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5일 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죽봉과 쇠파이프 사라진 평택시위
주말과 휴일을 긴장시켰던 평택 미군기지 반대시위가 큰 폭력사태 없이 지나갔다. 열흘 전 평택 들녘에서 시위대의 죽봉과 경찰 방패가 맞부딪쳐 피가 튀는 전투를 치른 것을 생각하면 다행한 일이다.
서울 도심과 평택에서 열린 시위 규모는 훨씬 큰데도 어떻게 갑자기 평화시위와 온건대응이 가능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시위세력과 공권력이 함께 자제한 것이 가상하지만, 애초 서로 강경하게 치달아 국민을 불안케 한 것을 새삼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폭력사태 재발을 피한 것은 정부가 평택 주민들의 이유있는 항변과 사회 일부의 미군기지 반대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한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과 한총련 등 시위 주도세력도 폭력시위를 되풀이해서는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죽봉과 쇠파이프를 들지 않은 것은 비록 뜻밖이지만, 폭력사태를 혐오하는 국민 정서를 뒤늦게나마 헤아린 현명한 처사다. 정부와 반대세력 모두 앞으로도 이런 절제를 지키기 바란다.
정부와 반대투쟁세력을 새삼 나무라는 것은 어떤 이유와 목적에서든 국민 다수의 생각은 아랑곳 않는 강경 대결로 불안과 불신을 안긴 때문이다. 국민 다수는 용산기지 등을 평택에 모으는 것은 안보여건과 한미 동맹의 현실에 비춰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긴다고 믿는다.
따라서 지나친 반대가 안보와 동맹을 해칠 것을 걱정하지만, 과거처럼 무조건 반대를 억누르는 것에도 거부감을 갖는다고 본다. 이런 사리를 외면한 채 정부가 대규모 군병력을 투입하고 반대세력이 광주항쟁 계승을 외치며 맞부딪친 것은 분명 느닷없고 무리한 행태다.
정부와 반대세력이 잘못을 뉘우친 듯 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사회도 삶의 터전을 수용당한 농민들의 항변까지 이기심으로 매도하는 것은 몰염치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저마다 용산 개발이익을 다투고 선거에까지 이용하면서, 농민들은 보상금에나 만족하라는 인식과 자세로는 사회적 난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 수 없다. 사회 전체의 각성과 고민이 절실하다.
[한겨레신문] 통렬한 반성 실종된 ‘황우석 사건’
어제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비교했다. 연구 데이터를 조작하고, 조작 논문으로 세계 과학계를 농락하고 정부와 민간의 후원금을 타냈으며, 너나없이 연구비 횡령에 나섰고, 횡령한 연구비 일부를 정치인의 정치자금으로 대줬으며, 윤리 준칙을 밥 먹듯이 어겼고, 논문조작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거짓말로 일쑤 대중을 현혹시켰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사법부의 판단이 남긴 했지만,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학문적 조사에 이은 사법 차원의 검찰 수사로 이제 사건의 실체는 대부분 드러나고 확인됐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정리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연구자가 과학의 생명이라 할 윤리와 진실성을 철저히 유린했고, 이를 통해 명성과 부를 획득했다는 데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 행각이었기에 우리 학계는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땅에 떨어진 신뢰의 회복은 학계나 국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까지 해온 진실 규명은 신뢰 회복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에 불과하다.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심판으로 재발 가능성을 차단해야 신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징계는 물론 검찰의 조처 역시 사태의 엄중함에 비추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황 교수만 파면하고 나머지 연구자나 공동저자들은 정직 처분으로 얼버무린 서울대에 이어 검찰도 불구속 기소로 꼬리를 내렸으니, 이래서야 누가 경종으로 삼을 것이며, 어느 누가 우리의 윤리성과 진실성에 대한 의지를 인정할 것인가. 악조건 속에서 논문 조작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 우리 학계의 자정 능력을 세계인에게 자랑했던 생물학정보센터(브릭)나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소장 연구자들의 노력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검찰 말마따나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낸 것이다. 젊은 연구자마저 한탕주의에 빠졌고, 중견 학자는 다른 사람의 논문에 제 이름 올리는 데만 혈안이었다. 학교는 물론이고 국가의 검증 기능은 완전히 마비돼 있었다. 서울대와 한양대의 기관윤리심의위원회는 연구자의 불법 및 조작 행위에 면죄부나 주는 구실만 했다. 국가 기구인 생명윤리위원회는 사후약방문이나 처방했다. 정부 기관들은 무방비 상태로 사기에 놀아나 국민의 세금을 퍼줬다. 줄기세포 연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정치권, 국가주의의 광기에 사로잡힌 언론들은 사기꾼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 일부의 진실 규명 노력을 반국가적 행위로 매도하기도 했다.
