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10년 3월 29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eros 2010. 3. 29. 19:28

[한국일보 사설-20100329월] 서해 초계함 침몰 참사, 안타깝고 답답하다

 

해군 초계함 침몰 참사의 실종자 수색과 원인 규명이 늦어져 안타깝고 답답하다. 1,200톤 급 전투함이 원인 모를 폭발로 침몰하고 승조원 46명이 실종된 유례 없는 참사의 진상이 여태 오리무중인 상황은 당혹스럽다. 실종자 가족의 비통함과 국민의 혼란과 불안을 헤아려 신속한 진상 규명과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온 국민을 놀라게 한 천안함(PCC-772) 침몰은 적과의 교전이나 황천(荒天) 상황이 아닌 야간 초계작전 중에 돌발했다. 함장과 야간 항해를 맡은 당직사관 등 승조원 누구도 사전에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 생존자의 엇갈린 증언 외에 폭발 원인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진상 규명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원인을 특정하기 곤란한 상황마저 우려된다.

 

해군은 어제 해난구조대(SSU)를 투입, 20여m 해저에 침몰한 선체에서 실종자를 찾고 폭발 상태를 조사했다. 천안함은 선체 뒤쪽으로 3분의 2 정도 되는 부분이 거의 두 동강 났다고 한다. 철판이 안팎 어느 쪽으로 찢겼는지 확인하면, 내부 폭발과 외부 폭파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내부 폭발인 경우, 후미 갑판의 포탑 아래 탄약고나 기관실 또는 연료탱크 폭발을 의심할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을 밝히려면 선체를 인양해 정밀 분석 해야 할 것이다. 다만 내부 폭발이 확실하면, 항해ㆍ 안전수칙 위반 등 과오를 밝히는 사태 수습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 폭파로 드러나면, 진상 규명과 대응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고민스러울 것이다. 어뢰 또는 기뢰 피격으로 추정하더라도, 북한 소행으로 특정하기 쉽지 않다. 지난 해 대청해전 패배를 보복할 의도 등으로 잠수함이나 잠수정을 침투시켜 은밀히 어뢰 공격을 하거나 해저 기뢰를 부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은 원래 잠수함과 기뢰전에 강하다. 방어용 계류기뢰가 이탈해 조류에 떠내려 올 수도 있다.

 

오래 전 우리나 미군이 부설했다 완전히 소해(掃海)하지 못해 수심 얕은 곳에 남아있던 기뢰가 대형 철선에 반응해 폭발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폭발과 함께 선체가 위로 치솟을 정도였다는 증언은 전형적인 기뢰 폭발을 추정하게 한다. 다만 어떤 경우이든, 증거가 될 기뢰 파편 등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은밀한 도발로 추정되더라도, 보복공격 등을 거론하기에 앞서 극히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자칫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압박과 체제 불안을 겪고 있는 북한을 돕는 뜻밖의 결과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신속한 진상 규명과 정보 공개를 통해 의혹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특히 유사시 대북 조치에 불가피한 고민을 국민과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도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추리와 비난을 삼가고, 군과 정부의 사태 수습을 좀 더 차분히 지켜볼 것을 당부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329월] 미숙한 대처가 참사 키운 것 아닌가

 

천안함 참사와 관련한 군의 대응을 놓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십명의 실종이 과연 막을 수 없는 일이었는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초기대응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합동참모본부의 국회 보고로는 천안함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은 지난 26일 밤 9시30분이고, 함장의 보고를 받은 해군의 출동 지시에 따라 주변의 고속정 4척이 사고지점에 도착한 것이 9시58분이었다. 하지만 천안함 갑판의 장병을 구조한 시간은 사고 발생 70여분 뒤인 10시40분께였다. 그나마 해군 함정은 발만 구르고 있었을 뿐, 정작 생존자들을 구한 것은 뒤늦게 도착한 해경이었다. 해양경찰 경비정에는 천안함에 접근할 수 있었던 고무보트가 있었지만 해군 고속정에는 구명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명정을 갖추고 있던 속초함은 북한 쪽을 경계하느라 구조엔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1~2분으로도 생사가 갈리는 급박한 순간에 30~40분 이상을 허비한 셈이다. 천안함이 최종 침몰하기까지 두어 시간 이상 걸렸다니 구조를 서둘렀다면 실종자가 이렇게 많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해군이 이런 상황도 모른 채 허둥댔다면 초기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면할 길 없다.

