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8년 3월 25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eros 2008. 3. 25. 09:54
 

 

[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325화] 아파트 분양가 낮추는 지름길은 

 

  정부는 집값안정과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분양가상한제와는 별개로 택지비를 낮춰 분양가를 10% 더 인하하는 조치를 강구키로 했다. 국토해양부는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과 함께 기업들의 투자촉진 방안으로 향후 10년간 임대전용 산업단지 3300만㎡를 개발해 저리에 장기 임대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분양가 인하와 공급확대,경제살리기를 위한 산업용 토지의 원활한 공급에 부동산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택지비와 분양가 인하를 위한 구체적 대책으로는 공공택지 조성원가 산정기준 개선,용적률 상향,택지개발사업의 공공.민간 경쟁 도입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산업용지는 농지와 산지 이용체계를 대폭 정비해 대량 확보키로 했다. 불합리한 규제의 혁신을 통해 개발 가능한 땅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고 보면 진작 서둘렀어야 할 일이다.

  사실 그동안의 집값 급등 등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은 상당 부분 토지이용 규제에 기인한 바 크다. 이명박 대통령도 업무보고에서 지적했듯,주택이 필요한 곳은 온갖 규제로 억눌러 공급 축소와 집값 폭등을 불러오고 또다시 세금폭탄과 대출축소 등 규제가 남발되면서 공급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반면,수요가 제한된 지방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급증해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양상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택지비 인하가 실질적인 분양가 인하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택지 조성비의 엄밀한 검증으로 최소한 택지비가 떨어진 만큼 분양가 인하 효과가 얻어질 수 있는 주택공급 관리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공택지 주택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다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민간 주택의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 책정을 억제하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정부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좀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12만가구를 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여전히 집값이 꿈틀대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요한 곳에 공급을 늘려 이 같은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325화] ‘뉴라이트’의 식민지배와 독재 예찬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근현대사 ‘대안 교과서’를 내놨다. 기존의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좌편향 역사인식을 심어준다는 이유로 준비하기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다. 학자적 양심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념과 목적의식이 객관적 사실과 평가를 압도한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구한말 조선엔 자생적 근대화의 싹도 노력도 없었다. 식민지배를 통해 근대문명이 수입되고 경제성장도 이뤄졌다. 이승만·박정희 체제는 한국에 자유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혁명적 계기였다. 요약하면 근대화는 식민지배에서 시작해 독재체제를 통해 완성됐다는 것이다. 광복 뒤 권력의 핵심에서 독재체제를 유지·강화했던 자들이 친일파였던 사실을 생각하면, 이들이 지키려는 가치가 잘 드러난다. 

  이런 책에 교과서란 말이 붙었으니, 시비와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자는 말도 나온다. ‘교과서’란 말이 귀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이를 시비할 생각은 없다. 집필자들은 대부분 경제, 교육윤리, 정치외교학 교수로 역사학 비전공자다. 이들이 역사학계가 인정한 사실과 평가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두고 따지고 싶지 않다. 게다가 이들은 사료의 선택과 해석에서 서툰 차원을 떠나 정파적 이념과 목적에 따라 멋대로 짜깁기했다. 역사를 정치적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이용한 셈이다. 거기에 말려들 이유도 없다.

  그런데도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정치·경제적 배경 때문이다. 지난 정권 때 이들이 펼친 이념공세는, 정권교체 국면에서 막강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지금도 한나라당 등 집권세력과 전경련 등 재계의 뒷받침을 받고 있으며, 보수 족벌언론들의 후원을 업고 있다. 책은 정치 팸플릿 수준이지만, 이런 배경 때문에 사회적 담론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 때문에 분명히해 둘 게 있다. 역사상 전체주의에 맞서는 가장 훌륭한 제도는 민주주의였다. 공산주의와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것도 민주적 시장경제였다. 이승만, 박정희가 구축했던 독재체제는 가장 저급한 선택이었다. 아울러 일제지배가 없었더라도 근대화는 이루어졌다. 오히려 분단의 비극을 피할 수 있었다. 이른바 뉴라이트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일사불란한 독재인가, 강대국에 대한 자발적 종속인가. 

