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17년 3월11일 토요일 주요신문 사설

eros 2017. 3. 11. 13:55


[조선일보 사설 2017년3월11일 토요일] 분열 대립 멈추고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8명 전원 일치' 판결은 논란 끝내야 한다는 뜻
촛불도 태극기도 모두 愛國心, 이제 日常으로
제왕적 대통령制도 탄핵된 것, 분권改憲이 갈 길
대선 주자들 갈등 조장 말고 국가현실 직시하라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박 대통령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후 법 절차에 따라 파면되는 첫 대통령이 됐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다. 후유증이 없어야 하나 그렇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헌재는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결정을 내렸다. 이정미 소장권한대행은 결정문에서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했다. 소수의견 없이 이 판단에 8명 모두가 동의했다. 일부 쟁점에 대한 보충 의견만 첨부됐다. 전원일치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파면 결정에 헌법적·법률적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으로 모든 논란의 종지부라는 뜻이기도 하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함께 774억원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운용을 주도했다고 보았다. 최순실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했다. 예상대로 결국 이 문제가 결정적 탄핵 사유가 됐다. 헌재는 "(이런) 위헌·위법 행위가 재임기간 중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최순실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긴 점' '언론의 의혹 제기를 오히려 비난한 점' '검찰과 특검 조사를 거부한 점' 등을 들어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가 다른 상당 부분의 탄핵 소추 내용을 배척한 것은 모두 유념해야 한다. 헌재는 '세월호 7시간'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탄핵 심판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 발생과 대통령의 당일 직무 수행은 직접 연관이 없는 것으로 이미 밝혀져 있다. 다만 대통령이 그래도 최선을 다했느냐는 도덕적 논란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사회 일각은 7시간에 대한 온갖 거짓을 만들어냈고 국회는 이 내용을 탄핵소추안에 포함시키는 상식 밖의 행태를 보였다. 인터넷 상에선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이 난무했다. 야당이라고 해서 이것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 배설에 가까운 인터넷 댓글에 떠밀려다녔다고 볼 수밖에 없다.

헌재 결정은 끝났다. 비록 갈등은 컸으나 우리가 법 절차에 따라 난제를 매듭지었다는 것은 법치와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극에 달한 갈등과 분열을 치유해야 한다. 탄핵 찬·반 두 세력이 점차 커지면서 끝내 분단으로 귀결된 해방 직후 상황을 떠올리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10일 탄핵 반대 시위자 2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촛불 시위건 태극기 시위건 일부 극렬세력을 빼고는 모두가 나라를 위한다는 충정(忠情)이었다. 특히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커다란 좌절감에 빠져 있을 것이다. 이들 대다수는 맹목적인 개인 추종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었다. 촛불시위대의 사드 반대나 통진당 이석기 석방 주장이 이어지면서 태극기 집회가 점점 커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탄핵 찬성 측이 축제를 열어 안보를 우려하는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은 옳지 않다. 탄핵에 반대한 사람들의 충심을 폄훼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이 탄핵 찬성 측의 '승복'이다. 11일 촛불 축하 집회부터 중단해야 하고 대선주자들은 모든 집회에 나가지 말아야 한다. 제발 며칠만이라도 정치 소인배들이 아니라 사려깊은 정치가가 돼 달라.

권성동 국회 측 소추위원장은 "탄핵은 모두의 승리이자 모두의 패배"라고 했다. 대통령 파면이 '모두의 패배'인 것은 이 국가적 불행을 막을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자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워터게이트 사건 때 미국 닉슨 대통령의 예와 같은 정치적 출구를 찾지 못했다. 대통령을 포함해 어느 정치인 하나 리더십과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결국 파면이란 전례를 만들었다. 이 선례를 차기, 차차기 정부에서 재연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타협을 경원시하고 끝을 보고야 마는 우리 사회 풍토가 이대로인 한 모두가 패자가 되는 불행한 사태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헌재 안창호 재판관은 파면 결정 '보충의견'에서 "정치적 폐습과 이전투구의 소모적 정쟁을 조장해온 제왕적 대통령제는 협치(協治)와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 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권력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번에 탄핵당한 것은 대통령 한 사람만이 아니다. 대통령 말 한마디가 공직사회에 법보다 더 위력을 발휘하고 아무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낡은 권력 풍토, 그런 권한을 남용하는 대통령의 잘못된 권력 인식, 불과 몇 %를 더 득표했을 뿐이나 100%의 권력을 휘두르는 승자독식 정치, 그로 인해 죽기살기식 진영 싸움이 구조화된 정치 체제 모두가 탄핵된 것이다. 이 권력 체제를 그대로 두고 보다 나은 정치, 국민을 돕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절실한 심정을 탄핵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재판관이 토로했다. 그 깊은 뜻을 모두가 새겨야 한다. 안 재판관만이 아니라 모든 재판관의 심정이 같을 것이다.


