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21일 일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귀담아 들어야 할 리콴유의 충고
방한중인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가 그제 한 모임에서 지적했다는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와 충고는 폐부를 찌를 만큼 날카롭고 정확했다. 그가 국내에서는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국외에서는 ‘아시아의 현인(賢人)’으로 추앙 받는 까닭을 이해하게 해줄 만큼 탁월한 식견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장차 중국의 성장에 대한 경고가 섬뜩하다. 그는 “20년 후면 중국이 지금 한국이 하고 있는 일을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도약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금은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10~20년 후면 오히려 중국이 한국에 투자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이 화교 출신이고, 화교가 경제권을 잡고 있는 싱가포르를 30년 이상 통치해온 그이기에 이 같은 전망은 한층 신뢰를 준다. 그는 이전에도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의 아시아 4용 시대가 끝나고 중국과 인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단언한 바 있다.
리 전 총리는 대응책으로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벤처 캐피털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래의 한국 모습에 대한 국민의 합의’라고 말해 심각한 이념적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를 간접적으로 꼬집었다. 장기집권과 부자 권력세습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가 국민적 지지를 잃지 않는 비결은 이처럼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고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아닌가 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있는가에 생각이 미치면 답답하다.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이 해외에 나가면 세상이 조용하겠다고 농담을 하는 상황이니 비교가 무색하다. 이번 지방선거와 내년의 대선에서 선택의 중요한 기준은 바로 이런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
[한겨레신문] 체육시간조차 빼앗긴 '약골'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 체격은 커지는데 체력과 체질은 갈수록 떨어져 ‘덩치 큰 약골’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육부가 초·중·고교생 12만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도 지구력과 유연성이 전년보다 더 떨어지고 비만·근시·피부질환 등은 더 늘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이들의 건강이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란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진단은 이미 나와 있다. 고열량·고지방 음식에 절대적으로 낮은 운동량, 과도한 공부 부담이 아이들을 ‘체격은 성인, 체력은 노인’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환경을 바꾸려 노력하기는커녕, 점점 더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내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게 학교 체육시간의 축소·폐지다. 현재 고교 2·3학년생 4명 중 1명은 체육수업을 하지 않는다. 중3과 고1은 주당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 2000년부터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체육을 아예 없앤 학교가 늘어난 탓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학생일수록 더 심하다. 고3 여학생은 전체의 41%가 외면한다. 가뜩이나 운동량이 적은 마당에 잠시나마 뛰고 땀 흘릴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다. 체육 대신 다른 입시과목 수업을 더 늘렸다니 숨이 턱 막힌다.
학교와 지역사회에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기반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대안도 없이 체육시간을 줄인 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학교 자율이라고 하지만 일반과목 2~3개와 묶어 선택해야 하는 탓에 부득이 체육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수업 내용도 문제다. 단지 공 하나 던져주거나 따분한 국민체조로 채워진 수업은 내신 점수따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욕구와 흥미를 충족시킬 다양한 운동 모델을 제공한다면 외면을 받을 이유가 없다.
선진국의 명문 학교들은 아이들한테 공부만큼이나 열심히 운동을 시킨다. 체력과 건강을 위해서뿐 아니라 체육수업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단축 마라톤에서 낙제한 아이들은 부모를 불러 자동차 통학 여부 등을 따져 함께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체력 저하를 걱정하면서 정작 ‘운동할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아이들을 내모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학교에서 사라져가는 체육시간부터 살려낼 일이다.
