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4월 2일 수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4. 2. 10:47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402수] 삼성특검 재연장하지 말아야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가 어제 삼성 특검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促求)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와 삼성 협력업체들이 지난달 31일 조기 수사종결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특검팀에 전달하고,한승수 국무총리도 이례적으로 특검이 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오래 끌고 있는 특검에 대해 경제계는 물론 정부 또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경제계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특검팀이 오는 8일 끝나는 1차 연장수사에 이어 수사기간을 다시 2차 연장할 방침인데 따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특검만 105일,검찰수사까지 5개월 동안을 경영의 손발이 묶이는 셈이다.

  사안의 복잡성을 감안해도 특검 수사기간을 60일로 제한한 입법 취지와 국민경제적 부작용을 전혀 도외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특검 장기화로 인한 삼성의 경영 마비와 이에 따른 국가경제 불안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은 올해 경영계획도 확정짓지 못한 채 주요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올스톱된 상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 이상,600대 기업 투자의 25%를 차지하는 삼성의 경영 차질이 가져올 손실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런 혼란을 틈타 미국과 일본 등의 경쟁업체들은 '타도 삼성'을 기치로 내걸고 투자확대 등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자칫 삼성이 다져온 반도체와 LCD 등 핵심부문 경쟁력 우위와 시장마저 상실할 위기인 것이다. 더구나 피해는 반도체 제조장비,휴대전화 부품 등 무려 5만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경제단체들도 이점을 무엇보다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협력업체들이 매출감소,투자손실,재고급증,가동률 저하 등으로 자급압박과 경영난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만큼 경제 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하고 있는 특검은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한다. 수사기간 재연장은 명분이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인데도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실정으로,경제주체들의 역량을 결집시켜 투자활성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까지 태우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402수] 앞뒤 안 맞는 삼성 특검 조기 종결론 

 

  전경련 등 경제 5단체가 어제 삼성 특검을 조기 종결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한승수 총리도 가세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에 끼치는 영향 때문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들이다.

  재계의 주장은 한마디로 삼성 특검 수사가 장기화함에 따라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국가경제가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지금의 경기 침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고,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런데도 최근의 기업 경영난과 경기 침체를 삼성 특검 탓이라고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특검 수사가 기업 경영이나 경제 활성화에 일시적으로 지장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의 에스케이나 현대자동차 등의 사례를 보면, 기업 비리 수사가 경영 투명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의전 총리’가 유독 삼성 특검의 조기 종결을 언급한 것도 볼썽사납다. 특검이 특검법에 따라 필요하면 수사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지, 총리가 나서서 연장하라 마라 할 일이 아니다. 총리의 이런 언급은 지금까지 제기된 삼성의 각종 불법·편법 행위들을 적당히 덮고 가자는 것인데, 누구보다 앞장서 법질서를 지켜야 하는 총리가 불법 행위를 조장하려는 것인가. 오히려 특검 수사가 원활히 이뤄져 제기된 의혹들이 완전히 해소되도록 지원하는 게 도리다.

  수사 기간이 너무 길어진다고 하는데, 이렇게 된 데는 삼성 탓이 크다. 삼성은 제기된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온갖 구실을 대가며 특검 수사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 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바로 삼성이다. 재계는 수사를 빨리 끝내라고 특검에 요구할 게 아니라, 특검 수사가 빨리 끝날 수 있게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삼성 쪽에 요구해야 한다. 이번 수사는 삼성이 처음부터 협조적으로 나왔다면 1차 수사 기간인 60일 안에 마무리할 수도 있었던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삼성 특검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되새기는 일이다. 삼성 사건의 본질은, 3세한테 경영권을 물려주려고 온갖 불법·편법을 일삼고, 수조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검찰 등에 금품 로비를 한 의혹 등을 밝히는 것이다. 재계는 특검 수사를 계기로 삼성이 일류 기업으로 거듭 나고, 우리 경제도 선진 경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조용히 지켜보기 바란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80402수] 대학 기술지주회사 적극 장려를  

 

  서울대가 한두 달 내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인 기술지주회사를 출범시키기 위해 어제 각계 전문가들로 설립추진단을 꾸렸다. 이 회사는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벤처기업들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서강대, 경희대, 포스텍을 비롯한 많은 대학들이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 내 기술벤처들을 잘 아울러 산학협력 효과와 수익성을 최대한으로 높이려는 포석이다. 