서울대와 검찰만 나무랄 순 없다. 이런 행태는 이익을 위해선 윤리와 생명의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우리의 왜곡된 의식 속에서 싹텄기 때문이다. 모두가 통렬히 반성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게 두번째 문제다.
[동아일보] 南北 철도 ‘北風性 이벤트’ 안 돼야
남북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를 25일 시험운행하기로 그제 합의했다. 이 중 경의선 운행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12일 중단된 뒤 55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시험운행이라고는 하나 남북 화해·협력 차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작지 않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정기운행이 될 수 있도록 남북이 노력해야 한다.
북이 시험운행에 합의한 것은 다음 달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염두에 뒀을 개연성이 크다. 경의선 철도 연결은 2000년 6·15정상회담 직후 1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것으로, DJ는 그동안 기차로 재(再)방북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DJ의 방북이 아니다. 시험운행이 정기운행이 돼 남북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경의선은 2002년 12월 구간공사가 완료돼 2003년 6월 궤도 연결식까지 했지만 운행되지 않았다. 북의 군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다수 전문가는 북이 ‘6·15남북공동선언’ 당사자인 DJ에 대한 예우를 통해 ‘공동선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공동선언’의 정신이 ‘우리 민족끼리’이므로 남북이 힘을 합쳐 미국의 대북(對北) 압박에 맞서자는 것으로, 결국 ‘민족’을 내세워 남으로부터는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 한미관계 틈새는 벌리려 한다는 것이다.
북이 “북에 많은 양보를 하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 직후에 시험운행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북은 과거에도 비료, 식량 등이 필요하면 유화적인 태도로 나왔고, 대개는 원하는 것을 얻었다. 이번 합의에 대한 우리 측의 대가(代價)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각의 관측대로 북의 경공업 활성화에 필요한 원자재를 지원키로 한 것인지, 아니면 노 대통령이 말한 ‘물적, 제도적 지원’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치권에선 벌써 “선거용 신(新)북풍 공세”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의문점들이 해소되어야 한다. 남북 양측의 정략적 필요에 의해 열차가 한 차례 달리다 만다면 오히려 실망만 키울 수 있다. 미국에 대해 개성공단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할 우리로선 이 또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조선일보] 7000억 들여 3년 만에 달려 보는 경의선
南北남북은 오는 25일 京義線경의선과 東海線동해선의 남북철도를 시험운행하기로 했다. 경의선은 남측 문산역을 출발해 북측 개성역까지, 동해선은 북측 금강산역을 출발해 남측 제진역까지 왕복 운행한다. 남북은 또 16일 남북將星級장성급회담과 김대중 前전 대통령의 訪北방북준비 실무접촉을 갖는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6월 12일 운행이 끊겼던 경의선을 따라 55년 만에 열차가 달리게 된다. 다음달로 예정된 김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도 김 전 대통령 희망대로 경의선 철도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의선 남북연결사업은 2000년 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됐다. 2003년 연결식을 가졌고 2004년, 2005년 두 차례나 시험운행 일정을 잡았으나 그때마다 북한 軍部군부가 군사적 보장조치를 해주지 않아 霧散무산됐었다. 7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남북 철도연결사업이 합의 6년, 연결 3년 만에 시범운행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운행이 본격 開通개통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되는 것인지, 김 전 대통령 방북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고 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시범운행 한 차례만 성사되는 것인지조차 불투명하다.
