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5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한미 FTA협상, 공세적 자세로 나가라
5일 미국에서 막이 오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본협상은 벌써부터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협정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갈수록 세를 넓혀가고 투쟁 수위도 한층 높아지는 양상이다. 반면 이런 반대 속에 협상을 이끌어 가야 할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지방선거 대참패로 추진력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의 전면적인 개방요구와 공세적 협상자세다. 지난 주말 공개된 미국의 협상 초안은 우리측 협상 관계자들도 놀랄 정도로 전방위적인 개방요구와 자국 시장보호 조항들을 담고 있다. 한 마디로 이번 기회에 한국시장을 활짝 열어 젖히겠다는 기세다. 미국이 얼마나 많은 의견 수렴과 준비를 해왔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협상안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기 위해 내놓는, 말 그대로 협상용인 만큼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거나 흥분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요구사항은 수출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관세환급제도 폐지와 신금융 서비스의 전면개방, 전기 철도 같은 공공분야의 FTA 적용 등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다수다.
국내에서 가장 민감한 농업분야는 별도 협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중요시하는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논의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또 우리에게는 전면개방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취약분야인 섬유산업에는 엄격한 원산지 규정과 함께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하고, 연안승객 및 화물수송은 개방불가라는 이율배반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협상에 임해야 하는 협상단에게 격려와 함께 몇 가지 당부를 보낸다. 우선 이번 협상은 우리에게도 절실하지만 미국이 더 원하는 게임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대로 더 공세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무리하게 양보를 해야 할 이유도 없다. 협상 기한을 정해 스스로 불리한 입장에 서는 것도 피해야 한다. 향후 비준과정을 위해서도 양측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협상안을 도출해내 주길 바란다.
[한겨레신문] 교원특위, 교장공모제 원칙 흔들려선 안 된다
교육혁신위원회 교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교원특위)가 최근 교장공모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교원 승진제도 개선 시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 열린 워크숍에서 다수 의견으로 채택돼, 2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확정지을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정됐던 전체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성원 미달’이 이유였다는데, 교육계를 대표하는 위원들이 회의를 유산시킬 정도로 불참한 걸 보면 필시 무언가 곡절이 있어 보인다.
교장공모제는 폭발력이 강한 예민한 사안이다. 특위 위원들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고 한다. 교장공모제는 초중등 교육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교장, 교감 및 보직교사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고, 전교조 역시 공모제 원칙엔 찬성하지만 공모 절차와 근무평정제 문제에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터다. 실제 교원단체를 대표하는 일부 특위 위원들이 워크숍에서 시안에 찬성했다가, 소속 단체의 항의를 받고 난처한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고 한다.
교육 당국은 학교 현장의 비민주성과 비효율을 함께 극복하는 방안으로 현행 교장 자격증제를 개선하는 문제를 고민해왔다. 일선 학교에서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는 교장의 자질과 의지에 따라 학교의 분위기와 교육의 질, 하다 못해 급식의 질까지도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그러나 현행 제도 속에서는, 근무평정제가 요구하는 상명하복과 관료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이 주로 교장직에 오를 수 있어, 변화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기 힘든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 당국은 1990년대 중반 교장초빙제를 시범 실시했다. 이 제도는 나름대로 학교 경영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교장 자격증 소지자에게만 허용돼 임기제 교장이 정년을 채우는 방편으로 흘러버리는 경향이 많았다. 이런 과정 속에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교장공모제다. 학교 교육과 학교 경영에서 자율성과 민주성 그리고 창의성을 살리고,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제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한나라당조차 이주호 의원 등이 이 제도 도입을 위한 교육공무원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할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도 있었다. 물론 교장 자격에 접근한 보직교사들의 상실감은 크다. 교장공모에서 교원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혁신위는 이들의 고충과 의견을 수렴하되, 교육 현장을 새롭게 할 공모제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될 것이다.
[동아일보]‘국민이 대통령’이라더니 이젠 국민 수준 탓하나
최악의 집권당 참패로 기록된 5·31지방선거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는 2일 각 부처 홍보책임자들과의 토론회에서 “한두 번의 선거 결과로 나라가 잘되고 못되고, 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고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이지만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던 선거 다음 날의 엇나간 발언에 이어 아예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를 노무현 정권 3년 3개월에 대한 국민의 탄핵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본보가 수도권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물었더니 응답한 40명 중 9명이 ‘대통령 책임’, 21명이 ‘대통령과 당의 공동책임’이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앞장서서 ‘선거 불복’을 선언하고 ‘내 갈 길을 가겠다’니, 그 독선과 아집이 두렵다.
