3월 지구표면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25년을 정점으로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겠다는, 참으로 후안무치한 목표를 지난 주 제시했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시론/이재은(충북대 행정학 교수)-20080423수] AI, 국가위기관리의 문제다 

 

  지난 3일 전북 김제로부터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우리나라에서 계속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AI는 인수공통 전염병이기에 조류 인플루엔자의 병원균이 인간의 감기 바이러스와 결합할 경우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전염이 가능하다. 

  또 AI는 주로 철새의 이동이 주된 감염 경로이기 때문에 발생 지역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발생 시기도 겨울철에 국한되지 않고 봄에도 발생하고 있어 그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AI 방역 및 방제 활동과 관련한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부처의 대응을 보면,AI의 심각성에 비해 대책은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AI는 사회적 재앙으로서 국가 생존성 보장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AI 병원균이 과거에 전 세계 인류 5000만명을 사망하게 했던 스페인 독감의 병원균과 일치하는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한반도에서도 AI 병원균과 인간의 감기바이러스가 결합된 변종바이러스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가공할 만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이제 AI 문제를 계절병처럼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전북 김제에서 수천마리 닭이 폐사했다는 신고에 방역당국이 AI 발생시기가 아니라고 했다는 소식에 경악할 따름이다.

  국가위기란 국민의 생명과 재산,국가의 영토와 주권,그리고 핵심기반을 위협하는 위기로 정의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AI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위기인 동시에 국가의 공중보건시스템을 위협하는 국가위기인 것이다. 따라서 AI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AI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국가위기 경보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AI 발병과 관련해 그 징후를 파악하고 국가 위기관리의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별로 지표를 설정해 단계별로 즉각적인 대국민 경보와 함께 행동지침이 제공돼야 하는 한편,관련 기관들 사이의 유기적 협조 및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예방,대비,대응,복구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AI가 발병하기 이전이라도 사전에 AI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예방 조치들과 사후 대응을 위한 방역 물자 및 장비의 확보 등 대비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AI가 실제 발생하는 경우,인근지역 가금류의 살처분에 따른 사후 보상 문제 등을 위한 방안이 준비돼야 한다.

  셋째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이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AI의 인체 감염 사례에 대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AI 변종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되는 경우를 가정해 국민들에게 보급할 수 있는 의약품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넷째 AI 대응을 위한 전문 인력의 양성과 확보가 필요하다. AI가 발생하는 경우 위험천만한 일들이 해당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즉 문외한인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나 젊은 장병,경찰관 자원봉사자,전ㆍ의경 재난관리부대 등이 투입돼 활동하고 있다. 밤낮없이 가금류 살처분은 물론 이동통제초소,상황실 근무 등에 동원되는 것이 안쓰러울 뿐만 아니라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AI 전문 방역을 담당하는 기업의 설립을 통해 전문 인력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위기관리의 모든 것을 국가가 직접 수행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제 AI가 수도권까지 왔다고 요란을 떨 필요도 없다. AI 문제를 국가 위기관리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관련 중앙정부 부처,지방자치단체,연구기관,유관 기업,단체 등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광장/신의진(영동세브란스 정신과 교수)-20080423수] 어린이 성폭력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 납치 및 살해 사건은 대한민국의 모든 딸 가진 부모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전문적 치료없이는 피해 어린이와 그 가족들은 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불행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 중 65% 이상이 정신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과학적 데이터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체계적인 대책 없이 사고 당시만 분노하다가 곧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될 뿐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의 정책만 나열하고는 잊어버리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더욱 부모들을 불안하고 분노하게 하고 있다. 

  어린이 성폭력을 예방하고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돕는 전문적 제도와 가해자를 처벌, 격리, 치료, 교육을 하는 두 부분의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 하지만 전체 어린이 성폭력 사건 발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나마 부족한 예산 중에서 10%를 줄여 직원들을 감축해야 할 상황에 있다. 