  이 같은 기술지주회사 설립은 적극 장려해야 할 일이다. 대학 내 기술벤처가 활성화하면 대학의 연구개발 의욕을 고취하는 것은 물론 대학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재정기반을 확충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에 비해 고등교육 투자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반면 대학 재정의 등록금 의존도는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대학들에 등록금 인상 자제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기여입학제도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스스로 재정을 확충하려면 적립금의 적극적인 운용과 학교기업 활성화로 최대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중국 칭화대학은 수많은 기술벤처를 두고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렇게 번 돈으로 세계적인 석학을 영입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내 벤처들은 아직 평균 매출액이 1억원 남짓한 수준에 불과하다. 매출이 수십억 원대에 이를 정도로 성공한 기업도 없지 않지만 아직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와 대학 당국은 대학 내 기술벤처를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 특히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성공했을 때 그에 합당한 높은 성과급을 지급함으로써 외부에서 우수 연구인력을 영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의 기술지주회사는 철저하게 기업 경영 마인드를 갖고 시장의 기술 수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칫 시장 변화와 동떨어지기 쉬운 상아탑의 연구개발 전략을 교정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 기술벤처의 특성을 감안해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조선일보 사설-20080402수] '성(性)맹수'가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게 해야 

 

  일산 초등학생 납치미수사건 범인은 12년 전 9세 여자 어린이를 연필 깎는 칼로 위협해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간 뒤 머리카락을 자르고 성폭행했던 사람이다. 그가 5명의 어린이에게 입에 담기도 힘든 짐승 같은 짓을 저질렀다. 그걸로 교도소에서 10년을 지내고서 출옥한 지 2년 만에 또 같은 짓을 저지르려 했다.

  2년 전 용산에서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뒤 시신을 불태웠던 범인도 법무부 보호관찰을 받던 성폭행 전과자였다. 작년 제주 여자 어린이 살해범도 여러 건의 성폭행 전과를 갖고 있었고 혜진·예슬이 살해범도 상습 성폭력범이었다. 성폭력범의 재범률이 70%에 이르고 성폭력범 10명 중 3명은 전과 5범 이상 상습범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어린이를 성 도구로 삼는 '소아 성 기호증'은 거의 치료가 불가능한 정신질환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선진국에선 어린이 성폭력범을 '성 맹수(Sexual Predator)'라고 부른다. 많은 나라가 성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엄중한 '성 맹수 처벌법'을 만들었다. 2005년 미국에선 '제시카'라는 9세 여자아이가 성폭력 전과자에게 납치돼 성폭행당하고 살해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 이름을 딴 '제시카법'을 만들어 성폭행범엔 최저 25년형을 선고하고 출소 후에도 재범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의학적 진단이 있을 때까지 전자팔찌를 차도록 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어린이 성폭력범을 가두는 울타리가 너무 허술했다. 지난해 아동을 성폭행했다가 붙잡힌 702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257명뿐이다. 현행 '성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은 '13세 미만 어린이 강간은 징역 5년 이상, 강제추행은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500만~3000만원'에 처벌하게 돼 있다. 형량 자체도 가벼운 데다가 법원이 다시 합의(合意) 등 명목으로 형을 깎아줘 집행유예로 풀어주기 예사였다. 2005년 전국 1심 법원이 성폭력범에게 선고한 유기징역 판결은 31.4%에 불과했고 집행유예 판결이 40.7%, 벌금형도 7.5%나 됐다.