노 대통령은 선거 참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말해야 할 장면에서 느닷없이 “그 나라의 제도나 의식, 문화, 정치구조 등의 수준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불리할 때 핵심을 비켜 가는 그의 화법에는 많은 국민이 익숙해져 있겠지만 ‘국민 수준이 낮아서 저런 선거 결과가 나왔다’는 식의 태도엔 분노가 치민다. 유권자들이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시켜 주고,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을 국회 과반 의석 정당으로 만들어 주었을 땐 ‘국민이 대통령’이니 ‘위대한 선택’이니 했던 그다.
대통령 발언이 파문을 빚자 청와대가 뒤늦게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며 “선거 패배에 포괄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해명한 것도 역겹다. 대통령이 말하고 참모가 주워 담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집권 이래 자신이 일으킨 국민과의 불화를 해소하기는커녕 더 증폭시켜 보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것인가. 대통령이 이렇게 막 가면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수렴해서 국정 전반을 재점검하는 일은 요원해진다. 민심과 유리된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이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수준’을 말하기 전에 이젠 국민이 ‘대통령의 수준’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선거 패배가 ‘나라의 수준’ 탓이라는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정부 부처 홍보책임자 토론회에 참석해 “정책홍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반발이 있었고 그래서 선거에 패배했는지도 모르겠다”며 “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 되고 못 되거나 어느 黨당이 흥하고 망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집권당이 총선에서 승리했을 때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며 정권의 오만을 警戒경계했더라면 그 말이 값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대통령은 뭐라 말했던가.
대통령은 또 “제도나 의식·문화·정치구조 등 그 나라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1993년 캐나다 보수당 정권이 소비세 인상 공약을 내걸었다가 2席석만 얻은 채 풍비박산 위기에 빠졌지만 소비세 인상은 재정위기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결국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은, 지방선거에서의 집권당 몰락은 캐나다 보수당의 慘敗참패처럼 좋은 정책을 몰라본 국민의 수준 탓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작년에 “부동산정책은 答답이 있는데 사회가 문제”라며 부동산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렸었다. 대통령의 홍보수석이라는 사람은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말한 일도 있다.
한국갤럽의 3일 여론조사에선 '집권당의 지방선거 패배 이유'로 '경제회복 실패'가 22%, '부동산·세금 정책'이 20%, '대통령의 리더십 불만'이 17%였다. ‘대통령이 집권당 패배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자가 84%에 이르렀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이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 ‘제발 좀 달라지라’고 외친 것이다.
이 정권은 여론 동향이 유리하다 싶을 때는 “헌법도 국민의 뜻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며 民心민심을 떠받들었다. 대통령은 大聯政대연정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던 작년 국민과의 대화에선 “民心민심을 그대로 受容수용만 하고 追從추종만 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고 했었다. 대통령의 선거인식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달라져 왔으니 5·31 선거 참패가 나라의 수준, 국민의 수준 탓이라고 責望책망할 법도 하다. 국민이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중앙일보] 이젠 정책 홍보에 TV 드라마까지 동원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 홍보 책임자들과의 토론회에서 정책 홍보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책 홍보를 통해 왜곡된 정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책의 홍보는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서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 등 정부 본연의 임무보다 홍보에 지나치게 주력해 정부 전체가 홍보기관으로 바뀐 것은 아닌지 의아할 정도다.
이젠 정책 홍보를 위해 차관급 공직자가 직접 TV 드라마에 출연까지 한다. 3일 SBS의 주말 드라마 '하늘이시여'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이 직접 행정도시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주인공의 직업이 기자인 것을 활용해 행정도시를 취재하는 형식이었지만, 드라마 줄거리와 동떨어진 정책 홍보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장면을 드라마에 끼워 넣어준 담당 작가나, 이런 방법까지 동원해야 하는 해당 부처의 입장이 딱할 뿐이었다.
