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화 관 련

영화속에 숨겨진 경제이야기8 "밀양"

eros 2016. 2. 4. 11:26



    밀양 베블런 효과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영화 <밀양>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영화다.
관객에게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묻는 영화다.

영화 속 이신애(전도연)는 얼핏 잘 이해하기 힘든 여자다.
바람까지 핀 남편이지만 교통사고로 죽자,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아들과 함께 내려와 새 삶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피아노학원을 차린다.
돈은 없지만 지역 유지를 만나 땅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옷가게에 들어가 남의 인테리어를 바꾸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아는 척, 고상한 척, 있는 척 행동한다.
그러다 유괴범으로부터 아들을 유괴당하고, 아들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
그녀가 부자인 줄 착각했던 유괴범이 많은 돈을 받지 못하자 살해까지 저지른 것이다.

신애는 망연자실할 뿐이다.
그때 그녀는 우연히 나간 교회에서 평온을 찾고 독실한 신자가 된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아들의 살해범을 용서하겠다고 나선다.
하느님처럼 더 큰 사랑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삶의 의미를 찾아 살아가는 것이다.
얼핏 봐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다.

신애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마디로 신애는 삶을 연기하는 여자다.
그녀는 고귀한 여인이고 싶다.
죽은 남편의 고향에 내려가 살 만큼 아름다운 사랑을 경험했고, 자식을 죽인 원수도 사랑할 수 있는 고결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신애 같은 인간형은 사실 그다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인간들은 모두 자신이 따라하고 싶은 인간형을 어느 정도 연기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의 성향을 경제학에 끌어들인 사람이 제도학파 경제학의 거장인 토스타인 베블린이다.
그는 19세기 말 미국의 신흥부자들을 관찰해 분석한 『유한계급론』에서 당시 미국 부자들이 유럽 귀족을 흉내 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미국의 부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합리적인 판단을 기초로 하기보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선택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생각하기에 ‘고귀한’ 사람들의 행동을 연기하고 남들도 자신을 그런 이미지로 봐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이고 싶은 욕망, 남들과 차별되고 싶은 우월감, 남들이 그것을 인정해 주기 바라는 욕구로 인해 경제활동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꼭 부자가 아니어도 명품을 한두 개쯤이라도 갖고 싶은 욕구, 고가의 핸드폰을 사고 광고 속 멋진 배우를 떠올리는 심리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에게도 존재한다.

영화에서 신애는 용서를 해주기 위해 유괴범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 유괴범은 교도소에서 크리스찬이 돼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를 얻어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한다.
자신이 용서하기 전에 먼저 용서받았다는 유괴범의 말에 신애는 크게 절망한다.
용서를 못 하니 그녀는 고결한 인간이 되지 못한 것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신애는 교회를 다니는 것을 중단한다.
교회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가 줄 수 있는 ‘용서’라는 명품을 그녀는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명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상이 대량생산돼 흔해져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되면 그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명품은 흔해지면 이미 명품이 아닌 것이다.
다른 희소한 것을 찾아서 남들과 구별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존재가 하기 힘든 것(희소한 것)을 소비할 때 존재감을 느끼는 인간의 경제심리와 신애의 삶의 태도는 많이 닮았다.

영화에서 신애는 스스로 고결하지도, 우아하지도 못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자살을 시도할 만큼 좌절한다.
삶의 희망을 잃고 방황한다.
이때 그녀를 조용히 지켜주는 인물이 바로 카센터 주인인 김종찬(송강호)이다.
신애는 그를 속물이라고 비웃기까지 했다.
하지만 김종찬은 티 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그녀를 챙긴다.

영화의 제목이 밀양(密陽), 즉 ‘비밀스러운 햇빛’인 이유는 영화를 보는 말미에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어떤 존재가 우리 삶의 햇빛일까.
신이나 거창한 명분일까 아니면 내 주변에서 알 듯 모를 듯 나를 걱정하고 염려해주는 평범한 그 무엇일까.
두고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참고>

베를런 효과, 베를렌 효과, 베를런재, 베를렌재 등은 이곳으로 연결되지만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이 명명했기 때문이다.

베블런재는 사람들의 선호가 가격에 직결되고, 가격에 따라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즉, 높은 가격은 해당 재화를 구매하는데 있어 장해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해당 재화를 소유 한다는 것은 자신이 그와같은 장해를 극복 할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신호 효과 를 발생시키므로, 상품이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효용(상품을 소모할때 얻을수 있는 효용)이외에 추가적인 효용이 높은 가격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때 배블런재의 가격은 일반적인 소득수준을 가진 사람은 구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분히 높아야만 이러한 장해요인이 될 수 있다.

이 정의는 실제로 어떤 베블런재가 존재한다고 증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의는 몇몇 종류의 높은 지위가 연상되는 상품들, 즉 비싼 와인이나 향수와 같은 사치재의 일종을 베블런재라고 규정한다. 그 이유는 이 물품들의 가격이 '하락'할수록 이 물품들이 더이상 높은 지위를 연상시키거나 특별하다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고, 그에 따라 이 물품들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가격의 상승은 높은 지위의 연상이나 특별한 느낌을 연상시킴으로 선호도를 증가시킨다. 베블런 효과는 미국의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이 명명했는데, 그는 또한 과시적 소비지위경쟁이론을 처음으로 발견한 경제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