 

 

[동아일보 사설-20080325화] 역사인식의 지평 넓힐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 

 

  기존 역사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바로잡기 위해 집필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가 출간됐다. 뉴라이트 지식인 모임인 ‘교과서 포럼’이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완성한 것이다. 책이 나오자마자 학계는 뜨거운 논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똑같은 사건이나 인물을 놓고도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기술된 교과서와는 확연히 다른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교과서는 우리가 19세기 말 망국의 한을 딛고 오늘날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해 온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어떤 교과서도 시도한 적 없었던 근대화의 시각으로 역사를 처음부터 다시 쓴 것이다. 예를 들어 부정적으로 기술되어 온 김옥균 박영효 등 개화파가 선구적 인물로 평가됐다. 광복 직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한 선열의 혜안을 높이 샀고, 이승만 박정희처럼 근대화를 이끈 지도자들을 재평가했다. 

  기존 역사교과서들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며 분단, 독재, 부정부패와 같은 ‘부끄러운 역사’를 부각시켜왔다. 반면 이 책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단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같이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이 갖는 의미는 여기에 있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근현대사를 균형감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이들은 역사 수업에서 조국에 대한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기는커녕 ‘죄 많은 나라에 태어났다’는 죄의식을 먼저 배웠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 분단을 초래했다는 기존 교과서의 기술은 북한이 1945년 9월 스탈린 지시에 따라 먼저 독자정권 수립에 나섰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은 이런 왜곡된 역사인식을 주입당했다. 반면 북한은 중립적 또는 우호적으로 바라보도록 이끌어졌다. 오죽했으면 ‘반한(反韓) 친북(親北) 교과서’라는 지적이 나왔을까. 

  교과서포럼 측은 새로 만든 대안교과서가 교실에서 보조교재로 사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기존 교과서에 팽배한 반(反)외세주의와 감상적 민족주의로부터의 탈피가 시급하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주도로 새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질 예정이므로 대안교과서의 내용이 새 교과서에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올해로 건국 60주년을 맞는다. 기존 교과서에 의한 좌(左)편향 교육이 계속되는 것은 피와 땀으로 나라를 구하고 일궈 온 선열을 욕보이는 일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대한민국을 ‘굴곡과 시련을 딛고 성공한 나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힘을 모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80325화] 시대착오 좌파 역사교육 바로잡을 '대안교과서' 

 

  고교 역사교과서의 좌편향(左偏向)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교과서포럼이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近現代史)'를 출간했다. 2005년 1월 "역사를 바로 씀으로써 교육현장을 바로 세우고 미래세대를 올바르게 인도하겠다"며 출범한 지 3년 만이다.

  국민은 2004년 국정감사에서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배우는 고교의 49.5%가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은 민중사관(民衆史觀)에 입각해 대한민국은 하나하나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면서 북한은 단계마다 전진을 계속해 온 것으로 긍정적으로 서술했다. 이후 우리 2세들이 폐쇄적 민족주의와 계급투쟁이라는 시대착오적 시각으로 역사를 배우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뜻있는 학자들이 나서 몇 권의 책을 내놓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낡은 좌파적 역사해석으로 가득 찬 교과서와 보조교재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교과서포럼 대안교과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근현대사를 '근대문명 수용'이라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봤다는 점이다. '외세 침략과 이에 대한 저항'이라는 단순구도에서 벗어나 우리 역사를 규정해 온 국제관계와 세계경제질서에 눈을 돌렸다. 개화파에 대한 긍정적 인식, 이승만 등에 의한 건국 과정과 박정희 주도 '근대화 혁명'에 대한 객관적 평가, 한국근현대사의 기본 흐름에서 벗어난 북한의 위상(位相)을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살펴본 것이다.

