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324월] 연구개발 투자확대 성과 높이려면
교육과학기술부가 2006년 기준 3.23%인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비를 2012년에는 5%선(16조원)까지 확대(擴大)하고 그 중 절반을 기초원천기술에 투입키로 하는 계획을 새로 내놨다. 첨단기술개발이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핵심 원천이란 점에서 이 같은 투자확대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더구나 지난 40년간 유지되어 온 과학기술부가 새 정부에서 통폐합됨으로써 과학기술 정책의 우선순위가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과학기술 강국의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연구개발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고,기업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에 걸맞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끊임없이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투자효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부와 산·학·연 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모방형 기술개발,연구비 나눠먹기식 중복투자,기술이전 및 특허관리 미흡 등 연구개발 관리가 크게 부실한 탓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교육과기부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연구비 지원체제를 일원화하고 연구개발 재원배분을 민간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대책을 내놓은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러한 정책들은 빠른 시일 안에 차질없이 실행에 옮겨지도록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개발 사업이 더이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어서는 안될 일이다. 기술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분야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투자효율을 극대화(極大化)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기초·원천기술 연구 쪽에 투자하되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거대과학 쪽에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독창성 없는 '따라잡기식 연구'로는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원천기술 확보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구가 단기간내에 성과를 거두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초연구의 프로젝트 선정단계부터 기술개발의 모든 과정에 대한 사전·사후관리와 검증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는 것 또한 급선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324월] 먹을거리 갖고 속이면 문 닫아야
‘생쥐 머리 새우깡’ ‘칼날 참치’에 이어 옥수수 가루와 즉석밥에서 곰팡이로 보이는 이물질이 또 검출됐다. 믿고 먹을 게 없다는 시민들의 분통이 터져나올 만하다.
지난해에는 대표적인 웰빙 식품인 녹차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돼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2006년에는 유명 유업계 제품에서 영유아에게 패혈증과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는 대장균의 일종인 사카자키균이 검출돼 전량 회수된 적이 있다. 연례행사처럼 식품위생 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기업들의 안이한 인식과 관리당국의 미온적 자세가 바뀌지 않은 탓이다.
농심은 노래방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온 사실을 알고도 한 달 동안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이물질을 제보한 시민에게 라면 3상자와 보상금 50만원을 주고 사태를 덮으려 했다. 동원에프앤비(F&B)도 참치캔 안 칼날을 신고한 소비자에게 참치 선물세트를 줘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국민 건강은 뒷전이고 어떻게든 사태 수습에만 급급해 배신감을 갖게 한다. 대기업인 이들 업체가 이렇다면 다른 업체들 역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농심은 원가절감을 위해 제조 공정 대부분을 중국으로 옮긴 뒤 불량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신고 건수에서도 단연 앞섰다고 한다. 그런데도 원인을 진단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하니 예견된 사고가 터진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역시 관리·감독에 소홀하지 않았더라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이물질이 나왔는데도 이처럼 쉬쉬하거나 고발한 사람에게 해당 제품을 얹어주는 식으로 무마하려는 안이한 대응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식품에서 이물질이 검출되면 엄격한 제조물책임법의 적용을 받는데다 한꺼번에 신뢰를 잃어 기업이 망하기도 한다. 때문에 품질과 안전 관리에 철저하고, 문제 소지가 있으면 리콜 등으로 적극 대응한다. 우리 식품위생 기업들도 마땅히 높은 수준의 책임의식과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보건당국은 소비자 불만이 접수됐을 때 식품업체들이 이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바란다. 먹을거리를 갖고 속이는 업체는 발붙일 수 없도록 관련 기관·단체들은 업체 감시와 소비자 권익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080324월] 예산 절약한다며 멀쩡한 집기 버리나
