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3월 31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4. 1. 16:32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321월] 포스코 40년 제2신화 써나가야 

 

  포스코가 내일로 불혹(不惑)의 나이를 맞는다. 불모지에서 일어선 회사가 불과 40년 만에 조강생산량 2위 업체로 우뚝 올라서며 세계 철강산업을 선도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포스코의 성장사는 한국경제 발전 과정의 압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런 기술력도 자금력도 없던 나라가 황량한 벌판에 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제철산업을 일으킨 자체부터 다른 나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위기를 극복해낸 '영일만의 역사(役事)'는 '한강의 기적'을 이끈 원동력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이제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기업이자 세계적 철강업체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2조원과 4조원을 웃도는 등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강생산량에서 포스코를 앞서는 곳은 적극적 M&A(기업인수합병)로 덩치를 크게 불린 아르셀로미탈이 유일하다. 철광석과 유연탄을 가공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파이넥스 공법을 처음으로 도입하는 등 철강 제조기술 측면에서도 세계를 리드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의 앞날이 탄탄대로라고 낙관할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철광석 유연탄 같은 원재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경영수지나 원가경쟁력 면에서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세계철강업계에 M&A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것 또한 큰 변수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따라서 포스코는 원재료 확보 측면에서 최대한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철광석 유연탄 광산 개발과 매입 등에 적극 나서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도와 베트남 공장 건설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도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 및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대단히 긴요하다.

  아울러 자체적 기술개발 및 원가절감 노력에도 가일층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파이넥스 공장의 경제성을 끌어올려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앞으로의 40년은 지난 40년을 웃도는 신화를 일궈낼 수 있도록 포스코는 사명의식을 갖고 매진해주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331월] 조속히 식품안전기본법을 제정하라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을 자극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생쥐머리 새우깡, 다이옥신 모차렐라치즈, 곰팡이 핀 밥, 생쥐 몸통이 든 야채믹스 등 열거하기조차 끔직한데, 칼날 참치 캔으로 물의를 빚었던 동원 에프앤비(F&B) 햄에서도 칼날이 나온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도대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있기나 하냐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그동안 만두, 김치, 도시락 파동 등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사건이 한해도 거르지 않고 발생했음에도 식품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엄단 의지를 밝히고 관련 회사들 역시 재발방지를 다짐하지만, 소나기를 피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먹을거리의 안전에 대한 국민의식을 높이고 그를 위협하는 사례를 뿌리뽑기 위해,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식품안전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 식품 관련 업무와 법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일관성이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부처별로 서로 떠넘기기 일쑤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자면 식품안전기본법을 모든 식품 관련법의 상위법으로 설정해 ‘생산현장에서 식탁까지’ 먹을거리 안전개념을 담보해야 한다. 아울러 한때 논의됐던 식품안전을 총괄하는 식품안전처 설립문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식품안전기본법을 제정하고 총리 산하에 식품안전위원회를 두어 식품 공급과정 단계마다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조처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 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식품안전을 담보하려는 정부의 집행의지가 긴요하다. 식품안전을 위한 사전 감시를 철저히 하고 식품안전 사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만 먹을거리를 다루는 기업 등의 책임의식이 높아지게 된다. 보건복지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식품 위해 사범 처벌을 강화하고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범정부적인 규제완화 바람에 편승하려고 별다른 근거도 없이 생약의 비소, 카드뮴 허용기준을 완화하는 조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공약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래서는 안 된다. 식약청은 그 어떤 것보다 국민건강에 최우선 방점을 둬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080331월] 지구촌 전등 끄기 행사의 뜻, 생활 속에 살려야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과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전등 끄기 캠페인이 그제 지구촌 곳곳에서 펼쳐졌다. 1시간 이상 가로등과 조명을 끄고 촛불을 켜는 이 행사는 환경단체인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벌이는 ‘2008 어스 아워(Earth Hour)’ 캠페인의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남산N타워를 비롯해 한강다리 22곳과 주요 시설물을 밝히는 조명등이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꺼졌다. 일부 아파트단지도 소등(消燈)에 참여했다. 