  성폭행을 당한 어린이는 평생 그 정신적 상처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어린이 성폭력은 악질적인 '영혼 파괴 범죄'라고 하는 것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혜진·예슬법'을 제정해 성 맹수들이 먹잇감을 찾아 거리를 어슬렁거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080402수] 위장전입으로 시 승격하겠다는 당진군 

 

  충남 당진군이 시 승격을 위해 주민 1만여명의 위장전입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주민등록법상 시장·군수·구청장은 불법을 감독·조사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런 행정권한을 악용해 기관장과 공무원들이 앞장서 불법을 부추긴 꼴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더구나 선거철을 맞아 위장전입자의 투표 포기 속출로 민의를 왜곡할 수도 있다. 결코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닌 것이다.

  위장전입 실태를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방 두칸짜리 집에 20가구가 거주하고, 원룸에 22명이 주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거주지가 아닌 건강식품 판매장, 새마을회관, 문예회관에도 수십명에서 수백명이 주소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군청에서는 공무원들에게 전입운동을 독려하고 개인별 실적을 평가했다고 한다. 지역을 위한다는 구실로 위장전입에 거리낌없이 동조한 주민들의 빗나간 애향심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진군이 시로 승격하려면 당진읍의 인구가 5만명을 넘어야 한다. 그래서 위장전입을 통해 지난해 인구 3만 8000명에서 불과 몇달 사이에 5만명을 채웠다는 것이다. 인구 격감에 따른 지방자치단체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이렇게 시로 승격해서 공무원 조직 늘리고 교부금 더 받는다고 지역발전으로 이어지겠나. 당진군은 즉각 위장전입을 원상복구하고 정당한 절차를 밟기 바란다. 중앙정부와 충남도도 실태 확인을 거쳐 계류 중인 당진군의 시 승격을 반려해야 한다.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법적·행정적 책임도 엄정히 물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위원)-20080402수] 필요악 

  

  조지 오웰이 1949년 출간한 소설 ‘1984년’에서 사람들은 ‘텔레스크린’에 의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한다. 주인공이자 모든 정보를 통제·조작하는 ‘진리성’에서 일하는 윈스턴 스미스도 예외가 아니다. “윈스턴의 등 뒤에서 제9차 3개년 계획의 초과 달성에 대해 텔레스크린이 지껄이고 있었다. 이 텔레스크린은 저쪽에서 오는 것을 방송하는 동시에 이쪽 것을 전송한다. 이 금속판의 시계(視界) 안에 들어 있는 한 윈스턴이 하는 행동은 다 보이고 들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든 동작이 세밀히 감시되고 있다는 전제 아래 살아가야 했다.”

  이 작품 속 가상의 절대권력 ‘빅 브라더’는 소련 지도자 스탈린이 모델이었다고 한다. 오웰은 이를 통해 극도로 전체주의적이고 반유토피아적인 미래사회를 그리고 비판했다. 놀라운 것은 이 소설의 예견력이다. 즉 완벽한 전체주의적 압제 아래 살아가는 개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첨단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의 사생활이 얼마나 무참하게 침해될 것인지를 예언했다. 과연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이해 인간의 삶은 더 없이 편리해졌지만 소중한 개인정보의 유출도 흔한 일이 돼 버렸다. 

  영국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판옵티콘’이란 감옥을 설계했다. ‘모두 본다’는 뜻의 이 원형감옥에서 간수는 죄수들을 볼 수 있지만 죄수들은 간수를 볼 수 없다. 따라서 죄수들은 늘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 속에 행동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자신을 스스로 감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웰의 ‘1984년’에서 빅 브라더에 대한 공포심리로 발전한다.

  고양시 초등학생 폭행 납치미수 사건 등 최근 일련의 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 폐쇄회로(CC) TV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들이 하루에도 수십차례나 노출된다고 하니 CCTV가 바로 현대판 빅 브라더 아닌가 싶다. 그동안 범죄 예방·해결 효과와 사생활 침해 문제란 두 편으로 갈라져 팽팽한 논란이 벌어졌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CCTV에 긍정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CCTV 한 대가 경찰관 열 명보다 효과적”이란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CCTV는 필요악인가. 어쨌든 제대로 된 법적 규제장치는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