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1일 목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대북 양보'에는 국민 동의가 필수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면서 “본질적 정당성 문제가 아닌 한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조건없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면으로 제의하지 않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피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계획을 거론하면서 “미국하고 주변국들과의 여러 관계가 있어 정부가 선뜻 할 수 없는 일도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주면 저도 슬그머니 할 수도 있고…”라고 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 것은 심상치 않게 전개되는 한반도 정세를 타개할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위조지폐 문제와 북한 인권문제 등을 둘러싼 북미갈등 심화로 6자회담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고 한미간 대북 인식차도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그대로 둘 경우 남북관계와 한반도에 심각한 위기국면이 조성될 수 있는 만큼 북측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양보와 조건없는 제도ㆍ물질적 지원이 북측의 상응 조치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 대북 양보와 지원 확대에 거부적인 여론이 상당하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국민이 동의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함께 이해와 설득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국민 보기에 자존심 상하게, 원칙 없이 양보하려는 것은 아니다”는 노 대통령의 말을 주목한다.
또 하나, 적극적인 대북 정책이 한미간 불협화음을 심화시켜서는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최근 개성공단사업에 거부감을 보이는 등 정부의 대북정책에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엊그제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을 방문, 개성공단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자칫 이런 모양이 대외 시위로 비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입양의 날'이 부끄러운 이유
오늘(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가정의 달(5월)에 한 가정이 한 명의 아이를 입양하자는 취지로 정부가 올해 처음 지정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재앙에 직면한 터에, 해마다 2천명이 넘는 아이를 외국의 양부모에 맡기는 현실은 기막힌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미혼모가 낳았건 부모가 버렸건 이들을 기르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건 ‘고아 수출국’이란 불명예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다.
국내입양 어린이는 연간 1500여명으로 전체 입양의 40%를 차지한다. 국외입양 의존도가 조금씩이나마 개선되는 추세는 다행스런 일이나, 뿌리깊은 혈통주의 탓에 여전히 자식 없는 부부가 남몰래 데려다 키우는 비밀입양이 대부분이다. 특히 보살핌이 절실한 장애 어린이의 국내 입양률은 2% 수준에 불과하고, 나중에 장애가 드러나 파양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선진적인 입양 문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가족 없는 어린이는 위탁가정이나 입양가정의 보호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가족의 행복과 사랑, 이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영국 등 많은 선진국은 고아원 같은 시설 수용을 최후의 수단으로 여긴다. 버려지는 아이의 3분의 1 가량이 시설에 맡겨지는 우리 현실을 냉정히 되돌아봐야 한다. 경제성을 이유로 입양·위탁 가정보다는 시설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가슴으로 낳은 자식’을 사회 전체가 포용하는 일이다. 입양에 대한 편견을 씻어내고 함께 키운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절실한 이유다.
[동아일보] 국민은 남북 정상회담 뒷돈 대는 ‘봉’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몽골 방문 중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며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조건 없이 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면서 “북측과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을 얘기해도 좋다”고 말했다. 사실상 ‘조건 없는 지원’을 전제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셈이다.
이는 중요한 방향 전환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남북 정상회담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핵 문제를 풀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때 유효한 것인데 아직 그런 신호가 없다”고 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무슨 ‘신호’가 있어서 이런 말을 한 것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벌써 ‘대북 뒷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야당은 “선거를 겨냥한 신(新) 북풍 공작”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국민은 DJ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해 3월 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규모 경제지원을 북에 제의했고, 5억 달러의 뒷돈까지 줬던 일을 잊지 않고 있다. DJ는 그 대가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지만 북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남남 갈등만 심화됐다. 그런데도 다시 같은 방식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국민을 이 정권의 ‘북풍 흥행’에 뒷돈 대는 ‘봉’쯤으로 보지 않는 한 상상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더욱이 “무슨 내용이든 논의할 수 있다”는 대목은 6·15 공동선언에 담긴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당시 DJ가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공통점이 있다”며 제시한 ‘남북연합제’도 DJ의 개인적인 ‘3단계 통일방안’의 두 번째 단계일 뿐이다. 정치권에선 ‘DJ 방북으로 연방제 논의를 점화한 뒤 남북 정상회담과 개헌을 통해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닦으려 한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이 불안해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이 있다”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용’이라고 주장해 온 북의 주장에 사실상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기저를 흔든 셈이니 후(後) 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정말 걱정이다. 미국의 입장에선 대북 압박을 중단하라는 신호로 읽힐 것이 분명하다. 노 대통령은 과연 한미동맹이 유지되기를 바라고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이러니 평택 사태가 일어나고 군인들이 시위대에 두들겨 맞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대북정책이 ‘민족 우선’으로 포장된 정파적 이익의 도구로 사용돼선 안 된다. 그 재앙을 알면서도 노 대통령이 유혹에 빠지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逆 발상' 정부혁신으로 국가경쟁력 추락한 한국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順位순위가 작년 29위에서 올해 38위로 추락했다. 조사 대상 61개국 중에 순위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중국은 31위에서 19위로 12단계, 인도는 39위에서 29위로 10단계 오르며 한국을 앞섰다.
