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1일 수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민노총 노사정위 복귀에 기대 크다
민주노총이 1년 만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다. 최대 노동단체인 민노총의 노사정 대표자회의 복귀 결정으로 산적한 노동 현안이 풀릴 수 있는 사회적 대화가 재개된다.
지난해 중단된 대표자회의는 한국노총의 참여로 3월에 재개됐으나, 반쪽 회의에 지나지 않았다. 사회적 대타협을 기다리고 있는 현안은 노사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학습지교사와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의 보호방안 등이다.
양대 노총인 민노총과 한국노총은 근래 다른 노선을 걸어왔다. 한국노총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는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선회한 데 반해, 민노총은 강경파ㆍ온건파 간 노선 다툼 속에 대화보다는 총파업에 의존하는 구태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민노총의 이번 변화는 국내외 노동계의 노선 선회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내부 투쟁동력의 약화와도 관련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강경노선을 접고 온건대화로 돌아선 것은 조직으로서 다행스럽고 사회로서도 환영할 일이다.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노사제도 선진화 입법이 중요한 것은 우리의 불안한 노사관계가 국가 경쟁력과 대외 신인도 하락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우리의 노사관계 경쟁력은 61위로 꼴찌다. 4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내년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 노조제 등을 시행하려면, 노사제도 선진화 입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또한 학습지교사 등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성격을 함께 지닌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3권 적용 범위 등을 논의하는 데도, 민노총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민노총의 참여가 바로 노사정 협상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결할 사안들에 대한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고, 양 노총 간에도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의 노사정 복귀가 투쟁보다는 대화로 돌아서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노조운동의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한겨레신문] 무리한 비행’ 의혹 커지는 아시아나 사고
지난 9일 우박을 맞고 비상착륙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사고 당시 운항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항공사 쪽은 왜 비구름을 피하지 못했느냐는 의문이 커지자 “여객기가 활주로에 접근하는 단계였고 주변의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충분히 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해명만 놓고 봐도, 비구름에서 최소한 10~20마일 이상 충분한 거리를 두고 돌아가는 회피 비행 규정을 어긴 것이다.
사고기는 지상 3000m 비행 때 기체 앞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조종실 앞유리창이 깨지는 아찔한 상황에서 비상착륙을 했다. 조종사와 승무원의 침착한 대응 덕분에 대형사고를 면한 건 천만다행이나, 조종사의 판단 착오나 불충분한 회피 비행 탓에 사고를 자초했다면 문제는 다르다. 사고 시간대에 같은 항로를 운행한 다른 여객기들이 서해상으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회피 비행을 했지만 사고기는 유독 동쪽으로 비구름 가까이 운행하다 사고를 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체 결함 흔적이 발견됐고, 사고 직후 비구름을 통과하려 무리하게 과속을 한 의혹도 있다고 한다.
항공 사고는 정확한 원인 규명이 생명이다. 조그만 가능성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순간적인 실수 하나로 대형 참사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항공사 쪽은 무리한 비행 사실을 입 다문 채 비상착륙에 성공한 점만 선전했고, 조종사 포상을 서둘렀다. 신뢰 추락을 우려해 이런 식으로 과실을 덮으려 하는 건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밝히는 건 당국의 몫이다. 건설교통부는 조종사 포상을 검토하겠다고 거들고 나서기 전에, 조종사의 판단 착오나 운항 규정 위반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조종사들 말로는 빠듯한 운항 일정 등을 이유로 웬만하면 비구름을 뚫고 운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인천공항이 생긴 뒤로는 우회 비행이 훨씬 까다로워진 탓에 갑작스런 기상 변화에 대비할 폭이 좁다는 증언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갑작스런 기상 변화에 대응하는 운항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비상 상황에 대비한 관제 시스템에는 별 문제가 없는지 걱정스럽다. 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과 동시에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도 서둘러 점검하길 바란다.
[동아일보] 김진표 부총리, ‘교육 公敵’으로 남을 텐가
그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2008학년도부터 거주지가 아닌 시도의 외국어고 지원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어학계열 대학 진학 비율이 낮을 경우 외국어고 지정을 취소하거나 학군대로 신입생을 강제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강행해 사학의 자율성을 무너뜨린 정부가 이제 수월성(秀越性) 교육에 힘써온 ‘외국어고 죽이기’에까지 나선 것이다.
