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사설-20080326수] 식품안전확보 처벌만이 능사인가
보건복지가족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긴급 현안과제로 식품안전대책을 내놨다. 위해식품을 상습적으로 제조하거나 이를 은폐하려고 한 영업자는 영업장 폐쇄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통해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이달 말 식약청에 소비자신고센터를 설치하고 6월중 식품 제조 가공 판매단계의 정보를 관리하는 식품이력추적관리제도를 실시하며 식품위해사범에 대한 부당이득환수제와 식품집단소송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집단소송제를 비롯 각종 식품안전관리 대책을 총망라한 셈이다.
물론 국내외 대형 식품회사의 가공식품 등에서 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식품안전관리 강화는 시급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많은 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 현지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거나,값싼 외국산 식품을 대량 수입함으로써 먹거리 안전사고 우려가 증폭(增幅)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사전에 철저한 준비과정도 없이 설익은 정책들을 마구 도입하고,이를 어긴 식품업체를 강력처벌하는 것만이 과연 능사인지는 의문이다. 식품의 제조 가공단계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이력정보를 일일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제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국내 식품업계의 90% 정도가 연간 10억원의 매출도 올리지 못할 정도로 영세한 실정이고 보면 집단소송으로 승소하더라도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식품안전을 강화하려다 오히려 식품업체들의 경영난을 부추기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까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이번에 내놓은 정책들을 다시한번 치밀(緻密)하게 검토하고 국가 차원에서 식품안전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식품 생산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모니터링과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식품업계 또한 자체 공정관리체계를 점검하고,소비자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대응체계를 스스로 구축함으로써 식품위생수준을 한 단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0326수] ‘돈봉투’와 함께 막 오른 18대 총선
강원도 정선에서 김택기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선거참모에게 현금 다발을 건네는 현장이 선관위 직원에게 적발됐다. 18대 총선이 ‘돈선거 파문’과 함께 막이 오른 셈이다. 김 후보는 스스로 공천 자격을 반납했고 한나라당도 곧바로 후보를 바꾸었다. 구차한 변명 없이 후보를 교체한 건 다행이지만, 김택기 후보의 사퇴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은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의 혐의가 드러나면 모두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총선에서 금품 살포 행위가 여전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민의식의 향상과 엄격한 법 적용에 힘입어 선거 분위기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긴 하지만, 지방 소읍으로 갈수록 개인 인연에 따른 금품 살포가 온존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2월의 경북 청도군수 재선거에선 돈봉투가 횡행해, 선거가 끝난 뒤 인구 4만6천여명의 작은 지역에서 무려 40여명이 구속되고 1천여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 극심한 공천 파동을 겪은데다 공천 탈락자들의 신당 합류나 무소속 출마가 많아, 그 어느 때보다 지역구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당연히 불법·탈법 선거운동의 유혹도 커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난 24일 전국 공안부장 회의에서 “사회 법질서를 바로 세우려면 그 첫단추인 총선을 깨끗하고 공정히 치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검찰은 엄정하고 또 공정하게 각종 불법·탈법 행위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수사하길 바란다.
금권선거 못잖게 우려되는 부분이 관권의 선거 개입이다. 지난번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 기초단체장을 싹쓸이한 뒤, 이번 총선에서 기초단체장들이 은근히 한나라당 후보를 돕고 있다는 항변을 야당 후보자들은 많이 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선관위와 검찰의 집중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지방을 돌며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총선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어느 선까지 용인해야 하는지를 두고서는 논란이 있지만, 선거 시기엔 대통령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는 게 옳다. 현정부와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 왔던 점에 비춰 보면 더욱 그렇다.
[동아일보 사설-20080326수] 코드 KBS, 독과점 지키려고 꼼수 쓰지 마라
KBS가 새로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겨냥해 “방송 독립성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냈다. ‘방통융합 관련 동향 및 전망’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방통위가 무소불위 권한을 갖게 돼 강압적이고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정책을 신속하게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 의도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KBS에 대한 국민적 개혁 요구에 맞불을 놓아 그동안 누려온 지상파 독과점체제 등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꼼수다.
