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6월 12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6. 12. 15:54
2006년 6월 12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동해 EEZ협상 좀 더 넓은 안목으로

일본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협상이 오늘부터 일본에서 열린다. 2000년까지 4차례 회담이 결렬된 데다 독도 영유권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열리는 회담이어서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새삼 애국적 주장을 하기보다 EEZ 문제의 본질과 대응 전략을 차분하게 살피는 것이 유익할 듯 하다.

우리 정부는 울릉도와 일본 오키 섬을 두 나라 EEZ의 기점으로 삼자던 입장을 바꿔 훨씬 외곽의 독도를 우리측 기점으로 하는 새 제안을 들고 나간다. 일본이 독도 수로조사를 시도, 공세적 태도를 보인 것에 강경하게 맞서는 전략이다. 일본은 울릉도와 독도를 양쪽의 EEZ 기점으로 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새 제안은 독도 영유권 시비를 일축하는 상징적 의미는 있겠으나, 협상 진전은 기대하지 않은 것으로 볼 만하다.

이런 강경 전략은 언뜻 애국적 정서에 부합한다. 또 독도에 관한 배타적 권리를 거듭 확인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 영유권과 EEZ 획정은 별개 문제다.

독도 영유권은 역사적 연원에 기초한 양보할 수 없는 권리지만, 영해 바깥수역의 경제적 이용권을 정하는 EEZ의 경계는 마주 보는 국가 사이의 합의를 토대로 성립한다. 합의가 없으면 ‘독도는 우리 땅’과 같은 구호는 무의미하다.

특히 우려할 것은 독도 기점은 국제법 상 보편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점이 있고, 남ㆍ서해의 EEZ 획정에 불리해 더 큰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독도는 독자 경제생활을 지속할 수 없어 유엔해양법협약이 배타적 수역을 인정하지 않는 돌섬에 가깝고, 이를 굳이 기점으로 내세우면 일본과 중국이 다른 해역에서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에 맞서기 어렵다는 국제법 전문가들의 냉철한 지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애국적 정서나 정치적 이해보다 ‘바다는 법이 지배한다’는 격언을 좇아 국제법 원칙에 충실한 자세를 보이는 넓은 안목이 필요하다. 그게 진정으로 국익을 추구하는 올바른 길이다.


[한겨레신문]‘서울 YMCA’ 앞에선 남자인 게 부끄럽다

우리 사회는 최소한 제도적으론 남녀 평등이 이뤄졌다고들 믿는다. 남성이 독점하던 호주제도가 폐지됐고, 상속도 동등하게 이뤄지도록 돼 있다. 남녀고용 평등법은 물론 여성부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눈을 부라리고 성차별을 감시하며, 제한적으로나마 공직 사회엔 여성 할당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포장을 살짝 들추기만 하면 그 허장성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개화기 낡은 관습을 타파하는 데 앞장섰다고 자부해 온 서울 와이엠시에이(YMCA)가 보여주는 가부장적 독선은 그 상징이다.

한국 와이엠시에이 전국연맹은 최근 총회 결의를 통해, 서울와이엠시에이가 계속 여성 참정권(선거권 피선거권 투표권)을 거부할 경우 5개월 안에 연맹에서 제명하겠다고 했다. 전국연맹은 그동안 성차별 철폐를 거듭 요청했으나, 서울와이는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오히려 지난 2월 103차 총회에 여성의 회원 자격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헌장 개정안을 상정했다. ‘만 19살 이상 기독교 정회원(입교인)으로, 보통회비 이상을 납부한 2년 이상 계속 회원인 사람’으로 되어 있는 회원 규정 가운데 ‘사람’을 ‘남자’로 바꿨다. 사람 중에서 여자는 뺐던 것이다.