북한은 김 전 대통령 방북준비 실무접촉, 남북장성급회담에도 동시에 나서며 남북대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僞造위조달러와 인권문제에 초점을 맞춰 북한 숨통을 죄어가면서 美미·北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북관계가 답답하게 꼬일 때면 으레 ‘민족끼리’를 외치면서 남북 채널을 稼動가동해왔다. 남북 관계를 적당히 굴려가면서 남쪽의 경제 지원을 얻어내면 미국의 對北대북 압박을 손쉽게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남쪽 대통령이 앞장서 ‘조건없는 對北대북지원’ 의사를 밝히고 나섰으니 북한 입장에선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半世紀반세기 만에 열차가 休戰線휴전선을 가로질러 한번 달려 본다는 감격이 자칫 북한에 시간만 벌어주는 구실로 이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중앙일보] 남북 철도 연결 합의 이번엔 꼭 실천돼야
남북이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시험운행에 원칙적인 합의를 하고 이에 필수적인 군사적 보장장치는 16일 열리는 장성급 회담에서 타결하기로 했다. 이 회담에서도 합의를 봐 시험운행이 이루어진다면 그 의미와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이 자리를 잡은 데 이어 철도 연결도 가시화(可視化)함으로써 남북관계가 한 차원 진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절절한 표현에서 잘 드러나지만, 남북 철도 연결은 '분단 극복과 남북 화해'의 상징이었다. 동시에 '남북 상생(相生)'을 위한 실질적 사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가 시베리아나 중국 횡단철도와 연계되면 남북이 얻는 경제적 이득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은 운임.수수료 등으로 연 3억~4억 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한다. 또 외부의 지원을 받아 철도시설의 현대화를 이룰 수 있다면 북한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남측은 남북 간 물류비용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 또 동북아에서의 물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대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찾았다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남북한 모두에 의미 있는 사업의 첫단추를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향후 태도다. 북한은 2004년 10월과 2005년 10월에 철도 시험운행에 합의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로부터의 반대급부를 보다 극대화하려는 전술이라는 분석 등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측면에 개의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번에도 서해 북방한계선에 대해 우리 측 양보를 요구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을 단다면 이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5월 25일'로 한 이번 합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 더 나아가 '1회용 전시성(展示性) 행사'로만 하고, 대가만 받아내려는 얄팍한 수법을 쓰려 해서도 안 된다.
이번 합의는 대북(對北) 압박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한.미 갈등 속에서 나왔다. 대북 금융제재에 탈북자도 받아들이는 부시 미 정부의 행태로 볼 때 이번 합의에 박수를 칠 리는 없다고 본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환영하면서도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게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와 한.미관계의 연관성에 대해 정부는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 사교육비 지출 격차도 늘어만 간다는데
우리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은 어제 오늘의 현안이 아니며, 이미 국내총생산 대비 세계 1위로 소문난 지도 오래다. 이제 방치하면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할 것이라는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상위 10% 계층의 사교육비 지출이 최하위 10% 계층에 비해 무려 10배에 달한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어쩌면 놀랄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소득 양극화가 날로 심화하고 있는 터여서 사교육비라고 예외가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교육비 격차가 한층 우려되는 것은 소득격차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어서다.
올 1·4분기의 사교육비 격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6.4배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증가율은 같은 기간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 4.2%의 3.4배에 달해 무서운 속도를 보여준다.
이 통계만 봐도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사교육비를 집값과 더불어 정부의 2대 공적(公敵)으로 지목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교육비 급증이 낳는 폐해는 교육문제에 그치지 않는 데 심각성이 있다. 저출산의 최대 원인도 바로 사교육비 부담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지금까지는 별 효험이 없었다는데 문제의 핵심이 존재한다. 노대통령은 사교육비 경감 방안의 하나로 추진돼 온 ‘방과후 학교’ 사업을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방과후 학교’ 사업도 공교육만 위축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해답은 공교육으로 귀결되고 만다. 공교육 해법은 정부의 힘만으로 풀기 힘든 해묵은 숙제다. 교육 당사자들의 열린 자세와 지혜가 절실하다.
