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16년 7월 16일 토요일 주요 신문사설

eros 2016. 7. 16. 10:56

[2016년7월16일 경향신문 사설]사드 전자파 괴담만 해명하면 주민 반발이 사라지나

 정부가 경북 성주군에 배치키로 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14일 요격미사일 패트리엇 기지와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기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태평양 괌 미군기지에 있는 사드 포대도 취재가 허용되며 성주군민의 방문도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고 성주 특산물인 참외가 전자파로 오염된 ‘사드 참외’가 될 것이라는 설이 확산되자 이를 해명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전자파를 둘러싼 논란만 해소하면 반대 여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정부가 사드 설득에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성주군민들의 전자파 우려를 해소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국내 레이더 기지에서 전자파를 실측한 결과 전파법상 전자파의 인체 노출 허용기준을 충족시켰다고 하나 장기간 전자파에 노출되면 위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전자파의 위험성은 얼마나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노출되느냐가 관건이다. 일본 미군 사드 레이더 기지 인근 주민들도 현지를 찾은 경향신문 취재진에 두통 등 전자파에 따른 고통을 호소했다.

그리고 성주군민의 반발이 전자파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진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인체 유해성과 환경영향 평가는 사전에 이뤄지지 않았다. 자치단체장에게도 정부 발표 5시간 전에야 통보하고 그 흔한 주민설명회 한번 없었다. 의견수렴 없이 비밀리에 결정하고 주민들이 반발하자 레이더 기지를 공개하며 전자파 해명에 나선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주민들의 불만 제기를 전자파 괴담 탓으로만 보고 있다면 이는 성주군민들을 모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정부 태도 때문에 15일 성주군청에서 열린 황교안 총리의 사드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도 파행으로 치달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은 절차 문제 외에 근본적으로 사드의 용도와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 한국 외교가 짊어질 부담 때문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가 한국의 주권과 국익이 걸린 중대 현안임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군사작전하듯 배치를 결정한 뒤 유리한 정보만 공개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괴담 운운한다면 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을 지역이기주의자들로 몰고 가려 해서도 안된다



[2016년7월16일 한국일보 사설] 황 총리의 착잡한 ‘성주 봉변’, 자초한 측면 있어


황교안 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이 15일 사드 성주 지역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갖기 위해 성주군을 찾았다가 성난 주민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설명회 장소인 성주군 청사 마당 등에 모여있던 주민 3,000여명은 이날 오전 황 총리 일행이 청사에 들어서자마자 날계란과 물병 등을 던졌다. 황 총리가 “사드 배치를 미리 말씀 드리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히고 사드 배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고함ㆍ욕설과 함께 물과 소금, 날계란 등이 날아들었다.

황 총리에 이어 한 장관이 설명에 나서자 항의는 더욱 거세졌고 일부 주민들은 연단 쪽으로 뛰어들려고 해 경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사태가 격화하자 황 총리 일행은 서둘러 설명회를 끝내고 청사를 빠져 나와 미니 버스에 올랐으나 주민들이 에워 싸는 바람에 6시간 30분 만에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 나왔다. 주민들은 한때 트랙터 등 농기계를 동원해 버스를 가로막아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사드 배치를 통보 받은 성주 군민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성주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격화일로에 있는 사드 배치 갈등에 비춰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비용을 치를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부안 방폐장 사태와 제주 해군기지, 창원 송전탑 건설 갈등과 같은 혼란을 또다시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극심한 혼란을 유발하는 감정적 대응으로는 사드 배치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는 점이다. 이성적 판단과 차분한 대화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아울러 주민 반발을 부추겼을 ‘전자파 괴담’ 등의 무책임한 유포도 걸러져 마땅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정부의 안이한 태도와 접근 방식이다. 비밀을 요한다는 이유로 사전에 각계의 의견 수렴과 설득은 물론이고 해당 지역인 성주 군민들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군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데 총리와 국방장관이 치밀한 준비 없이 다짜고짜 직접 찾아가 설득하겠다는 무신경과 무모함도 놀랍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총리가 무작정 성난 주민들 앞에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날의 혼란 사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접근을 달리했어야 했다. 준비 없이 안이하게 나섰다가 오히려 사태를 훨씬 악화시킨 꼴이 됐다. 주민의견 경청과 소통은 필수적이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다.



[2016년7월16일 중앙일보 사설] 정부는 왜 총리가 물병세례 받았는지를 돌아봐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가 급기야 국무총리에 대한 다중위협 사태로 번졌다. 어제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이 사드 배치 지역인 성주에 내려가 주민 설명회를 하는 자리에서 일부 청중에 의한 욕설과 물병·계란들이 난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설명회는 30분 만에 난장판으로 변질됐다. 황 총리의 양복은 젖었고 흥분한 주민들을 경찰이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황 총리 일행은 군민과 트랙터 등에 둘러싸여 몇 시간 동안 미니버스에 갇혔다.

황 총리와 한 장관은 각각 “여러분에게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송구하게 생각한다” “이해와 협조를 구하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으나 주민들은 “사드 배치 결사반대” “생존권 보장하라” “북한 핑계 대지 마라” “네가 여기서 살아라”는 등의 비난과 항의가 그치지 않았다.