부문별로는 ‘정부행정효율’이 31위에서 47위로 16단계, ‘기업경영효율’이 30위에서 45위로 15단계나 미끄러졌다. ‘경제운영성과’는 43위에서 41위로, ‘發展발전인프라’는 23위에서 24위로 큰 변동이 없었다. 결국 정부와 기업 부문의 非비효율성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이야기다.
이 정권이 입만 열면 자랑하는 것이 정부 혁신 실적이고, 걸핏하면 들먹이는 것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다. 部處부처마다 ‘혁신학습방’을 만들고 ‘혁신포럼’ ‘혁신세미나’ ‘혁신동아리’ ‘혁신워크숍’ 등 방방에다 혁신 문패를 달아 놓았다. 행정자치부는 얼마 전 정부 인터넷매체 국정브리핑에서 “지난 3년간의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해 이제는 국민이 體感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큰소리쳤다. 그런 정부가 외부의 객관적 평가에선 효율성 부문에 落第點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정부 혁신은 세계 모든 나라의 핵심 국정과제다. 이들의 혁신은 한마디로 정부의 역할과 간섭을 줄이는 것이다. 공무원을 줄이고, 정부 지출을 줄이고, 정부 간섭을 줄이고, 세금을 줄여 민간부문의 活力활력을 키우는 것이다. 福祉복지지출의 漏水누수를 없애고 복지제도를 효율화해 국가의 부담을 덜자는 것이 선진국들이 추진하는 혁신이다.
이 정부의 정부 혁신은 그 반대다. “일만 잘하면 철밥통이면 어떻고 금밥통이면 어떠냐”며 공무원을 2만6000명이나 늘렸다. 복지예산의 효율화는 생각도 못하고 복지 이야기만 나오면 세금 올릴 궁리만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큰 정부, 舊式구식 복지의 낡은 패러다임으론 정부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착각 때문에 정부 혁신의 성과만은 어디에 내놔도 꿀릴 게 없다고 큰소리칠수록 정부의 효율성이 추락하는 逆說역설이 빚어지는 것이다.
기업경영효율 순위가 크게 떨어진 것은 삼성, 현대자동차, 두산 등 재벌그룹들이 잇따라 便法편법 상속과 비자금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영행태 탓이 크다. 정부나 기업 모두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생각을 바꿔야 나아갈 길이 보이는 것이다.
[중앙일보] 서울대 학생회의 한총련 탈퇴
서울대 총학생회가 어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을 탈퇴하고, 모든 학생 정치조직과도 분리하겠다고 선언했다. 학생운동의 상징이던 서울대 총학생회의 이번 결정은 우리 학생 운동사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우리 학생운동은 과거 암울했던 군사정권에서 벗어나 민주화 시대를 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그 과정에서 '서울의 봄'(1980년) 을 이끄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 93년 한총련 출범 당시도 주축이었다. 이런 서울대 총학생회가 한총련을 탈퇴한 것은 대다수 학생의 뜻을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지난달 한총련 탈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그는 "대다수 서울대생은 맹목적인 투쟁 일변도의 학생운동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총련은 시대착오적인 '반미.반제국주의'강령에다 불법.폭력적인 학생운동으로 종종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다. 10년 전 연세대 불법 폭력점거 사건 이후 정부로부터 이적단체로 규정돼 왔다. 학생들의 외면 속에 한총련을 탈퇴하는 총학생회가 늘고, 지난해에는 새로운 학생단체(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가 출범했다. 한총련의 존폐론마저 거론된다고 한다.