[한국일보] 죽봉과 쇠파이프 사라진 평택시위
주말과 휴일을 긴장시켰던 평택 미군기지 반대시위가 큰 폭력사태 없이 지나갔다. 열흘 전 평택 들녘에서 시위대의 죽봉과 경찰 방패가 맞부딪쳐 피가 튀는 전투를 치른 것을 생각하면 다행한 일이다.
서울 도심과 평택에서 열린 시위 규모는 훨씬 큰데도 어떻게 갑자기 평화시위와 온건대응이 가능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시위세력과 공권력이 함께 자제한 것이 가상하지만, 애초 서로 강경하게 치달아 국민을 불안케 한 것을 새삼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폭력사태 재발을 피한 것은 정부가 평택 주민들의 이유있는 항변과 사회 일부의 미군기지 반대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한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과 한총련 등 시위 주도세력도 폭력시위를 되풀이해서는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죽봉과 쇠파이프를 들지 않은 것은 비록 뜻밖이지만, 폭력사태를 혐오하는 국민 정서를 뒤늦게나마 헤아린 현명한 처사다. 정부와 반대세력 모두 앞으로도 이런 절제를 지키기 바란다.
정부와 반대투쟁세력을 새삼 나무라는 것은 어떤 이유와 목적에서든 국민 다수의 생각은 아랑곳 않는 강경 대결로 불안과 불신을 안긴 때문이다. 국민 다수는 용산기지 등을 평택에 모으는 것은 안보여건과 한미 동맹의 현실에 비춰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긴다고 믿는다.
따라서 지나친 반대가 안보와 동맹을 해칠 것을 걱정하지만, 과거처럼 무조건 반대를 억누르는 것에도 거부감을 갖는다고 본다. 이런 사리를 외면한 채 정부가 대규모 군병력을 투입하고 반대세력이 광주항쟁 계승을 외치며 맞부딪친 것은 분명 느닷없고 무리한 행태다.
정부와 반대세력이 잘못을 뉘우친 듯 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사회도 삶의 터전을 수용당한 농민들의 항변까지 이기심으로 매도하는 것은 몰염치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저마다 용산 개발이익을 다투고 선거에까지 이용하면서, 농민들은 보상금에나 만족하라는 인식과 자세로는 사회적 난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 수 없다. 사회 전체의 각성과 고민이 절실하다.
[한겨레신문] 통렬한 반성 실종된 ‘황우석 사건’
어제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비교했다. 연구 데이터를 조작하고, 조작 논문으로 세계 과학계를 농락하고 정부와 민간의 후원금을 타냈으며, 너나없이 연구비 횡령에 나섰고, 횡령한 연구비 일부를 정치인의 정치자금으로 대줬으며, 윤리 준칙을 밥 먹듯이 어겼고, 논문조작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거짓말로 일쑤 대중을 현혹시켰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사법부의 판단이 남긴 했지만,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학문적 조사에 이은 사법 차원의 검찰 수사로 이제 사건의 실체는 대부분 드러나고 확인됐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정리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연구자가 과학의 생명이라 할 윤리와 진실성을 철저히 유린했고, 이를 통해 명성과 부를 획득했다는 데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 행각이었기에 우리 학계는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땅에 떨어진 신뢰의 회복은 학계나 국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까지 해온 진실 규명은 신뢰 회복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에 불과하다.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심판으로 재발 가능성을 차단해야 신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징계는 물론 검찰의 조처 역시 사태의 엄중함에 비추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황 교수만 파면하고 나머지 연구자나 공동저자들은 정직 처분으로 얼버무린 서울대에 이어 검찰도 불구속 기소로 꼬리를 내렸으니, 이래서야 누가 경종으로 삼을 것이며, 어느 누가 우리의 윤리성과 진실성에 대한 의지를 인정할 것인가. 악조건 속에서 논문 조작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 우리 학계의 자정 능력을 세계인에게 자랑했던 생물학정보센터(브릭)나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소장 연구자들의 노력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검찰 말마따나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낸 것이다. 젊은 연구자마저 한탕주의에 빠졌고, 중견 학자는 다른 사람의 논문에 제 이름 올리는 데만 혈안이었다. 학교는 물론이고 국가의 검증 기능은 완전히 마비돼 있었다. 서울대와 한양대의 기관윤리심의위원회는 연구자의 불법 및 조작 행위에 면죄부나 주는 구실만 했다. 국가 기구인 생명윤리위원회는 사후약방문이나 처방했다. 정부 기관들은 무방비 상태로 사기에 놀아나 국민의 세금을 퍼줬다. 줄기세포 연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정치권, 국가주의의 광기에 사로잡힌 언론들은 사기꾼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 일부의 진실 규명 노력을 반국가적 행위로 매도하기도 했다.