비록 개정안은 부결됐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이사회의 막무가내식 독선에 경악했다. 와이엠시에이 헌장 정신은 세계 124개국 기독청년회와 국내 62개 지회가 함께 채택하고 있는 것이었다. 2002년 폭로된 이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등은 이런 남성의 독주와 독선 속에서 발생했다. 당시 실무 간사 등으로 구성된 비상회의는 이사진의 퇴진과 제도개선을 촉구했지만, 이사회는 관련자에게 해임 또는 대기발령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1903년 황성기독교청년회로 출범한 서울와이엠시에이는 일제강점기 2·8 독립선언과 물산장려운동을 주도하고, 야구와 농구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등 다양한 계몽활동을 펼쳤다. 광복 뒤에도 낡은 제도와 관행을 깨는 데 앞장섰다. 그 중심엔 60%를 차지하는 여성 회원이 있었다. 이런 단체가 소수 지도부의 시대착오적 행태 때문에 흔들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젠 물러설 순 없다. 차별적 관행과 제도를 일소하지 않으면 서울와이엠시에이는 역사성과 공공성을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기독교단체나 시민사회도 이를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민족’의 뜻, 南과 北은 다르다

북한 노동신문은 어제 “정세가 긴장될수록 ‘민족끼리’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자”고 주장했다. 주변 정세가 불리할 때마다 들고 나오는 상투적 구호다. 그러면서도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은 그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협력사업이 파탄 나고 온 나라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한편으로 ‘민족 공조’를 내세우고 다른 한편으론 위협을 일삼는 북의 태도는 염증이 날 정도다. ‘함께 손잡고 가야 할 민족’은 누구이고, ‘화염에 휩싸일 민족’은 누구란 말인가. ‘민족’이란 말이 북의 대남 적화(赤化)통일전선 전략의 도구로 사용된 지 오래라고 해도 이 기회에 북의 민족과 우리가 생각하는 민족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민족은 ‘문화·혈연 공동체’로서의 ‘민족’이지만 북의 민족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추종하는 반미친북(反美親北)세력을 뜻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100일 담화에서 “우리 민족은 김일성민족”이라고 했다. 이듬해 평양방송은 ‘김정일민족’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러니 자신들을 추종하지 않는 남한 사람들을 ‘화염에 휩싸일’ 반(反)민족 세력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자주(自主)도 마찬가지다. 6·15남북공동선언의 ‘자주 원칙’에 대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아니라 우리 문제를 남북이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제시한 ‘3대 민족공조’, 즉 ‘민족자주 공조’ ‘반전평화 공조’ ‘통일애국 공조’를 통해 ‘자주=외세 배격, 주한미군 철수’라고 분명히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자주의 성과’를 자랑했다. “서울은 이제 외국 군대가 주둔하지 않는 시대로 확실히 가며, 5년 내에 전시(戰時)작전통제권 환수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자주와 북의 자주가 갈수록 닮아 가는 형국이다. 지금 우리 처지가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인지, 국민적 경계(警戒)가 절실하다.


[조선일보] "주한미군 화끈하게 철수"가 6·10항쟁 정신인가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관계자들을 만나 “自主자주국방 한다면서 더뎌서 안타까운 사람도 많고 ‘화끈하게 주한미군 撤收철수하지 移轉이전은 무슨 이전’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적어도 서울은 외국 군대가 주둔하지 않는 시대로 확실히 간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5년 안에 작전統制權통제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이 정부에서 마무리짓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화끈하게 철수시키지 않느냐”고 답답해하는 사람들에게 빚진 느낌인 모양이다. 그래서 미군을 나라 밖은 아니지만 (평택기지 이전으로) 서울 밖으로 몰아내겠다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6·25전쟁 때 미군은 3만4000명의 戰死者전사자를 내며 대한민국을 구했다. 停戰정전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것도 한국정부가 한국안보를 위해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점령군처럼 남아 있어 눈에 거슬리는 양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권이 예산 289조원을 쏟아 부으며 밀고 가겠다는 ‘자주국방’에 대해 국민들은 “그렇게 서두를 일인가”라고 걱정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주국방이 더뎌서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청와대에서만 들리는 국민여론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다짐처럼 작전통제권을 찾아오면 한미연합사는 해체된다. 한미동맹은 더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정권은 임기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그동안 정책이 잘못됐다는 국민 심판까지 받았다. 그런 정권이 나라의 存立존립이 걸린 일, 그것도 次期차기정권 종반에나 닥칠 일까지 손대겠다고 하고 있다.