이제 수명이 다한 1987년 헌법을 권력 분산과 지방자치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새 헌법으로 바꾸는 것은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다음 대통령이 또 자신의 권력 행사를 위해 개헌을 무산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모든 대선 주자가 개헌을 약속한 상태다. 이번마저 그것이 속임수로 드러나면 국민이 정치적 탄핵을 해야 한다.


이제 60일 내에 대통령 선거가 시행된다. 투표일로 5월 9일이 거론되고 있다 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조기(早期) 대선이다. 비상 선거인만큼 이전의 대선과는 달라야 한다. 지난 석 달간 '심리적 내전'으로까지 불린 갈등 속에서 우리 국민은 많은 상처를 입었다. 대선이 이 상처를 치유하는 게 아니라 탄핵 갈등의 연장선에 놓이게 된다면 해악은 예상을 넘을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지지율 조사에서 앞선다는 야당 후보들부터 촛불 시위를 선동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국민통합을 최우선으로 삼는 자세 전환을 해야 한다. 탄핵 반대 국민도 존중하면서 '촛불 대통령'이 아니라 '100%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럴 생각이 없으면 대선이 아니라 시민단체로 가는 것이 옳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 탄핵 결정 직후 우리 사회 갈등의 한 단면처럼 된 세월호 팽목항을 찾은 것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그는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이었다'며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탄핵시켜줘 고맙다는 뜻인가. 뜻하지 않은 불행을 당한 어린 학생들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이 할 일이 아니다. 통합으로 가야 하는 이 시점에는 더욱 그렇다.


다음 정부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단독으로는 국정을 이끄는 것 자체가 어렵다. 국회 선진화법을 넘어설 180석은 물론 과반 정당도 없다. 국회는 30석을 넘는 정당만 4개다. 연정(聯政)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선동하다 대통령이 되면 조각(組閣) 등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조차 힘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에도 믿고 맡길 만한 대통령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한다. 야권에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선두에 있고 보수 진영은 완전히 지리멸렬해 있다. 많은 국민의 선택권이 사실상 박탈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자중(自重)하고 보수 정치인들은 스스로에게 '존재 이유'를 물어야 한다.


광장의 격돌이 가열된 지난 몇 달간 나라 밖에선 전에 보지 못한 불길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미국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대통령이 취임했다. 과거에 보지 못한 대북(對北)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미 통상 분야에서도 새로운 틀을 강요받고 있다. 중국은 사드 보복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 보복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 북 김정은은 이복형을 암살하고 미사일 도발을 거듭했다. 일본은 대사를 소환한 채 일언반구 없다. 경제는 성장 중단과 내수 침체, 가계부채 등의 위험 요인이 커지고 있다.


탄핵 사태는 끝났다. 이제 국민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정말 중대한 국가 현안들과 마주해야 한다. 안보·경제 동시 위기란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금 여러 면에서 나라가 하락세에 있다는 비관론이 팽배해 있다. 한 정치인이 인용한 고전(古典)처럼 나라는 스스로 기운 뒤에야 외적이 와 무너뜨린다.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나와 우리 편이 아니라 나라를 먼저 생각할 때다.


