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401화] 공무원 감축 바람몰이로 될 일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일부 부처가 통폐합으로 생긴 잉여인력을 TF(태스크포스)팀이라는 편법을 통해 남겨두고 있다고 질타(叱咤)하자 해당 부처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일제히 TF 해체에 나서는가 하면,행정안전부는 부랴부랴 남는 인력 재교육을 위해 무보직 4급 이상의 명단을 각 부처로부터 넘겨 받고 있다고 한다. 작은 정부를 하겠다고 조직을 개편했으면 인력이 줄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도 각 부처가 그동안 적당히 넘어가려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공무원 감축을 이런 식으로 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질타하자 각 부처들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움직이는 것이 시원스레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내실이 있는 것인지, 그 효과가 얼마나 오래갈지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실제 각 부처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TF들을 서둘러 없애긴 했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유능한 인력을 일부 TF에 배치했던 부처는 인사를 다시 한다고 하고, 어떤 부처는 명예퇴직 신청자나 해외 유학ㆍ연수 대기자,정년퇴직 대기자 등을 교육 대상자에 포함시키고 있다고도 한다. 잉여인력을 무더기로 교육시켜야 하는 공무원 교육원도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다.
한마디로 주먹구구식이 따로 없다. 우리는 새로 들어선 정권들이 처음에는 개혁,개혁 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되고 마는 일을 숱하게 보아왔다. 특히 대통령의 말에 의존하는 개혁은 결코 오래 간 적이 없다. 공무원 감축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걱정을 불식(拂拭)시키고 작은 정부에 성공하려면 치밀한 프로그램을 갖고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 조직개편으로 정원을 초과한 공무원은 3427명이고,자연 감소분을 제외하면 구조조정 대상은 2000명가량이다. 이들을 무작정 공무원 교육원에 보낸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조직개편과 인원감축은 이번 한 번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돼야 할 과제다. 임기 동안 어떤 작은 정부를 전제로 공무원 인원을 얼마나 감축할지 목표를 정하고 이것이 정말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401화] 얼빠진 경찰, 본분으로 돌아가야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 사건의 충격이 생생한데 또 가슴 철렁할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에서 초등학생이 흉기를 든 괴한에게 마구 맞아 납치당하기 직전에 이웃의 도움으로 간신히 구조됐다.
분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경찰의 대응이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증거까지 있는 납치 사건인데도 신고를 받은 경찰은 단순 폭행사건으로 처리했다. 초동수사는커녕 사흘이 지나서야 본격수사에 나서고 언론에 알리지 말라며 사건 축소에 급급했으니, 추가 범행을 조장한 셈이 된다.
사건이 벌어진 날은 공교롭게 어청수 경찰청장이 ‘어린이 납치·성폭행 종합 치안대책’을 발표한 날이다. 말만 번드레한 경찰의 실상을 보는 듯하다. 일선 경찰만 탓할 일도 아니다. 뒤늦게 부산을 떤 이번 사건과 달리, 비슷한 때 열린 등록금 인상 반대집회에는 미리부터 경찰의 온갖 간섭이 있었고, 당일엔 집회 참가자의 갑절 가까운 경찰력이 동원됐다. 지휘부의 관심이 온통 시국치안에 쏠렸으니, 민생치안이 안중에 있을 리 없다. 따지자면 경찰을 그런 방향으로 이끈 이가 ‘법질서’를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런 그가 이제 와 경찰을 꾸짖고 있으니 어색하기 그지없다.
