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20100414수] 모습 드러낸 천안함, 더 냉철한 대응을
천안함 함미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외부 폭발이 침몰 원인으로 굳어졌다. 인양과 실종자 수습에 이은 폭발의 정체 규명이 절실한 과제로 다가왔다. 기뢰인지 어뢰인지 가리는 것을 비롯해, 결국 북한의 은밀한 도발 여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또 북의 소행일 경우, 그에 상응한 제재를 가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겪은 혼란 없이 험난한 과제를 감당하려면 사회 모두가 냉철한 대응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실종 승조원의 유한(遺恨)과 세간의 갖가지 의혹을 담은 천안함 함미는 그제 풍랑주의보를 피해 4.6km 떨어진 얕은 바다로 옮겨졌다. 쇠사슬에 묶여 물위로 떠오른 함미 윗부분은 연돌과 미사일 발사대가 떨어져 나갔으나 함포 등 갑판 위 구조물이 대체로 온전했다. 무엇이든 내부에서 폭발했다면 갑판과 구조물도 크게 부서졌을 것이다. 연돌과 미사일 발사대는 두 동강난 함체가 무거운 중간부터 가라앉아 비스듬하게 해저에 충돌하는 바람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침몰은 이미 지진파 및 음파 기록을 통해 외부 폭발, 더 정확히는 기뢰든 어뢰든 함체 아래 수중 폭발에 의한 것으로 짐작됐다. 암초 충돌, 피로파괴 등에 집착하는 주장은 북한 관련 의혹을 애써 부정하려는 기색이 엿보였다. 반대로, 지레 북한 소행으로 단정한 강경론은 사태 자체의 딜레마를 외면하는 편협함이 두드러졌다.
북의 도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응징부터 외치는 것은 국민 감정을 자극할 뿐이다. 대외 신용도 추락 등 충격과 혼란을 부추기는 어리석은 짓이다. 정부가 온갖 비난과 음해를 무릅쓰고 사회경제적 충격을 줄인 것은 잘한 일이다.
앞으로의 과제도 정부가 정확히 제시했다. 북한과 군, 어느 쪽 책임이든 투명하고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 또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과학적 조사를 토대로 유엔 제재 등 대북 조치를 추진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국가의 명운과 장래가 걸렸다고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냉철한 대응이 상처와 손실을 줄이는 지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414수] 정보산업 살리려면 토건국가식 행태부터 바꿔야
정보기술(IT) 산업이 위기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 쪽에서 관련 총괄부처 신설 방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정보통신부 해체가 사려깊지 못한 일이라고 하더니, 어제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정보산업 총괄부처 신설을 제기했다.
이른바 ‘아이폰 충격’을 계기로 대책 모색에 나서는 건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대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점이다. 지금은 정보산업을 홀대하다 못해 옥죄는 정책을 바꾸는 게 시급하지 정부 조직 개편을 말할 때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정보산업을 얼마나 홀대했고 관련 정책마저 혼선을 빚었는지는 대통령 발언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2008년까지만 해도 ‘정보산업을 키워봐야 일자리만 줄어든다’는 식으로 말하더니, 지난해 2월엔 갑자기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우리는 왜 못 만드냐’고 했다. 또 9월엔 더 나아가 ‘한국 산업의 경쟁력은 아이티의 힘’이라고 했다.