[한겨레 사설 2017년3월11일 토요일] 민주주의 이정표 새로 세운 시민혁명의 승리


어리석고 무도한 대통령은 결국 권좌에서 쫓겨났다. 사필귀정. 국민을 업신여기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나라의 근본을 뒤흔든 죄업에 대한 당연한 인과응보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썩고 병든 가지는 떨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싹이 돋아나려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의 외적 형식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지만, 실제적 내용은 상식과 순리의 승리다. 이것은 좌우의 문제도,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이념과 계급의 문제도 아니다. 겨우내 광장에 타오른 촛불은 ‘법치와 민주’를 향한 타는 목마름이었고, 헌재는 ‘전원일치 찬성 파면’으로 이에 응답했다.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이며 “대통령 파면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헌재의 결정은 간결하면서 정곡을 찌른다. 촛불이 흘린 눈물은 불의한 권력에 의해 더럽혀진 세상을 정화했고, 불꽃에 깃든 생명력은 나라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려 힘차게 꿈틀대고 있다.


법치주의는 통치자의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는 데서 시작한다. 헌법의 헌(憲)은 누구도 사회 구성원에게 해로운 일(害)을 하지 못하도록 눈(目)과 마음(心)으로 철저히 감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합리적 법의 지배 대신 권력자의 제멋대로 지배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방약무인한 자의적 통치에 쐐기를 박고 국가에 해악을 끼친 최고권력자를 엄히 징치함으로써 법치주의의 대의를 다시 우뚝 세웠다.


‘법치와 민주’ 가치 확인한 헌재 결정

대통령의 파면은 국민에게 수치이자 자랑이다. 조작된 신화와 허상에 속아 오만무도한 자격미달자를 국가 최고지도자로 뽑은 것은 돌이키기 힘든 실수였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잘못을 스스로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위대한 저력을 발휘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옛 선현의 말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켰다. 2017년 3월10일은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시민혁명의 값진 승리의 날로 역사에 길이 기록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 ‘실낙원’의 슬픔을 되새기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 4년의 세월 그에게 청와대는 마음껏 활개 치고 즐기는 낙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에게는 지옥이었다. 경제는 바닥으로 주저앉았고, 민생은 파탄 나고, 한국은 국제사회의 동네북 신세가 됐다. 온 나라를 둘러봐도 어디 한군데 온전한 곳이 없다. 무능한 권력자가 쫓겨나며 남긴 갖가지 불행한 유산은 고스란히 국민의 어깨 위에 무거운 짐으로 남았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반성과 참회를 하지 않는다.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나온 뒤에도 아무런 입장 발표도 없이 침묵으로 버티고 있다. 그사이 헌재 앞 거리에서 벌어진 탄핵 반대자들의 집회는 폭력·과격으로 치달았고 두 명이 숨지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최소한의 양식이라도 있다면 헌재 결정 직후에 곧바로 겸허히 승복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어야 옳았다. 그래서 공황 상태에 빠진 탄핵 반대자들을 달래고 이들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의 의무마저도 끝까지 방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히려 탄핵 반대 집회 불상사를 자신의 입지 강화에 활용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좌에서 쫓겨난 그 앞에는 검찰 수사 등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탄핵 반대자들의 극렬시위는 자신을 보호할 좋은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고 여길 법도 하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인 행보를 보면 나라야 결딴나든 말든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몰염치와 꼼수의 연속이었다. ‘헌재 결정 승복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는 명제쯤은 쉽게 걷어찰 수 있는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꼼수를 쓴다고 법의 엄중한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


헌재 결정에 침묵으로 버티는 의도 뭔가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이제 광기의 탁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는 불빛을 향해 부질없이 달려가는 여름 벌레에 불과했음이 헌재 결정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헛된 미망과 맹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태극기를 욕보이는 행위는 나라의 불행이자 본인들의 불행이다.


