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6월 19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6. 19. 12:45
2006년 6월 19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남북관계는 안전 평화 통일 순이라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전군 주요 지휘관과의 대화에서 남북관계 우선 순위에 대해 “안전이 첫째, 평화가 둘째, 셋째가 통일”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대북 정책기조를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우선 “대북 지원은 1차적으로 평화의 비용, 2차적으로 통일의 비용”이라거나 “대북 지원은 북한에게 전술ㆍ전략적 이익을 주어 우리를 위태롭게 하자는 게 아니다”는 등의 앞뒤 발언이 그렇다. 최근 일련의 상황이 불러온 국민적 의구심을 씻으려는 해명성 발언이다.

즉,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미사일 위기까지 겹쳐 국제적 대북 압박 기류가 강해지고 있고, 6ㆍ15 축전을 계기로 대북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대북 정책기조가 어디까지나 안전보장과 평화공존을 전제한 것임을 강조하려는 취지이다.

군단장급 이상 군 지휘관 120여명을 앞두고 행한 연설이라는 점에서 그 뜻은 한결 분명해 보인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한의 도발 가능성 언급이나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말까지 립 서비스로 들린다.

그러나 노 대통령 스스로 ‘확고한 원칙’이라고 밝혔듯, ‘안전, 평화, 그리고 통일’이라는 우선순위는 결코 구두선에 그칠 일이 아니다. 더욱이 “국민 중에서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추측이 맞다면 우선순위의 기본원칙은 더욱 확고해져야 한다.

‘안전, 평화, 그리고 통일’은 ‘대북 안전보장, 대북 평화공존, 대북 통일’의 에두른 표현이다. 대전제는 역시 대북 안보다. 이런 인식은 북한 정권의 호전성이나 침략성 때문에 필요한 게 아니다.

한반도 주변의 미묘한 정세는 특정 정권의 주관적 성격이나 의사와 관계없이 언제든 돌출행동을 부를 수 있다는 객관적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불안한 한반도정세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태세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국민에 앞서 대통령과 정부가 우선 그래야 한다.


[한겨레신문] 하층 노동자 보호 꼴찌인 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실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보호가 가장 미흡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 기구가 올해 내놓은 경제정책 개혁 관련 보고서를 재경부가 분석한 결과다. 멕시코·터키 같은 제3 세계와 동유럽 나라들도 회원국인 것을 생각하면, 우리보다 경제가 나을 것 없는 나라에 비해서도 하층 노동자 보호가 미약하다는 얘기다.

자료를 보면, 교육 수준은 핀란드·일본과 더불어 최고이고, 각종 경제 규제도 분야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평균 안팎이다. 유독 뒤떨어지는 분야가 실업자 보호, 법정 최저 임금,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보건비 지출 비중 등이다. 보건비 비중은, 가장 높은 미국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의료의 질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이 수치만으로 우리의 보건 수준이 최하라고 단정할 순 없다.

이렇게 보면 하층 노동자 보호만 유독 떨어지는 셈이다. 특히 실업자의 사회보장 혜택이 그렇다. 실업 첫해에는 그 전에 받던 임금의 55% 정도이고, 5년 이상 장기 실업자는 40% 정도다. 이탈리아·미국·헝가리 등과 함께 하위권에 드는 수치다. 최저임금도 중위임금(전체 노동자의 중간임금)의 25% 정도로 멕시코에 이어서 두번째로 낮다.

개발기구는 “형평성과 효율성 우려를 제기하는 비정규직 증가 완화를 위해 정규직의 집단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사회안전망 특히 고용보험을 확충할 것”을 권했다. 대책으로 정부는 노동 관계 개혁 이행계획을 마련해 검토하는 상태다. 하지만 개발기구의 권고나 정부의 대응은 객관적 수치로 볼 때 별로 적절하지 않다. 정규직 보호가 과도한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보고서의 국제 비교를 보면 회원국 평균보다 약간 높을 뿐이다. 문제는 주요국 수준에 한참 미달하는 하층 노동자 보호대책이지,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규직 보호제도를 완화하는 게 아님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동아일보] 北, 미사일 쏘아 김정일 체제 ‘몰락’ 자초하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 시험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대화군에서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이 미사일이 1998년 대포동 1호에 이어 발사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에 충격적 파장을 낳을 것이다.

김정일 정권은 발사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도발에 따른 모든 책임은 김 국방위원장의 몫임을 엄중히 밝혀 둔다.

북의 미사일 위협은 위기상황을 조성함으로써 미국을 양자(兩者)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려는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이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김정일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그 속셈을 아는 미국이 북의 뜻대로 움직여 줄 리 없다. 위폐와 금융제재로 마찰을 빚고 있는 양국 관계만 더 악화될 뿐이다.

미국은 이미 “북이 시험발사를 감행한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도 “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질 경우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미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 제재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북의 미사일 발사는 결국 6자회담 체제를 와해시키고,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강경책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노선에 더욱 힘을 실어 주며, 중국의 조정자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다. 결과는 김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정권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

남북관계 역시 어려워진다. 북을 일방적으로 두둔해 온 노무현 정부는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더는 외면하기 어려워진다.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당장 남한 내부의 반발부터 견디기 힘들 것이다. 노 정권 출범 이후 북을 비호(庇護)하고 지원한 대가가 핵무기 보유 선언(2005년 2월)에 이어 핵탄두를 실어 나를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면 어떤 국민이 대북 지원을 지지하겠는가.