서울대와 검찰만 나무랄 순 없다. 이런 행태는 이익을 위해선 윤리와 생명의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우리의 왜곡된 의식 속에서 싹텄기 때문이다. 모두가 통렬히 반성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게 두번째 문제다.
[동아일보] 南北 철도 ‘北風性 이벤트’ 안 돼야
남북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를 25일 시험운행하기로 그제 합의했다. 이 중 경의선 운행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12일 중단된 뒤 55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시험운행이라고는 하나 남북 화해·협력 차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작지 않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정기운행이 될 수 있도록 남북이 노력해야 한다.
북이 시험운행에 합의한 것은 다음 달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염두에 뒀을 개연성이 크다. 경의선 철도 연결은 2000년 6·15정상회담 직후 1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것으로, DJ는 그동안 기차로 재(再)방북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DJ의 방북이 아니다. 시험운행이 정기운행이 돼 남북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경의선은 2002년 12월 구간공사가 완료돼 2003년 6월 궤도 연결식까지 했지만 운행되지 않았다. 북의 군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다수 전문가는 북이 ‘6·15남북공동선언’ 당사자인 DJ에 대한 예우를 통해 ‘공동선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공동선언’의 정신이 ‘우리 민족끼리’이므로 남북이 힘을 합쳐 미국의 대북(對北) 압박에 맞서자는 것으로, 결국 ‘민족’을 내세워 남으로부터는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 한미관계 틈새는 벌리려 한다는 것이다.
북이 “북에 많은 양보를 하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 직후에 시험운행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북은 과거에도 비료, 식량 등이 필요하면 유화적인 태도로 나왔고, 대개는 원하는 것을 얻었다. 이번 합의에 대한 우리 측의 대가(代價)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각의 관측대로 북의 경공업 활성화에 필요한 원자재를 지원키로 한 것인지, 아니면 노 대통령이 말한 ‘물적, 제도적 지원’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치권에선 벌써 “선거용 신(新)북풍 공세”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의문점들이 해소되어야 한다. 남북 양측의 정략적 필요에 의해 열차가 한 차례 달리다 만다면 오히려 실망만 키울 수 있다. 미국에 대해 개성공단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할 우리로선 이 또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조선일보] 7000억 들여 3년 만에 달려 보는 경의선
南北남북은 오는 25일 京義線경의선과 東海線동해선의 남북철도를 시험운행하기로 했다. 경의선은 남측 문산역을 출발해 북측 개성역까지, 동해선은 북측 금강산역을 출발해 남측 제진역까지 왕복 운행한다. 남북은 또 16일 남북將星級장성급회담과 김대중 前전 대통령의 訪北방북준비 실무접촉을 갖는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6월 12일 운행이 끊겼던 경의선을 따라 55년 만에 열차가 달리게 된다. 다음달로 예정된 김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도 김 전 대통령 희망대로 경의선 철도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의선 남북연결사업은 2000년 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됐다. 2003년 연결식을 가졌고 2004년, 2005년 두 차례나 시험운행 일정을 잡았으나 그때마다 북한 軍部군부가 군사적 보장조치를 해주지 않아 霧散무산됐었다. 7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남북 철도연결사업이 합의 6년, 연결 3년 만에 시범운행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운행이 본격 開通개통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되는 것인지, 김 전 대통령 방북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고 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시범운행 한 차례만 성사되는 것인지조차 불투명하다.