헌재는 단지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만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세우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그 안에는 담겨 있다. 헌재 결정은 탄핵 열차의 종착역이자 새로운 도전을 향한 출발역이다. 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세우는 일은 단지 법치주의의 확립, 최고권력자의 절제 등에 그치지 않는다. ‘헬조선’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불평등, 사회 곳곳에서 난무하는 반칙과 특권, 정·관·재계의 강고한 기득권 체계 등 그동안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인 적폐 청산이 그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5월 ‘벚꽃 대선’의 역사적 의미 역시 자명하다. 봄의 밝은 기운을 맞아 낡고 병든 가지를 모두 쳐내고 새로운 싹을 움트게 하는 중차대한 과정이다. 그 새로운 싹이 꽃을 피우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중앙일보 사설 2017년3월11일 토요일] 헌재의 대통령 파면은 국민의 명령이다


어제 헌법재판소가 8인 재판관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파면을 결정·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말 그대로 ‘폐위’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안타까운 국가적 비극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최악의 흑역사 중 하나로 남게 됐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헌재의 판결을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지지한다. 이 판결에 모두 승복해 법치의 새 역사를 열어야 한다고 본다.
 

8인 재판관, 만장일치 파면
최순실 사익추구 지원·개입
박 대통령, 승복 선언부터 해야


이날 헌재는 박 대통령에 대한 다섯 가지 탄핵 사유 중 두 가지를 직접적 탄핵 인용 근거로 판단했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허용·방조하고 그녀의 사익 추구를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남용,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구체적으로 대기업 출연금으로 만든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운영·의사결정에 관여했으며 KD코퍼레이션·플레이그라운드·더블루K 등을 통한 이권 추구 과정을 지원했다고 적시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이런 행위는 헌법·국가공무원법·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해 대의민주주의제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기거나 부인하고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해 국회의 견제와 언론의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정은 비선 실세가 아닌 공조직에 맡겨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한 뒤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대통령이 최씨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힌 대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을 뇌물죄로 사법처리하려는 특검과 달리 강요의 피해자로 본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헌재가 “대통령의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비판한 대목도 눈여겨봐야 한다.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박 대통령이 세 차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 협조를 약속하고도 정작 검찰과 특검조사에 불응하고 청와대 압수수색마저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번 헌재의 탄핵 인용 의미는 엄중하다. 아무리 대통령일지라도 결코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어떤 권력자들도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이번 탄핵은 헌정 질서와 합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시켰다. 지난 3개월여 동안 촛불 진영과 태극기 진영이 각자의 깃발을 들고 나왔지만 폭력 사태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쥔 대통령을 국민이 권한을 부여한 헌재를 통해 민주적으로 퇴장시킨 건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의 분열과 혼돈을 멈추고 위기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헌재가 “오늘의 선고로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듯이 먼저 박 전 대통령부터 승복 선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여전히 거리에서 반발하는 지지세력에게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과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애국이다. 2007년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 뒤 내놓은 것과 같은 승복 연설을 다시 한번 듣고 싶다.
 
대통령 파면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달라져야 한다. 지금부터 우리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한다. 어제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 2명이 숨지고 다수가 부상한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냉정하게 보면 이제 탄핵 열차도, 탄핵 시계도 멈췄다. 울분을 묻고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또다시 최고지도자가 탄핵받는 비극이 되풀이돼서야 되겠는가.
 
대한민국은 어제 한 사람의 대통령을 잃었지만 흔들리던 법치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갈등을 치유하고 다시 힘을 모아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적 위기마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우리민족의 빛나는 DNA의 힘을 다시 한번 믿고 싶다.


[경향신문 사설 2017년3월11일 토요일]새로운 나라를 향해 대장정을 시작하자


2017년 3월10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는 새 장을 열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정 질서를 유린한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심판이다. 시민들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불의한 권력을 합법적 절차에 따라 무너뜨렸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숭고하고 준엄한 헌법 가치를 확인했다. 돌멩이 하나 던지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명예혁명을 이뤄냈다. 최고 권력자의 헌법 위반이란 비정상적인 상황을 헌법 질서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우리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줬다. 민주주의의 승리이고, 정의의 승리이고, 위대한 시민의 승리다.


