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7월 3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7. 3. 15:23
2006년 7월 3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불가피한, 그러나 실망스러운 개각 예고

노무현 대통령이 금명간 할 부분 개각의 내용이 예고됐다.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에 전ㆍ현직 청와대 정책실장을 앉히는 게 핵심이다.
이번 개각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우선 5ㆍ3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마음이 정권을 떠났음이 확인됐다.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전체적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반발, 특히 서민 생활기반의 동요가 가져온 현재와 미래의 불안이 주된 요인이다.

교육현실과 동떨어지고, 교육 외적 논리에 흔들린 교육정책도 한 요인이다. 따라서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집중된 경제와 교육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개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전ㆍ현직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란히 경제ㆍ교육부총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국민의 관심과 우려에 제대로 답하는 길이 아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경제에 밝고, 실용주의적 시각도 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책수석을 지내며 입안한 일련의 정책이 가져온 결과로 보아 현재의 변화 요구에 부응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빚은 물의가 기본적으로 교육 마인드 결여에서 비롯했다면, 그 뒤를 이을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번 개각은 국민적 변화 요구에 따른 게 아니다. 본격적 레임덕에 대비해야 하는 정권 내부의 필요성에 따른 친위 개각의 성격이 짙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부동산 관련 조세정책의 미세조정을 밝히면서도 주요 정책의 골간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미 레임덕이 시작된 마당에 본격적 정책 변화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이번 친위 개각은 좋게 말해 정책 기조의 안정적 유지가 목표지만 달리 말하면 퇴진이 다가오는 정권이 중요한 자리에 최대한 측근을 박으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리에서 힘이 나오는 현실정치의 속성 상 권력 누수를 늦추는 길이자, 논공행상의 매듭이기도 하다. 아직 한참 임기가 남은 정권의 이런 자포자기가 우리를 실망스럽게 한다.


[한겨레신문] 여성보호 진일보한 민법 개정 시안

법무부가 결혼한 여성의 재산 관련 권리를 강화하는 민법 일부 개정 시안을 어제 발표했다. 재산을 상속할 때 배우자 몫을 전체의 절반으로 하고, 혼인 중에도 재산 분할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각계에서 꾸준히 제기한 요구들이 꽤 반영된 결과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상속과 관련된 규정이다. 지금까지 재산을 상속할 때 부인의 몫은 자식이나 시부모보다 50% 많았다. 자식이 많을수록 부인의 몫은 줄어드는데, 이래서는 재산을 형성하는 데 부인이 기여한 부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배우자의 몫을 전체의 절반으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다만 자녀가 하나뿐인 가정과 관련된 보완 장치는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런 가정의 부인 몫은 60%인데, 개정 시안을 따르면 도리어 10%포인트 준다. 물론 이 제도는 부인의 재산을 상속하는 남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것도 중요한 변화다. 배우자가 재산을 탕진할 것 같다거나 부양의무를 저버린 때 또는 3년 이상 별거할 때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양도소득세나 증여세 같은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재산분할을 악용하는 걸 막는 장치는 꼭 필요하다.

시안에는 협의 이혼의 절차를 좀더 까다롭게 하는 규정도 들어있다. 협의 이혼 전에는 가정법원의 이혼 관련 안내를 받아야 하고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석 달 동안 ‘이혼 숙려기간’을 두도록 했다. 또 누가 자녀를 양육하고 양육비는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를 합의해서 법원에 제출해야 이혼이 가능하다. 섣부른 이혼에 따라 자녀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배려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협의 이혼의 절차가 너무 까다로운 건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부부의 재산 관계와 이혼 문제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측면이 있는 미묘한 문제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신중한 검토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여성 권리 신장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 작업을 통해 쓸데없는 논란과 반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동아일보]‘失政참모’ 김병준 씨가 교육까지 ‘칼질’하면

교육부총리로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 기용이 확정적이라고 한다. 그는 평소 지인들에게 “총리는 나이(52세) 때문에 그렇고, 교육부총리를 한번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본인이 자리를 탐낸다는 사실 말고는 그가 교육수장이 돼야 할 이유를 우리는 모르겠다. 그는 행정학 교수였다지만 ‘교육행정’까지 섭렵한 인물은 아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1993년부터 정치인 노무현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참여한 이래 노 대통령의 손꼽히는 심복이라는 정도다.