이뿐 아니다. 3일에는 건설교통부.국가균형발전위원회.행정도시건설청이 지원하는 '희망누리'발대식이 열렸다. '희망누리'는 국가 정책을 응원하고, 홍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대학생과 주부 등 3만여 명으로 구성된 최초의 정책 서포터스 모임이라는 것이 건교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정책을 수행하는 데 왜 학생과 주부의 응원이 필요하단 말인가. 정책의 선전을 위한 응원단체가 구성되는 것을 보면서 중국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이나 나치 독일의 히틀러 유겐트가 연상돼 섬뜩할 정도다.
이 같은 일들은 모두 대통령의 정책 홍보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 따른 결과다. 대통령은 정책의 홍보보다 국민의 뜻을 수렴한 올바른 정책 수립과 이의 공정한 집행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한·미 FTA 협상, 소걸음 전략 필요하다
본격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오늘부터 워싱턴에서 시작된다. FTA 협상이 돛을 올렸지만 솔직히 결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의 주장대로 한·미 FTA 체결만이 우리의 살 길인지 하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우리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어디까지 국익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현실적 우려까지 끝이 없다.
미국이 협상 시작을 앞두고 우리측에 제출한 초안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염려가 과장이 아님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초안은 우리 초안과 논의의 틀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 엄청난 차이가 드러난다. 미국은 상품분야와 별도로 농업과 섬유를 별도로 다룰 것을 요구했다. 하나로 묶어 상품분야와 농업분야를 절충하려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미국은 농업분야에서 공세적 입장을 예고한 것이다. 개성공단 제품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아예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논의불가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미국의 자동차 세제 개편 요구나 금융시장에서의 내국인 대우 요구 등도 우리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양측의 입장차이가 큰 만큼 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문제는 협상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 수없이 지적됐다시피 현정부가 미국과 FTA 체결을 추진하는 과정을 보면 집착이 너무 강하다. 청와대가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FTA에 부정적인 여론에 답답해 하고 있다는 소식은 정부의 집착 정도를 보여준다. 협상에서는 집착하면 할수록 결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돼 온 진리다. 지금이라도 서두르지 않는 소걸음 협상 전략, 심지어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회의는 1차 회의라는 점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파악하는 탐색전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양측의 입장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느 협상 때보다 탐색전이 중요하다. 탐색전에서 정부의 변화된 협상 전략을 기대한다.
[한국일보] 한미 FTA협상, 공세적 자세로 나가라
5일 미국에서 막이 오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본협상은 벌써부터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협정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갈수록 세를 넓혀가고 투쟁 수위도 한층 높아지는 양상이다. 반면 이런 반대 속에 협상을 이끌어 가야 할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지방선거 대참패로 추진력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의 전면적인 개방요구와 공세적 협상자세다. 지난 주말 공개된 미국의 협상 초안은 우리측 협상 관계자들도 놀랄 정도로 전방위적인 개방요구와 자국 시장보호 조항들을 담고 있다. 한 마디로 이번 기회에 한국시장을 활짝 열어 젖히겠다는 기세다. 미국이 얼마나 많은 의견 수렴과 준비를 해왔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협상안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기 위해 내놓는, 말 그대로 협상용인 만큼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거나 흥분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요구사항은 수출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관세환급제도 폐지와 신금융 서비스의 전면개방, 전기 철도 같은 공공분야의 FTA 적용 등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다수다.
국내에서 가장 민감한 농업분야는 별도 협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중요시하는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논의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또 우리에게는 전면개방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취약분야인 섬유산업에는 엄격한 원산지 규정과 함께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하고, 연안승객 및 화물수송은 개방불가라는 이율배반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협상에 임해야 하는 협상단에게 격려와 함께 몇 가지 당부를 보낸다. 우선 이번 협상은 우리에게도 절실하지만 미국이 더 원하는 게임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대로 더 공세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무리하게 양보를 해야 할 이유도 없다. 협상 기한을 정해 스스로 불리한 입장에 서는 것도 피해야 한다. 향후 비준과정을 위해서도 양측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협상안을 도출해내 주길 바란다.
[한겨레신문] 교원특위, 교장공모제 원칙 흔들려선 안 된다
교육혁신위원회 교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교원특위)가 최근 교장공모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교원 승진제도 개선 시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 열린 워크숍에서 다수 의견으로 채택돼, 2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확정지을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정됐던 전체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성원 미달’이 이유였다는데, 교육계를 대표하는 위원들이 회의를 유산시킬 정도로 불참한 걸 보면 필시 무언가 곡절이 있어 보인다.