 

평소 위급상황에 대비한 훈련이 충분했는지도 의심된다. 군은 함정 탈출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위기시 대응 요령도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비상상황 대비 절차가 제대로 작동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탈출 훈련이 미흡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실제 상황에서 배 아래층의 부사관과 병사들에게 위기 사실과 탈출 명령이 제때 전해졌는지도 알 수 없다. 지휘와 응급대응 체계가 잘 갖춰졌다면 이번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군인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이번 참사에서 정부와 군이 그 책임을 다했는지 밝혀내고, 잘못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 또한 당연하다. 이런 터에 이명박 대통령이 예단 없는 조사를 지시하면서도 “해군의 초동대응은 잘됐다”고 미리 선을 그은 것은 책임 회피로 비친다. 현장에서는 해군 병사가 실종자 가족에게 총을 겨누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모습은 비통해하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동아일보 사설-20100329월] 교육감 부패, 한국 교육의 비극이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 간부 2명에게서 5900만 원을 상납받고, 교사의 부정 승진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2004년 학교운영위원회에 의한 서울시교육감 간접선거에서 ‘자율과 경쟁에 기초한 교육’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의 ‘학력 신장’ 구호는 하향 평준화의 부작용에 공감한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았다. 2008년 서울의 첫 직선 교육감에 출마한 그는 고령에 참신성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식 좌(左)편향 교육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당선됐다.

 

하지만 그의 재임 기간에 서울시교육청이 비리에 젖어있었던 사실이 최근의 장학사 승진비리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교육 대통령’이라고까지 불리던 공 교육감 자신이 뇌물과 인사비리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는 교육감 직선 과정에서도 불투명한 금전거래 의혹을 남겼다.

 

공 전 교육감 구속은 교육계 부패와 비리 발본색원의 시작에 불과하다. 다른 지방교육청의 비리에도 칼을 대야 한다. 부패를 조장하는 교육감 직선제도에 대한 근본적 대안도 찾을 필요가 있다. 선거비용이 과도하게 들고, 교육계 줄서기가 만연하는 풍토에서는 누가 교육감이 되더라도 비리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교육감 직선은 교육의 정치화, 이념화도 부추긴다.

 

공 교육감은 뚜렷한 교육성과도 내지 못했다.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조직은 변화와 개혁을 이뤄낼 수 없음을 보여준다. 2008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서울 중고교생 10%가 기초학력 수준에 미달해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국가청렴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이 2005년 이후 3년 내리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가 강남 지역 교장들을 자주 교체한 사실도 비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챙겨줘야 할 사람이 많았기에 교장 재임기간을 크게 단축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6·2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 교육감도 새로 뽑는다. 교육감으로 어떤 사람을 선출하느냐에 따라 각 지방 교육계가 달라지고 교육의 질(質)이 달라질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교직을 사고파는 부패와 시대착오적인 이념부터 추방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329월] 법원,'명단 공개 반대' 전교조 주장 명쾌한 논리로 반박

 

법원이 조합원 명단 공개를 막으려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시도를 뿌리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26일 전교조가 조합원 명단을 수집하거나 이를 국회의원 등에게 제출하는 것을 막아달라며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지난 11일 법제처는 '교원노조 가입 교사 명단을 국회의원에게 제출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며 교과부는 이에 따라 전국 시·도 교육청에 교사들의 교원단체나 교원노조 가입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전교조는 그동안 교사들은 자신의 양심(良心)과 신념에 따라 교원노조나 교원단체에 가입하는 것이라며 조합원 명단 공개가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10조), 사생활(私生活)의 자유(17조), 양심의 자유(19조)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3조) 등을 근거로 가치판단이나 신념 등 개인적인 정보를 외부에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전교조는 조합원 근로 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근로자 단체라는 점에서 다른 노조와 다르지 않고, 교사들은 일체의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다"면서 "교사들의 전교조 가입 여부가 해당 교사들의 사상이나 신조 등 개인의 기본권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또 "교과부 장관이 각 학교장이 교직원의 단체 및 노조 가입 현황을 제대로 파악·공시(公示)하는지를 감독하려면 가입자의 실명(實名) 자료를 수집하고 확인하는 절차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국정 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교과부 장관은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국회의 정보 제출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을 빨치산 추모제 전야제에 데려가고 미전향 장기수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좌담 행사를 갖게 하거나, 국기에 대한 경례와 병역 의무를 거부하라고 가르쳐 학부모와 사회 전체에 충격을 주어왔다. 학부모들이 이런 교사들에게 내 아이를 맡길 수 없으니 전교조 교사가 어느 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지 공개하라는 것은 당연한 요구다. 전교조는 이런 당연한 요구를 양심의 자유 등 헌법 규정과 법률 조항을 끌어들여 뿌리치려 해왔다. 이번 판결은 전교조의 그런 주장이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고 전혀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주장임을 명쾌하게 보여줬다.