  전등 끄기 캠페인은 지난해 호주에서 시작돼 올해는 유럽과 중국 등 세계 20여 개 대도시와 300여 개 소도시로 확산됐다. 한 시간 전등을 끈다고 에너지가 크게 절감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인이 에너지 절약과 지구환경의 미래를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구온난화는 극지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자연현상을 넘어 경제활동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압력으로 바이오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국제곡물가격이 뛰었다. ‘농업발(發) 인플레이션’이 수입 물가를 올려 주부들의 장바구니를 가볍게 만들고 있다.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값 상승으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보였다. 지구환경과 에너지 위기는 거대한 환경 담론이 아니라 가정경제 및 삶의 질과 직결된다. 

  에너지를 아끼는 라이프스타일을 체질화, 생활화하는 것은 자원 확보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 홀로 운전 대신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에너지를 절약하고 하나뿐인 지구를 보호하는 데 기여하는 길이다. 본보가 연재 중인 ‘고유가 시대 살아남기’ 시리즈에서 보듯 우리 주변에는 무심코 저지르는 에너지 낭비 사례가 너무 많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절약할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에너지 절약정신이 우리의 의식과 행동에 깊이 뿌리내리도록 이웃끼리 서로 격려할 필요도 있다. 

  한 사람의 힘은 작지만 인류가 함께 뜻을 모으면 세상을 바꾸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전등 끄기 행사가 그 작은 출발이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080331월] 북한 시비걸기에 담대하고도 지혜로운 대응을 

 

  북한의 시비걸기가 이어지고 있다. 29일에는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을 문제 삼고 나왔다. 김 합참의장

이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의원 질문에 대답한 내용을 걸었다. 김 합참의장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은 이 같은 질문에는 '그냥 앉아서 핵공격을 당하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선 당연지사(當然之事) 같은 김 의장 발언에 대해 북한이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보내 김 의장의 답변을 "선제타격 폭언"이라고 떼를 쓸 리가 없다. 트집도 잡을 만한 것을 잡아야 한다.

  현재의 북측 핵 기술 수준이나 운반 수단을 볼 때 북핵은 일차적으로 남측을 겨냥하고 위협하는 것이다. 북한 핵은 미 본토까지 날아가기도 힘들고 정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북측 자신들은 같은 민족의 머리 위에 핵폭탄을 흔들어대고 있으면서 위협을 당하는 쪽의 마지막 자위(自衛) 방침을 비난하고 있으니 어불성설이 따로 없다.

  북측의 진짜 의도는 계속 시빗거리를 만들어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데 있을 것이다. 이번에 북한은 김 의장이 발언을 취소·사과하지 않으면 "남측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전면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당국 간 남북대화가 사실상 끊어진다. 개성공단에서 남측 당국자 추방, 핵 불능화 무산 위협, 서해 미사일 발사, 서해 NLL(북방한계선) 부정 발언에 이은 다섯 번째 대남(對南) 시위다.

  북한이 남한의 정권 교체기에 이런 식의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과거 두 번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면서 그 시기를 노무현 정권 출범 초기와 김영삼 정권 출범 초기로 잡았다. 북한은 남쪽 정권교체기에 흔들기를 통해 남측의 의사와 의지를 시험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정치·외교·군사적 전략 의도를 관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북한의 잇단 시비에 "장기적 관점에서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원칙을 지키면서 북의 의도에 일일이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옳은 방향이지만 그것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은 현실대로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은 여러 가지 대남 카드를 갖고 있다. 앞으로 단계적으로 행동의 수위를 높여 갈 것이다. 5~6월 꽃게잡이 철에 남쪽 어선을 위협하거나, 북측 어선을 NLL 남쪽으로 보내 분쟁을 촉발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해군 참수리호에 대한 총격사건 같은 국지(局地) 충돌을 유발할 수도 있다. 북한은 2004년 탈북자들이 한꺼번에 남한에 입국하자 1년 가까이 통일부장관을 상대하지 않았다. 과거 남쪽 정권이 특정인을 겨냥한 이런 식의 북한 압박에 흔들리는 바람에 북의 습관이 더 나빠진 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 측도 대북 카드를 갖고 있다. 북측이 지금 민간 교류는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의 이 진통기와 조정기를 담대(膽大)하고도 슬기롭게 넘기기만 하면 오히려 남북관계가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정상화되고 성숙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대북 정책을 멀리 보되, 내부적으론 세심하게 살피고 준비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080331월] 형세 판단 잘못하는 북한