[동아일보]“인도 중국 두려워하고 빌 게이츠 길러라”
리콴유(李光耀·고문장관) 전 싱가포르 총리가 어제 고려대에서 열린 인촌(仁村)기념강좌에서 "한국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20년 후면 중국이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인도도 중국의 60∼70%는 따라잡을 것"이라며 인도의 존재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리 전 총리처럼 한국의 경쟁력 문제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리 전 총리는 26년간 총리로 재임하면서 싱가포르를 작은 무역항에서 아시아 최고의 경쟁력 있는 국가로 키워 낸 지도자다. 그의 형안(炯眼)과 통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방한 중 “노사 간, 정당 간에 싸우는 에너지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라”는 충고도 했다. 노조의 과격 투쟁으로 자멸해 가고, 편 가르기 정쟁(政爭)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게 국제 경쟁력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이익이나 나눠 먹고, 경영에 간섭하고, 일자리나 보장받기 위해 ‘붉은 띠’를 두르는 것만이 노조의 본분은 아니다. 정치권도 정략적 이득만을 노리고 만사를 정쟁으로 끌고 가는 것이 능사인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또 리 전 총리는 “한국도 빌 게이츠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이츠 회장 같은 최고경영자(CEO)가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창의력과 리더십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미래를 밝혀 줄 수 있는 인재를 키우라는 의미일 것이다. 정부가 깊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말없이 국민을 먹여 살리는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걸출한 기업인들이기 때문이다.
리 전 총리는 “한국은 외국에 ‘갈등의 국가’로 비친다”며 리더십, 정부 안정성, 정책 일관성을 성공 요건으로 제시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하되 꼭 필요한 것을 딱 집어냈다. 그의 고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
[조선일보] "20년 후엔 중국이 한국의 모든 것을 대체할 것"
리콴유 싱가포르 前전 총리가 訪韓방한 강연에서 “20년 후엔 지금 한국이 하고 있는 일을 중국이 모두 代替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主力주력산업이 모두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또 “지금은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지만 10~20년 후엔 중국이 한국에 투자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이 중국인 사장 밑에서 ‘머슴살이’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서 살 길을 찾아야 할까. 리 前전 총리는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최고의 CEO를 발굴하고 자체적으로 ‘빌 게이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벤처캐피털 산업에 더 많은 資本자본과 人力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을 적합한 곳에 배치해야 한다”고도 했다.
리 前전 총리는 20년 후를 말했지만 당장 5년, 10년을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2003년 63개에서 2004년엔 59개로 줄었다. 중국은 760개에서 833개로 늘었다. TV, 세탁기 같은 汎用범용 가전제품을 포함한 中級중급기술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밀리기 시작한 탓이다. 산업자원부는 얼마 전 이동통신, 디스플레이, 2차 電池전지 등 첨단분야에서도 2010년엔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1년 안팎으로 좁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發발 ‘쓰나미’ 경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둔감증이다. 리 前전 총리는 몽둥이를 든 제스처를 하며 “마스크 쓴 노조원들과 전경들이 이렇게 싸우고 있더라. 그런 에너지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면 한국은 틀림없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얼굴이 화끈거릴 이야기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노조가 몽둥이나 휘두르고 있느냐는 핀잔이다.
노조만 문제가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英才영재를 키워내려는 교육혁신에 몸이 달아 있는데 이 정권과 전교조는 사회주의적 평준화·평균화 교육을 死守사수하겠다며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다. 反美반미·反반세계화·反반FTA의 鎖國的쇄국적·守舊的수구적 폭력시위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고,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비자금과 편법상속 같은 낡은 행태에 한눈을 팔고 있다. 이러고도 한국경제가 20년이나 버틸 수 있다면 그게 기적일 것이다.
[중앙일보] 남북회담 따로, 미사일 발사 준비 따로
북한이 최대 사정거리 6000㎞인 대포동 2호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언론은 함경북도 미사일 기지에서 전장 35m의 미사일이 발사대로 이동하는 모습이 위성으로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도 "면밀히 주시하고 다각적으로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지는 미지수이나 발사 징후가 있는 것만은 확실해 그 배경이 매우 주목된다.
북한은 이번 장성급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25일 예정된 철도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합의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남측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회담을 한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해 온 것이다. 여기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남쪽에 대해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점을 슬쩍 보여 주면서, 금융제재를 비롯한 미국의 고강도 압박은 긴장 고조를 통한 벼랑 끝 전술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들의 이런 계산에 놀아난 형국이다.