학생운동이 정치 일변도로 흐르는 잘못된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특히 대학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불법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이제 용납되지 않는다. 서울대 학생회가 한총련을 탈퇴하는 마당에 통일부는 한총련 중심의 방북단을 허용해 친북 활동을 장려하고 있으니 참으로 문제다. 이 정부는 서울대 학생회만치의 판단력도 없는가. 서울대 총학생회의 결정이 다른 대학으로 확산돼 올바른 학생운동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기대한다.
[경향신문] 어버이날에 발견된 老부부의 주검
자녀가 외국으로 이민간 후 서로 의지하며 살던 노부부가 어버이날에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각자 질병으로 고생하던 이들 부부는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없이 외롭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들의 죽음을 발견한 것도 이웃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조대였다. 가정의 달인 5월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은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 우리의 가정은 과연 건강한지 다시금 되묻게 된다.
이들 노부부의 죽음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이들이 숨진 채 발견된 날이 어버이날이기에 더욱 그렇다. 경찰은 남편은 심장마비로 숨진 지 10일가량 됐고, 부인은 영양실조로 지난 5일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혈압 등을 앓아온 남편은 중풍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부인을 10년간 정성껏 돌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숨지자 최근 치매현상까지 보인 부인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남편 뒤를 따라간 것이다. 노인복지의 사각지대를 보는 것 같다.
요즘 우리의 가정은 흔들리고 있다. 많은 노인들은 변화된 사회환경과 가족관 속에서 소외되고, 또 방치되고 있다. 자녀를 위해 헌신한 부모들이 외롭고 곤고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노부부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노인복지와 의료보장, 그리고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뚫려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인들의 노후와 삶의 질 향상에 우리 사회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엄마, 하늘 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 나중에 꼭 만나.” “오늘은 어버이날, 아빠 보고 싶어.”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장묘문화센터가 운영하는 ‘하늘 나라 우체국’에는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의 애끓는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노부부의 죽음과 맞물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는 가정의 달이었으면 한다.
[한국일보] '대북 양보'에는 국민 동의가 필수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면서 “본질적 정당성 문제가 아닌 한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조건없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면으로 제의하지 않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피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계획을 거론하면서 “미국하고 주변국들과의 여러 관계가 있어 정부가 선뜻 할 수 없는 일도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주면 저도 슬그머니 할 수도 있고…”라고 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 것은 심상치 않게 전개되는 한반도 정세를 타개할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위조지폐 문제와 북한 인권문제 등을 둘러싼 북미갈등 심화로 6자회담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고 한미간 대북 인식차도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그대로 둘 경우 남북관계와 한반도에 심각한 위기국면이 조성될 수 있는 만큼 북측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양보와 조건없는 제도ㆍ물질적 지원이 북측의 상응 조치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 대북 양보와 지원 확대에 거부적인 여론이 상당하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국민이 동의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함께 이해와 설득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국민 보기에 자존심 상하게, 원칙 없이 양보하려는 것은 아니다”는 노 대통령의 말을 주목한다.
또 하나, 적극적인 대북 정책이 한미간 불협화음을 심화시켜서는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최근 개성공단사업에 거부감을 보이는 등 정부의 대북정책에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엊그제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을 방문, 개성공단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자칫 이런 모양이 대외 시위로 비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입양의 날'이 부끄러운 이유
오늘(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가정의 달(5월)에 한 가정이 한 명의 아이를 입양하자는 취지로 정부가 올해 처음 지정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재앙에 직면한 터에, 해마다 2천명이 넘는 아이를 외국의 양부모에 맡기는 현실은 기막힌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미혼모가 낳았건 부모가 버렸건 이들을 기르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건 ‘고아 수출국’이란 불명예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다.