이런 속내는 이 보고서가 “신문 방송 겸영과 케이블TV 내 보도전문 및 종합편성채널 소유까지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은 세계적 추세인데도 이런 주장을 늘어놓는 것은 신문의 방송 진입을 막겠다는 속셈에서다. 겉으로는 방통위의 독립성을 걱정하지만 사실은 밥그릇 지키기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턱없는 고임금 등 방만경영과 편파방송으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아온 KBS와 정연주 사장은 이런 보고서를 낼 자격이 없다. 정 사장은 방통위의 중립성을 걱정하기에 앞서 KBS가 공영방송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KBS 안팎의 퇴진 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 그러는 것이 그나마 정권의 하수인으로서 KBS를 왜곡하고 국민을 오도(誤導)한 죄를 씻는 길이다.
지난 정권 아래서 방송위원회가 방송독립이라는 제 역할을 했다고 믿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방송위는 정권의 코드에 따라 독립성을 상실한 채 방송을 선전도구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에 따른 방송 저널리즘의 후퇴는 물론 방송 산업과 기술 발달에 끼친 손실이 막대하다. 새 정부 아래서 방송위를 대체할 방통위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파나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 명실상부한 방송의 독립성을 복원할 수 있으리라는 이유에서다.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그런 노력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기껏해야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한 논리로 발목을 잡으려 해서야 되겠는가. KBS는 방통위를 문제 삼기에 앞서 권력과 입맞춤으로써 언론의 정도(正道)를 포기한 데 대한 반성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80326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바람직하다
국토해양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시된 새 정부 주택정책의 기본 틀은 정부가 서민주거 안정에 주력하고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이 공급되도록 하여 근본적인 시장 안정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 주목할 점은 역세권 등 직장과 근접해 출퇴근이 용이한 지역에 대해 용적률을 높여 고밀도 복합개발을 유도하고, 재건축 재개발 절차를 개선하여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소득 증가에 따라 고급화하는 주거 수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여 주거 수준 향상과 근본적인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전향적인 접근이다.
도심의 고밀도 개발은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공급 확대뿐 아니라 도시 공간 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인건비가 비싸지면 설비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경영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신도시가 건설되는 서울 외곽 지역이나 땅값이 훨씬 비싼 도심지역이나 아파트 층수가 같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도심을 고밀도로 복합개발하면 귀중한 토지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교통 수요와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정부 계획대로 용적률 인상과 함께 층고제한이 완화되면 건물과 건물 사이에 널찍한 여유 공간을 확보하면서 지금보다 넓은 공급 연면적을 확보할 수 있고 스카이라인도 개선될 것이다.
지난 정부는 재건축을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의 뇌관으로 지목하고 강력하게 규제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에는 소형 평형 건설 의무비율, 임대주택 건설 의무, 일반 분양분에 대한 분양가 규제와 후분양제, 기반시설부담금 등 원인자 부담금, 그리고 별도의 개발부담금 등이 중복 적용된다. 이들 규제의 합리적 개선이 재건축 정상화의 선결조건이다.
더 어려운 과제는 단기적인 시장 불안을 관리하는 일이다. 규제 완화가 발표되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은 즉각 상승하는 반면 공급 확대 효과는 상당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규제 완화를 언제 하든지 피할 수 없다. 정부가 정책 효과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국민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적절한 개발이익 환수는 필요하지만 사후적인 개발이익 환수에 집착하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정부의 지혜를 기대한다.
[서울신문 사설-20080326수] 생필품 52개로 물가 잡겠다는 발상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52개 생활필수품목을 집중 관리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밀가루, 라면, 배추, 세제, 휘발유, 자장면, 전철요금, 학원비, 쌀 등 서민가계에서 지출비중이 높으면서 최근 가격이 급등한 품목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생필품 50개 집중관리’ 지시를 내린 지 8일만에 품목과 관리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이들 품목에 대해 10일 주기로 가격동향을 조사하고 수입에서 생산,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점검키로 한 만큼 인플레 기대심리를 억누르는 데 적잖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을 점검하더라도 ‘인위적으로’ 관리할 계획은 없다고 주장한다. 유통체계 개선과 매점매석 단속, 할당관세 인하, 시장진입 애로요인 해소 등 경쟁 촉진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앞으로 진행과정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같은 시장친화적인 접근법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벌써 52개 생필품의 담당부처를 구획정리하는 등 관료적인 통제발상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렇게 된다면 시장친화적인 수단은 뒷전으로 밀리고 경쟁적으로 가격 통제에 나설 것이 뻔하다.