김 부총리는 “현재의 일반학교로는 교육혁신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외고나 자립형사립고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개념도 생소한 ‘공영형 혁신학교’다. 노무현 대통령의 ‘혁신’ 구호를 연상케 하는 시범학교에 자녀의 미래를 걸 부모가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오죽하면 교육부 직원들조차 “뒷감당도 못하면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하겠는가.
김 부총리는 노 대통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노선을 충직하게 추종해 왔다. 노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 발언이 나오자마자 김 부총리는 자사고 반대를 외쳤다. 이번 정책도 그 연장선이자 ‘강남 죽이기’나 다름없다. 서울지역 외고들이 자의적(恣意的) 제재를 받으면 학군 내 외고가 없는 강남구 서초구 학생들의 외고 입학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대원외고를 졸업한 김 부총리의 딸도 나이가 어렸다면 외고 진학을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행 고교평준화제도는 헌법에 규정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위헌성을 안고 있다. 외고는 우수학생에게 일정부분 학교 선택권을 주어 평준화의 맹점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마저 느닷없는 규제로 흔드는 것은 중대한 학습권 훼손이다. 선진국에서는 학교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교육개혁 중인데 이마저 뺏는다면 우수학생들은 더 많이 해외로 떠날 것이다. 정부가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는커녕 두뇌유출을 부추기는 꼴이다.
노무현 정권은 사학법과 신문법 등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제한하고 코드와 정부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당장의 민생경제를 망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우수인재를 길러낸 외고까지 규제하면서 미래한국을 이끌 휴먼캐피털 양성을 가로막는다면, 경제수장과 교육수장을 도맡은 김 부총리는 노무현 정권이 낳은 ‘최악의 공적(公敵)’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한겨레신문] 세계가 “미사일”이라는데 한국만 “인공위성”이라니
정부는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은 軍用군용 미사일이라기보다 人工衛星인공위성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수백만 백성을 굶주리게 만들고 그래서 남의 나라에 날품팔이·가정부·매춘부로 팔려가게 만든 북한 정권이 과학기술 분야 경쟁을 위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어떤 근거로 미국·일본과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우리 對北대북 군사정보의 90% 이상을 미국 첩보위성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어느새 정부가 自主的자주적이고 독자적인 정보력을 키웠다는 것인지,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여간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론 미국이 손에 쥐고 있는 정보를 곁눈질하면서 정보에 대한 해석만큼은 미국과 달리 자주적으로 하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군사용 미사일은 보통 고체연료를 쓰는데 북한 것은 액체연료를 쓴다” “군사용 미사일은 지하에서 쏘는데 북한 것은 地上지상발사대를 설치했다” 같은 설명을 들이대는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그러나 겉모습이 군사용이나 위성용, 어느 쪽과 가깝든지 그 원리는 똑같다. 북한이 발사할 경우, 그것이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은 마찬가지다. 수상한 사람이 식칼을 들고 주변을 어른거리는데 “저건 주방용 칼이라 괜찮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이 1998년 대포동 1호 시험 발사 때 말이 궁해지니까 늘어놓았던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는 웃음거리 변명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이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방어용이다. 일리가 있다”는 ‘主體的주체적’ 해석을 내놓았었다. 정부는 그 ‘주체적 해석’의 연장선상에서 이번엔 전 세계가 ‘북한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것을 ‘북한 인공위성’이라고 부르기로 한 모양이다. 이 정부 사람들은 ‘미사일’이라고 부르면 危機위기가 되고 ‘인공위성’이라고 부르면 위기가 해소되는 것으로 여기는 듯한 투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바보스럽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정부밖에 믿을 정부가 없는 것이 우리 국민의 딱한 처지다.