국내입양 어린이는 연간 1500여명으로 전체 입양의 40%를 차지한다. 국외입양 의존도가 조금씩이나마 개선되는 추세는 다행스런 일이나, 뿌리깊은 혈통주의 탓에 여전히 자식 없는 부부가 남몰래 데려다 키우는 비밀입양이 대부분이다. 특히 보살핌이 절실한 장애 어린이의 국내 입양률은 2% 수준에 불과하고, 나중에 장애가 드러나 파양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선진적인 입양 문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가족 없는 어린이는 위탁가정이나 입양가정의 보호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가족의 행복과 사랑, 이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영국 등 많은 선진국은 고아원 같은 시설 수용을 최후의 수단으로 여긴다. 버려지는 아이의 3분의 1 가량이 시설에 맡겨지는 우리 현실을 냉정히 되돌아봐야 한다. 경제성을 이유로 입양·위탁 가정보다는 시설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가슴으로 낳은 자식’을 사회 전체가 포용하는 일이다. 입양에 대한 편견을 씻어내고 함께 키운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절실한 이유다.
[동아일보] 국민은 남북 정상회담 뒷돈 대는 ‘봉’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몽골 방문 중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며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조건 없이 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면서 “북측과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을 얘기해도 좋다”고 말했다. 사실상 ‘조건 없는 지원’을 전제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셈이다.
이는 중요한 방향 전환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남북 정상회담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핵 문제를 풀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때 유효한 것인데 아직 그런 신호가 없다”고 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무슨 ‘신호’가 있어서 이런 말을 한 것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벌써 ‘대북 뒷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야당은 “선거를 겨냥한 신(新) 북풍 공작”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국민은 DJ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해 3월 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규모 경제지원을 북에 제의했고, 5억 달러의 뒷돈까지 줬던 일을 잊지 않고 있다. DJ는 그 대가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지만 북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남남 갈등만 심화됐다. 그런데도 다시 같은 방식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국민을 이 정권의 ‘북풍 흥행’에 뒷돈 대는 ‘봉’쯤으로 보지 않는 한 상상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더욱이 “무슨 내용이든 논의할 수 있다”는 대목은 6·15 공동선언에 담긴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당시 DJ가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공통점이 있다”며 제시한 ‘남북연합제’도 DJ의 개인적인 ‘3단계 통일방안’의 두 번째 단계일 뿐이다. 정치권에선 ‘DJ 방북으로 연방제 논의를 점화한 뒤 남북 정상회담과 개헌을 통해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닦으려 한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이 불안해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이 있다”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용’이라고 주장해 온 북의 주장에 사실상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기저를 흔든 셈이니 후(後) 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정말 걱정이다. 미국의 입장에선 대북 압박을 중단하라는 신호로 읽힐 것이 분명하다. 노 대통령은 과연 한미동맹이 유지되기를 바라고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이러니 평택 사태가 일어나고 군인들이 시위대에 두들겨 맞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대북정책이 ‘민족 우선’으로 포장된 정파적 이익의 도구로 사용돼선 안 된다. 그 재앙을 알면서도 노 대통령이 유혹에 빠지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逆 발상' 정부혁신으로 국가경쟁력 추락한 한국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順位순위가 작년 29위에서 올해 38위로 추락했다. 조사 대상 61개국 중에 순위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중국은 31위에서 19위로 12단계, 인도는 39위에서 29위로 10단계 오르며 한국을 앞섰다.
부문별로는 ‘정부행정효율’이 31위에서 47위로 16단계, ‘기업경영효율’이 30위에서 45위로 15단계나 미끄러졌다. ‘경제운영성과’는 43위에서 41위로, ‘發展발전인프라’는 23위에서 24위로 큰 변동이 없었다. 결국 정부와 기업 부문의 非비효율성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이야기다.
이 정권이 입만 열면 자랑하는 것이 정부 혁신 실적이고, 걸핏하면 들먹이는 것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다. 部處부처마다 ‘혁신학습방’을 만들고 ‘혁신포럼’ ‘혁신세미나’ ‘혁신동아리’ ‘혁신워크숍’ 등 방방에다 혁신 문패를 달아 놓았다. 행정자치부는 얼마 전 정부 인터넷매체 국정브리핑에서 “지난 3년간의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해 이제는 국민이 體感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큰소리쳤다. 그런 정부가 외부의 객관적 평가에선 효율성 부문에 落第點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정부 혁신은 세계 모든 나라의 핵심 국정과제다. 이들의 혁신은 한마디로 정부의 역할과 간섭을 줄이는 것이다. 공무원을 줄이고, 정부 지출을 줄이고, 정부 간섭을 줄이고, 세금을 줄여 민간부문의 活力활력을 키우는 것이다. 福祉복지지출의 漏水누수를 없애고 복지제도를 효율화해 국가의 부담을 덜자는 것이 선진국들이 추진하는 혁신이다.