물가는 수요측면에서는 통화량, 소득, 소비성향 및 인플레 기대심리 등이, 공급측면에서는 생산기술 및 설비투자, 수출입, 자연조건 등이 영향을 미친다. 또 원자재가격, 환율, 임금, 세금, 금융 및 유통비용 등 비용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물가가 결정됨에도 공급부문에서만 관리를 강화한다면 시장 왜곡과 함께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단기 성과주의에 얽매이지 말고 근본 처방에 주력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칼럼-생태칼럼/박남준(시인)-20080326수] 할미꽃을 보며 순리를…
봄날 강을 따라 걷는 길가에 꽃들이 피어납니다. 매화꽃 싱그러운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고 노란 민들레꽃이며 연보랏빛 개불알풀꽃과 분홍빛 광대나물꽃들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피어나는 꽃들을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노란 산수유와 생강나무꽃이, 목련이 흰 나비 떼를 무리무리 펼쳐놓았다고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의 길을 떠난 지도 벌써 40여일이 넘었습니다.
창녕, 의령, 남지, 낙동강을 따라 흐릅니다. 엊그제는 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없어서 산을 넘어 가로지르는데 산비탈에 피어있는 진달래꽃을 보았습니다. 그래 진달래꽃이 피었구나. 혼자 뜰 앞에 오는 봄을 맞이하고 있을 떠나온 집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쯤 앞마당에도 진달래꽃이 환하겠지. 집에 있었으면 찹쌀반죽을 하고 그 고운 진달래꽃, 마음 독하게 먹으며 눈 찔금 감고 똑똑 따서 화전놀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꽃들 피어나는 봄날, 그러나 며칠 동안 강을 따라 걷는 길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곳곳에서 골재채취를 하느라 윙윙거리는 기계소음 때문만은 아니고요. 강변에 드넓게 펼쳐 있던 눈부신 모래밭을 볼 수 없게 되었던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강물이 더더욱 흙탕물이 되어 스스로 정화시킬 수 있는 자정능력을 빼앗기고 있는 현장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도 아니었고요. 화전놀이를 하지 못해서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영산강을 언급하며 운하를 만들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낙동강을 한번 쓱 쳐다보고 낙동강이 죽어가고 있더라 운하를 만들어서 어쩌고저쩌고 한 이재오 의원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강물이 왜 죽어 가는가. 수질은 왜 이렇게 개선되지 않는가. 강이란 강마다 그 잘난 수중보와 하구언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공장의 오폐수가 무단 방류되며 과도한 소비향락적인 생활습관으로 인해 다 처리되지 못하고 바로 강으로 유입되는 각종 폐수와 생활하수들 때문입니다.
무자비한 골재채취로 인해 강으로 유입되는 지천들의 수량은 같은데 여과시키고 정화시킬 모래사장이 없이 강폭은 넓어지고 골재를 파내느라 깊어진 웅덩이들 속에서 물이 고여 썩어가지 않는다면 그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운하가 바로 그와 같습니다. 운하가 수질을 개선시킨다니 그런 터무니없는 말은 어디서 배웠을까요.
어제는 봄비를 맞으며 힘겹게 걸었는데 오늘 비 개어 화창합니다. 강가엔 연둣빛 버들잎들 살랑거리고요. 어 저게 뭐지? 순례의 걸음을 멈춰 돌아보니 살며시 고개 숙인 할미꽃입니다. ‘익을수록 겸손하라, 고개 숙여라. 맞다. 저게 순리다.’ 운하, 나이나 지위를 앞세워 억지부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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