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10년 4월 13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eros 2010. 4. 14. 15:35

[한국일보 사설-20100413화] 청소년 게임 중독 대책 더 촘촘하게

 

문화부가 내놓은 '게임 과몰입(중독) 예방 및 해소 대책'의 핵심은 두 가지다. 심야시간(밤12시~오전8시)에 청소년들의 게임을 금지하는'셧다운제' 도입과 일정시간이 지나면 게임아이템을 얻는 속도를 줄이는 '피로도시스템' 확대이다.

 

청소년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한 '셧다운제'의 경우 우선 3개 게임에 적용하고, 4개 롤 플레잉 게임(PRG)에 적용 중인 '피로도시스템'은 19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부모가 게임내용을 확인하고 접속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자녀 게임이용 관리서비스'를 확대하고, 게임아이템 거래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

 

정부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발벗고 나선 이유는 게임중독이 더 이상 개인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병리현상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중독자200만명(8.8%) 중 절반이 넘는 103만여명이 치료나 상담이 필요한 9~19세 아동과 청소년들이다. 대부분 온라인 게임에 빠져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20대 청년이 온라인 게임을 그만하라고 나무라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5일 동안 밤새 게임을 하던 30대 남성이 쓰러져 숨지고, 부모가 게임에 빠져 3개월 된 딸을 굶어 죽게 만든 일도 있다.

 

인터넷 일상화로 어린 아이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쉽게 게임에 빠져들고, 한번 중독에 빠지면 성인까지 이어진다. 어이없는 게임중독 관련 사건ㆍ사고들도 1990년대 말 불기 시작한 게임열풍에 빠졌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면서 중독증세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막고 치료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 대책은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다 게임중독 원인의 하나인 아이템의 거래 중지와 청소년들의 PC방 출입제한 강화 등이 빠져 실효성이 의심된다. 다양한 보완 대책과 함께 법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관련 업계도 '게임문화기금(100억원)'만 내놓으려 하지 말고 건강한 사회와 게임문화를 위한 실질적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국민을 병들게 하면서 크는 산업, 얻는 수익은 가치가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413화] 이 대통령의 ‘줄타기 FTA 전략’은 위험한 발상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치 <워싱턴 포스트> 회견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미국 쪽에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한-미 협정은 중국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과 협정 체결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한-중, 한-유럽연합(EU) 협정 전에 한-미 협정이 비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기 전에 미국이 선수를 치는 게 유리하다고 미국 쪽을 압박하는 내용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종의 줄타기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온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우선 한-미 협정에 대한 국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한-중 협정은 기초적인 공감대조차 형성돼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4대강 사업 식으로 ‘자유무역협정 밀어붙이기’에 나서는 것은 국내 반대 여론을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미국을 압박하려 하기 전에 우리 국민부터 설득하는 게 먼저다.

 

한-중 협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성급하다. 이 대통령은 한-중 교역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비교적 마찰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안목이다. 중국의 산업과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머잖아 한국이 우위에 있는 전자·자동차·조선 등의 분야에서도 경쟁 관계에 들어설 게 확실하다. 한-중 협정이 이런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뿐 아니다. 관세가 없어지면 농수산물은 물론이고 기초생필품 시장이 당장 중국에 장악당할 가능성이 높다. 영세·중소기업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한-중 협정의 충격이 한-미 협정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한-미 협정의 협상 수단으로 언급하는 것부터가 적절하지 않다. 한-중 협정은 한-미 협정 이상으로 충분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거론하면서 미국 대아시아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한-미 협정을 거론한 것도 문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중국과 불협화음을 빚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유무역협정은 국가간 이해가 미묘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다. 섣부른 태도로 소탐대실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20100413화] 義人 금양호 가족들 "하루 한 번 수색 브리핑이라도"

 

대청도 해역에서 침몰한 98금양호의 실종선원가족대책위원장 이원상씨가 "해경·해군 수색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면 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테니 진상 조사나 수색작업을 누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정부가) 하루 한 번 브리핑이라도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금양호 선원들을 의사자(義死者)로 예우하는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도 알려 달라"고 했다. 충남 앞바다에서 주꾸미 조업을 하던 쌍끌이 어선 금양호는 지난 2일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협력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백령도 부근에서 수색에 참여했다가 어망이 찢어져 되돌아가던 중 캄보디아 화물선에 떠받혀 침몰했다.

 

금양호 9명 선원 가운데 한국인 1명, 인도네시아인 1명의 시신은 인양했다. 실종자 대표가 "하루 한 번 브리핑이라도 받고 싶다"고 한 걸 보면 금양호 선원과 그 가족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 만하다. 금양호의 한국인 선원들은 결혼을 못한 단신(單身)들이어서 섧게 울어줄 가족이 별로 없다. 빈소엔 문상객도 거의 없다. 실종자 가족들은 선박업체가 마련해준 모텔에서 숙박하고 있다.

 

금양호 선원들은 사고 선박을 구조한다는 뱃사람 의리에다 국민 된 사람의 의무감(義務感)에서 생업을 제쳐두고 백령도까지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금양호 선원들은 '위해(危害)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을 구하다가 사망·부상을 당한 사람'이라는 '의사상자(義死傷者) 지원법'에 정확히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정부는 성의를 다해 금양호 선체를 인양하든지 아니면 실종자를 찾아내 법에 따른 의사자 예우를 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에 대한 보상에도 인색함이 없어야 한다. 약자(弱者)에 대해 더 배려하고 더 보살펴주는 사회가 품격 있는 사회다.