노 대통령은 작년 7월 당시 김 실장이 “헌법처럼 고치기 힘든 부동산 제도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이를 보도한 기사를 “가장 좋은 기사”라고 신이 나서 말한 바 있다. 그 뒤 부동산값 급등으로 국민의 고통은 커졌고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그를 교육부총리에 앉힌다면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교육문제가 부동산과 함께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며 “교육정책의 본질과 실질적 효과를 깊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평둔화(平鈍化) 교육으로도 부족해, 더욱 급진적인 정책을 써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 발언이다. 김 씨가 대통령의 이런 생각대로 교육을 끌고 간다면 ‘교육폭탄’을 안기지 말란 법이 없다. 그는 부동산 세금 급등에 반발하는 국민에게 “세금폭탄 아직 멀었다”고 ‘협박’한 전력(前歷)이 있다.

부동산 정책은 물론이고 행정수도 이전, 지방화와 분권화, 정부조직 혁신 등 김 씨가 관여한 정책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제 교육경쟁력까지 망가뜨릴 셈인가.

김 씨는 2004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당시 행정고시와 외무고시 합격자의 20%를 지방 출신으로 뽑는 ‘지방 인재 채용목표제’를 도입했다. 그가 교육부총리가 된다면 이런 식의 ‘기계적 균형’을 교육정책의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구조조정을 빙자한 국립대 평준화 등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 억제, 공영형 혁신학교 추진 등 논란이 많은 정책은 더 강화될 소지가 있다. 이로 인해 중등교육의 평둔화에 이어 대학에서의 수월성(秀越性)교육까지 실패한다면 나라의 미래는 더 어두워질 뿐이다.


[조선일보] 産別노조, 勞使가 함께 죽는 길이어선 안 된다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비롯해 기아자동차·GM대우자동차 노조 등 완성차·부품업체 13개 노조 조합원 9만여명이 지난달 30일 현재의 단위사업장別별 노조에서 産業別산업별 노조체제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각 회사별로 노조활동을 하던 것을 자동차업종이 하나로 뭉치고, 더 나아가 금속을 사용해 물건을 만드는 업종이 하나로 뭉친 ‘금속산업노동조합’ 밑으로 들어가 支會지회가 되는 것이다.

2001년에 만들어진 기존 금속노조는 100여 중소 금속업체 노조들의 모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 노조들이 대거 合勢합세함으로써 자동차, 조선, 철강, 냉장고 등 10여개 업종에 16만명이 참여하는 거대 노조로 몸집을 불리게 됐다. 오는 10월쯤 ‘전국금속노조’라는 이름으로 출범식을 다시 가질 것이라고 한다.

産別산별노조 체제는 이론적으로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零細영세 중소업체 노조들의 교섭력을 높여주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교섭을 산별 대표에게 맡김으로써 개별 사업장은 교섭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마다 서로 다른 경영환경과 실적을 무시한 획일적이고 무리한 요구가 잦아지고 노조가 전국 조직을 무기 삼아 툭하면 대규모 파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短點단점이다. 산별 교섭이 끝난 뒤에도 개별 회사별로 다시 二重이중·三重삼중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산별노조 체제는 세계적으로 1970~80년대를 끝으로 힘을 잃어가고 있다. 만성 罷業病파업병을 앓았던 영국은 80년대 초반까지 탄광·철도 産別산별노조가 허구한 날 전국단위 파업을 하며 경제를 뒤흔들었지만 대처의 개혁으로 기세가 꺾였다. 독일도 전통적으로 산별 노조의 전통이 세지만 2000년 이후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이름만 유지할 뿐 사실상 대부분 노사교섭이 개별 사업장에 위임되고 있는 추세다.