 

  북한의 대남(對南) 위협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제는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회 발언을 문제삼았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의에 “작동 안 되게 핵기지를 타격하는 것”이라고 답변했었다. 가상 질의에 대한 일반적인 군사조치 개념을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선제 타격 폭언’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남측에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남측 당국자의 입북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협박도 이전의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맥락에서 그 의도가 뻔하다. 긴장과 대결 국면을 조성함으로써 남측 사회를 불안케 만들자는 것이다. 동시에 보수진영과 햇볕론자들 간의 갈등 확산도 겨냥했을 것이다. 또 뉴욕 필의 초청 등으로 미국에는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남측에는 강경하게 나감으로써 한·미 갈등도 노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매우 어설픈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남측 국민은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을 통해 습득한 ‘학습효과’가 있다. 그것은 ‘북한을 달래면서 지원을 확대하면 언젠가는 남북관계가 진정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에 신뢰를 두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은 이런 학습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에는 이같이 잘못된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대북정책에 대한 남측의 변화가 갖는 의미를 망각하고 ‘협박’이라는 고루한 수법에만 의존하니 답답할 뿐이다. 

  중국이나 미국과의 관계를 봐도 마찬가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달 초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한 바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원만히 하자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베이징 올림픽이 몇 달 후면 열린다. 그럼에도 한반도 긴장을 격화시켜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럴 경우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여의치 못할 것은 자명하다. 이런 본질적인 한계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게 뻔한 전략은 이제 그만두기 바란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종탁(논설위원)-20080331월] 숲 경영 

  

  독일 남서부 산악지역에 슈바르츠발트(흑림·黑林)라는 숲이 있다. 슈바르츠발트란 검정(schwarz)과 숲(wald)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숲 속에 들어가면 주위가 안 보일 정도로 산림이 우거졌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1990년대초 환경취재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진 ‘검은 숲의 바다’를 보고 경탄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주말 식목일을 앞두고 충북 충주 인등산의 SK ‘인재 숲’을 찾았을 때 슈바르츠발트 생각이 났다. 자연조건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우리도 독일처럼 숲의 가치에 일찍 눈을 떴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숲이라 하면 우리는 흔히 시베리아나 열대원시림을 떠올리지만, 좋은 숲은 거의 인공림이다. 나무에 사람의 손길이 전해져야 사람과 자연이 함께 호흡하는 인간친화적 숲이 된다고나 할까. SK 설립자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했다는 ‘사람을 기르듯 나무를 기른다’는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슈바르츠발트라는 자랑스러운 숲을 가지고 있는 독일이지만, 1800년대에는 광복 직후의 우리처럼 민둥산 천지였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늘어난 목재수요를 충당하느라 국토 곳곳에서 닥치는 대로 나무를 베어냈기 때문이다. 그런 산에 미래의 희망을 심듯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오늘날 세계 최고의 임업선진국이 된 것이다. 

  독일 국토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은 30%에 불과하다. 우리는 국토의 65%가 산림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목재를 수출하고, 우리는 그 목재를 수입해 쓰는 까닭은 땅 덩어리의 차이 외에 우리가 그만큼 산림의 가치에 눈을 늦게 뜬 때문이다. 독일 나무의 평균 수령은 300년이지만 우리 나무는 그 10분이 1밖에 안 되는 것이다. 

  35년전 기업인 최종현은 기업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나무심기라고 생각했다. 주위 사람들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했지만, 그는 언젠가 숲은 우리에게 보배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때 심은 나무가 30 높이로 자랐지만, 숲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인식만 심어줬을 뿐 숲에서 거둬들인 수익은 제로다. 돈이 되려면 앞으로도 20년은 더 지나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장기전을 요하는 게 숲 경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