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9년 12월 30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eros 2009. 12. 30. 19:22

[한국일보 사설-20091230수] 관가에 비상 걸린 토착비리 추방령

 

이명박 대통령이 '토착비리'를 거론하며 이를 뿌리뽑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광복절 담화를 통해 강조한 바 있는데도 최근 충남 홍성군과 강원 횡성군에서 공무원과 건설업자의 부정결탁 사례가 거듭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의 연고지 근무와 1년 순환배치제도에 대해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른바 '향피제(鄕避制)'를 '재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공직자를 출신지나 연고지에 발령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향피제는 토착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향피제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소위 권력기관 공직자들이 지역연고에 얽매여 토착세력과 유착하지 못 하도록 한 제도이지만, 형식적으로 적용되면서 지역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출장 보직 형태로 업무가 겉도는 단점이 많았다. 이 대통령의 '향피제 재검토' 지시가 "짧은 근무기간을 늘려 실정을 제대로 파악한 상황에서 책임감을 갖고 대처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한 청와대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국세청과 검찰은 일찌감치 향피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인력 제한 등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도 2000년부터 공개적으로 운영했으나 비슷한 이유로 1~2년을 넘기지 못했다. 결국 6개월 정도의 땜질 식 보직으로 관리감독 능력이 겉돌았고, 지방의 토착비리는 결속력이 강해지면서 오히려 증가해 왔던 게 현실이다. 최근의 토착비리 양상이 지방권력과 지역업자의 긴밀한 결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결국 지방의 토착비리를 줄이려면 형식적인 향피제를 실제의 목적에 맞게 실시하되 형식적인 순환보직으로 관리감독이 겉돌지 않게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1년 순환근무의 문제'를 지적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아울러 경찰이 전국 16개 지방청과 244개 경찰서에 '토착비리 신고센터'를 열어 앞으로 6개월 동안 특별단속에 들어간 것을 주목한다. 토착비리는 이해관계자나 해당 주민들의 신고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230수] 이 전 회장 사면, 법치주의가 부끄럽다

 

차라리 법치주의를 강조하지 말아야 했다. 친서민이라는 말도 입에 올리지 않아야 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어제 사면 결정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해온 원칙과 기준의 허구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단 한 사람을 위해 마련한 특별사면의 시혜 앞에 나라의 품격도 땅에 떨어졌다. 삼권분립, 법집행의 형평성, 법 앞에 만인의 평등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소중한 가치들도 빛을 잃었다.

 

사면권이 비록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는 하지만 그 권한의 행사는 엄격하고 또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그 권한을 마치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여겼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대통령의 저돌적인 돌진이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 수주 성사에서 비롯된 들뜬 성취감의 여세를 몰아 좌고우면하지 않고 ‘숙제’를 해치워버렸다. 사면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몇 마디의 말을 덧붙이는 것조차 무시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허탈감에 빠진 서민들의 정서를 달래주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었다. 사면을 두고 누가 뭐라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다는 오만함과 안하무인의 태도가 느껴질 뿐이다. 이래 놓고도 이 대통령은 다시 힘없는 서민들에게 ‘너희들은 법을 잘 지켜야 돼’라고 윽박지를 게 분명하다. 대통령의 그 천연덕스러운 이중잣대가 절망스럽다.

 

이 전 회장 사면의 언저리에는 ‘거래’의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이 대통령이 밝힌 사면의 공식적 이유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평창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이 대통령으로서는 ‘치적 리스트’가 하나 더 추가되니 구미가 당길 만도 하겠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이미 두차례나 맹활약을 했는데도 연거푸 실패한 게 평창올림픽 유치다. 그가 다시 뛰어든다고 해도 결코 성공할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이 대통령도 모를 리 없다.