 

 

[서울신문 사설-20100413화] 지방선거 D-50, 정치검찰 논란 불식하려면

 

6·2 지방선거가 오늘로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걱정스러운 조짐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선거의 본령을 훼손하는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여야 정당의 공천 잡음이 일더니 불법 선거로 적발된 사례는 그저께 기준으로 1611건에 이르는 등 초반부터 혼탁 양상이다. 그 중에서도 한명숙 전 총리 1심 무죄 판결을 둘러싼 검찰발 논란은 선거판을 온통 뒤흔들고 있다. 별건 수사 논란까지 가세하면서 더 어지러워지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서로의 영역을 지켜야 할 정치와 검찰 간에 경계가 무너져 우려스럽다.

 

검찰은 한 전 총리 무죄 판결의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2라운드 수사에 전력을 다할 기세다.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하고,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의혹도 계속 캐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불법을 척결하는 첨병으로 본연의 의무를 내세우지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 전 총리 수사만 해도 정치와 무관함을 주장하지만 정치 영역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무죄 판결 이후 몇몇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는 급상승했다. 검찰의 수사가 정권에 부담을 주는 정치적 행위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야당은 아예 정치검찰로 규정지으며 야당 탄압이란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곧 다가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에 맞춰 선거 쟁점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다. 야당이 이귀남 법무장관과 김준규 검찰 총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해도 검찰은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한 전 총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불거졌는데 덮을 수 없는 게 아니냐고 항변할 일만은 아니다. 완벽한 내부 조사를 거쳐 확고한 법리적 자신감이 섰을 때, 특히 시기상 오해를 불식시킬 정도의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 결행할 수 있을 것이다. 1심 재판 때처럼 무리한 수사 논란을 자초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별건 수사 논란에 관한 한 한나라당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반대론이 나온다. 검찰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미 선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이 퇴로를 열어놓지 않고 수사를 강행하려면 신중한 접근이 전제돼야 한다. 야당도 검찰을 상대로 한 정치 공세는 자제해야 한다. 의혹의 실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413화] 부실통계로 제대로 된 정책 기대할 수 있나

 

통계청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858종에 이르는 국가승인통계 중 515종에 대해 정기품질진단을 실시한 결과 개선 필요성이 지적되지 않은 통계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충격적이다. 국가승인통계가 이렇게 엉망일 지경이면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정책이 제대로 됐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현상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될 기초적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통계청 품질진단 결과를 보면 지식경제부의 산업기술 인력수급동향 조사, 보건복지부의 전염병 발생 보고, 한국은행의 생산자물가지수 등에서도 오류가 지적됐다. 이런 통계들에 문제가 있으면 고용과 직결(直結)되는 인력정책이나 전염병에 대한 대응에서 오판이 발생할 수 있고, 경제정책도 현실과 따로 놀 수밖에 없게 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통계청이 지적하듯이 전문성이 부족해 부실통계가 양산되고 있다면 반드시 시정돼야 마땅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각 부처 평가에 통계관련 항목을 포함시키고,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국가승인통계에 대한 수시 품질진단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할 일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부실통계 양산이 꼭 전문성 부족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통계를 보고 정책을 세우는 게 아니라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통계가 종종 왜곡(歪曲)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실제로 정부 연구기관 등에서 소관 부처 눈치를 살피며 통계를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거나 억지로 꿰맞춘 듯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사례도 없지 않았다. 기획에서 자료수집, 분석, 그리고 정책활용 과정에서 오류를 없애려면 이런 점도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통계의 품질은 곧 정책의 품질이다. 앞으로 정부 각 부처가 행정통계 또는 원자료를 국민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해당 부처들이 얼마나 협조해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가승인통계에 관한 한 통계품질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통계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413화] 경제회복세 확인하는 성장률 상향조정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함에 따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12일 발표한 '2010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12월의 4.6%를 크게 웃도는 5.2%로 올려 잡았다. 이는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올해 성장률 5%는 물론 지금까지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예상했던 전망치 4%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경기진단에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성장동력도 정부에서 민간주도로 옮겨가고 있고 수출과 소비ㆍ투자가 모두 살아나면서 성장에 탄력이 붙고 있다.

 

한가지 걱정은 이렇게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둘러싼 논란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며칠 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밝힌 대로 지금은 경기회복의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는 노력이 더 필요한 때다.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타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부동산 침체가 심화되는 등 대내외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원유를 비롯한 철광석ㆍ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고 환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등 그동안 수출확대에 크게 도움이 됐던 환율효과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긴 했지만 1ㆍ4분기 7.5%, 2ㆍ4분기 5.8%, 하반기 4.0% 등 갈수록 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금으로서는 성급한 출구전략 논란보다 탄력이 붙기 시작한 경제회복 국면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구조조정에 속도를 냄으로써 시장의 불안요인을 최소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을 포함한 기업환경을 개선해 투자의 물꼬를 트는 일도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막대한 기업의 현금자산과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는 풍부한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시중자금이 생산적으로 활용되지 못할 경우 위기대응 과정에서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이나 자산버블 등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