성주군민들의 분노와 절규엔 ‘하고많은 지역 중에 왜 우리 고장이냐’는 억울함에다 전후 과정의 설명이 없었던 황당함이 깔려 있을 것이다. 인체 위해성과 지역 산업의 70%를 차지한다는 참외산업의 위축 같은 생업의 피해 가능성은 직접적인 반대 이유다. 주민들의 저항은 이해할 만하다. 2년 이상 걸린 사드 도입 과정에서 정부는 그저 비밀 유지와 막후 협상, 최종 선택에만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사드 도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국민 설득, 갈등 예방, 과정 관리엔 소홀했다. 2008년 정권을 휘청거리게 한 ‘광우병 파동’이 대외 협상만 무겁게 생각하고 국내 설득을 가볍게 여기는 소통 경시에서 비롯됐다는 교훈을 박근혜 정부가 잊었던 것이다.

성주군민의 안타까움은 이해하나 집단적인 위협 행사 같은 일은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가는 게 국가와 지역 모두를 위하는 일이다. 총리와 국방부, 행자부 장관 등 관련 부처의 최고위 인사들이 충분한 사후 보완과 대책을 약속하고 있는 만큼 밀도 있는 대화와 협의를 통해 전향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의 주민 설명회는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 열 번 이상이라도 찾아가 최적의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아예 성주군청 안에 유관 정부부처 파견 공무원들로 이뤄진 가칭 ‘사드 민원청취특별반’을 상주시켜 유무상통한 의사소통의 채널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겠다.

성주군민들은 이미 사드 문제의 원인이 됐던 ‘북한 무수단 미사일 화형식’을 했고, 김항곤 군수는 외부 시위꾼의 철저한 차단과 함께 괌의 사드 미군기지 방문 의향을 밝히는 등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 준 바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사드 배치는 한국 정부의 정당하고 적법한 결정이다. 정부는 북한의 협박엔 단호하게, 중국 등의 공세엔 진정성 있는 외교적 대응과 노력을 기울이고 국민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게 안보 위기에서 한국과 한국인이 보여 줄 성숙한 태도다.



[2016년7월16일 동아일보 사설]성주에서 계란 맞은 황 총리, 그래도 사드 설득은 계속해야 


황교안 국무총리가 어제 경북 성주군청 앞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관련 주민 설명회에서 날계란과 물병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40분 만에 행사를 중단한 황 총리 일행은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지만 격앙한 주민들이 가로막는 바람에 6시간 반 동안 꼼짝 못하고 갇혀야 했다. 

총리가 나선 사드 설명회가 불미스럽게 중단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근거 없는 괴담까지 난무하는 판에 뒤늦게 여론 무마를 하겠다는 뒷북 행정에 성주 군민들이 분노할 법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 측 설명도 듣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 것은 지나치다. 정부 결정이 아무리 못마땅해도 다중이 위력을 과시하는 행위는 법치국가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 관리에 소홀했던 정부의 잘못은 가볍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장에서 밝힌 사드 배치의 안전성, 지역 주민의 건강과 지역 농산물의 안전 문제, 그리고 ‘국가 안위를 위해 지역을 할애해 준 주민들에게 보답하는 방안’ 등은 13일 성주 배치 발표와 동시에 알렸어야 할 일이었다. 갈등이 예견되는 사안조차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장관부터 대통령 눈치만 살피다 ‘책임행정’이 실종된 형국이다.

황 총리는 또 계란을 맞는 일이 있더라도 성실하고 겸허하게 주민들과의 대화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심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불안을 풀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사드보다 고출력인 그린파인 레이더의 전자파가 허용치의 4.4% 이하라는 것이 국방부가 실시한 측정 결과 확인됐다. 이 같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정부는 사드의 불가피성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2013년부터 운용 중인 괌 사드 포대에는 성주에 배치될 레이더와 똑같은 레이더가 설치돼 있다. 국방부는 주민 대표들과 괌을 찾아 안전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바란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시위를 위한 시위’를 하는 외부인이나 단체의 힘을 빌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상임대표 문규현) 한국진보연대(박석운) 등 시위 단골 시민단체들은 “제주 강정마을처럼 성주가 국가폭력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연대할 것”을 밝히는 시국회의를 열었다. 국가 안위를 위한 일에 불신과 유언비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세력이 준동한다면 북에서 김정은만 웃을 것이다.