 

 

[서울신문 사설-20100329월] 되풀이되는 日 고위직 망언 구제불능인가

 

에다노 유키오 일본 행정쇄신상이 “중국이나 한반도가 식민지로서 침략을 당하는 쪽이 된 것은 역사적 필연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제 시마네현의 한 강연에서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할 수 있었지만 중국이나 한반도는 근대화를 할 수 없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한일병합 100년을 맞은 시점에서 과거사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역사적 필연’ 운운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더욱이 그의 망언이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26일) 바로 다음날 나왔다는 사실에 한층 분노가 치민다. 강연 후 문제가 불거질 듯하자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하는 쪽이 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을 솔직하게 사과한다.”고 했다지만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임기응변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일본 고위직 인사들의 고질적 망언병이 민주당 정권에서도 되풀이되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좌절감마저 들게 한다. 지난해 9월 출범한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은 공식적으로는 과거사 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 외상은 지난 2월 한·일 외교장관 회담 기자회견에서 한일병합과 관련해 “한국인들이 나라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이 깊이 상처받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료들의 잇단 망언은 그들의 과거사 인식 수준이 자민당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지난 연말 가와바타 다쓰오 문부과학상이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정도면 구제불능에 가깝다.

 

잊을 만하면 툭툭 튀어나오는 일본 정치인, 고위 관료들의 망언을 더 이상 개인적인 실수로 덮어 둬선 안 된다. 잦은 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계산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우리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도 문제가 있다. 한·일관계를 고려한 어정쩡한 태도에서 벗어나 일본 당국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해야 한다. 앞에선 손을 내밀고, 뒤로는 칼을 겨누는 이중적인 자세로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모색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329월] 산업융합촉진법 제정 빠를수록 좋다

 

지식경제부가 산업간 융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이른바 산업융합촉진법 제정에 나선다고 한다. 산업융합이 이미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이고 보면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할 일이다. 정부가 말로는 융합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업종별 칸막이식 법과 제도를 선호하는 바람에 새로운 융합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특히 그렇다.

 

실제로 국내에서 융합 신제품들이 법과 제도라는 장벽에 막혀 활성화가 지연됐거나 지연되고 있는 사례는 숱하다. IPTV나 스마트폰의 활성화가 늦어진 것도 바로 그런 경우이고 소방로봇, 전기자동차, U-헬스, 당뇨폰 등등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아무리 기술적 융합 등이 빨리 일어나더라도 경직적인 법과 제도 때문에 꽃을 못피우면 경제적으로는 아무 소용 없는 일이 되고 만다. 한마디로 신사업을 창출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만큼 더 절박한 것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그런 기회를 무산(霧散)시키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산업융합촉진법 제정은 빠를수록 좋다. 대한상의가 1346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1.5%가 융합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게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물론 법 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 융합법 역시 하나의 법인 만큼 얼마나 환경변화에 유연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따라서 관계부처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 융합서비스나 제품이 나오면 일단 시장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미국 통신위원회의 'hands-off policy'는 참고할 만하다.

 

융합이 촉진되려면 법,제도적 정비와 함께 또 하나 시급한 과제가 융합에 걸맞은 인력양성이다. 특히 융합분야에서 신사업을 일으킬 기업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의 역할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가장 융합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칸막이에 갇혀 가장 경직적인 지금의 모순은 시급히 타파돼야 한다. 산업융합촉진법 제정 논의를 계기로 모든 영역에서 융합의 장벽을 제거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329월] 경제활력 위해 회사법 재정 적극 추진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사법' 제정을 위해 '모범 회사법안'을 마련함으로써 독립된 회사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사 관련 법은 상법의 5개 편 중 1개 편으로 수용돼 있다. 전경련은 '모범 회사법안'을 다음달 초 책으로 만들어 정부와 국회에 보내고 단일 회사법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상법 테두리 안에서 편재된 현행 회사 관련 법은 경제 현실에 맞지 않는 조문이 많기 때문에 경제 및 기업환경 변화에 부응해 별도의 회사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경련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이 마련한 '모범 회사법안'이 상법의 회사편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업환경에 맞는 회사법의 근간을 제시한 지침서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지난 1962년에 제정된 현행 상법은 몇 차례 부분 개정이 있었으나 급속히 변하는 국제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데다 규제 위주로 돼 있어 경제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상법 전체를 손질하는 것은 방대하고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에서 회사법을 별도로 제정하자는 제안은 현실적이고 국제적 추세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미국ㆍ영국ㆍ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현재 단일 회사법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상법체계를 가진 일본도 최근 기업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법에서 회사편을 떼어내 '신회사법'을 제정했다. 우리도 별도의 회사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데는 국회ㆍ정부ㆍ학계 모두 인정하고 있어 원칙적인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경련이 마련한 '모법 회사법안'을 참고해 현실 경제에 맞는 별도 회사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전경련이 마련한 '모범 회사법안'이 내용면에서 재계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으나 전문가들의 논의와 토론을 거쳐 보완해나가면 될 것이다. 그러나 현행 상법의 회사 관련 법규가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등 규제 위주로 돼 있어 국제적 추세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도입 필요성이 논의된 지 오래됐지만 아직 법제화되지 않고 있다. 전경련의 제안이 아니라도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환경변화에 부응하는 회사법 제정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전경련이 마련한 '모범 회사법안'을 참고해 우리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회사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