사실, ‘법질서’의 핵심은 시위·파업을 때려잡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밤거리를 마음 놓고 다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경찰의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시국치안 부서보다는 수사와 민생 분야에 인사와 처우 혜택을 주고 격려하는 게 당장 할 일이다.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엄히 문책하는 등 상벌을 분명히 하고, 축소·왜곡이 없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경찰이 본분인 민생치안에 열중하도록, 괜한 일에 이들을 동원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부터 그리 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080401화] 이런 경찰 믿고 어떻게 아이 키우나
안양 초등학생 2명 납치살해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열 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납치될 뻔했다. 이 어린이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40∼50대 용의자에게 흉기로 위협당하고 마구 얻어맞으면서도 끝까지 저항해 다행히 피랍을 모면했다. 여아가 성도착자들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하거나, 유괴범죄의 대상이 되는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는 판이라 또래의 딸아이를 둔 부모들은 다시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고를 받고도 즉시 수사를 벌이지 않고 귀찮은 일처럼 처리했던 경찰의 태도를 보며 이런 조직에 치안을 맡겨야 하는지 분노가 치민다. 관할 지구대의 보고를 받은 경찰은 처음에는 단순 폭행사건으로 취급했다. 폭행 장면이 찍힌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화면과 달아나는 용의자를 봤다는 이웃집 주민의 증언도 무시했다. 경찰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불안한 피해 어린이 부모와 아파트관리사무소는 CCTV 화면으로 용의자 수배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며 자구(自救) 활동에 나섰다.
더욱이 범행은 경찰이 26일 오전 ‘아동·부녀자 실종사건 종합 치안대책’을 발표한 뒤 불과 몇 시간 만인 당일 오후 발생했다. 2월 새로 부임한 어청수 경찰청장은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만들어 전국 경찰관서에 내다 붙였다. 도대체 이번 사건에 적용된 치안대책은 무엇이며, 경찰이 새로 달라진 것은 뭔가. 전시용 또는 면피용 구호만 늘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찰은 대형 사건이 터져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질 때마다 예산타령을 하면서 막대한 돈과 인력을 끌어다 쓰는 데 이력이 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치안 서비스의 질이 개선됐다는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총수들이 내건 구호가 모두 실천됐으면 우리나라는 벌써 교도소가 문을 닫았을 것이다. 거꾸로 국민이 체감하는 치안 불안지수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쥐 잡는 일을 귀찮아하는 고양이를 집안에 기를 필요가 없듯이 범죄예방에 무심하고 범인 안 잡는 경찰 조직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조선일보 사설-20080401화] 한총련의 몰락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지난 29일 신임 의장을 뽑으려다 후보로 나선 사람이 없어 의장 선거가 무산됐다. 어느 대학 총학생회장이 후보로 나서겠다고 하다가 부모 만류로 출마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1993년 한총련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총련이 작년 4월부터 1년간 34건의 성명을 내놓았다. 그 가운데 친북(親北) 내용이 11건, 반미(反美)가 5건, 반(反)한나라당이 6건, 보안법과 공안당국 비난이 9건이었다. 한총련은 2006년 7월 북한이 미사일을 쐈을 때 "미국과 일본의 자업자득"이라는 논평을 내놨고, 지난해엔 한총련 의장이 "북한 핵 때문에 우리가 마음 편히 산다"고 했다. 대법원이 1997년 '한총련은 국가보안법상 이적(利敵)단체', 2003년에는 "(한총련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적어도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하는 이적단체"라고 확인했던 데서 한총련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한총련 의장들은 대부분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수배 상태다. 작년에 의장을 지낸 15기 의장 학생은 올 1월 2일 경찰에 붙잡혔고, 14기 의장은 지난 20일 폭력시위 주도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7기 의장을 지냈던 사람은 10년을 도피해 다니다가 지난달 27일 경찰에 검거됐다. 4·5기 의장은 4년여씩 복역했고 9·10·11기 의장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한총련 의장 선거에 나가겠다는 학생의 부모가 자식을 붙들고 만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총련은 가입 대학 수가 230개, 총 회원 10만 명에 달했던 적도 있다. 지금은 각 대학 총학생회가 경쟁하듯 탈퇴해서 이젠 30여 대학만 남았다. 가입한 대학들도 전체 학생 의사와는 관계없이 소수 총학생회 임원들만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한총련이 무슨 행사를 한다고 하면 100명도 채 모이지 않게 됐다. 최근엔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통일전선부가 한총련과(課)를 폐지했다고 한다. 북한한테도 이용가치가 없다고 버림을 받은 것이다.