 

오히려 관심을 끄는 것은 삼성이 ‘보은’을 위해 내놓을 반대급부의 내용에 쏠린다. 오래전부터 시중에는 삼성이 정부 구미에 당길 만한 여러가지 제안을 내놓고 이 전 회장 사면을 위해 백방으로 뛴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삼성의 세종시 이전설 등도 그 가운데 하나다. 물론 삼성이 반대급부 제공을 약속했다고 말할 순 없다.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만약 이 전 회장 사면이 거래의 결과물이라면 이는 쉽게 묵과하고 넘어가기 힘들 것이다. 사면권을 정권의 핵심 사업을 실현하기 위한 소도구로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무엇을 위한 사면인지 국민 모두가 지켜볼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20091230수] 사면되는 이건희 회장, 국민 기대 부응하기를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를 열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및 복권을 결정했다. 정부는 2018년 겨울올림픽의 강원 평창 유치를 돕고 국민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기여토록 하기 위해 그를 사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제계는 기업인 78명의 사면 복권을 청원했는데, 이 전 회장만 먼저 받아들여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그는 올해 8월 배임 및 조세포탈의 유죄가 확정돼 IOC 위원 자격마저 정지돼 대회 유치활동에 제한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 전 회장을 사면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 많이 고심했다고 한다. 그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4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았다. 법질서 확립이나 법집행의 형평성을 생각한다면 이례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사법부의 형벌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역대 정부의 사면 남발이 지탄을 받으면서 2007년 사면법이 개정돼 사면의 적정성을 사전 심사하는 사면심사위원회가 법무부에 설치됐다. 그러나 사면심사위도 결국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위원회라는 시각도 있다. 겨울올림픽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독일 프랑스가 이 전 회장의 사면을 나쁘게 선전할 경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의 사면 결정에는 그만한 명분과 실리가 있다고 본다. 본격적 유치경쟁이 예상되는 새해 2월 밴쿠버 IOC총회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의 활동으로 올림픽을 따내게 되면 국가위상 제고는 물론이고 스포츠 및 관광산업의 발전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도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당시 박용성 IOC 위원을 사면한 바 있다. 이번 사면은 이 전 회장이 스포츠외교와 기업 활동에서 국가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이 전 회장은 국가와 국민에 빚을 지게 됐다. 삼성 측은 “평창 올림픽 유치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수출액과 계열사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전체의 20% 정도를 각각 차지한다. 이 전 회장은 최대 그룹의 실질적 최고의사결정권자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대한 만큼 일자리 창출과 투자에도 과감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091230수] 이건희 전(前) 삼성 회장의 사면에 대하여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이건희 전(前)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이 전 회장이 IOC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강원도민·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승계와 관련, 배임 및 조세포탈죄로 지난 8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확정판결 4개월 만에 사면이 이뤄진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삼성 비자금 재판이 진행 중이던 작년 IOC에 스스로 위원 자격정지를 요청해 현재 일시적 자격포기 상태에 있다. 이번 사면으로 머지않아 IOC 위원 자격이 회복되면 세계 체육계에서 차지하는 이 회장의 개인적 위상(位相)과 글로벌 기업 삼성의 조직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집중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형벌은 죄지은 사람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탈법·불법을 사전에 억지(抑止)시키는 효과를 거두려는 것이다. 잦은 사면권 행사로 형벌의 효력을 일거에 무효화시키는 일이 되풀이되면 국가 형벌권의 본래 목적이 퇴색(退色)되고 만다. 따라서 대통령의 사면권은 극히 예외적 상황에서 극히 제한된 범위로 행사되어야 한다. 역대 정권이 사면권을 남용해 정치인·경제인 등 사회지도층의 전과(前科)를 주기적으로 지워주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 전 회장은 한국 최대의 기업일 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기업인 삼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같은 위치에 있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은 다른 수백 사람의 사면보다 더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더구나 연말 사면의 은전(恩典)을 기대하고 또 받아야 할 대상이 이 전 회장뿐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이 전 회장 사면에 담긴 의미는 더 무겁다. 정부 역시 이 전 회장 사면의 현실적 필요성과 이 전 회장 사면이 법치주의(法治主義) 확립에 미칠 부정적 영향 사이에서 적지 않게 고민했을 것이다. 국민 여론 역시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어 있다.