[중앙일보] 교육부는 더 이상 교육을 망치지 말라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그저께 외국어고를 대폭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2008년부터 거주하는 광역시.도의 외고에만 진학하도록 하고, 3~4년 후에는 외고의 학생 모집단위를 학군으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외고가 없는 지역의 중학생은 외고에 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됐다. 많은 학부모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했다" "정부가 우수 인재 양성을 포기했다"며 들끓고 있다. 외고 소재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사 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입시 정책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공청회 등 여론을 수렴한 뒤 통상 시행하기 3년 전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김 부총리는 외고를 관할하는 교육청들과 사전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폭탄선언을 했다. 월권행위며 학부모.학생.학교를 완전히 무시한 폭정(暴政)이라면 지나친가.
이는 교육논리가 아니라 포퓰리즘적인 정치논리로 교육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부총리는 이날 새로운 형태의 공영형 혁신학교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우수 학생들을 이 학교로 유도하기 위해 외고 규제에 나섰다는 의혹이 짙다. 획일적인 평준화에 젖어 외고를 비판해온 전교조와 이에 동조하는 청와대를 의식한 '코드 정책' 때문이라는 게 우리 판단이다.
김 부총리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선 공영형 혁신학교 기준에 따라 2~3개 추가 지정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는 확대하겠다고 했다가, 올 들어 극구 반대하다가 이제는 기존 학교와는 다른 기준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정말 제멋대로다. 논란 많은 공영형 시범학교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내년부터 시범학교를 운영한다고 한다. 학생과 교육이 실험 대상인가.
외고 규제는 교육 자율성과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 외고는 평준화정책 보완을 위해 도입됐다. 학생.학부모의 만족도와 교육 효과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외고 졸업생의 어문계 진학률이 낮아 규제해야 한다지만 외고 졸업생은 꼭 어문계에 진학해야 하는가. 진로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대학에서도 학생을 위해 학과 변경 허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김 부총리는 취임 후 교원평가제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전교조가 반대하면 질질 끌려가다 슬그머니 후퇴하기 일쑤였다. 경제부총리 때는 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자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가 교육 수장이 된 뒤에는 완전히 거꾸로다. 교육철학은 없으면서, 획일적인 교육평등주의를 고집하는 청와대의 눈치만 보기 때문이라면 심한 말인가. 국민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매를 들었다. 교육문제도 포함돼 있었다. 이 정부 들어 우리 교육에 실망해 자녀를 해외로 조기 유학 보내는 학부모가 부쩍 늘었다. 그런데도 갈수록 엉망인 교육정책과 황폐해지는 교육에 학부모는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김 부총리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경향신문] 기대 큰 민주노총의 노사정회의 복귀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노총과 함께 노사정회의에 불참한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양대 노총의 이탈로 노사정회의는 중단됐고, 지난 3월 한국노총의 복귀로 재가동되기는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빈자리는 여전히 휑하니 남아 있었는데 이번의 복귀 결정으로 노사정회의는 온전한 회의체를 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노사 선진화 방안 등 초미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노·사·정 세 주체간의 끊임 없는 대화와 타협밖에 없다는 점을 여러번 강조해온 우리로서는 민주노총의 이번 결정을 거듭 환영한다.
노사정회의가 모양새는 갖췄다고는 하나 전도가 순탄치는 않을 듯하다. 앞서 말한 두 개의 큰 쟁점 외에도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허용 등 하나같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럴수록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하며 그것의 전제조건은 당연히 서로간의 신뢰이다. 우리는 신뢰 문제에 관한 한 정부 쪽에 가장 많은 당부를 하려 한다. 돌이켜 보면 노·정 관계가 갈등을 넘어 심각한 불신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아무래도 정부 책임이 크다 하겠다. 전임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주요한 고비고비마다 불필요한 언사로 노동계를 끊임없이 자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정관계를 파탄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때문인지 이상수 장관은 지난 2월 취임 일성으로 “노·정관계를 대화와 타협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이번 노사정회의에서 이장관의 이같은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 정부가 과연 노동계를 대화 파트너로 신뢰할 것인지 지켜보고자 한다.
민주노총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정파간의 대립과 폭력사태 등 심각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내부의 문제를 잘 추스르면서 밖에서의 대화도 슬기롭게 이어감으로써 활동의 전기를 찾기를 기대한다
[한국일보] 민노총 노사정위 복귀에 기대 크다
민주노총이 1년 만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다. 최대 노동단체인 민노총의 노사정 대표자회의 복귀 결정으로 산적한 노동 현안이 풀릴 수 있는 사회적 대화가 재개된다.