교장공모제는 폭발력이 강한 예민한 사안이다. 특위 위원들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고 한다. 교장공모제는 초중등 교육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교장, 교감 및 보직교사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고, 전교조 역시 공모제 원칙엔 찬성하지만 공모 절차와 근무평정제 문제에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터다. 실제 교원단체를 대표하는 일부 특위 위원들이 워크숍에서 시안에 찬성했다가, 소속 단체의 항의를 받고 난처한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고 한다.
교육 당국은 학교 현장의 비민주성과 비효율을 함께 극복하는 방안으로 현행 교장 자격증제를 개선하는 문제를 고민해왔다. 일선 학교에서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는 교장의 자질과 의지에 따라 학교의 분위기와 교육의 질, 하다 못해 급식의 질까지도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그러나 현행 제도 속에서는, 근무평정제가 요구하는 상명하복과 관료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이 주로 교장직에 오를 수 있어, 변화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기 힘든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 당국은 1990년대 중반 교장초빙제를 시범 실시했다. 이 제도는 나름대로 학교 경영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교장 자격증 소지자에게만 허용돼 임기제 교장이 정년을 채우는 방편으로 흘러버리는 경향이 많았다. 이런 과정 속에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교장공모제다. 학교 교육과 학교 경영에서 자율성과 민주성 그리고 창의성을 살리고,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제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한나라당조차 이주호 의원 등이 이 제도 도입을 위한 교육공무원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할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도 있었다. 물론 교장 자격에 접근한 보직교사들의 상실감은 크다. 교장공모에서 교원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혁신위는 이들의 고충과 의견을 수렴하되, 교육 현장을 새롭게 할 공모제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될 것이다.
[동아일보]‘국민이 대통령’이라더니 이젠 국민 수준 탓하나
최악의 집권당 참패로 기록된 5·31지방선거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는 2일 각 부처 홍보책임자들과의 토론회에서 “한두 번의 선거 결과로 나라가 잘되고 못되고, 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고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이지만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던 선거 다음 날의 엇나간 발언에 이어 아예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를 노무현 정권 3년 3개월에 대한 국민의 탄핵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본보가 수도권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물었더니 응답한 40명 중 9명이 ‘대통령 책임’, 21명이 ‘대통령과 당의 공동책임’이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앞장서서 ‘선거 불복’을 선언하고 ‘내 갈 길을 가겠다’니, 그 독선과 아집이 두렵다.
노 대통령은 선거 참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말해야 할 장면에서 느닷없이 “그 나라의 제도나 의식, 문화, 정치구조 등의 수준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불리할 때 핵심을 비켜 가는 그의 화법에는 많은 국민이 익숙해져 있겠지만 ‘국민 수준이 낮아서 저런 선거 결과가 나왔다’는 식의 태도엔 분노가 치민다. 유권자들이 자신을 대통령에 당선시켜 주고,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을 국회 과반 의석 정당으로 만들어 주었을 땐 ‘국민이 대통령’이니 ‘위대한 선택’이니 했던 그다.
대통령 발언이 파문을 빚자 청와대가 뒤늦게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며 “선거 패배에 포괄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해명한 것도 역겹다. 대통령이 말하고 참모가 주워 담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집권 이래 자신이 일으킨 국민과의 불화를 해소하기는커녕 더 증폭시켜 보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것인가. 대통령이 이렇게 막 가면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수렴해서 국정 전반을 재점검하는 일은 요원해진다. 민심과 유리된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이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수준’을 말하기 전에 이젠 국민이 ‘대통령의 수준’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선거 패배가 ‘나라의 수준’ 탓이라는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정부 부처 홍보책임자 토론회에 참석해 “정책홍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반발이 있었고 그래서 선거에 패배했는지도 모르겠다”며 “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 되고 못 되거나 어느 黨당이 흥하고 망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집권당이 총선에서 승리했을 때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며 정권의 오만을 警戒경계했더라면 그 말이 값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대통령은 뭐라 말했던가.
대통령은 또 “제도나 의식·문화·정치구조 등 그 나라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1993년 캐나다 보수당 정권이 소비세 인상 공약을 내걸었다가 2席석만 얻은 채 풍비박산 위기에 빠졌지만 소비세 인상은 재정위기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결국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은, 지방선거에서의 집권당 몰락은 캐나다 보수당의 慘敗참패처럼 좋은 정책을 몰라본 국민의 수준 탓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작년에 “부동산정책은 答답이 있는데 사회가 문제”라며 부동산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렸었다. 대통령의 홍보수석이라는 사람은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말한 일도 있다.
