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6월 28일 수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6. 28. 13:02
2006년 6월 28일 수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팔당호 수질 개선에 적극 호응해야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팔당호 수질 개선 종합대책(안)을 밝혔다. 수질 개선의 최종 수혜자인 서울시에 앞서, 주된 오염 책임자인 경기도가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선 듯한 모습이 보기 좋다. 팔당호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경안천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도 실효성 기대를 높였다.

종합대책의 핵심은 하수처리장과 하수도, 산업ㆍ축산 폐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확충이다. 1조 5,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원 마련이 문제가 되겠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대책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수관을 거치지 않고, 빗물을 타고 유입되는 도로나 농지의 오염물질을 거르기 위해 물가에 자연생태습지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마찬가지다.

다만 벌써부터 논란이 무성한 경안천 하구의 퇴적물 준설계획에 대해서는 신중한 과학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팔당호 준설 문제는 오랜 논란을 거쳐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볼 수 있다. 퇴적물의 오염물질 용출이 극히 미미한 반면 준설에 의한 부유물질의 증가나 하상 생태계의 파괴 등 부작용이 크다거나, 비용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번 준설 계획이 팔당호 전체가 아닌 경안천 하구 지역을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준설에 의한 오염물질 부유와 하상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할 준설 기술이 개발됐고, 대상 지역의 퇴적물 오염물질 용출이 과거 조사결과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등의 설명으로 보아 과거의 결론에 매달려 있을 이유는 없다.

1,000억원의 예산으로 경안천 하구 76㎞ 구간에서 510만㎥의 퇴적물을 제거할 경우의 비용 대 효과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기초시설 확충 비용의 15분의 1임을 감안하면 준설 배제의 근거가 되긴 어렵다.

따라서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정밀한 타당성 조사와 소규모 시험 준설을 거치고, 그 효과 분석 결과에 따라 준설 여부를 결정하면 그만이다. 그 때까지 필요한 것은 의욕과 논란이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의 적극적인 호응과 국민적 관심이다.


[한겨레신문] 보건관료의 무사안일, 국정조사로 파헤쳐야

2천여 식중독 환자를 낸 대형 급식사고를 두고 이에 대응하는 당국의 태도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이런 냉소가 흐른다. ‘무식한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약청장, 무책임한 식약청과 질병관리본부 관료들, 돈만 아는 씨제이그룹!’

이번 집단 식중독의 원인균은 노로 바이러스로 드러나고 있지만, 노로 바이러스는 현행 식중독 검출 규정에 포함돼 있지 않다. 엊그제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몇몇 의원이 이런 사실을 지적하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문창진 식약청장은 “식품에서 노로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식품공전에 넣어도 효과가 없다”고 태연스레 답변했다. 대단한 배짱이다.

노로 바이러스는 지난 4년 동안 3천명 이상의 학생에게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다. 이렇게 중요한 질병 원인을 두고도 검사방법을 아직 확립하지 않았다면, 국민 건강을 책임진 보건당국으로선 명백한 직무유기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는 이번에 환자 검삿감에서 노로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검출방법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던 셈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하수 오염 조사도 이 방법을 근거로 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식약청은 몇 해 전 식품을 통한 노로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에 대해 주의보를 발동한 바 있다. 노로 바이러스를 감시대상 전염병으로 정한 셈인데, 이는 공정시험법의 확립을 전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장관과 청장의 배짱은 소관 업무에 대한 무지나, 국민을 속일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게 분명하다.

이들이 대책으로 거론한 식품안전처 설립이나 학부모급식감시단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새 기구도 지금처럼 무책임한 관료들의 차지가 될 터인데, 어떻게 제대로 관리·감독을 할 수 있을까.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학부모들이 감시하고 찾아낼 수 있을까.

따라서 당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씨제이 같은 대기업, 무사안일에 빠진 철밥통 관료집단을 감시하는 제도와 운영방안을 확립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이번 기회에 독립적이고 신망있는 전문가와 식품업계 관계자들을 활용해, 사건의 전말을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 관리·감독기구의 잘잘못이 드러나야 예방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정조사가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 産別노조, 결국 조합원 어렵게 할 惡手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자동차 노조가 오늘부터 사흘간 ‘전국금속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다.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기업단위 개별노조에서 산업별(산별·産別)노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말까지 20여 개 사업장에서 같은 투표가 실시된다.