이 정부의 정부 혁신은 그 반대다. “일만 잘하면 철밥통이면 어떻고 금밥통이면 어떠냐”며 공무원을 2만6000명이나 늘렸다. 복지예산의 효율화는 생각도 못하고 복지 이야기만 나오면 세금 올릴 궁리만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큰 정부, 舊式구식 복지의 낡은 패러다임으론 정부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착각 때문에 정부 혁신의 성과만은 어디에 내놔도 꿀릴 게 없다고 큰소리칠수록 정부의 효율성이 추락하는 逆說역설이 빚어지는 것이다.
기업경영효율 순위가 크게 떨어진 것은 삼성, 현대자동차, 두산 등 재벌그룹들이 잇따라 便法편법 상속과 비자금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영행태 탓이 크다. 정부나 기업 모두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생각을 바꿔야 나아갈 길이 보이는 것이다.
[중앙일보] 서울대 학생회의 한총련 탈퇴
서울대 총학생회가 어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을 탈퇴하고, 모든 학생 정치조직과도 분리하겠다고 선언했다. 학생운동의 상징이던 서울대 총학생회의 이번 결정은 우리 학생 운동사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우리 학생운동은 과거 암울했던 군사정권에서 벗어나 민주화 시대를 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그 과정에서 '서울의 봄'(1980년) 을 이끄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 93년 한총련 출범 당시도 주축이었다. 이런 서울대 총학생회가 한총련을 탈퇴한 것은 대다수 학생의 뜻을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지난달 한총련 탈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그는 "대다수 서울대생은 맹목적인 투쟁 일변도의 학생운동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총련은 시대착오적인 '반미.반제국주의'강령에다 불법.폭력적인 학생운동으로 종종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다. 10년 전 연세대 불법 폭력점거 사건 이후 정부로부터 이적단체로 규정돼 왔다. 학생들의 외면 속에 한총련을 탈퇴하는 총학생회가 늘고, 지난해에는 새로운 학생단체(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가 출범했다. 한총련의 존폐론마저 거론된다고 한다.
학생운동이 정치 일변도로 흐르는 잘못된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특히 대학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불법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이제 용납되지 않는다. 서울대 학생회가 한총련을 탈퇴하는 마당에 통일부는 한총련 중심의 방북단을 허용해 친북 활동을 장려하고 있으니 참으로 문제다. 이 정부는 서울대 학생회만치의 판단력도 없는가. 서울대 총학생회의 결정이 다른 대학으로 확산돼 올바른 학생운동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기대한다.
[경향신문] 어버이날에 발견된 老부부의 주검
자녀가 외국으로 이민간 후 서로 의지하며 살던 노부부가 어버이날에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각자 질병으로 고생하던 이들 부부는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없이 외롭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들의 죽음을 발견한 것도 이웃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조대였다. 가정의 달인 5월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은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 우리의 가정은 과연 건강한지 다시금 되묻게 된다.
이들 노부부의 죽음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이들이 숨진 채 발견된 날이 어버이날이기에 더욱 그렇다. 경찰은 남편은 심장마비로 숨진 지 10일가량 됐고, 부인은 영양실조로 지난 5일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혈압 등을 앓아온 남편은 중풍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부인을 10년간 정성껏 돌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숨지자 최근 치매현상까지 보인 부인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남편 뒤를 따라간 것이다. 노인복지의 사각지대를 보는 것 같다.
요즘 우리의 가정은 흔들리고 있다. 많은 노인들은 변화된 사회환경과 가족관 속에서 소외되고, 또 방치되고 있다. 자녀를 위해 헌신한 부모들이 외롭고 곤고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노부부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노인복지와 의료보장, 그리고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뚫려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인들의 노후와 삶의 질 향상에 우리 사회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엄마, 하늘 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 나중에 꼭 만나.” “오늘은 어버이날, 아빠 보고 싶어.”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장묘문화센터가 운영하는 ‘하늘 나라 우체국’에는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의 애끓는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노부부의 죽음과 맞물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는 가정의 달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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