 

지금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평창과 겨루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두 명의 IOC 위원이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 유치 설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문대성 선수위원 한 명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고 유치 성공 여부에 대한 전망이 썩 밝다고만은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상황에서 사면권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머뭇거리고 국민도 확신하기 힘들었던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 결정이 옳았다고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이 전 회장 자신뿐이다. 이 전 회장이 자신을 사면하게 된 직접적 동기(動機)인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글로벌 기업 삼성 내부에 남아 있는 전근대적 잔재(殘滓)를 말끔히 청소해 삼성을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격상(格上)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그에 따라 국민의 생각도 정해질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091230수] 여야는 꼼수 접고 기초선거 공천 없애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공천할지를 놓고 논의가 한창이다. 대략 방향은 일반국민들의 참여를 늘리는 쪽으로 잡힌 듯하다. 한나라당에서는 기초단체장 후보를 완전국민경선제, 이른바 오픈 프라이머리로 뽑는 방안을 당내 당헌당규개정특위가 그제 마련해 최고위원회의에 올렸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은 전문가와 일반시민들로 배심원단을 구성, 이를 통해 입후보자를 선정하는 시민공천배심원제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공천’ 운운하며 국민들이 직접 뽑은 후보를 공천하겠다니 사뭇 민주주의의 발전인 양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지방자치를 지역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대의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일 뿐이다. 기초단체장 후보를 어떻게 공천하느냐를 따질 게 아니라, 중앙 정당이 쥐고 있는 기초단체 후보공천권을 즉각 내놓는 것이 당위이며, 그런 점에서 이 같은 논의는 각 당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꼼수일 뿐이다.

 

2006년 민선 4기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이런저런 비리로 물러난 기초단체장은 41명이다. 전체 230명의 17.8%로, 민선 3기 20.3%와 차이가 없다. 지방정부의 비리가 줄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단체장의 자질, 공천비리, 특정정당의 지역독식이다. 셋 모두 정당 공천에 뿌리를 둔 폐단들이다. 특정지역을 특정정당이 독식하는 정치문화와, 정당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당선은 꿈도 꾸지 못하는 선거제도 속에서 어떻게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을 바랄 수 있겠는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어찌 소속 정당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며, 공천비리의 유혹에 초연할 수 있을 것인가.

 

책임정치 구현, 국민참여 공천 운운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아등거릴 때가 아니다. 토착비리 근절을 위해, 올바른 자치 발전을 위해 여야는 지방선거, 적어도 기초선거에서라도 손을 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230수] `개천에서 용` 교육기회 확대에 달렸다

 

한국사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인가.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어제 내놓은 '세대간 경제적 이동성의 현황 및 전망'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아버지의 경제적 지위가 자녀로 이어지는 세대간 대물림은 영국 미국 독일 캐나다 등에 비해 아직은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이 만들어 냈던 세대간 경제적 이동성도 국제적 기준에서는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앞으로 세대간 이동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게 KDI의 전망이고 보면 지금부터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사회적 이동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과거 고도성장기와 달리 잠재성장률이 크게 하락한데다 앞으로는 저성장 · 저고용 국면이 예상되고, 여기에 사교육이 정부대책에도 불구하고 좀체 사그라들 기미가 안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교육이 이렇게 심화되면 될수록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교육의 질적 차이를 만들어낼 건 자명한 이치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의 자산가격 등 경제적 격차가 커지면 세대간 대물림 또한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KDI의 진단이다.

 

사회적 이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양극화가 고착화된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사회는 역동성이 떨어지고 정체될 위험이 커지는 셈이고, 대립과 갈등의 수위는 높아질 우려가 크다. 이에따라 KDI는 공적 장학금을 확충,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등 경제적 장벽 제거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이동성을 높여야 하고, 그 해법은 '기회의 균등'에서 찾아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기회의 균등을 '결과의 평등'과 혼동하면서 수많은 정책적 오류를 양산해 왔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평준화가 그 대표적 사례다. 평준화는 사교육 시장과 결합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가능성을 줄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정부가 서민대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장의 시혜에만 치우치면 그것은 포퓰리즘에 다름아니다. 공교육 내실화 등 교육기회의 균등에 초점을 맞추고, 이동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게 정도(正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