북한이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계산했다면 오산이다. 북한은 납치.인권 문제로 국제적 고립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제 상황도 근본적으로 나아질 수 없다. 한.중의 지원으로 근근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 이런 마당에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어느 국가가 북한을 도우려 하겠는가. 사태를 외통수로 악화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부시 정부가 이런 식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는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중국이라고 환영하겠는가. '한반도 안정'이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인 그들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정부도 '북한에 지원만 하면 문제가 풀린다'는 단선적인 사고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런 위협을 하는 북한을 대통령이 나서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고 한다면 우리 역시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똑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다. 누구보다 우리 정부가 북에 대해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 '안보'와 '교류 협력'을 더 이상 혼돈하지 말라.
[경향신문] 부동산 거품논란, 정부 신뢰가 문제다
지난 15일 청와대가 ‘버블 세븐’론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부동산 시장의 버블(거품) 붕괴를 경고하고 나섰다. “서울 변두리, 지방에서는 부동산 버블이 이미 꺼지고 있다.”(16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부동산 시장이 버블의 저변에 와 있다.”(17일,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 “부동산 가격은 지금보다 20~30% 내려갈 것.”(17일, 김용민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 값은 과거 버블이 꺼지기 직전의 일본과 같은 수준.”(18일, 한덕수 경제부총리)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있느냐 없느냐, 있다면 그것은 언제 꺼지느냐를 판단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짧은 시간에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특히 평당 6천만원 안팎의 강남 아파트 값은 우리 소득 규모를 감안할 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과 같은 아파트 열기는 비정상적 상황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정부가 이렇게 몰아치기 식으로 부동산 거품 붕괴론을 들고 나와도 되느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호들갑을 떨다 보면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면서 경제에 파국적인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정상 궤도를 이탈했다고 판단된다면 정부는 적절한 방식으로 경고 신호를 보낼 수 있고, 때로는 보내야 한다. 그래야 시장 연착륙도 가능하다. 그것이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책무이기도 하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모두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찔끔찔끔식 대책에 시장의 면역력은 커질 대로 커졌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거품론을 제기해도 웬만해서는 먹혀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약효를 더 높이면 자칫 악순환만 부를 수 있다. 이번 몰아치기 경고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정부 신뢰는 더더욱 추락할 것이다. 벌써 그점이 걱정된다.
[한국일보] 귀담아 들어야 할 리콴유의 충고
방한중인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가 그제 한 모임에서 지적했다는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와 충고는 폐부를 찌를 만큼 날카롭고 정확했다. 그가 국내에서는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국외에서는 ‘아시아의 현인(賢人)’으로 추앙 받는 까닭을 이해하게 해줄 만큼 탁월한 식견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장차 중국의 성장에 대한 경고가 섬뜩하다. 그는 “20년 후면 중국이 지금 한국이 하고 있는 일을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도약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금은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10~20년 후면 오히려 중국이 한국에 투자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이 화교 출신이고, 화교가 경제권을 잡고 있는 싱가포르를 30년 이상 통치해온 그이기에 이 같은 전망은 한층 신뢰를 준다. 그는 이전에도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의 아시아 4용 시대가 끝나고 중국과 인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단언한 바 있다.
리 전 총리는 대응책으로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벤처 캐피털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래의 한국 모습에 대한 국민의 합의’라고 말해 심각한 이념적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를 간접적으로 꼬집었다. 장기집권과 부자 권력세습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가 국민적 지지를 잃지 않는 비결은 이처럼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고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아닌가 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있는가에 생각이 미치면 답답하다.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이 해외에 나가면 세상이 조용하겠다고 농담을 하는 상황이니 비교가 무색하다. 이번 지방선거와 내년의 대선에서 선택의 중요한 기준은 바로 이런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
[한겨레신문] 체육시간조차 빼앗긴 '약골'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 체격은 커지는데 체력과 체질은 갈수록 떨어져 ‘덩치 큰 약골’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육부가 초·중·고교생 12만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도 지구력과 유연성이 전년보다 더 떨어지고 비만·근시·피부질환 등은 더 늘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이들의 건강이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란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진단은 이미 나와 있다. 고열량·고지방 음식에 절대적으로 낮은 운동량, 과도한 공부 부담이 아이들을 ‘체격은 성인, 체력은 노인’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환경을 바꾸려 노력하기는커녕, 점점 더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내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게 학교 체육시간의 축소·폐지다. 현재 고교 2·3학년생 4명 중 1명은 체육수업을 하지 않는다. 중3과 고1은 주당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 2000년부터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체육을 아예 없앤 학교가 늘어난 탓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학생일수록 더 심하다. 고3 여학생은 전체의 41%가 외면한다. 가뜩이나 운동량이 적은 마당에 잠시나마 뛰고 땀 흘릴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다. 체육 대신 다른 입시과목 수업을 더 늘렸다니 숨이 턱 막힌다.