남과 북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버림을 받은 한총련은 간판을 내릴 때가 됐다.
[서울신문 사설-20080401화] 박근혜 마케팅, 지역감정 춤추는 총선
4·9총선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사진이 넘친다. 친박계의 친박연대·무소속연대는 물론 친박계와는 관련 없는 일부 무소속 후보까지 박 전 대표의 후광을 업겠다며 난리다. 총선인지 박근혜 홍보행사인지 헷갈릴 정도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도 다시 등장했다. 정책은 보이지 않고, 박근혜 마케팅과 지역주의가 춤추는 형국이다. 정당정치, 책임정치의 퇴보를 의미하는 퇴행적 행태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마케팅의 기승은 지역구에서 칩거중인 박 전 대표나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한나라당의 지도력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공천과정에서 친이·친박 싸움이 노골화되면서 예견됐던 터가 아닌가. 집권당의 정치 역량에 의문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 유권자들을 상대로 안정의석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 정당 지도부들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내는 행태 역시 우려스럽다. 강재섭 한나라당대표는 그제 대구서 “대구·경북이 15년 동안 핍박받고 손해를 봤다.”고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지도부도 텃밭인 호남과 충청권에서 ‘호남 적자론’,‘곁불론’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여사까지 호남서 지원유세를 벌였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지역감정에 편승한 선거운동인가.3김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지역주의의 망령이란 말인가.
자신의 정책·정견이 아니라 특정인의 후광이나 지역감정에 기대어 표를 모으겠다고 나선 이들 역시 실망스럽다. 유권자들은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행태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선거전이 일주일여 남았다. 정당 후보자 모두 제대로 선거전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이길 당부한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승철(논설위원)-20080401화] 말의 덫
누구나 말의 덫에 걸릴 수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에게 양자선택형이나 전제가 있는 질문은 ‘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공직자의 말은 애처로운 산토끼 신세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 준비에 열을 올리던 2002년 12월 미 국방부 브리핑 룸. 한 한국계 여기자가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에게 미국의 윈·윈전략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질문했다. 럼즈펠드는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발언은 바로 ‘대북 군사력 사용 배제 안해’라는 내용으로 전파를 탔다. 럼즈펠드가 북핵의 외교적 해결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시는 2차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럼즈펠드의 지나친 자신감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럼즈펠드가 요령이 있었다면 미국의 기본원칙인 윈·윈전략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말의 덫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다른 사례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외교장관인 윤영관 교수가 2003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 자격으로 워싱턴의 한 연구소 세미나에서 ‘봉변’을 당했다. 윤 교수는 북한의 붕괴와 핵보유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핵무기 보유 북한”을 선택했다. 이를 보도한 뉴욕 타임스는 윤 교수가 “일부 한국 젊은이들의 인식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자 이튿날 더 넓은 지면을 할애해 그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했다.
최근 김하중 통일부 장관과 김태영 합참의장의 북한 관련 발언이 파문을 빚고 있다. 당사자로서는 ‘당연한’ 답변인데도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개성공단 확대를 북핵 해결과 연계시켰고, 김 합참의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공격을 전제로 한 질문에 북한 핵기지 타격을 언급했다. 모두 정부의 정책이거나 군사작전의 기본에 속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질문이 쳐 놓은 덫에 걸렸기 때문이다. 공직자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겠지만 그것은 말의 역학구조상 운명이다. 덫을 피하는 방법은 자신들이 요령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 럼즈펠드가 말 순서를 바꾸거나, 윤 교수가 O, X 답변을 거부했다면 산토끼 신세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고위 관리들이 말하는 법을 좀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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