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20091231목] 중앙대 개혁 큰 방향은 잘 잡았는데
두 달 전 중앙대가 실용학문 위주로 대학을 전면 개편하는 계획을 밝혔을 때 우리는 적지 않게 우려를 표명했다. 윤리와 책임감, 창조성과 비전을 갖춘 인재는 취업용 교육으로만 길러질 수 없으며, 기초학문 발전 없이 국가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개편이 보편적 발전모델로 인식돼 대학사회 전반에 압도적 흐름이 될 개연성도 걱정했다.
그러나 다행히 제시된 구조개혁안은 이 같은 우려를 상당 정도 불식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회적 수요가 큰 분야는 키우고 다양화하되, 주요 기초학문 분야의 희생 폭도 예상보다 줄인 것이 핵심이다. 인접 분야를 같은 울타리로 묶어 통섭을 꾀한 대목도 눈에 띈다.
앞으로 구체적인 논의과정을 거치겠지만 일단 이 정도면 학문의 다양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회적 수요 부응에 초점을 맞춘 개혁안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급변하는 세계환경 속에서 미래의 발전가치는 당장 가늠하기 쉽지 않은 만큼 보다 면밀한 진단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간 경쟁 유도가 자칫 수익성에 중점을 둔 기업간 경쟁과도 같은 양상으로 변질될 수 있는 점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중앙대 개혁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교수사회를 비롯한 대학가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일대 자극을 준 일일 것이다. 사실 대학사회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변화에 둔감하고, 사회적 비판에서도 상대적으로 배려를 받아온 곳임을 부인키 어렵다. 중앙대 개혁이 교육수요자와 국가사회에 대한 대학 전체의 책임의식을 크게 각성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231목] 용산참사, 진정한 해결은 이제부터다
용산참사 협상이 타결됐다. 참사가 일어난 지 꼭 345일 만이다. 그동안 계절은 엄동설한에서 봄, 여름, 가을을 지나 다시 한겨울로 바뀌었다. 유족들이 뿌린 비탄의 눈물은 강을 이뤘고, 오열과 한숨은 산으로 쌓였다. 그래도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협상이 해를 넘기지 않고 타결된 것은 다행스럽다. 무엇보다 그동안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던 희생자들의 넋이 안식을 찾을 수 있게 돼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협상 타결을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사건은 우리 시대에 정부가 무엇인지, 이 사회에 최소한의 정의나 양식이 존재하는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용산참사의 본질은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게 된 철거민들의 항의시위에 경찰이 충분한 사전대비도 없이 무모하게 진압작전을 펼치다 여섯명의 인명을 앗아간 것이다. 공권력 남용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재발방지 약속은 위정자들의 당연한 의무였다. 정부가 이런 인식 아래 유가족들에게 조금만 성의를 보였더라도 용산참사는 벌써 해결되고도 남았다. 하지만 정부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유가족들을 지치게 만드는 비정한 전략을 구사했다. 참사의 책임은 온통 철거민들의 탓으로 돌려졌고, 당시 경찰 최고 책임자는 관변단체 고위 간부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어제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총리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유족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애초 유가족 쪽에서 제기했던 정부의 사과 요구를 나름대로 수용한 결과다. 사건 발생 당시 한승수 총리가 “불법 폭력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서슬 퍼런 입장을 밝힌 데 비하면 훨씬 진전된 것이다. 하지만 ‘유감’이라는 표현이 말해주듯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사과나 뉘우침은 엿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정부의 책임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과연 공권력 남용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참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장례 일정이나 보상 문제 등이 타결됐다고는 하지만 이것으로 이번 사태가 끝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상규명이다. 현재 검찰은 재판부의 명령을 거부하면서까지 수사기록 1만여쪽 가운데 3000여쪽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한 용산참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 또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갈등의 화약고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정부의 전면적인 인식 전환을 거듭 촉구한다.
[동아일보 사설-20091231목] ‘떼법’이 법과 원칙을 누른 용산참사 타결
올해 1월 20일 발생한 용산 참사의 보상 협상이 사건 발생 344일 만에 타결됐다. 서울시와 종교계의 중재로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와 협상을 계속한 용산4구역재개발조합이 사망자 5명의 장례비용과 유가족 위로금, 세입자 보상금을 주고 사망자 장례식을 내년 1월 9일 치르기로 합의했다. 전체 보상금은 35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양쪽은 합의를 하고서도 보상금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만큼 떳떳하지 못한 합의라는 얘기다.
경위는 어찌됐거나 오랜 고민거리 하나가 해를 넘기지 않고 해결된 것은 다행이다. 사건 관련 단체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내년까지 해결을 미룰 수 없어 서두른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타협할 것이라면 왜 1년씩이나 끌었는지 모르겠다. ‘떼법’이 법과 원칙을 이긴 사례를 하나 추가하게 됐다.
용산 참사의 본질은 재개발 대상 건물 옥상에서 다량의 화염병과 시너를 쌓아 놓고 벌인 불법 농성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1명과 농성자 5명이 숨진 사건이다. 화염병은 살상무기다. 도심 한복판에서 살상무기로 전쟁을 치르듯 경찰에 저항하다 대형 사고를 부른 사람들에게 보상해주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
대책위와 철거민단체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이 참사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장례도 치르지 않고 시신을 인질로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및 보상을 요구했다. 이 같은 극단적 행위로 보상금이 더 늘어났을지는 모르지만 망자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이번 합의로 죽은 사람은 수억 원씩 보상을 받고, 산 사람은 징역형을 사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게 됐다.