지난해 중단된 대표자회의는 한국노총의 참여로 3월에 재개됐으나, 반쪽 회의에 지나지 않았다. 사회적 대타협을 기다리고 있는 현안은 노사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학습지교사와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의 보호방안 등이다.
양대 노총인 민노총과 한국노총은 근래 다른 노선을 걸어왔다. 한국노총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는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선회한 데 반해, 민노총은 강경파ㆍ온건파 간 노선 다툼 속에 대화보다는 총파업에 의존하는 구태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민노총의 이번 변화는 국내외 노동계의 노선 선회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내부 투쟁동력의 약화와도 관련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강경노선을 접고 온건대화로 돌아선 것은 조직으로서 다행스럽고 사회로서도 환영할 일이다.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노사제도 선진화 입법이 중요한 것은 우리의 불안한 노사관계가 국가 경쟁력과 대외 신인도 하락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우리의 노사관계 경쟁력은 61위로 꼴찌다. 4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내년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 노조제 등을 시행하려면, 노사제도 선진화 입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또한 학습지교사 등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성격을 함께 지닌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3권 적용 범위 등을 논의하는 데도, 민노총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민노총의 참여가 바로 노사정 협상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결할 사안들에 대한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고, 양 노총 간에도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의 노사정 복귀가 투쟁보다는 대화로 돌아서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노조운동의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한겨레신문] 무리한 비행’ 의혹 커지는 아시아나 사고
지난 9일 우박을 맞고 비상착륙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사고 당시 운항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항공사 쪽은 왜 비구름을 피하지 못했느냐는 의문이 커지자 “여객기가 활주로에 접근하는 단계였고 주변의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충분히 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해명만 놓고 봐도, 비구름에서 최소한 10~20마일 이상 충분한 거리를 두고 돌아가는 회피 비행 규정을 어긴 것이다.
사고기는 지상 3000m 비행 때 기체 앞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조종실 앞유리창이 깨지는 아찔한 상황에서 비상착륙을 했다. 조종사와 승무원의 침착한 대응 덕분에 대형사고를 면한 건 천만다행이나, 조종사의 판단 착오나 불충분한 회피 비행 탓에 사고를 자초했다면 문제는 다르다. 사고 시간대에 같은 항로를 운행한 다른 여객기들이 서해상으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회피 비행을 했지만 사고기는 유독 동쪽으로 비구름 가까이 운행하다 사고를 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체 결함 흔적이 발견됐고, 사고 직후 비구름을 통과하려 무리하게 과속을 한 의혹도 있다고 한다.
항공 사고는 정확한 원인 규명이 생명이다. 조그만 가능성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순간적인 실수 하나로 대형 참사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항공사 쪽은 무리한 비행 사실을 입 다문 채 비상착륙에 성공한 점만 선전했고, 조종사 포상을 서둘렀다. 신뢰 추락을 우려해 이런 식으로 과실을 덮으려 하는 건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밝히는 건 당국의 몫이다. 건설교통부는 조종사 포상을 검토하겠다고 거들고 나서기 전에, 조종사의 판단 착오나 운항 규정 위반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조종사들 말로는 빠듯한 운항 일정 등을 이유로 웬만하면 비구름을 뚫고 운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인천공항이 생긴 뒤로는 우회 비행이 훨씬 까다로워진 탓에 갑작스런 기상 변화에 대비할 폭이 좁다는 증언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갑작스런 기상 변화에 대응하는 운항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비상 상황에 대비한 관제 시스템에는 별 문제가 없는지 걱정스럽다. 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과 동시에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도 서둘러 점검하길 바란다.
[동아일보] 김진표 부총리, ‘교육 公敵’으로 남을 텐가
그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2008학년도부터 거주지가 아닌 시도의 외국어고 지원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어학계열 대학 진학 비율이 낮을 경우 외국어고 지정을 취소하거나 학군대로 신입생을 강제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강행해 사학의 자율성을 무너뜨린 정부가 이제 수월성(秀越性) 교육에 힘써온 ‘외국어고 죽이기’에까지 나선 것이다.