민주노총과 해당기업 노조는 산별노조로 전환해 뭉치면 교섭력이 강해져 조합원들에게 득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별노조는 개별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약이 아니라 독(毒)이 되기 쉽다는 게 외국의 경험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결국 부실기업으로 전락해 대규모 감원(減員) 없이는 지탱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지경에 이르러서야 론 게텔핑거 UAW 회장이 최근 ‘노조의 변화와 희생’을 외치고 있지만 미국 자동차 회사와 그 노동자들의 고행(苦行)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산별노조 체제에선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상층부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개별 사업장의 경영사정과 근무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일률적 합의를 이뤄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운동가들은 현장과 따로 놀면서 ‘정치적 투쟁’을 일삼고 조합원은 수시로 파업에 동원되기 십상이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른데도 산별노조가 전국단위 교섭을 통해 동일한 근로조건과 급여를 강요하는 것은 우선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견뎌 내기 어렵다. 지역별 지부별로 이중 삼중의 협상을 해야 하는 것도 지극히 소모적이다. 산별노조가 일시적으로는 노조 이익을 키울지 몰라도 결국 기업경쟁력이 떨어져 노동자가 아예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민주노총은 지도부의 잇단 비리와 무분별한 정치투쟁으로 국민의 등 돌림과 노조 가입률 하락을 자초했다. 그러자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산별노조 카드를 들고 나온 듯하다. 하지만 산별노조를 통해 노사관계 불안을 가중시키고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추락을 부채질하면 결국 노동자들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중앙일보] 공무원 연금 개혁 일정 먼저 밝혀라

공무원.사학.군인연금 개혁안이 연말까지 나올 전망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4월 재원배분회의에서 관련부처 장관들이 올해 말까지 개혁안을 만들기로 합의했으며 장관들끼리 깊이 있게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은 행정자치부, 사학연금은 교육부, 군인연금은 국방부가 개혁안을 만들고 있으며 내년에 처리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재정 재계산을 포함해 몇 가지 개선 방안을 만들고 있고 군인연금은 지난달에 개선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논의를 시작했다.

이들 3개 연금이 개선 작업에 나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 이후 거의 매년 적자를 냈고 2001~2005년 적자를 메우느라 1조원의 세금이 들어갔다. 군인연금은 출범 10년 만인 73년 이후 계속 적자가 났고 매년 수천억원의 국고가 들어가고 있다.

이대로 두면 2010년에 공무원연금은 2조8000억원, 군인연금은 1조3000억원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적자는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양호하다는 사학연금도 2026년이면 기금이 고갈된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내는 돈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을 타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33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고 퇴직하면 월 300만원이 넘는 연금을 타지만 비슷한 조건으로 국민연금에 들면 연금액이 120만~130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연금액(소득대체율)을 중장기적으로 퇴직 전 3년 평균소득의 76%에서 50% 이하로 깎거나 보험료(17%)를 30%까지 올려야만 적자를 면할 수 있다. 3개 연금에 새로 가입하는 사람은 국민연금에 들게 하고 퇴직연금제를 적용하며, 기존 가입자는 서서히 국민연금과 같은 틀에 맞춰나가면서 연금제도를 하나로 합치는 방안도 논의해볼 만하다.

3개 연금 개혁은 일정상 가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대신 대통령이 나서 '연말까지 개정안 마련, 임기 만료 전 개정' 일정을 분명히 하라. 그래야만 국민이 국민연금 개혁에 동의할 것이다.


[경향신문] 우리를 감동시킨 워런 버핏의 기부

워런 버핏은 세상이 그에게 붙여준 ‘오마하의 현인(賢人)’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현명하고 위대한 결정을 했다.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워런 버핏이 재산의 85%인 3백70억달러어치 주식을 5개 자선단체에 기부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우선은 빌 게이츠에 이은 세계 두번째 부자가 역대 기부액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를 내기로 했다는 것이 세상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그에게 더 큰 존경심을 갖게 하는 대목은 자신의 세 자녀와 작고한 아내를 위해 만든 4개 자선단체에는 60억달러만 기부하고 3백10억달러는 친구인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주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만든 재단을 키우기보다 훌륭하고 큰 재단에 기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더구나 그가 아직도 50년 전 고향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3만1천5백달러를 주고 산 집에서 검약한 생활을 하고 있다니 참된 부자의 모습은 정녕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부(富)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이기심을 자양분으로 하는 서구 자본주의의 병폐를 걱정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부자든 보통사람이든 너나 없이 참여하는 활발한 기부문화가 그같은 병폐를 완화하고 그 사회를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다행히 우리 사회에도 나눔의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평생 안 먹고 안 쓰며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대학에 기부하는 할머니도 있고 주말에 자녀와 함께 양로원 등에서 봉사하면서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가족도 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런 분위기가 아직 부자들보다는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러 재벌이 큰 액수를 기부하지만 여론의 압력에 의해 사죄의 뜻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진정한 기부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부자가 존경 받는 사회’는 부자들 스스로 만든다는 것을 워런 버핏이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