대통령이 6·10항쟁 관계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 것은 주한미군 철수니 하는 일들이 6·10정신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6·10항쟁은 反美반미세력의 戰利品전리품이 아니다. 넥타이부대들까지 들고 일어나 直選制직선제를 쟁취한 범국민적 사건이다. 정통·주류·핵심 민주화 세력은 외세배격 같은 철부지 구호를 외친 적이 없다. 대통령보다 ‘민주화’ 경력이 몇 곱절 이상인 김영삼, 김대중 前전 대통령은 “한미관계가 우리 안보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안보를 얼치기·주변부·사이비 민주화 세력의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에 맡겨놓을 수는 없다.


[중앙일보] 의심스러운 KBS 드라마 제작 의도

KBS의 주말 드라마 '서울 1945'가 논란을 빚고 있다. 창작의 영역에 속하는 드라마를 정치적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창작의 자유로 치부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역사 드라마는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일반인이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해방 전후사는 최근 다시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현실 정치와 밀접하고 민감한 부분이다.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픽션이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덮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드라마는 여운형 암살사건을 공산주의자 이강국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전개하고, 정판사 위폐사건 등 좌파의 활동은 시청자들이 감성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대사로 비호한다. 남로당의 입장에서 역사를 재해석하는 내용이다.

제작자 측은 "우리는 이념 그런 것들은 잘 모른다. 멜로드라마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작가는 "식민지적 상황과 해방공간, 그리고 한국전쟁이 어떤 의미이며 우리의 삶과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농밀하게 그려 나가겠다"고 밝혔었다. 멜로의 옷을 입혀 현대사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말이 아닌가.

좌익이라고 민족을 걱정한 인물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드라마처럼 좌파의 행동은 모두 민족의 장래를 고민한 결과이고, 우파는 친일파나 일본 경찰 출신으로 개인적 출세만 지향하는 탐욕 덩어리였던가. KBS와 작가의 역사관이 잘못돼 있거나 어떤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 인류최대 난치병 ‘암’ 극복 전기 되길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나온다고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국의 제약회사가 개발한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의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 판매를 승인한 것이다. 세계 첫 암예방 백신이다. 임상실험에서 나타난 예방효과가 그대로 현실화한다면, 인간의 암 정복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가다실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PV)의 4가지 변종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HPV는 성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여서 감염 전에만 예방효과가 있다. 따라서 접종대상 연령은 9~26세 정도다. 가다실의 등장은 자궁경부암 백신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가다실은 자궁경부암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궁경부암은 한국 여성의 암 사망 원인 2위이다. 매년 4,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본인의 생명은 물론 가정의 행복을 위협하는 두려운 질병이다. 자궁경부암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50만명에 달하는 환자가 발생한다. 가다실의 접종비용은 미국에서 300~500달러로 알려졌으며, 한국에는 2008년 시판예정이라고 한다. 국내 시판시 경제적 이유로 접종에서 소외되는 여성들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암은 인류 최대의 난치병이다.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이기도 하다. 매년 6만명 이상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가다실이 암 극복의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암 퇴치를 위한 한국 의학자와 과학자의 연구 심화와 이를 위한 지원의 확대도 있었으면 한다. 의학계의 암치료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인류가 암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하다. 무엇보다 암예방을 위한 주의와 노력이 요구된다. 발암유해인자를 멀리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등 심신이 조화될 수 있는 건강한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