  대안교과서는 역사를 보는 시야를 크게 넓힘으로써 대한민국이 걸어온 성공의 역사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게 했다. 분단과 6·25전쟁에 대한 최신 연구성과를 활용해 북한과 소련 책임을 분명히 한 것도 1970~80년대 좌파 수정주의적 역사 해석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기존 교과서와 다른 점이다. 물론 대안교과서에 문제도 있다. 일제(日帝) 지배의 폭압성을 인정하면서도 일제 동화(同化) 정책 결과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근대문명을 학습하게 됐다는 서술은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부분을 어느 한 학파(學派)의 입장 위주로만 서술한 것이어서 또 다른 편향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대안교과서 출간으로 좌편향 사관(史觀)이 독주하던 역사교육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첫 걸음을 겨우 떼게 된 셈이다. 그러나 대안교과서는 2003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지금 교과서를 대신할 새 교과서 검정이 이뤄지는 2010년까지는 보조교재로밖에 쓰이지 못한다. 우리 역사를 바로 볼 창(窓)을 넓혀줄 새 역사교과서를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을 뚫는 데 우리 사회와 교육계가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080325화] 경제운용계획 안정에 맞춰 다시 짜라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대내외 경제신문들과의 공동인터뷰에서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위기상황으로 당장 서민생활에 피해가 닥치고 있다.”면서 “물가안정이 7%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보다 더 시급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안정 우선으로 경제정책 방향 선회를 선언한 것이다. 한국 경제가 지금 원유, 곡물, 원자재 등 해외발(發) 물가상승 압력으로 근래에 보기 드문 어려움에 처한 점을 감안하면 시의적절한 방향 선회로 평가된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로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권 진입)’로 상징되는 성장 노선보다 안정에 주력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성장과 안정이 양립하기 어려울 땐 안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다. 물가 안정은 성장잠재력 확충을 통한 장기성장 기반 구축에 필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물가 안정 대신 성장을 선택하면 인플레 기대심리를 유발해 고물가 구조 고착화-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경제의 안정적인 터전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안정 우선 선언을 계기로 6% 내외 성장에 맞춘 새 정부의 성장주의 경제운용계획을 다시 짜기를 당부한다. 금리 인하나 재정 투입 확대와 같은 총수요 진작책도 이에 맞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항간에서는 이 대통령의 성장 우선 발언이 서민표를 의식한 총선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를 불식시키려면 물가 안정기반이 다져질 때까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규제완화나 감세 등과 같은 기업환경 개선 노력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책 당국자들은 대통령이 성장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 만큼 현실성 있는 안정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사설-20080325화] ‘역사’가 없는 뉴라이트 근·현대사 교과서 

 

뉴라이트의 교과서 포럼이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란 이름으로 끝내 위험한 도발을 감행했다. 역사 교과서의 친북좌파 편향을 바로잡겠다며 상식을 깨뜨리는 그들의 우편향은 새삼스럽지 않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경제만 잘되면 다 좋다는 식으로 짜맞추는 실용주의적 역사 왜곡이다. 개발과 성장률의 수치를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상위 개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역사 바로잡기라는, 경박하고도 도식적인 역사관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포럼 필진들의 출발점은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역사는 가정이 아니라 사실(史實)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식민지배를 국가발전의 필연적 과정이라고 보고, 내재적 발전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은 식민지배가 없었다면 오늘은 더 참담했을 것이란 ‘가정’ 위에 서 있다. 역사를 바로잡겠다며 내세운 논리들이 한결같이 그렇다. 5·16이 없었다면 근대화 혁명은 출발하지 못했을 것이며, 유신이 없었다면 국가의 집행능력이 향상되지 못했을 것이고, 5공이 없었다면 국가발전이 단절됐을 것이라는 가상의 뜀틀을 바탕으로 개발독재의 논리를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후소샤의 역사교과서는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사실을 왜곡했다. 포럼 필자들은 경제 성장과 반공을 두 기둥으로 삼아 국민주권과 인권의 유린에 관대했고, 군사독재가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을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면 포럼 학자들은 과연 후소샤 필진들과 역사를 보는 눈에서 무엇이 다른가. 진화론을 부정하기 위해 창조론을 과학으로 포장한 ‘창조과학’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는 또 어떻게 다른가. 

역사는 공과 과를 균형있게 기술해야 한다는 말은 맞다. 지적 탐구도, 반론도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학술논문이나 토론회에서라면 모를까 부분적인 연구 결과와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견해를 고교 역사교과서로 채택하자고 주장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이라도 포럼 학자들은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서 ‘교과서’란 말을 지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