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10년 1월 23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eros 2010. 1. 23. 12:53

한국일보 사설-20100123토] 북의 해외투자 유치는 바람직한 변화

 

새해 들어 북한의 해외투자 유치 활동이 전 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고위관리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내달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국가들을 방문, 투자설명회를 연다. 북한이 유치를 희망한 투자분야는 정보기술(IT) 섬유 농업 광물 재생에너지 관광 등 다방면이다. 조건도 개성공단보다 싼 임금수준과 건물 및 토지 제공, 세금 혜택 등을 제시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은 유럽 외에도 미국 호주 뉴질랜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의 외자유치 노력이 없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한층 체계적이며 제도적 인 뒷받침 아래 추진된다는 점이 다르다. 엊그제 북한의 중앙통신은 외국투자 유치 업무를 담당할 '조선 대풍국제투자그룹'을 운영하고, 유치된 자금의 투자를 관장할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국가 개발은행이 1960~70년대 남한의 경제개발기 외자를 유치해 산업에 투자했던 산업은행과 유사한 개념일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일 경제특구인 함북 라선시를 특별시로 격상한 데 이어 남한 합작기업의 진출을 최초로 승인했다. 중국 및 러시아와 인접한 이 지역에 남한과 외국기업들을 적극 끌어들이기 위한 활동이 가시화한 것이다. 얼마 전 국방위 대변인의 '대남 보복성전' 성명과는 별개로 개성공단 운영 문제와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에 적극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외국투자 유치에 눈을 돌린 것은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유치 노력이 중국이나 베트남 식 개혁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말 화폐개혁을 통해 내부 시장 역할을 크게 억제하는 등 경직된 '우리 식 사회주의'의 틀을 굳건하게 유지한 채 외부 지원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6자회담 복귀 등 핵 문제의 진전 없이는 외국투자 유치와 대외무역 확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하루빨리 이 같은 한계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123토] 주민투표 없는 행정구역 통합은 무효

 

성남시의회가 어제 새벽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남·하남·광주 3개시 통합안을 강행처리했다. 주민 의사를 묻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수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의 행정구역 통합에 찬성할 수 없다. 행정구역 통합은 어디까지나 주민자치의 정신에 따라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시의회 의결을 철회하고 이른 시일 안에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바란다.

 

이번 행정구역 통합은 애초부터 무리하게 추진돼왔다. 주민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몇몇 기초자치단체장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의했다. 자율통합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는 통합 지자체에 막대한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여론을 한쪽으로 몰아갔고,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50% 이상 찬성 지역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애초 방침을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됐다. 공청회와 토론회 한번 제대로 열리지 않았고, 주민의 뜻을 대변해야 할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당론을 뒤쫓기에 바빴다. 애초부터 여론조사와 시의회 의결로 지자체의 존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사안을 주민투표에 부치지 않는다면 무엇을 가지고 주민투표를 한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수도권에 대도시 하나 출범한다고 행정 효율이 높아지고 국가경쟁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많은 행정구역 통폐합이 있었지만 그 덕에 국가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행정구역 통합은 이미 실패로 결론이 났다. 애초 신청한 18개 시·군 가운데 성사된 곳은 마산·창원·진해 한곳밖에 없다. 이 지역도 애초부터 통합 필요성이 제기돼온 곳이다. 성남·하남·광주의 통합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그나마 하나라도 더 건져 체면을 세우겠다는 뜻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통합으로 주민 의견이 모아진다 해도 성사가 쉽지 않은 게 행정구역 통합이다. 시청사를 어디 둘지, 통합시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등의 문제로 통합이 무산될 수도 있다. 그만큼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주민자치와 자율통합의 원칙에 입각해 주민투표로 통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갈등과 분열만 조장할 뿐이다. 설령 무리하게 통합이 된다 해도 얻는 게 뭐가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123토] 아이티 지진 현장 구호에서 돌아본 대한민국 모습

 

지진 참사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이 아직도 콘크리트에 깔려 있고 매분(每分) 매시간(每時間) 응급 중환자들이 쏟아지는 아이티에서 각국이 경쟁하듯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지진 발생 48시간 만에 컨테이너 30개를 비행기로 날라와 이동형 종합병원을 세웠다. 20여명의 의료진도 함께 도착했다. 이 병원은 수술실·중환자실·회복실뿐 아니라 24시간 수술이 가능한 대형 발전기와 오염된 물을 정수하는 시설까지 갖췄다. 미국·프랑스·노르웨이 등 8개국도 각기 종합병원을 조립해 첨단 통신장비로 현장 구조팀과 교신하며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 곁에서 한국 구호팀 의사 대여섯 명이 천막을 치고 환자를 맞고 있다. 골절환자에겐 부목을 대주고 찢긴 피부를 꿰매주고 내과 질환에 약을 주는 수준이다. 그것도 정부가 아니라 대학병원과 민간 단체가 급히 만든 의료진이다. 정부 산하 119구조대는 지진 발생 닷새가 지나서야 현지에 도착했다. 정부는 구호금 100만달러로 할 일을 다한 듯하다 세계의 눈길이 22개국 28개 구조대가 벌이는 생존자 찾기 경쟁에 쏟아지자 뒤늦게 구조대 파견을 결정했다. 정부 늑장 대응으로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우리 구조대는 이미 다른 나라 구조대가 훑고 간 자리에서 생존자는 한명도 못 구한 채 시신 수습에만 매달려 왔다.

