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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만이 韓中 관계의 모든 것 아니다 / 격해지는 중·러의 반발, 정부의 안이한 대응

eros 2016. 7. 11. 14:35

[조선일보 사설-20160710월요일] '사드'만이 韓中 관계의 모든 것 아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한·미의 사드 배치 발표 다음 날인 9일 "미국이 한반도 불안전을 발판 삼아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즉각적인 보복까지 거칠게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미국 MD(미사일 방어)의 동북아 확대판이라고 규정하고 대응 수단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사드 배치 논의가 진행된 지난 2년여간 중·러가 정상(頂上)들까지 전면에 나서 강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던 만큼 이런 반발이 표면화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사드 배치가 완료되는 내년 말까지 외교·무역·관광은 물론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반발은 우리에게 큰 부담과 도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의 핵과 미사일 폐기, 한·미 동맹의 확대라는 큰 틀에서 결정을 내린 만큼 치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는 어디까지나 북의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에서 비롯된 일이다. 북이 네 번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을 주장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성공 일보 직전에 이르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제 역할을 했는지부터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중국은 20여년 동안 국제사회의 북핵 제재를 가로막거나 마지못해 조건을 달아 동의하곤 했다. 지금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중국은 또 북핵과 미사일이 폐기된다면 사드의 용도도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중은 사드 외에도 앞으로 여러 일을 겪어나갈 수밖에 없는 관계이다.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어느 한 가지 일에 매여 다른 일들까지 그르치는 잘못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부침(浮沈)을 겪으면서도 한·중 관계가 더 심화(深化)될 수 있도록 두 나라가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24년 전 한·중 수교 당시 있었던 일도 돌이켜봐야 한다. 당시 한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운 중국의 요구에 따라 대만과 단교(斷交)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의 손을 잡아주며 '두 개의 코리아'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정부는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을 군사 주권(主權) 확대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사드의 운용을 전적으로 주한 미군의 손에만 맡기지 말고 운용 과정에도 참여하고 취득된 정보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드가 북 미사일을 겨냥하고 있다는 말을 믿게 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10일 사드 배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할 수는 있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을 일일이 국민투표에 부쳐서 결정하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이렇게 민심을 자극해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지금이야말로 정치인들이 과연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신중하게 판단해 말하고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0710일요일] 격해지는 중·러의 반발, 정부의 안이한 대응


우리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한 결정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핵 해결을 두고 ‘북한-한·미·일·중·러’의 대결로 되어 있던 동북아 지역 구도를 일거에 ‘한·미·일-북·중·러’의 신냉전 체제로 전화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 전망은 멀어지고, 한반도가 양대 적대세력의 군비경쟁 내지 대결의 소용돌이로 말려들어갈 위험은 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중·러에 사전 통보를 했다는 사실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자위 차원의 결정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중·러의 반발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외교·안보 당국은 인제야 주변국의 반발을 달랠 방안을 찾는다고 뒷북을 치고 있다. 이렇듯 근래 들어 최대의 외교·안보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런 사태 전개에 가장 책임이 큰 대통령은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한마디 설명조차 없다. 객관적인 안보 상황도 위기이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의 무책임한 자세가 더욱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9일 사드 배치에 대해 “그 어떤 변명도 무기력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설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꼭 집어 “한국 친구들이 사드 배치가 진정으로 한국의 안전, 반도의 평화안정 실현, 반도의 핵 문제 해결에 유리하고 도움이 되는가를 냉정하게 생각하기 바란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북핵 해결과 관련한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로 들린다. 중국 국방부도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군사 조처를 고려할 것이란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모두 중국 외교부가 즉각 밝혔던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의 후속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중국의 매체들은 우리나라에 대한 정치·경제적 보복을 할 것을 주문하는 등, 한-중 관계가 급속하게 악화할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도 사드 배치를 아태 지역의 전략적 균형의 파괴로 바라보면서 군사적 대응 조처와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접근 태도를 바꿀 것을 강하게 내비쳤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러와의 정치적인 긴장이 필연적으로 경제 등의 민간 분야로 옮겨 가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의 26%, 수입의 20.7%를 차지하는 중국의 작은 움직임에도 우리 경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의 위급성에 견줘 우리 정부의 태도는 너무 안이하다. 그동안 사드 배치에 대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중·러를 설득해온 것도 아니고, 배치 결정 이후 특사 등을 파견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려는 자세도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외교·안보 무능 정권’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