학교와 지역사회에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기반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대안도 없이 체육시간을 줄인 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학교 자율이라고 하지만 일반과목 2~3개와 묶어 선택해야 하는 탓에 부득이 체육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수업 내용도 문제다. 단지 공 하나 던져주거나 따분한 국민체조로 채워진 수업은 내신 점수따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욕구와 흥미를 충족시킬 다양한 운동 모델을 제공한다면 외면을 받을 이유가 없다.
선진국의 명문 학교들은 아이들한테 공부만큼이나 열심히 운동을 시킨다. 체력과 건강을 위해서뿐 아니라 체육수업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단축 마라톤에서 낙제한 아이들은 부모를 불러 자동차 통학 여부 등을 따져 함께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체력 저하를 걱정하면서 정작 ‘운동할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아이들을 내모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학교에서 사라져가는 체육시간부터 살려낼 일이다.
[동아일보]“인도 중국 두려워하고 빌 게이츠 길러라”
리콴유(李光耀·고문장관) 전 싱가포르 총리가 어제 고려대에서 열린 인촌(仁村)기념강좌에서 "한국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20년 후면 중국이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인도도 중국의 60∼70%는 따라잡을 것"이라며 인도의 존재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리 전 총리처럼 한국의 경쟁력 문제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리 전 총리는 26년간 총리로 재임하면서 싱가포르를 작은 무역항에서 아시아 최고의 경쟁력 있는 국가로 키워 낸 지도자다. 그의 형안(炯眼)과 통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방한 중 “노사 간, 정당 간에 싸우는 에너지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라”는 충고도 했다. 노조의 과격 투쟁으로 자멸해 가고, 편 가르기 정쟁(政爭)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게 국제 경쟁력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이익이나 나눠 먹고, 경영에 간섭하고, 일자리나 보장받기 위해 ‘붉은 띠’를 두르는 것만이 노조의 본분은 아니다. 정치권도 정략적 이득만을 노리고 만사를 정쟁으로 끌고 가는 것이 능사인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또 리 전 총리는 “한국도 빌 게이츠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이츠 회장 같은 최고경영자(CEO)가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창의력과 리더십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미래를 밝혀 줄 수 있는 인재를 키우라는 의미일 것이다. 정부가 깊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말없이 국민을 먹여 살리는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걸출한 기업인들이기 때문이다.
리 전 총리는 “한국은 외국에 ‘갈등의 국가’로 비친다”며 리더십, 정부 안정성, 정책 일관성을 성공 요건으로 제시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하되 꼭 필요한 것을 딱 집어냈다. 그의 고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
[조선일보] "20년 후엔 중국이 한국의 모든 것을 대체할 것"
리콴유 싱가포르 前전 총리가 訪韓방한 강연에서 “20년 후엔 지금 한국이 하고 있는 일을 중국이 모두 代替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主力주력산업이 모두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또 “지금은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지만 10~20년 후엔 중국이 한국에 투자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이 중국인 사장 밑에서 ‘머슴살이’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서 살 길을 찾아야 할까. 리 前전 총리는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최고의 CEO를 발굴하고 자체적으로 ‘빌 게이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벤처캐피털 산업에 더 많은 資本자본과 人力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을 적합한 곳에 배치해야 한다”고도 했다.