[2016년7월16일 한겨레신문 사설]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와 지구촌의 과제


프랑스의 대혁명 기념일인 14일(현지시각) 밤 해안도시 니스에서 축제를 즐기던 민간인 84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치는 대형 테러가 발생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이번 테러는 최근 늘고 있는 소프트 타깃(공격에 취약한 사람이나 장소) 테러 가운데서도 새로운 유형이다. 범인은 대형트럭을 몰고 군중 속을 전속력으로 질주해 큰 인명피해를 냈다. 범인이 현장에서 숨져 범행 동기와 배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1월30일에도 수도 파리의 극장과 식당, 경기장 주변 등에서 이슬람국가 추종세력이 동시다발 테러를 벌여 130명이 숨진 바 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테러가 가장 흔한 곳은 중동 지역이다. 테러를 주요 수단으로 삼는 극단주의자들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6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과 2014년 6월 이슬람국가 출범, 2002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1980년대의 아프가니스탄 내전 등이 꼽힌다. 지난해쯤부터는 테러 발생 지역이 중동 밖으로 넓어지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달 초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음식점에서 일어난 인질극 테러(외국인 20명 사망), 지난 3월 벨기에 국제공항 등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32명 사망),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50명 사망) 등이 그런 사례다. 모두 극단주의 조직이 관여했거나 현지 동조자가 저지른 테러다. 이 밖에 사전에 적발돼 미수에 그친 경우도 적잖다.

극단주의의 뿌리를 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복잡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데다 각국의 정치·사회적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과 같은 소프트 타깃 테러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테러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을 갖는 것은 오히려 극단주의자들을 도울 뿐이다. 테러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우되 다양한 사회 불만 요소를 개선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나아가 극단주의의 근원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지구촌 전체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민간인을 상대로 한 테러는 반인륜적이고 비겁한 행위다. 이런 테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21세기 인류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근본적 해법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16년7월16일 조선일보 사설] '내게 손해면 안보도 팽개친다' 참담한 국민 의식

황교안 국무총리가 15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THAAD) 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성주에서 주민 설명회를 가진 뒤 6시간 넘게 버스에 갇히는 일이 일어났다. 이날 성주군청 앞에서 설명회가 시작되자 황 총리에게는 계란과 물병이 날아들었다. 조희연 경북지방경찰청장은 날아온 물체에 왼쪽 눈썹 위가 찢어졌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황 총리의 설명은 "개××야" 같은 욕설에 묻혔다.

황 총리가 군 청사 안으로 피신하자 주민 수십 명이 진입을 시도해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어 주민들이 떠나는 총리 일행의 버스를 가로막는 대치가 오후까지 이어졌다. 이날 성주군청 앞에는 3000명 이상이 모였다. 일부 주민은 자녀 등교까지 거부했고 행사장에서는 중·고교생들도 눈에 띄었다.

전자파 괴담은 이미 설 자리가 없어졌다. 전날 국방부는 군 기밀 노출 부담을 감수하면서 조기 경보 레이더 '그린파인' 기지와 패트리엇 기지를 공개해 전자파 강도를 측정해 보였다. 그린파인은 사드 레이더보다 전자파 출력이 높지만 30m 앞 전자파가 허용치의 4.4%였다. 패트리엇 레이더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선동꾼들은 주파수와 출력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는 다른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이런 막무가내식 주장은 끝도 없이 이어질 것이다. 오죽했으면 국방장관이 "제가 제일 먼저 사드 레이더 앞에 서서 실험해 보이겠다"고 했겠는가.

이제 누구나 내심으론 사드 레이더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날 성주에서 상식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 '무법 천지'가 벌어진 것은 '땅값' '집값' '농작물값'과 같은 이해관계 때문이다. 괴담 영향을 받아 땅값 등은 잠시 출렁일 수는 있어도 시간이 지나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원상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그런 합리적 태도와 인내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유사시 북한은 핵·화학 탄두 미사일로 국군·미군의 주요 시설을 가장 먼저 공격할 것이 명백하다. 사드 배치는 이 위협을 조금이라도 더 막아보자는 조치다. 누구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오직 국토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사드 배치로 거론된 지역마다 다 들고일어나 '결사반대'를 외쳤다. 괴담이 거짓임이 눈앞의 증거로 드러났는데도 성주 반대 주민들은 들어보려 하지도 않는다. 일부에선 주민 설득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지역이 선정되는 순간 귀를 닫고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상황은 언제든 그대로 벌어졌을 것이다. 성주군수는 "왜 성주에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느냐"며 사실상 반대 급부를 요구하고 있다. 사드보다 더한 안보 시설이 전국에 퍼져 있는데 그곳 모두가 '왜 우리만 당하냐'고 나오면 나라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성주에서 난장판이 벌어진 것엔 지역구 국회의원들, 지역 정치인들 책임이 크다.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되던 날 대구·경북 의원 21명은 단체로 정부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 청와대 수석을 지낸 인사, 대통령의 호위 무사를 자처했던 진박(眞朴) 등 친박계가 다수였다. 이들은 성주 주민을 자극하는 불을 질러 놓고 뒤로 빠졌다. 성난 대중(大衆)에게 맞서 당당하게 바른말을 하는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다. 나라의 안보를 중시한다던 정치인들이 실은 의원 배지를 탐 하는 모리배에 불과했다.


지금 대통령은 아시아·유럽 정상회의가 열리는 몽골에 있다. 이 순간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총리가 1차적으로 책임지고 대처해야 한다. 그 총리가 6시간 넘게 시위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국방장관도 완전히 발이 묶였다. 휴전 중인 나라가 이러고도 넘어지지 않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참담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