김 부총리는 “현재의 일반학교로는 교육혁신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외고나 자립형사립고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개념도 생소한 ‘공영형 혁신학교’다. 노무현 대통령의 ‘혁신’ 구호를 연상케 하는 시범학교에 자녀의 미래를 걸 부모가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오죽하면 교육부 직원들조차 “뒷감당도 못하면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하겠는가.
김 부총리는 노 대통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노선을 충직하게 추종해 왔다. 노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 발언이 나오자마자 김 부총리는 자사고 반대를 외쳤다. 이번 정책도 그 연장선이자 ‘강남 죽이기’나 다름없다. 서울지역 외고들이 자의적(恣意的) 제재를 받으면 학군 내 외고가 없는 강남구 서초구 학생들의 외고 입학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대원외고를 졸업한 김 부총리의 딸도 나이가 어렸다면 외고 진학을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행 고교평준화제도는 헌법에 규정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위헌성을 안고 있다. 외고는 우수학생에게 일정부분 학교 선택권을 주어 평준화의 맹점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마저 느닷없는 규제로 흔드는 것은 중대한 학습권 훼손이다. 선진국에서는 학교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교육개혁 중인데 이마저 뺏는다면 우수학생들은 더 많이 해외로 떠날 것이다. 정부가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는커녕 두뇌유출을 부추기는 꼴이다.
노무현 정권은 사학법과 신문법 등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제한하고 코드와 정부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당장의 민생경제를 망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우수인재를 길러낸 외고까지 규제하면서 미래한국을 이끌 휴먼캐피털 양성을 가로막는다면, 경제수장과 교육수장을 도맡은 김 부총리는 노무현 정권이 낳은 ‘최악의 공적(公敵)’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한겨레신문] 세계가 “미사일”이라는데 한국만 “인공위성”이라니
정부는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은 軍用군용 미사일이라기보다 人工衛星인공위성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수백만 백성을 굶주리게 만들고 그래서 남의 나라에 날품팔이·가정부·매춘부로 팔려가게 만든 북한 정권이 과학기술 분야 경쟁을 위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어떤 근거로 미국·일본과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우리 對北대북 군사정보의 90% 이상을 미국 첩보위성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어느새 정부가 自主的자주적이고 독자적인 정보력을 키웠다는 것인지,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여간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론 미국이 손에 쥐고 있는 정보를 곁눈질하면서 정보에 대한 해석만큼은 미국과 달리 자주적으로 하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군사용 미사일은 보통 고체연료를 쓰는데 북한 것은 액체연료를 쓴다” “군사용 미사일은 지하에서 쏘는데 북한 것은 地上지상발사대를 설치했다” 같은 설명을 들이대는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그러나 겉모습이 군사용이나 위성용, 어느 쪽과 가깝든지 그 원리는 똑같다. 북한이 발사할 경우, 그것이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은 마찬가지다. 수상한 사람이 식칼을 들고 주변을 어른거리는데 “저건 주방용 칼이라 괜찮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이 1998년 대포동 1호 시험 발사 때 말이 궁해지니까 늘어놓았던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는 웃음거리 변명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이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방어용이다. 일리가 있다”는 ‘主體的주체적’ 해석을 내놓았었다. 정부는 그 ‘주체적 해석’의 연장선상에서 이번엔 전 세계가 ‘북한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것을 ‘북한 인공위성’이라고 부르기로 한 모양이다. 이 정부 사람들은 ‘미사일’이라고 부르면 危機위기가 되고 ‘인공위성’이라고 부르면 위기가 해소되는 것으로 여기는 듯한 투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바보스럽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정부밖에 믿을 정부가 없는 것이 우리 국민의 딱한 처지다.
[중앙일보] 교육부는 더 이상 교육을 망치지 말라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그저께 외국어고를 대폭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2008년부터 거주하는 광역시.도의 외고에만 진학하도록 하고, 3~4년 후에는 외고의 학생 모집단위를 학군으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외고가 없는 지역의 중학생은 외고에 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됐다. 많은 학부모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했다" "정부가 우수 인재 양성을 포기했다"며 들끓고 있다. 외고 소재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사 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입시 정책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공청회 등 여론을 수렴한 뒤 통상 시행하기 3년 전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김 부총리는 외고를 관할하는 교육청들과 사전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폭탄선언을 했다. 월권행위며 학부모.학생.학교를 완전히 무시한 폭정(暴政)이라면 지나친가.