올해 10월 용산 참사 사건 1심 재판부는 ‘경찰을 향해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진 것이 화재원인’이라며 기소된 농성자 7명에게 징역 5, 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공무 집행 경찰관들에게 위험물질을 쏟아 붓고 화염병을 던진 것은 국가 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동으로 법치주의 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철거민단체와 피고인들은 ‘국민 학살’이란 주장까지 했지만 사건 전후과정을 살펴보면 억지 선동일 뿐이다.
정부가 직접 보상금을 주지는 않지만 불법행위와 장기 농성 및 사건의 정치화가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 이런 식의 해결로 우리 사회가 과연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일보 사설-20091231목] 한 해 마지막 날도 국민 부끄럽게 만든 이 나라 국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0일 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 8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추 위원장과 한나라당측이 협의해 만든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추 위원장이 이날 오전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려 하자, 같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고함을 치며 반발했고, 환노위 소속도 아닌 민주노동당 강기갑 이정희 의원 등이 회의장에 들어와 추 위원장을 몸으로 저지하려고 했다. 결국 추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야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은 채 법안을 통과시켰고, 민주당은 "날치기이므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야당 위원장이 통과시킨 법안을 같은 야당이 '날치기'라고 주장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오늘까지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1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전면 허용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이 폐지된다. 이는 노사(勞使) 모두 원치 않는 일이다. 이날 환노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복수노조는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1년 7월부터 시행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폐지는 내년 7월부터 적용토록 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4대강 예산과 나머지 다른 예산을 분리해 협상을 벌였으나 4대강에 지을 물막이 보(洑)의 높이와 수를 둘러싼 이견(異見)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오늘 중 예산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새해 대한민국의 살림은 준(準)예산을 짜 임시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그제 오후부터 여야 예산 대치를 막겠다며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지키고 있다. 사실상의 1인 농성인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연내에 새해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대한민국 입법부(立法府)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 홀로 남아 농성하는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 등 군소 야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이 있는 3층 로텐더홀에서 닷새째 농성 중이다. 이 로텐더홀을 사이에 두고 본회의장과 마주하고 있는 예결위 회의장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14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장은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제1 야당은 맞은편 예결위 회의장에서, 군소 야당은 그 사이에 있는 로비에서 제각각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다. 여야 모두 2009년 마지막 날까지 국회 난투극을 벌이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서울신문 사설-20091231목] 지방공무원 맞교환, 단체장이 적극 나서야
행정안전부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내년 상반기 중 지방공무원 2000명을 기초단체 간 또는 광역-기초단체 간 의무적으로 순환교류하겠다고 밝혔다. 교류대상 보직은 감사·인사·건축·세무·회계·법무 등 권한이 크고 비리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기강 및 도덕 해이는 토착비리의 큰 뿌리다. 따라서 고육책일지언정 예방 차원의 인사정책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지방공무원들에 대한 타 지자체 간 인사교류는 1995년 민선 지자체 출범 이후 거의 중단됐다. 민선 단체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특별한 사유가 아니고는 타 지자체 전출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한 지자체에서 수십년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졌다. 이른바 물 좋다는 보직을 맡으려면 단체장과 유착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직책에 오래 머물다 보면 이권단체·업체 등과 결탁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비리 소지를 차단하려면 공정한 순환인사가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좁은 바닥에서 직무·인간 관계가 얽히고설켜 인사를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고 비리를 단칼에 끊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순환교류 인사정책이 취지대로 성공하려면 단체장의 협조가 절실하다. 특정 공무원에 대해 내 식구 챙기기를 고집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인사권이 단체장의 고유권한이긴 하나 토착비리 근절이라는 더 큰 국가적 목표를 위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도 인사교류 시 단체장과 최대한 협의하고 필요하다면 관계법령도 손질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231목] 워크아웃 신청한 금호, 앞으로의 과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어 온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구조조정안이 나왔다.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서는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을 통해 정상화를 도모한다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에 어제 합의했다. 대우건설 풋백옵션 상환 책임 등으로 자본잠식 위기에 놓인 금호산업과 자체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에 대해서만 워크아웃을 개시키로 한 것이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이 인수키로 했다. 그룹내 주력사들이 워크아웃 및 자율협약 대상이 됨에 따라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창업 이후 최대 시련을 맞게 됐다.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대우건설 인수로 대표되는 무리한 인수 · 합병(M&A)이 직접적인 발단이 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종 다양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무리수에 국제금융위기라는 악재가 겹쳐 그룹 전체의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결국 계열사 워크아웃이라는 결과까지 가져온 셈이다. 사실 M&A를 통한 영역 확장은 짧은 시간 내에 사업 다각화를 가능하게 해주지만 그만큼 위험도 클 수밖에 없다. 새로운 분야 사업에는 아무래도 리스크가 더 큰데다 대우건설의 경우처럼 지나친 차입에 의존할 경우 위험이 배가(倍加)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금호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본다.
이제 남은 과제는 될수록 시장과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빠른 시일내에 금호그룹이 정상경영궤도를 되찾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금호 그룹은 채권단과 적극 협의, 과감하고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해 하루 속히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권은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시장 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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