세금 아까운 줄 모르는 공직자들의 버릇이 여전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산절약을 강조하기에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난 주말, 옛 해양수산부가 있던 현대 계동사옥에는 멀쩡한 의자와 책상, 컴퓨터 등 사무용기와 서류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부처 통폐합으로 이삿짐을 옮기면서 놓아 두고 간 것이라고 한다. 행인들이 한두 개씩 들고 가도 제지하는 공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버릴 게 아니라면 국가재산을 이렇게 허술하게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집기를 사무실에 방치하고 떠난 해수부도 문제지만, 이곳에 새로 입주한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자기들 비품과 서류가 아니라고 해서 모조리 바깥으로 들어냈다니 어이가 없다. 경황 없는 이전·입주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나, 혈세를 우습게 여기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생겼겠나. 몇만원짜리 의자와 몇십만원짜리 컴퓨터를 다시 구입하려면 또 혈세를 퍼부어야 한다. 여론의 질타를 받자 이튿날 쥐도새도 모르게 치운 것을 보면, 잘못을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이번 일은 세금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이 아직 멀었다는 것을 보여준 작은 사례일 뿐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부터 경상경비를 10% 줄이겠다고 단단히 약속했지만, 이런 식이면 백년하청이다. 혈세가 들어간 것이면 대형 국책사업비부터 조그만 비품비에 이르기까지 모두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세금은 흥청망청 써도 되는 눈먼돈이 아니라 국민의 피와 땀이라는 점을 제발 명심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080324월] 두 전직(前職) 대통령이 화낸 진짜 이유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무성, 김덕룡 의원을 잇따라 만나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 "한나라당의 교만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차남 김홍업 의원과 측근 박지원씨를 공천하지 않은 민주당에 대해 "당은 비리 관련자를 배제할 책임도 있지만 억울하게 조작된 일로 희생된 사람의 한을 풀어줄 책임도 있다"고 비판했다.
자기 손으로 정당을 만들어 그걸 딛고 대통령이 됐거나 대통령이 된 다음 그 정당을 자기 뜻에 맞춰 완전히 뜯어고친 두 전직 대통령이 그 정당을 향해 노골적인 원한을 드러내면서 개인적 보복을 선언한 것이다. 자기 측근 또는 자기 아들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 정당 후보를 찍지 말라고 유권자들에게 선거운동을 하고 나선 행동은 군사독재 시대의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태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해 왔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분오열된 구여권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막후에서 진두지휘했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이런 공(功)을 몰라주는 당이 섭섭할 수는 있다 해도 평생 동안 자신의 말과 행동에 '민주화'라는 단어를 달고 다녔던 두 전직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품위(品位)를 잃은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국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믿음이 없으면 그 정권은 서지 못한다"는 말을 한나라당의 정치적 신의(信義) 없음 때문이 아니라 차남 현철씨가 공천받지 못한 것을 서운해서 한 말이라며 수군거리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아들 문제에 대해 "같은 문제를 두고 지난번에는 괜찮다고 공천을 주고 이번에는 불가하다고 공천을 주지 않았는데 이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권(利權)을 알선해주고 수십억 원을 받았던 자신의 아들을 공천해줬다 해서, 그 정당과 그 고장 사람 전체가 '당신들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소작인(小作人)이 아니냐'는 국민적 비웃음을 샀던 그 억울하고 기막힌 사연을 정말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정당정치의 산 증인이자 민주화 투쟁의 기수이기도 했던 두 전직 대통령의 사리(私利)에 붙잡힌 언동(言動)이 국민 모두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는 오늘이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80324월] 인재등용 길 다양화 밝힌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글로벌 시대에 공직자를 고시로 뽑고, 시험을 쳐서 뽑고 하는 방법 외에 다양한 인재가 각 방면에서 들어오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창간 42주년을 맞아 세계 4대 경제지와 공동으로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업은 이 같은 개방적 인재 충원 시스템을 이미 시작했고 공직사회도 앞으로 그렇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하나의 자극 요인으로 외국인 공무원 임용을 적극 활용할 뜻도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개정으로 외국인 임용기준이 크게 완화된 만큼 국가안보상 기밀이 아니라면 장ㆍ차관을 비롯한 중요 직위에 외국인을 쓸 수 있다며 앞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개방적인 외국인 공무원 임용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개혁과 혁신은 법과 제도의 개편을 통해서도 이룰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의 혁신이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포함해 새 정부가 공직사회를 잠에서 깨우려는 것도 바로 인재등용 시스템에 경쟁과 개방을 불어넣어 사람의 혁신을 도모해 보자는 취지일 것이다.