 

우리 의료진은 2005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2007년 파키스탄 지진에 이어 아이티에서도 삽으로 배수구를 파면서 천막 진료소를 세우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일본·호주·독일 등은 구호팀 1진을 항공기 편으로 보내고 이어 군함에 트럭과 중장비를 싣고 가 이동식 종합병원을 세웠다. 일본은 48시간 안에 해외 재난지역에 의료진을 보내기 위해 공항에 늘 병원 조립세트와 의료기기와 약품을 놔두고 있다. 일본이 '구호 선진국'으로 꼽히는 것은 이렇게 체계적이고 치밀한 정부 차원 구호체제 덕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격(國格)에 맞는 구호외교'를 지시하자 정부는 아이티 지원액을 100만달러에서 1200만달러로 늘렸다. 그러나 늘어난 지원금을 제대로 사용할 인력과 기구를 함께 보낼 형편이 안 된다. 외교부는 "대사관이 없는 아이티에 임시출장소를 세우고 한동안 3명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한다. 참사 현장은 시시각각 달라지는데 아직도 '예정'이니 구호팀이 제대로 가동할 때면 상황은 다른 국면으로 바뀔지 모른다.

 

나라의 품격을 돈만으로 높일 순 없다. 세계 13위 경제대국에 G20 의장국이 됐다지만 경제력과 인도주의 활동이 결합한 '스마트 파워'로 보면 선진국 그림자도 못 밟는 수준이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순위는 세계 33위, OECD 회원국 법질서 준수는 27위로 최하위권이다. 지난 연말 감사원 조사에서 140개 시민단체가 50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는 많지만 제대로 회비를 걷는 곳은 극히 드문 한국 시민사회의 외화내빈(外華內貧) 현상 때문이다. 이번 아이티 재난 구호 현장을 통해 과연 우리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나라다운 품격과 수준과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123토] 2년 연속 청렴시책 1위 서울시 더 분발하라

 

서울시가 2009년 한 해 동안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청렴시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추진한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하는 ‘부패방지시책 평가’에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5개 등급 중 최상위인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아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최대 역점사업인 청렴도 향상을 위한 각종 시책들을 적극 추진한 결과다. 과거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는 악의 근거지라는 뜻의 ‘복마전(伏魔殿) 서울시’로 불렸던 오명을 털어내고 연속해서 얻어낸 성과라 빛난다.

 

서울시는 지난해 비리공무원은 금액과 지위에 관계없이 그 직책에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실행했다. 공직자 비리에 대해서는 시민과 내부 신고를 활성화했다. 아울러 전 직원이 정의의 상징인 해치 배지를 착용하도록 해 한순간도 청렴정신을 잊지 않도록 한 노력 등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청렴한 시 이미지의 안정적인 기반 구축을 위해 취약업무에 대한 외부 전문가 컨설팅을 받고, 내부 청렴도 상시확인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올해도 청렴도 향상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어서 기대를 갖게 한다.

 

서울시는 그러나 더 분발해야 한다. 서울시가 밝힌 대로 지난해 ‘청렴도’는 2008년도에 비해 낮아졌다. 서울시는 2008년도에는 청렴도에서도 1위를 했다. 서울시는 2002년 이후 청렴도 평가에서 16개 시·도 가운데 항상 꼴찌를 맴돌다 2006년 겨우 15위, 2007년에는 6위에 오른 뒤 2008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해는 9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직원들의 크고 작은 비리가 잇달아 적발됐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하지만 청렴도 향상에 대한 서울시 전 직원의 열정과 관심을 높게 평가, 청렴시책 추진 1위로 평가했다. 서울시는 이를 채찍으로 받아들여 청렴도에서도 다시 1위를 차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123토] 오바마식 은행규제 섣불리 흉내내선 안되는 이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은행의 과도한 위험투자와 대형화를 규제하기 위해 칼을 빼들고 나서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상업은행이 고객의 예금과 신탁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데 머물지 않고 덩치를 키우기 위해 자기자본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다 위기를 초래, 국민의 혈세로 구제금융을 받는 관행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 며 과감한 개혁을 통해 은행의 위험투자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상업은행의 투자은행(IB) 업무 겸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를 금지했던 1999년 이전 수준으로 은행산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월가 투자은행들의 소위 자기자본투자가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은행들이 자기자본 또는 차입금으로 주식 채권은 물론 각종 파생상품에 무모하게 투자하다 금융위기를 초래(招來)한 만큼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납세자들과 미국 경제를 위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개혁에 나서야만 한다"며 저항 세력과 기꺼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이 같은 규제안은 의회에서 다소 수정되더라도 큰 골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회사 업무간 벽허물기를 막 시작한 우리에게는 다소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모델이 되었던 미국이 투자은행들에 대한 규제의 시계를 과거로 돌리는 움직임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업무 영역을 확대, 덩치를 키워 세계적인 IB가 되겠다던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은 금융위기로 한 차례 주춤해진 데 이어 미국의 은행산업 규제 강화로 더욱 위축되게 됐다.

 

그러나 IB 업무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대형 인수 합병이나 주관사 업무의 대부분은 외국계 회사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자기매매 규모도 매우 적다. 지나치게 덩치를 키우고 업무 영역을 넓혔다가 화를 자초한 미국과는 달리 국내 금융회사는 오히려 규모도 늘리고 IB 업무를 더욱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우리에게는 금융산업을 레벨업 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관련 업계는 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해 지나친 레버리지 사용 등은 자제하되 지속적인 IB 업무 개발로 국내 금융산업을 한 단계 도약(跳躍)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미국의 움직임을 규제의 빌미로 삼기보다는 금융산업 감독에 적극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만 금융상품 다양화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 보호는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