리 前전 총리는 20년 후를 말했지만 당장 5년, 10년을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2003년 63개에서 2004년엔 59개로 줄었다. 중국은 760개에서 833개로 늘었다. TV, 세탁기 같은 汎用범용 가전제품을 포함한 中級중급기술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밀리기 시작한 탓이다. 산업자원부는 얼마 전 이동통신, 디스플레이, 2차 電池전지 등 첨단분야에서도 2010년엔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1년 안팎으로 좁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發발 ‘쓰나미’ 경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둔감증이다. 리 前전 총리는 몽둥이를 든 제스처를 하며 “마스크 쓴 노조원들과 전경들이 이렇게 싸우고 있더라. 그런 에너지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면 한국은 틀림없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얼굴이 화끈거릴 이야기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노조가 몽둥이나 휘두르고 있느냐는 핀잔이다.
노조만 문제가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英才영재를 키워내려는 교육혁신에 몸이 달아 있는데 이 정권과 전교조는 사회주의적 평준화·평균화 교육을 死守사수하겠다며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다. 反美반미·反반세계화·反반FTA의 鎖國的쇄국적·守舊的수구적 폭력시위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고,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비자금과 편법상속 같은 낡은 행태에 한눈을 팔고 있다. 이러고도 한국경제가 20년이나 버틸 수 있다면 그게 기적일 것이다.
[중앙일보] 남북회담 따로, 미사일 발사 준비 따로
북한이 최대 사정거리 6000㎞인 대포동 2호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언론은 함경북도 미사일 기지에서 전장 35m의 미사일이 발사대로 이동하는 모습이 위성으로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도 "면밀히 주시하고 다각적으로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지는 미지수이나 발사 징후가 있는 것만은 확실해 그 배경이 매우 주목된다.
북한은 이번 장성급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25일 예정된 철도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합의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남측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회담을 한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해 온 것이다. 여기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남쪽에 대해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점을 슬쩍 보여 주면서, 금융제재를 비롯한 미국의 고강도 압박은 긴장 고조를 통한 벼랑 끝 전술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들의 이런 계산에 놀아난 형국이다.
북한이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계산했다면 오산이다. 북한은 납치.인권 문제로 국제적 고립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제 상황도 근본적으로 나아질 수 없다. 한.중의 지원으로 근근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 이런 마당에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어느 국가가 북한을 도우려 하겠는가. 사태를 외통수로 악화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부시 정부가 이런 식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는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중국이라고 환영하겠는가. '한반도 안정'이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인 그들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정부도 '북한에 지원만 하면 문제가 풀린다'는 단선적인 사고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런 위협을 하는 북한을 대통령이 나서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고 한다면 우리 역시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똑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다. 누구보다 우리 정부가 북에 대해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 '안보'와 '교류 협력'을 더 이상 혼돈하지 말라.
[경향신문] 부동산 거품논란, 정부 신뢰가 문제다
지난 15일 청와대가 ‘버블 세븐’론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부동산 시장의 버블(거품) 붕괴를 경고하고 나섰다. “서울 변두리, 지방에서는 부동산 버블이 이미 꺼지고 있다.”(16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부동산 시장이 버블의 저변에 와 있다.”(17일,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 “부동산 가격은 지금보다 20~30% 내려갈 것.”(17일, 김용민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 값은 과거 버블이 꺼지기 직전의 일본과 같은 수준.”(18일, 한덕수 경제부총리)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있느냐 없느냐, 있다면 그것은 언제 꺼지느냐를 판단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짧은 시간에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특히 평당 6천만원 안팎의 강남 아파트 값은 우리 소득 규모를 감안할 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과 같은 아파트 열기는 비정상적 상황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정부가 이렇게 몰아치기 식으로 부동산 거품 붕괴론을 들고 나와도 되느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호들갑을 떨다 보면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면서 경제에 파국적인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정상 궤도를 이탈했다고 판단된다면 정부는 적절한 방식으로 경고 신호를 보낼 수 있고, 때로는 보내야 한다. 그래야 시장 연착륙도 가능하다. 그것이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책무이기도 하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모두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찔끔찔끔식 대책에 시장의 면역력은 커질 대로 커졌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거품론을 제기해도 웬만해서는 먹혀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약효를 더 높이면 자칫 악순환만 부를 수 있다. 이번 몰아치기 경고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정부 신뢰는 더더욱 추락할 것이다. 벌써 그점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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