주무 부서인 방통위는 더 한심하다. 방통위가 지난 2년여 동안 열을 올린 건 산업 육성이 아니라 방송을 정부 입맛대로 길들이는 일이었다. 말로는 경쟁력을 갖춘 방송산업의 육성을 강조했으나, 실제 한 일은 <한국방송>에서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고 방송문화진흥회를 앞세워 <문화방송>을 장악하는 일이었다. 또 보수 신문의 방송 진출을 돕기 위해 언론관련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추진했다. 이 와중에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통한 정보산업의 도약이라는 방통위 설립 취지는 실종됐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을 정부 비판 세력의 진원지쯤으로 여기면서, 실명제 확대와 검열 강화 등 인터넷 규제에만 혈안이 됐다. 게다가 공인인증서 의무화 따위의 시대착오적 규제로 스마트폰 중심의 세계 정보산업 흐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정보산업 관련 업무가 나뉘어 있는 데서 오는 부작용도 분명히 있고 이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거대 총괄부처를 만들어 4대강 사업 하듯 몰아붙이면 정보산업이 살아난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토건국가식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과도한 규제를 풀면서 업계의 활력을 촉진하는 섬세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통부가 없어서 아이폰 같은 제품이 나오지 못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414수] 핵 안보 정상회의가 열리는 2012년 한반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 안보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세계 47개국 정상(頂上)들은 13일 회의에서 오는 2012년 2차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열기로 했다. 핵 안보 정상회의는 '핵 없는 세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계 경제 분야 최고위급 회의인 G20회의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린다. 그리고 2년 뒤에는 안보 분야 최고위급 정상회의가 또 한국에서 열리는 것이다.
핵 정상회의의 기본 취지는 각 나라 군사·안보 정책의 최고 정책결정권자인 대통령·총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존 핵무기 보유국의 핵탄두 수(數) 감축과 함께 핵무기가 국제 테러조직이나 불량 정권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대책, 원전(原電) 등 핵의 평화적 이용 방안 등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발의(發議)한 핵 정상회의는 이번 워싱턴 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릴 것이란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이 2차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나섬으로써 오바마 정부의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12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이 대통령은 오바마가 좋아하는 인물(favorite man)"이라고 대놓고 좋은 소리를 한 데서도 이런 미국의 느낌을 알 수 있다. 지난 노무현정권 때 '파탄 직전'으로 치달았던 한·미관계가 정상 궤도에 다시 올라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2년은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서 의미심장한 해다. 북한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맞춰 '강성대국 원년(元年)'을 선포하겠다고 해 왔다. 그리고 남쪽에선 전임 정권 때 이뤄진 한·미 합의에 따라 2012년 4월 17일 한·미 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한미연합사가 갖고 있던 전시(戰時)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넘어오게 돼 있다. 2차 핵 안보 정상회의 개최 시기는 2012년 11~12월로 정해진 미국과 한국의 대선(大選) 일정을 감안하면 상반기가 유력하다. 남북의 이런 움직임이 부딪치는 2012년 상반기는 한반도 안보의 결정적 국면이 될 수도 있는 시기이다.
정부는 2차 핵 안보 정상회의가 지금과 180도 달라진 한반도 정세에서 열릴 수 있도록 남은 2년 동안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때까지 북핵(北核) 문제가 한반도와 세계를 위협하는 최대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다수가 우려하는 전작권 이양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핵 안보 정상회의의 개최 의미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 사설-20100414수] 거품경제 경고음 과장도, 무시도 안된다
일본 노무라증권이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한국경제가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거품이 한창이던 1980년대 후반 일본경제를 연상시킨다고 진단한 것에 우리는 주목한다.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실기하면 새로운 거품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은이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으면 새로운 거품을 만들게 되고, 거품이 일시에 붕괴되면 불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 밖에도 지금 시장에서는 거품경제 경고에 중앙은행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거품경제에 대한 경고음은 물론 과장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무시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일본경제는 1980년대 후반 초저금리 후유증으로 주가와 땅값이 3배 이상 급등했다. 일본은행이 뒤늦게 거품을 조금 제거하기 위해 90년에야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결국 거품은 한꺼번에 붕괴되면서 땅값과 주가는 폭락했고, 일본경제는 20년 불황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그동안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거품을 조금씩 제거했다고 하지만 정책당국은 일본은행의 실패가 주는 교훈과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물가안정 달성이라는 중앙은행 고유의 역할을 잠시도 잊지 말길 권한다.