북한은 김 전 대통령 방북준비 실무접촉, 남북장성급회담에도 동시에 나서며 남북대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僞造위조달러와 인권문제에 초점을 맞춰 북한 숨통을 죄어가면서 美미·北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북관계가 답답하게 꼬일 때면 으레 ‘민족끼리’를 외치면서 남북 채널을 稼動가동해왔다. 남북 관계를 적당히 굴려가면서 남쪽의 경제 지원을 얻어내면 미국의 對北대북 압박을 손쉽게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남쪽 대통령이 앞장서 ‘조건없는 對北대북지원’ 의사를 밝히고 나섰으니 북한 입장에선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半世紀반세기 만에 열차가 休戰線휴전선을 가로질러 한번 달려 본다는 감격이 자칫 북한에 시간만 벌어주는 구실로 이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중앙일보] 남북 철도 연결 합의 이번엔 꼭 실천돼야
남북이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시험운행에 원칙적인 합의를 하고 이에 필수적인 군사적 보장장치는 16일 열리는 장성급 회담에서 타결하기로 했다. 이 회담에서도 합의를 봐 시험운행이 이루어진다면 그 의미와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이 자리를 잡은 데 이어 철도 연결도 가시화(可視化)함으로써 남북관계가 한 차원 진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절절한 표현에서 잘 드러나지만, 남북 철도 연결은 '분단 극복과 남북 화해'의 상징이었다. 동시에 '남북 상생(相生)'을 위한 실질적 사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가 시베리아나 중국 횡단철도와 연계되면 남북이 얻는 경제적 이득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은 운임.수수료 등으로 연 3억~4억 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한다. 또 외부의 지원을 받아 철도시설의 현대화를 이룰 수 있다면 북한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남측은 남북 간 물류비용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 또 동북아에서의 물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대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찾았다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남북한 모두에 의미 있는 사업의 첫단추를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향후 태도다. 북한은 2004년 10월과 2005년 10월에 철도 시험운행에 합의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로부터의 반대급부를 보다 극대화하려는 전술이라는 분석 등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측면에 개의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번에도 서해 북방한계선에 대해 우리 측 양보를 요구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을 단다면 이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5월 25일'로 한 이번 합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 더 나아가 '1회용 전시성(展示性) 행사'로만 하고, 대가만 받아내려는 얄팍한 수법을 쓰려 해서도 안 된다.
이번 합의는 대북(對北) 압박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한.미 갈등 속에서 나왔다. 대북 금융제재에 탈북자도 받아들이는 부시 미 정부의 행태로 볼 때 이번 합의에 박수를 칠 리는 없다고 본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환영하면서도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게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와 한.미관계의 연관성에 대해 정부는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 사교육비 지출 격차도 늘어만 간다는데
우리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은 어제 오늘의 현안이 아니며, 이미 국내총생산 대비 세계 1위로 소문난 지도 오래다. 이제 방치하면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할 것이라는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상위 10% 계층의 사교육비 지출이 최하위 10% 계층에 비해 무려 10배에 달한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어쩌면 놀랄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소득 양극화가 날로 심화하고 있는 터여서 사교육비라고 예외가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교육비 격차가 한층 우려되는 것은 소득격차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어서다.
올 1·4분기의 사교육비 격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6.4배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증가율은 같은 기간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 4.2%의 3.4배에 달해 무서운 속도를 보여준다.
이 통계만 봐도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사교육비를 집값과 더불어 정부의 2대 공적(公敵)으로 지목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교육비 급증이 낳는 폐해는 교육문제에 그치지 않는 데 심각성이 있다. 저출산의 최대 원인도 바로 사교육비 부담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지금까지는 별 효험이 없었다는데 문제의 핵심이 존재한다. 노대통령은 사교육비 경감 방안의 하나로 추진돼 온 ‘방과후 학교’ 사업을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방과후 학교’ 사업도 공교육만 위축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해답은 공교육으로 귀결되고 만다. 공교육 해법은 정부의 힘만으로 풀기 힘든 해묵은 숙제다. 교육 당사자들의 열린 자세와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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