헌재는 “피청구인(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재판관 8명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전원 파면 의견에 동참했다. 헌재는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이권 추구를 도우며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면서 헌법과 국가공무원법·공직자윤리법 위배를 적시했다. 헌재는 누구도 헌법과 법률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추상(秋霜)같은 논고로 헌법 수호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가적 불행이자 비극이다. 하지만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그는 헌법을 위반했고, 법률을 어겼고, 주권자를 배신했다. 사인(私人)에 불과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방치하고 국가기관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주권자인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그런데도 진솔한 사과나 반성 없이 변명과 꼼수로 끝까지 시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오기를 부렸다. 지난 4개월여간 대국민 약속을 밥먹듯 뒤집고 궁지를 모면하기에 급급한 모습은 차마 국가 지도자라고 부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헌재는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압수수색도 거부했다”고 그 죄상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파면으로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했다. 역사상 최초로 최고 권력자를 끌어내림으로써 인치(人治)에서 법치(法治)시대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요, 한국 민주주의가 더 이상 역진 불가능한 단계에 올라섰음을 온 천하에 공표한 것이다.


역사적 결정을 끌어낸 주역은 촛불이다. 남녀, 세대, 지역, 계층을 초월한 수많은 시민이 광장에 모여 국정 문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4·19혁명부터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어떤 독재에도 굴하지 않고 이 나라를 되살려왔다. 시민들은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찬란한 시민주권시대를 열었다. 세계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성숙하고 명예로운 시민혁명을 선보였다.


박근혜 정권의 퇴장으로 지난 50여년간 한국 보수의 기반이었던 ‘박정희 패러다임’도 함께 종언을 고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보수세력은 박정희·박근혜로 대표되는 ‘앙시앵레짐(구체제)’의 적폐를 버리고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헌재의 탄핵 결정은 안개처럼 자욱했던 정국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60일 이내 치를 차기 대통령 선거는 국가 시스템 전반을 개조할 새로운 리더십 창출이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새 리더는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적폐를 일소하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적폐는 단지 박근혜 정권 때의 실정으로 쌓인 것만은 아니다. 길게는 분단 이후 지속된 결과이기도 하다. 임기응변이나 임시변통으로 해소할 일이 아니다.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시민 다수의 의지를 모으고 정부와 시민사회가 손잡고, 정당 간 협력과 협치를 통해 근본을 바로 세운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이게 나라냐’는 촛불의 울분에 ‘이것이 나라다’라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 탄핵은 구체제 청산의 출발이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재벌개혁, 국정농단을 방임하고 은폐한 검찰, 정치개입을 일삼았던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좋은 정치를 위한 정당개혁과 시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선거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소득 불평등,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와 복지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정권의 선전도구로 전락한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언론개혁도 미룰 수 없다. 대통령직의 상실로 여당과 야당의 구분은 사라졌다. 정치권은 국가 개조를 위한 개혁과제를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책무를 나눠 져야 한다.


탄핵 이후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누구든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승복 외에는 다른 어떤 길도 존재하지 않는다. 헌재의 최종 결정은 갈등의 끝이 되어야 한다. 탄핵 결정에 상심하고 분개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이들의 상실감은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당과 정치 지도자들은 ‘대선주자·당 대표 연석회의’를 열어 탄핵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시민통합을 선언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한·일 갈등과 같은 전대미문의 외교·안보 위기에 맞닥뜨려 있다. 경제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나라 안팎의 심각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정치권은 눈앞의 정치적 셈법을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우리 시민들은 국가 위기 때마다 단합된 힘을 보였다. 다시 한번 ‘질서 있는 수습’을 통해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탄핵 전과 후는 달라져야 한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완성해 우리의 삶을 바꿔내야 한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요, 시민의 명령이다. 우리 모두 새로운 나라를 향해 대장정(大長征)을 시작하자.