정부는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남북 교류 및 협력이 중요해도 이런 상황에선 의미도 효과도 없다. 김정일 정권과 운명을 함께하겠다며 국제사회와 정면 대결할 생각이 아니라면 미일과의 전통적인 공조를 회복해 북한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선 경제 지원부터 중단할 각오를 해야 한다. ‘민족끼리’나 외치고 있을 한가한 때가 아니다. 자칫하다가는 남북이 공멸할 수도 있음을 알고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조선일보] 江北에 좋은 학교 만들면 된다

서울시교육청이 빠르면 지금 초등 6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0년부터 시행할 네 가지 先선지원·後후추첨 案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두 가지는 서울시내 어느 學群학군이든 2개 학교씩 골라 1, 2지망으로 지원케 한 뒤 추첨으로 配定배정하고, 추첨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다시 자기 학군에서 1, 2 지망을 써내게 해 추첨한다는 것이다. 다른 두 가지는 서초·관악, 강남·송파 식으로 인근 학군끼리 묶은 ‘통합학군’을 만들어 선지원·후추첨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작년 강남구에선 인문계 졸업생 1000명 중에 25.4명이, 서초구는 23.5명이 서울대에 갔다. 강북 어느 학군에선 그 숫자가 2.8명이었다. 그만큼 학교 간의 학력 隔差격차가 큰 것이다. 江南강남 학교 학생들이 좋은 內申내신 등급을 받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학력 격차는 더 크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선 강북에 살더라도 강남의 학교에 다닐 길을 열어두는 것이 공평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학군을 이리저리 얽고 지원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게 근본 解法해법이 될 수는 없다. 해결책은 사실 간단하다. 강남에 좋은 학교가 많아서 학생이 몰리고 아파트값이 뛰는 것이라면 강북에도 강남만큼, 아니면 강남보다 더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면 되는 것이다. 물론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걸릴 것이다. 하지만 자녀를 한국 학교에서 脫出탈출시킨 사람들이 외국에 뿌리는 돈이 한 해 7조원이다. 교육예산의 4분의 1이다. 시범적으로라도 좋은 학교를 강북에 만들어 그 돈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면 안 될 게 없는 일이다. 이 기회에 강북 뉴타운들에 자립형사립고도 좋고 과학고·국제고·혁신고도 좋으니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학교들이 대학입시에서 不利益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게 하면 된다.

강·남북 교육격차를 완화한다며 短期단기 대책으로 땜질해봐야 시간이 지나면 또 때울 곳이 생겨나고 교육은 누더기가 된다. ‘강남 허물기’식 理念的이념적 접근에서 벗어나 實事求是的실사구시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고 싶어할 학교다운 학교를 강북 곳곳에 많이 세우는 일이다. 그런 긴 眼目안목의 근본대책에도 손을 쓰면서 그 위에서 단기 대책도 함께 시도하라는 말이다.

[중앙일보] 빌 게이츠 회장의 아름다운 용단

아무리 힘들어도 이래서 세상은 살맛이 나는가 보다.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사 회장이 일상적인 회사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자선사업에만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500억 달러로 추산되는 재산 중 가족 몫으로 1000만 달러(약 96억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환원할 작정이라고 한다. 이제 그의 나이 51세. 절정의 시기에 아름다운 퇴장을 결심하기까지 그가 얼마나 힘든 용단을 내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빌 게이츠 회장은 "회사와 자선 업무의 우선순위를 바꾸기로 했다"며 "나는 부를 사회에 되돌려 줄 책임이 있고, 또 최선의 방식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산을 자식들에게 넘겨주기 위해 편법마저 마다하지 않고, 유산 상속을 둘러싼 볼썽사나운 모습도 적잖게 봐 온 우리에겐 신선한 충격이다. 돈이 정말로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빌 게이츠를 통해 알게 됐다. 빌 게이츠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이제 이 세상은 그의 자선사업 덕분에 훨씬 밝고 편안하게 될 것이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기적을 보고 있다. 우리는 이제 세계 최고의 기업가를 한 명 잃게 됐다. 동시에 누구라도 존경해야 마땅할 위대한 인물을 얻었다. 그에게 '위대한 게이츠'라는 호칭을 붙여도 무방할 듯하다. 그의 결단이 이 세상의 모든 부자에게 모범이 되고, 도덕적 부담이 되기를 바란다.


[경향신문] 임금피크제 확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지난주 말 총리 주재로 열린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에서 매우 의미있는 합의가 이뤄졌다. 연석회의는 올 초 총리와 부처장관급, 재계,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종교계, 여성계, 학계 등 각계 대표 32명으로 출범한 기구다. 이 회의에서 국공립보육시설 확대, 임금피크제 전면 확대 등을 담은 사회협약문을 채택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문제에 정부와 각계 대표가 참여해 사회협약을 도출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임금피크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힘쓴다고 말하지만 제조업의 해외이전, 고용효과가 낮은 정보기술(IT) 중심의 산업 발전, 기업의 투자기피 등으로 솔직히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현재 있는 일자리가 줄지 않도록 하는 데도 정책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정 연령에 이른 근로자의 임금을 낮추면서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는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계속 일할 수만 있다면 임금감소를 감내하겠다는 중장년 근로자가 많은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기업도 고임금 근로자를 자르지 않은 채 절감한 인건비로 젊은 사원을 뽑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이 문제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임금 삭감분의 일부를 보전하는 제도도 얼마전에야 시행했다. 그러니 제도의 확산이 더딜 수밖에 없다.

노사간 협상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여러가지 모델을 만들거나 보전수당 제도를 확대하거나 세제지원책 강구 등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현재는 임금피크제가 정년까지만 보장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정년 이후의 고용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노사합의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