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322토] 소득 2만달러 달성, 이후의 과제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07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45달러(한화 1862만6000원)를 기록,사상 처음 2만달러를 넘어섰다. 1995년 1만달러를 돌파(突破)한 이후 12년 만이다.
이는 오랫동안 1만달러 대에 갖혀 있던 국민소득 수준이 이를 탈출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크다. 특히 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이후 몇년간 국민소득이 다시 1만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오는 등 우여곡절 끝에 달성한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과제는 본격적인 선진국에 들어선다는 3만달러대에 하루빨리 진입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4만달러 시대까지 여는 것이다. 그러나 앞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우선 당장 올해 국민소득이 2만달러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不透明)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평균환율이 달러당 1000원일 경우 정부 목표대로 6% 성장을 하더라도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국민소득이 다시 1만달러대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소득 2만달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장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환율과 물가관리가 필수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끊임없이 확충해야 선진국 진입이 가능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비투자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비롯 다양한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산업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322토] 물의 위기, 생명의 위기
오늘은 수질오염과 물 부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촉구하는 뜻에서 유엔이 제정한 ‘물의 날’이다. 올해로 16년째이건만, 인류의 40%인 26억명은 아직도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며, 이로 말미암아 매년 어린이 20여만명이 숨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비롯된 집중호우와 가뭄 등은 인류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물 정책은 계속 뒷걸음질하고 있다. 구미와 대구에서 발생한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는 상징적이다. 낙동강 상수원에 페놀·포르말린 같은 유독물질이 대량 유입된 결과였다. 화학공장 화재 때 유독물질 유출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이를 감시하고 차단할 장치조차 없었다. 이런 사고를 경험하고도 환경부는 어제 업무보고에서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상수원 보호구역의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경기도 남양주의 경우 규제대상 지역이 75%에서 30%로 줄어든다. 2300만 시민이 마시는 상수원의 유독물질 오염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환경부는 또 수돗물 사업의 민간위탁을 공언했다. 공공기관이 관장할 때도 상수원수와 수돗물의 관리가 허술했는데, 이윤만 추구하는 민간업자가 사업을 맡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자명하다. 이미 민영화한 외국의 경우, 물값은 급등하고 그 질은 추락하는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아직도 농어촌 마을의 절반은 수돗물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은 앞으로도 수돗물 공급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어떤 민간업자가 오지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어떤 농어민이 그 비싼 값에 수돗물을 사 먹을까.
최악의 문제는 한반도 대운하다. 큰 배가 다니려면 강을 깊게 파고 둑과 보를 쌓아 물을 가두어야 한다. 그러나 제 아무리 둑을 높여도, 집중호우가 몰아치면 범람은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로 이런 집중호우는 더욱 잦아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대로 기상청엔 기습폭우를 예보할 능력도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둔 물에 유독물질이 유입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미·대구 사태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장기간 수돗물 공급은 중단될 것이다.
상수원 규제완화, 수돗물 민영화, 대운하 따위는 손쉬운 돈벌이 구상에서 나왔다. 물이 우리의 생명임을 인정한다면, 생명을 돈과 바꾸는 일이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
[동아일보 사설-20080322토] 연금·기금, ‘경비 10% 절감’ 넘어 근본 개혁을
정부가 공무원연금 등 60개 연금·기금의 사업비 및 경비 지출을 10% 줄이기로 했다. 연기금의 올해 지출 규모가 74조5000억 원이니 계획대로라면 7조 원 이상을 아끼게 되는 셈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연기금 구조조정이 단순히 경비 몇 % 절감하는 선에 그쳐선 안 된다. 비슷한 성격의 기금 통폐합을 포함해 연기금의 효율을 높이고 국민 부담을 줄일 근본 해법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연기금 규모는 약 370조 원으로 올해 중앙정부 예산 182조 원(기금 제외)의 두 배가 넘지만 관리 감독은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어차피 써야 할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있는 데다 감독 부처 공무원들이 퇴임 후의 ‘자리’를 의식해 웬만한 허물은 눈감아준 탓이다. 인력을 부풀려 인건비를 따내고, 원가 산정을 적당히 해 기금 운용비를 과다 계상하는 방만 부실운영 사례가 잇따랐지만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 뒤에 숨어 그냥 넘어가곤 했다.
연기금 개혁은 정부 및 공기업 개혁과 함께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할 핵심 과제다. 하지만 각 기금 운용기관과 소관 부처들의 태도를 보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정부가 어제까지 비용 절감방안을 보고하라고 했지만 많은 연기금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마감시한을 지키지도 않았다.
상당수 연기금은 “이미 아낄 만큼 아끼고 있어 추가로 줄일 여지가 별로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업무추진비, 여비, 운영비 같은 일상 경비만 줄여도 1차적으로 2300억 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차제에 연기금들이 벌이는 각종 사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근본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자금지원 업무가 중복되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수질 개선 목적이 같은 한강수계기금과 낙동강수계기금처럼 성격상 합칠 수 있는 기금도 적지않다. 국민의 세금은 1원도 소중히 여기는 자세로 연기금의 낭비 요소를 찾아내 바로잡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80322토] '저소득층 우대 대입(大入)'은 더 다양하고 실속있게
198개 4년제 대학 가운데 80개 대학이 저소득층 학생을 정원 외(外)로 따로 뽑는 '기회균형선발제'로 모집인원의 0.72%, 2714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서울대·고려대는 30명, 연세대는 70명을 뽑는다. 이 학생들에겐 장학금 지급, 등록금 면제, 무이자 학자금 대출도 해준다.