[동아일보 사설 2017년3월11일 토요일]‘분노의 광장’에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격렬히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두 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탄핵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매듭지어야 하는 마당에 불상사가 발생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고귀한 인명이 더 이상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탄핵에 찬성한 측이나 반대한 측 모두 자제하고, 경찰은 질서 유지에 힘써야 한다. 지난 3개월여 동안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된 아스팔트가 자칫 피로 얼룩진다면 대한민국 법치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탄핵에 반대했던 시민들이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크게 실망하고 낙담하는 것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헌재를 박살내자” 등의 과격한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에 각목을 휘두르거나 경찰버스를 파손하는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온당치 않다. 더군다나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를 내걸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헌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으로 법치를 바로 세운 만큼 누구도 유혈 시위로 목적을 관철하겠다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헌재 결정이 기대와 다르다고 불복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허용돼선 안 될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흥분한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했으면 한다. 자신의 거취를 놓고 대한민국이 두 쪽 나고 끝내 사상자까지 발생한 것은 박 전 대통령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 변호인단이 “대한민국은 망한다”며 헌재를 비난하는 것도 박 전 대통령은 막아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그동안 탄핵을 요구했던 시민들도 이제 촛불을 내려놓기 바란다.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은 헌정사에 남을 일이지만 이에 도취해 탄핵 반대 시민들과 충돌을 초래한다면 촛불의 의미는 퇴색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정치권이 일시적으로 우리 사회를 둘로 쪼갰어도 국민은 다시 손을 잡고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촛불도, 태극기도 모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순수했다. 우리에겐 돌아가야 할 ‘숭고한 일상’이 있다.


[한국일보 사설 2017년3월11일 토요일] 박 대통령 파면은 국민과 민주주의의 승리다


국민이 승리했다. 민주주의가 이겼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2017년 3월 10일은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나는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우리나라가 헌법과 법치가 살아 있는 민주국가임을 웅변했다. 어떤 권력도 법 위에 있지 않음을 엄중히 선언했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끈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다. 촛불집회로 표출된 광장의 민심이 무너진 헌정 질서의 전면적 재건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신의(信義) 계약을 위반한 국가권력에 시민이 저항권을 행사해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 온 셈이기도 하다. 그 역사적 의미가 4ㆍ19나 6월 항쟁 못지않다. 헌재가 선고문에서“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런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라고 밝힌 데서도 그런 의미가 분명하다. 남은 것은 승복과 통합으로 새로운 공동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헌재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태극기 집회 참석자 2명이 숨진 것은 그 과정이 어떻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 신임 배반…헌법 위반 용납 안돼”


헌재는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을 내놓았다. 대통령의 법 위반 정도가 그만큼 중대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국회가 제시한 13개 탄핵 소추 사유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부분을 가장 엄중하게 봤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과 여러 특혜지원이 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헌법 및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 실정법 위배 행위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재판관들은 “국회와 언론의 계속된 지적에도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세 차례의 담화를 통해 진상 규명에 협조를 약속하고도 특검 조사와 압수수색을 거부한 점도 파면 이유로 추가했다.


다만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헌법상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대해 두 명의 재판관은 보충의견으로 “대통령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헌재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관저에 머문 점을 들어 “박 대통령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히면서도 탄핵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은 아쉽다. 하지만 재판관들은 박 대통령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는 데는 전혀 이견이 없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갈등과 혼란의 조속한 수습이다. 지난 석 달간 우리 사회는 탄핵 찬반 세력으로 갈라져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그 사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과 사드 조기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추세 등 안보와 경제 등의 복합위기가 밀려들었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탄핵 반대 세력의 승복이 절실하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시위와 집회가 계속된다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이 헌재 결정에 반발해 도심에서 과격시위를 벌이고,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속출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경찰은 소란이 확산되지 않도록 과격폭력 시위 대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설득하고 사과해야

더 이상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일부 지지자들의 과격 행동을 자제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급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오늘(10일) 입장이나 메시지는 없고 삼성동 상황 때문에 당장 사저 복귀도 어렵다”고 밝혔다. 탄핵 결정으로 인한 충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그렇다고 대국민 입장 발표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마지막까지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박 전 대통령에게 일말의 연민조차 느끼기 힘든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 최종 변론서에서 “어떤 상황이 오든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 박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심판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이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는 “분열과 갈등은 피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해야 한다. 그것이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18대 대통령으로 뽑아 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다.

이제는 반목과 대결을 접고 차분히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서두에 “이 선고가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하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 말을 되새겨야 한다. 박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5월 대선에서 새 지도자를 뽑고 그를 중심으로 국민이 뜻을 모아 개혁과제를 달성할 수 있어야 촛불이 진정한 ‘시민혁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