한국갤럽의 3일 여론조사에선 '집권당의 지방선거 패배 이유'로 '경제회복 실패'가 22%, '부동산·세금 정책'이 20%, '대통령의 리더십 불만'이 17%였다. ‘대통령이 집권당 패배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자가 84%에 이르렀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이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 ‘제발 좀 달라지라’고 외친 것이다.
이 정권은 여론 동향이 유리하다 싶을 때는 “헌법도 국민의 뜻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며 民心민심을 떠받들었다. 대통령은 大聯政대연정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던 작년 국민과의 대화에선 “民心민심을 그대로 受容수용만 하고 追從추종만 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고 했었다. 대통령의 선거인식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달라져 왔으니 5·31 선거 참패가 나라의 수준, 국민의 수준 탓이라고 責望책망할 법도 하다. 국민이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중앙일보] 이젠 정책 홍보에 TV 드라마까지 동원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 홍보 책임자들과의 토론회에서 정책 홍보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책 홍보를 통해 왜곡된 정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책의 홍보는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서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 등 정부 본연의 임무보다 홍보에 지나치게 주력해 정부 전체가 홍보기관으로 바뀐 것은 아닌지 의아할 정도다.
이젠 정책 홍보를 위해 차관급 공직자가 직접 TV 드라마에 출연까지 한다. 3일 SBS의 주말 드라마 '하늘이시여'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이 직접 행정도시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주인공의 직업이 기자인 것을 활용해 행정도시를 취재하는 형식이었지만, 드라마 줄거리와 동떨어진 정책 홍보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장면을 드라마에 끼워 넣어준 담당 작가나, 이런 방법까지 동원해야 하는 해당 부처의 입장이 딱할 뿐이었다.
이뿐 아니다. 3일에는 건설교통부.국가균형발전위원회.행정도시건설청이 지원하는 '희망누리'발대식이 열렸다. '희망누리'는 국가 정책을 응원하고, 홍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대학생과 주부 등 3만여 명으로 구성된 최초의 정책 서포터스 모임이라는 것이 건교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정책을 수행하는 데 왜 학생과 주부의 응원이 필요하단 말인가. 정책의 선전을 위한 응원단체가 구성되는 것을 보면서 중국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이나 나치 독일의 히틀러 유겐트가 연상돼 섬뜩할 정도다.
이 같은 일들은 모두 대통령의 정책 홍보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 따른 결과다. 대통령은 정책의 홍보보다 국민의 뜻을 수렴한 올바른 정책 수립과 이의 공정한 집행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한·미 FTA 협상, 소걸음 전략 필요하다
본격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오늘부터 워싱턴에서 시작된다. FTA 협상이 돛을 올렸지만 솔직히 결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의 주장대로 한·미 FTA 체결만이 우리의 살 길인지 하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우리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어디까지 국익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현실적 우려까지 끝이 없다.
미국이 협상 시작을 앞두고 우리측에 제출한 초안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염려가 과장이 아님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초안은 우리 초안과 논의의 틀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 엄청난 차이가 드러난다. 미국은 상품분야와 별도로 농업과 섬유를 별도로 다룰 것을 요구했다. 하나로 묶어 상품분야와 농업분야를 절충하려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미국은 농업분야에서 공세적 입장을 예고한 것이다. 개성공단 제품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아예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논의불가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미국의 자동차 세제 개편 요구나 금융시장에서의 내국인 대우 요구 등도 우리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양측의 입장차이가 큰 만큼 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문제는 협상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 수없이 지적됐다시피 현정부가 미국과 FTA 체결을 추진하는 과정을 보면 집착이 너무 강하다. 청와대가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FTA에 부정적인 여론에 답답해 하고 있다는 소식은 정부의 집착 정도를 보여준다. 협상에서는 집착하면 할수록 결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돼 온 진리다. 지금이라도 서두르지 않는 소걸음 협상 전략, 심지어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회의는 1차 회의라는 점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파악하는 탐색전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양측의 입장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느 협상 때보다 탐색전이 중요하다. 탐색전에서 정부의 변화된 협상 전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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