노동계는 내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노조 專任者전임자 임금이 끊기면 기존 단위사업장별 노조체제가 흔들리게 되기 때문에 그 대응책으로 ‘산별노조’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주장대로 ‘노동자가 사회 중심세력이 되기 위해 정치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시대착오적 투쟁방식은 잠시 노조의 이익을 키울지 몰라도 결국 노사 共滅공멸을 부채질하는 독약일 뿐이다. 노동계는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왜 1977년 25%에서 지금 10.6%까지 추락했는지부터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미·일 밀월, 어떻게 봐야 하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최상의 우애를 과시했다. 고이즈미가 부시에게 "자유.정의를 지키려는 당신을 존경한다"고 하는 등 두 정상은 상대방을 최고로 치켜세우는 발언을 주고받았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가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인 점을 감안, 그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엘비스의 생가가 있는 멤피스를 방문하는 최고의 환대를 베풀었다.

두 정상의 이 같은 밀월 과시는 고이즈미의 집권 5년 대외정책 기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중국과는 마찰을 불사해도 미국만큼은 어떻게 해서라도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다. '친미 일변도'의 외교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시와는 지금까지 무려 10여 차례 만났다. 심지어 지난해 정상회담 때는 부시 대통령의 죽은 애완견에게까지 조의를 표할 정도였다. 그래서 일본 야당 등으로부터 "고이즈미는 미국에 붙어다니는 졸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일.미 동맹은 일본의 안보를 좌우할 중대한 문제"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신 "일본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에서도 미국에 신뢰할 만한 동맹이 돼야 한다"며 북핵.이라크 파병 등에서 부시의 외교정책에 보조를 맞춰 왔다.

이런 미.일 동맹의 강화를 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 그동안 동북아균형자 등으로 불협화음을 보여온 한.미 동맹이 좀처럼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도 "한.미 관계는 이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쪽에선 "북한 미사일보다 더 위험한 것은 한.미 간 분열"(미첼 리스 전 미 국무부 정책실장)이라는 등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일 동맹 강화에는 북한을 '가상 적'으로 간주하는 두 정상의 인식공유도 한몫했다. 그러나 한국으로선 그런 기조와 함께 북한이 '화해협력의 상대'라는 측면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의 강화와는 심각하게 엇박자로 나가는 모습이 지속되는 것은 우리 국익상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4강에 둘러싸인 우리로선 미국과 진정한 동맹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주변 강국으로부터 대접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환경오염 부담, 미군 훈련장 확보 등 한.미 간 현안이 하염없이 지체되고 있다. 정부는 "한.미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만 하지 말고 이런 사안들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수사(修辭)에 불과한 '자주'란 말은 자제해야 한다. 그동안 이 정부는 '미국에 뻗대는' 언사는 많이 구사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이라크 파병, 전략적 유연성 인정 등이 그 예다. 오히려 이런 요구 수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수사와 실기(失期)로, 상응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고이즈미 외교가 잘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정권처럼 줄 것 주면서도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고 국내적으론 논란만 일으키는 외교는 더더욱 잘못된 것이다.


[경향신문] 급식사고,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보건당국이 이번 수도권 지역 학교 급식 사고의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2,781명의 환자 중 121건의 가검물에서 노로바이러스의 양성결과를 얻었지만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비롯돼 어떻게 학생들 체내로 들어갔는 지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상 최대규모인 이번 급식 사고에서도 법적 책임을 지는 업체는 없게 됐다. 피해자는 있어도 누구 잘못인 지 알 수 없으니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음식재료를 추적해 노로바이러스를 찾는 게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소연한다. 과학적 한계가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늑장 대응이 화를 키웠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집단급식사고가 지난달 20일 발생했음에도 23일에야 첫 공동역학조사 회의를 가졌고, 노로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의심되는 지하수 채취에 들어간 것은 25일이 되어서였다.

노로바이러스는 식중독의 주요 원인균이다. 2003년의 대규모 식중독 사고도 노로바이러스가 원인균이었다. 노로바이러스는 식재료에서 검출하기 어렵고 지하수에서는 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국이 즉각 지하수 조사에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같은 성격의 사고가 반복하는 것은 과거 사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어리석음 때문이다. 당시에도 원인 규명에 실패하자, 대부분의 급식업체들은 검찰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급식사업을 재개했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된다. 원인규명이 안된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사람이 없으면 사고 재발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학교·보건당국의 대응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 지 되짚어 조사해 책임자를 가려내야한다. 경질되는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급식파문에 사과한다고 슬쩍 한마디 덧붙이는 것으로 어물어물 넘어가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