이는 교육논리가 아니라 포퓰리즘적인 정치논리로 교육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부총리는 이날 새로운 형태의 공영형 혁신학교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우수 학생들을 이 학교로 유도하기 위해 외고 규제에 나섰다는 의혹이 짙다. 획일적인 평준화에 젖어 외고를 비판해온 전교조와 이에 동조하는 청와대를 의식한 '코드 정책' 때문이라는 게 우리 판단이다.
김 부총리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선 공영형 혁신학교 기준에 따라 2~3개 추가 지정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는 확대하겠다고 했다가, 올 들어 극구 반대하다가 이제는 기존 학교와는 다른 기준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정말 제멋대로다. 논란 많은 공영형 시범학교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내년부터 시범학교를 운영한다고 한다. 학생과 교육이 실험 대상인가.
외고 규제는 교육 자율성과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 외고는 평준화정책 보완을 위해 도입됐다. 학생.학부모의 만족도와 교육 효과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외고 졸업생의 어문계 진학률이 낮아 규제해야 한다지만 외고 졸업생은 꼭 어문계에 진학해야 하는가. 진로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대학에서도 학생을 위해 학과 변경 허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김 부총리는 취임 후 교원평가제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전교조가 반대하면 질질 끌려가다 슬그머니 후퇴하기 일쑤였다. 경제부총리 때는 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자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가 교육 수장이 된 뒤에는 완전히 거꾸로다. 교육철학은 없으면서, 획일적인 교육평등주의를 고집하는 청와대의 눈치만 보기 때문이라면 심한 말인가. 국민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매를 들었다. 교육문제도 포함돼 있었다. 이 정부 들어 우리 교육에 실망해 자녀를 해외로 조기 유학 보내는 학부모가 부쩍 늘었다. 그런데도 갈수록 엉망인 교육정책과 황폐해지는 교육에 학부모는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김 부총리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경향신문] 기대 큰 민주노총의 노사정회의 복귀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노총과 함께 노사정회의에 불참한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양대 노총의 이탈로 노사정회의는 중단됐고, 지난 3월 한국노총의 복귀로 재가동되기는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빈자리는 여전히 휑하니 남아 있었는데 이번의 복귀 결정으로 노사정회의는 온전한 회의체를 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노사 선진화 방안 등 초미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노·사·정 세 주체간의 끊임 없는 대화와 타협밖에 없다는 점을 여러번 강조해온 우리로서는 민주노총의 이번 결정을 거듭 환영한다.
노사정회의가 모양새는 갖췄다고는 하나 전도가 순탄치는 않을 듯하다. 앞서 말한 두 개의 큰 쟁점 외에도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허용 등 하나같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럴수록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하며 그것의 전제조건은 당연히 서로간의 신뢰이다. 우리는 신뢰 문제에 관한 한 정부 쪽에 가장 많은 당부를 하려 한다. 돌이켜 보면 노·정 관계가 갈등을 넘어 심각한 불신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아무래도 정부 책임이 크다 하겠다. 전임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주요한 고비고비마다 불필요한 언사로 노동계를 끊임없이 자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정관계를 파탄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때문인지 이상수 장관은 지난 2월 취임 일성으로 “노·정관계를 대화와 타협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이번 노사정회의에서 이장관의 이같은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 정부가 과연 노동계를 대화 파트너로 신뢰할 것인지 지켜보고자 한다.
민주노총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정파간의 대립과 폭력사태 등 심각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내부의 문제를 잘 추스르면서 밖에서의 대화도 슬기롭게 이어감으로써 활동의 전기를 찾기를 기대한다
'▒오늘의 주요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6년 6월 23일 금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0) | 2006.06.23 |
---|---|
2006년 6월 22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0) | 2006.06.22 |
2006년 6월 20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0) | 2006.06.20 |
2006년 6월 19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0) | 2006.06.19 |
2006년 6월 16일 금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0) | 2006.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