우리 기업들이 일본 도요타자동차 위기를 계기로 경영과 품질관리 개선에 즉각 나서겠다는 소식은 정책당국의 대응과 대비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 1420곳을 대상으로 도요타 사태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 중 73%가 도요타 사태를 ‘경영개선 및 품질인식 강화’의 계기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품질과 안전신화의 대명사였던 도요타자동차도 결함 은폐로 한순간에 타격을 입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품질관리 재점검에 나선 업체들이 많아 다행이다. 한은도 일본 정책 당국의 위기대응 실패에서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414수] 철광석 가격횡포, 경쟁당국간 공조 모색해야
어제 도쿄에서 개최된 제11차 한 · 일 민관철강협의회에서 한 · 일 양국이 철광석 유연탄 등 철강원료 공급업체들의 가격인상과 합작사 설립 등에 우려를 표시하며 공조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열렸던 한 · EU 민관철강협의회에서도 유사한 공감대가 형성됐었고, 조만간 열릴 한 · 중 민관철강협의회에서도 같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여 철강생산국 간 어떤 공동 대응방안이 나올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국제 공조 움직임은 그만큼 철강 생산업체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브라질의 발레 등 철강원료 공급의 큰손들이 금년 4~6월 철광석 잠정가격을 지난해에 비해 약 90%, 유연탄의 경우 55%나 인상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30년 이상 지속돼 왔던 연간고정가격 협상을 분기별 계약방식으로 바꾼다고 한 것이다. 중국의 수요 급증과 경기회복에 따른 시장가격 상승 등을 반영하기 쉽도록 하겠다는 게 이들의 의도다.
철강 생산업체들로서는 원료비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고 이 부담을 흡수하지 못하면 결국 강재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가격인상으로 전가될 게 뻔하다.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면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은 자명한 이치이고, 자칫 산업 전반으로 인플레이션을 확산시켜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
문제는 국제 공조 방안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독과점인 철광석 공급업체들에 맞서 철강 생산업체들도 그런 구조로 재편(再編)되면 모르겠지만 당장은 어렵다. 그리고 내심 계산이 다를 수 있는 업체들이 얼마나 실질적인 공조를 할지도 의문이다. 상호 신뢰가 없으면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은 경쟁당국 간 국제공조라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 공정위는 호주의 BHPB사와 리오틴토 간 합작사 설립이 경쟁제한 소지가 있는지 조사중이다. EU, 일본, 중국의 경쟁당국 역시 가격인상과 함께 이 사안에 적극 공조하고 나선다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414수] 오바마 대통령은 FTA비준 성의 보여야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먼저 할 수도 있다"며 한미FTA 비준을 강하게 촉구해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핵안보 정상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이 12일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뤄진 이번 발언은 FTA비준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오바바 행정부에 대한 일종의'경고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까지 들먹이며 고강도 압박에 나선 것은 최종 타결된 지 3년이 가까워지는 한미FTA에 대한 비준이 지지부진한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동시에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FTA비준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FTA가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외교적인 수사만 되풀이하면서 민주당의 반대의원을 설득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기회 있을 때마다 자동차문제를 재협상해야 한다는 등 딴죽을 걸었다. 이렇게 미 행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의회도 손을 놓고 있다. 한국 국회도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비준을 미루고 있다.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언제 비준될지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2007년6월29일 타결된 한미FTA는 부시 전대통령이 재임 중이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차인2008년이 비준을 마칠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나 놓치고 말았다. 최근엔 비준에 대한 관심조차 떨어져 추진력이 점차 상실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이번 이 대통령의 촉구를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은 FTA에 대한 의회의 비준을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자유무역을 실현하는 FTA가 양국의 경제관계는 물론 전반적인 우호협력을 크게 증진시키는 최선의 선택이라는데 누구도 이의를 달기 어렵다.
특히 미국은 한미FTA 비준을 양국의 문제가 아니라 대아시아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충고도 새겨들어야 한다. 특정 산업의 입장이나 좁은 관점에서 FTA의 유불리를 따지다가 큰 이익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자유무역의 확대라는 큰 안목에서 접근해야 하고. 나아가 한미간 동맹관계 강화를 위해서도 FTA는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중국과 먼저 FTA가 실현될 경우 미국이 입게될 불이익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규모는 미국 일본과의 통상규모를 합친 것보다 커 FTA에 따른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정부는 최근 한중FTA 필요성에 대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한미FTA 비준을 계속 미적거리다가 한중과 한EU FTA에 뒤질 경우 경제적 손실도 커지만 미국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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