지난 6일 실시한 전국 중1 진단평가 결과를 보면 서울 강남엔 영어 평균성적이 98점인 학교가 있는가 하면 같은 서울에 70점대 학교도 있다. 2005년 입시에서 강남구는 고3 학생 1000명당 25.4명이 서울대에 들어갔지만 강북 어느 구는 2.8명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원래 학생이 지닌 능력 차이 때문이라 할 수는 없다.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교육환경이 나빠지고 대학 진학기회도 좁아지는 게 현실이다.
기회균형선발제는 가난한 집 아이들도 능력에 노력만 더하면 대학 교육을 통해 상승(上昇)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미국에선 1960년대부터 대입에서 소수민족을 우대하는 정책(Affirmative Action)을 펴왔다. 하버드대가 연(年) 소득 6만 달러 이하 가정의 학생에겐 전액 장학금을 주는 것도 다양한 계층의 학생이 공부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영국 정부는 '공정한 기회 보장기구(Office for Fair Access)'까지 만들어 각 대학의 저소득층 입시 우대 방안을 심사해 정부 재정 지원과 연계시키고 있다. 그것이 생활 형편이 나은 집 아이들이 이 사회의 현실을 있는 대로 정확하게 인식하고 사회적·정치적 상상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우리 대학도 기회균형선발제를 수치화(數値化)된 성적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어려운 교육환경을 노력으로 넘어서려는 학생들에게 우선적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교육환경이 불리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입학 기회를 주어야 대학이 사회통합에도 제구실을 할 수 있다. 80개 대학이 기회균형선발제를 채택했다는 건 우리 대학이 그만큼 성숙해져 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대학의 자율(自律)을 확대하면 확대할수록 기회균형선발제 같은 창의적이고 혁신적 발상도 더 많아질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080322토] 기후변화 대책 있는 건가, 없는 건가
환경부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의무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우리에게도 온실가스 감축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마당에 ‘현행 유지’를 기후변화 대책이라고 내놓은 환경부의 대범함이 놀라울 뿐이다.
환경부의 현행 유지 방침은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면서 이명박 정부의 최대 목표인 경제살리기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2.2%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감축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정책방향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각국 정부의 의무사항이 되고 있다. 눈앞의 경제 살리기에 급급해 외면할 문제가 아니다.
1990∼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 98.7%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한 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온실가스 감축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채택된 ‘발리 로드맵’에 따라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감축 대상국 편입이 불가피하다. 당장에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 사용이 적은 비제조업 분야로 산업구조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온실가스 저감기술과 청정에너지 개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결책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과도한 환경규제로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경제적 규제는 줄어드는 반면 삶의 질과 직결된 사회적 규제는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학순(선임기자)-20080322토] 석유 메이저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는 으레 음모론이 뒤따르곤 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다이애나 왕세자비, 말콤 X, 아돌프 히틀러를 비롯해 하고많은 저명인사들의 자·타살이 그렇듯이 이탈리아의 실업가 엔리코 마테이(1906~1962)의 죽음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국영 에너지회사 ENI의 초대 총재이자 이탈리아 경제 기적에 가장 큰 공헌자이기도 했던 마테이는 1962년 10월27일 전용기를 타고 시실리를 떠나 밀라노로 가는 도중 비행기가 폭발하는 바람에 죽고 말았다. 정력적으로 일하던 쉰여섯 살의 마테이가 사망한 것은 우연한 사고로 보였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시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존재’로 여기던 마테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란 유전 개발 독점권 협정 체결, 소련 원유 구매와 송유관 생산 등으로 석유 메이저 회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왔다. 미국의 엑손, 모빌, 셰브런, 텍사코, 걸프와 영국계 브리티시석유, 로열더치셸 등 7대 석유 메이저 기업에 ‘일곱 자매(Seven Sisters)’란 유명한 별명을 붙여준 사람도 그였다.
비행기 폭발사고 직후 로마 주재 미 중앙정보국(CIA) 책임자 토머스 카라메신스가 소리소문 없이 그곳을 떠난 것도 석연찮은 일이었다. 미국 정부는 마테이 죽음과 관련한 카라메신스의 보고서를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감독 프란체스코 로지가 ‘마테이 사건’이란 영화를 만들어 197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정도로 이 사건은 미스터리였다.
세월이 흘러 ‘일곱 자매’는 이제 엑손 모빌, 셸, 비피-아모코, 셰브런-텍사코 등 네 자매로 바뀌었다. 게다가 ‘일곱 자매’의 자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러시아 가즈프롬,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 이란 국영석유사, 베네수엘라 PDVSA,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에 넘겨줘야할 신세다. 옛 일곱 자매는 전체 석유 생산량의 10%, 매장량의 3%만 갖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석유 메이저로 군림하는 옛 자매들은 이라크 전쟁 5년의 유일한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목적이 사실상 석유에 있었던 점을 상기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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