  얼마 전 여성부는 해바라기아동센터를 전국적으로 16개 이상을 이른 시일 안에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전문기관이 많이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나 현재 3개에 불과한 센터조차 예산을 삭감하고 질적 수준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또 여러 개를 만들겠다는 것은 졸속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장기적 계획 아래 전문가들을 양성하면서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해바라기아동센터를 만들어 나가도록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 

  지금 제일 논란이 되고 있는 가해자 처벌 역시 어린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몹시 중요하다. 우선 어린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체계적 접근을 위해서는 이들을 자세히 조사해 그 특성에 따라 분류한 뒤 그에 맞는 처벌,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증가하는 미성년 성폭력범에 대한 대책과 공격성향이 강한 성인 성폭력범에 대한 대책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GPS 추적 장치나 전자팔찌 등의 대책도 그런 방법이 범죄 억제 효과를 나타내는 성폭력범에게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성폭력범을 평가하고 분류하는 것조차 그들의 인권존중 차원에서 시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이들의 특성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대책을 만들고 있는 우둔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피해자 인권보호를 우위에 두고 어린이 성폭력범을 과학적으로 평가ㆍ분류하고 교정정책을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노력도 없이 형량만 과도하게 높이거나 어린이 성폭력범만 모아서 교정을 하는 시설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발언이다. 

  정말 내 자식을 돌보듯이 어린이 성폭력 관련 사회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를 하는 시민들의 성숙한 태도가 어린이 성폭력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그것을 시행할 전문가가 없으면 허공 속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정말 이번만은 제대로 어린이 성폭력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해서 사망한 어린이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기회마저 놓친다면 대한민국은 어린이 성폭력이 무서워 이민을 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이뮤미(부동산부)-20080423수] 뉴타운 '소모적 논쟁' 끝내자

 

  말을 먹이고 쉬어 가던 서울의 끝자락 말죽거리가 1년 새 3.3㎡당 100원에서 2,000~3,000원으로 급등하던 시절, 부동산은 ‘인생역전’을 실현시켜주던 ‘70년대식 로또’였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은 절대 불패”한다는 ‘학습효과’가 시작됐던 것도 이때부터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를 ‘바이블’처럼 믿고 살던 한국인들은 시대별로 ‘강남복음’과 ‘재건축복음’을 차례로 신봉하며 재산증식 대열에 열성적으로 합류했다. 최근에 이 ‘바이블’에 새롭게 추가된 복음이 있으니 다름 아닌 ‘(4차)뉴타운 복음’이다.

  지난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총선 이후 정치권의 날 선 공방을 의식한 듯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자”고 말했다. “4차 뉴타운 추가 지정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쐐기를 박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은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싶은’ 오 시장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다. 4차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거주자들은 뉴타운과 관련된 학습효과를 기억하며 콧방귀를 뀌고 있는 상황.

  도봉구 창동의 한 거주자는 “지난 2002년에도 서울시 측이 용산구 일대를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이듬해 한남 뉴타운으로 지정한 ‘선례’가 있다”며 “여기 주민들은 머지않아 4차 뉴타운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분석을 내놓는 시각도 있다. 강서구 화곡동의 한 거주자는 “연임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혀오던 오 시장이 재선을 위해서라도 이번 임기 내에 4차 뉴타운을 추가 지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4차 뉴타운과 관련된 일련의 단상을 지켜보며 드는 아쉬운 생각 한 가지. 4차 뉴타운 공방과 관련한 진의는 차치하더라도 오 시장이 총선 전에 적극적으로 뉴타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더라면 굳이 현재와 같은 ‘부동산 시장 과열현상’도, 정치권과의 ‘소모적인 논쟁’도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 시장의 정치적인 ‘주판알 튕기기’가 되레 부메랑이 돼 ‘운신의 폭’을 옥죄어오는 현 상황도 오 시장 스스로에게는 딜레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