행정고시나 교원임용시험만을 통한 공무원과 교사 충원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우리의 미래가 없다. 오죽하면 공무원, 교사 등을 빗대 철밥통이라고 하겠는가. 특히 공직사회가 머리 좋고 능력이 있어 고시에 합격했는지 몰라도 일단 거기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들만의 순혈주의에 빠져 개방과 경쟁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교사집단도 마찬가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사의 급여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교사 되기가 그토록 어려운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교사가 되고 나면 그들은 경쟁을 전혀 모르는 폐쇄주의집단의 일원으로 금세 변모하고 만다.
공무원과 교사의 임용 시스템을 개방형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때론 최고 지도자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아서 혹은 이해당사자 반발이 워낙 강한 탓에 매번 좌절됐다. 이번에도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개혁 분위기가 식기 전에 가급적 조기에 기본 틀을 매듭짓는 게 바람직할 듯하다.
[경향신문 칼럼-경향포럼/나임윤경(연세대교수)-200800324월]교육문제는 긴 호흡으로
외국에 갈 때마다 나는 그 나라 문화나 관습을 엿보는 한 방법으로 TV 광고를 활용한다. 미국은 수많은 종류의 세제 광고를 하는데, 그들은 물청소 대신 얼룩이나 오염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세제를 헝겊에 묻혀 닦기 때문이다. 일본은 음료수 광고가 다수이고, 외국인 광고 모델도 많으며, 만화처럼 우스꽝스러운 광고도 흔하다. 일본인들이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마시고, 하얀 피부의 외국인에 대해 우호적이며, 만화적 상상력을 좋아한다는 것 등은 광고만 봐도 알 수 있다.
- 대입·경쟁수단 아닌 ‘가치 실현’ -
많은 나라를 다녀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학습지 광고가 많은 곳은 보지 못했다. 나처럼 광고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이라면 우리나라 광고를 보고 이곳이 ‘사교육 천국(혹은 지옥)’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만일 그가 우리말을 잘한다면, 사교육과 관련한 어머니들의 역할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은 엄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경쟁자를 이겨 엄마를 기쁘게 하자” “엄마와 아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아이의 성적이 오른다” 등 광고들은 엄마들에게 ‘사교육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주문처럼 외워댄다. 그러니 캐나다, 호주 등 ‘공교육 선진국’에 아이들을 데리고 간 엄마들도 그곳의 사교육에 또 몰입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공교육 정상화를 다짐한다. 그런데 그 어느 정부보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이번 정부의 실행방안에 강남 입시학원장들은 환호하고, 엄마들은 한숨을 쉰다고 한다. ‘교육 = 대입교육 = 사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전반적인 인식은 정부가 교육에 방점을 찍을 때마다 동시에 대입교육과 사교육에도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다른 인식과, 엄마들을 사교육 매니저로만 활용하려는 ‘나쁜 구조’에 대한 개편이 교육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대입을 위한 공교육 정상화처럼 교육을 도구화하는 계획 말고, 우리들에게 환경과 자연에 대해서, 세대ㆍ성별ㆍ문화간 갈등을 줄여가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인생의 의미 등에 대해서 사유하고 성찰하도록 도와 줄, 인문학에 기초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의향은 없는가. 마침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기조인 효율이나 경쟁과는 동떨어져 있을 법한 교수직군에서 여러 인물을 기용했다. 그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정부 정책 수립에 있어 어떤 철학과 방향이 우리를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행복하고, 풍요롭게 할 것인지 등을 그들이 검토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 교수출신 장관들 잘 활용하길 -
교육은 대입을 위한 수단이고, 그것이 사교육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되는 것이라는 식의 인식이 계속 되는 한, 엄마들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기 아이만의 교육자본 축적을 위해 사교육 시장을 넓혀 갈 것이다. 그러니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오린지’ 같은 소리만 하지 말고, 우리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삶, 행복, 그리고 교육 등의 가치에 대해서 차분하고도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기용한 학계 인사들의 장기는 바로 그것이고, 지금 정부는 갈피를 못 잡고 너무 ‘방방’ 뜨고 있으니 하는 소리다.
'▒오늘의 주요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년 3월 25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0) | 2008.03.25 |
---|---|
2008년 3월 24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0) | 2008.03.25 |
2008년 3월 22일 토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0) | 2008.03.22 |
2008년 3월 21일 금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0) | 2008.03.22 |
2008년 3월 20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칼럼 (0) | 2008.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