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9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환율 급락, 인식과 제도 모두 바꿔야
원ㆍ달러 환율이 어제 장중 한때 달러 당 920원대로 급락했다. 대부분의 중소 수출업체가 수익성은 고사하고 아예 문을 닫아야 할 수준이다. 과격한 하락 속도에 당황한 정부 관계자들은 시장 개입을 암시하며 ‘달러 퍼내기’ 묘안 짜기에 골몰하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채산성을 맞추지 못한 1,000여개의 영세업체가 이미 수출을 포기했다는데, 이런 추세라면 얼마나 많은 업체가 도산할지 짐작키 어렵다.
지난 주 노무현 대통령이 “환율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일시적으로 자본수지 적자가 나더라도 해외투자를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시장은 잠시 주춤했다.
사실상 시장개입 의사로 비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환율 우려 발언도 한몫 했다. 그러나 주말을 지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의 불가피성이 다시 확인되고 국내 달러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는 판단이 가세해 정책당국의 권위는 무색해졌다.
추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정부의 말 몇 마디로 되돌릴 수는 없다. 정부와 기업의 인식, 또 정책으로 뒷받침할 제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우선 ‘마지노선’ 등의 말장난을 집어치우고 적정환율이 얼마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을 지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방어해온 흔적이 짙은 까닭이다. 민간 연구기관이 그 수준을 950원대 안팎으로 잡는 것을 보면, 올해 평균 환율을 1,010원으로 추정한 정부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왜소하고 빈약하기 짝이 없는 외환시장 규모나 외환파생상품, 제한된 시장 참가자와 거래 등도 전면적으로 손질할 때다.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인데 하루 거래규모가 세계 외환시장의 0.6%인 220억 달러에 불과하다면 작은 충격에도 급격한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ㆍ중ㆍ일 3국이 환율 모니터링 등 공동대응을 모색하는 것은 하나의 진전이다. 현상에만 급급해 돌연 해외부동산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땜질일 뿐이다.
[한겨레신문사설] 발등의 불이 된 ‘저출산 재앙’
가임 여성이 낳는 평균 자녀 수(합계 출산율) 1.16명에서 1.08명으로 급락, 30대 초반 여성의 출산율 처음으로 20대 후반 추월, 신생아 수 10년 전보다 27% 감소 ….
정부가 어제 발표한 지난해 출생 통계를 보면, 우리 사회가 곧 ‘저출산 재앙’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와 두려움을 떨치기 어렵다.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이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현실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런 추세라면 고령화 사회가 급하게 앞당겨지는 것은 물론, 총인구가 줄어들 것이란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생산인구가 부족해 경제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사회보험 제도 등 사회의 기본틀이 위협받는 상황이 먼 얘기가 아닌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런 우려 때문에 1970~80년대부터 저출산 대책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출산율 하락세를 멈추거나 반전시키는 데 십수년이 걸렸다. 반면, 우리는 90년대 중반에야 인구 억제책을 포기했고, 국가적 과제로 저출산 문제를 다룬 건 참여정부 들어서부터다. 그나마 관련 예산은 국내총생산 대비 0.08% 수준으로, 유럽 선진국(5% 안팎)은 물론 비슷한 처지의 일본(0.5%)에 견줘도 턱없이 부족하다.
저출산 요인은 육아·교육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 여성의 경제적 지위, 고용과 노후 불안, 사회·경제적 가치관 변화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미혼 남녀 80% 이상이 자녀를 낳고 싶다면서도 정작 출산을 기피하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출산 장애 요인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 하나씩 개선하는 구체적 정책 목표를 세워야 한다. 나아가 재앙적인 저출산 추세를 늦추거나 반전시키려면, 가족과 여성한테 맡겨진 자녀 양육과 교육을 사회 전체가 나눠지는 체제를 갖추는 일 또한 서둘러야 한다.
[동아일보] 아이 울음소리 끊기면 미래 없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이 불러올 미래의 재앙에 대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대책을 세워 출산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에 비해 우리는 무관심 속에 방치하다가 출산율을 수직 추락시켰다. 2000년에 가임여성 1인당 평균 자녀 수가 위험선인 1.5를 뚫고 내려와 5년 만에 1.08로 떨어지도록 속수무책이었다. 부부가 아이 한 명만 낳는 세태가 보편화됐고, 결혼을 안 하고 독신으로 살거나 만혼(晩婚)하는 풍습도 저출산을 거들고 있다.
이에 따른 인구 감소는 나라 경제와 연금제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나아가 사회 구성과 전통까지 바꿔 놓게 된다. 노동인구의 감소와 임금 인상은 필연적으로 경제의 쇠퇴를 부른다. 젊은이들이 부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연금 재정이 파탄 나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인구 전체가 복지 난민(難民)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군대 갈 남자가 모자라면 군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까지 징집해야 하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렇게 절박한데도 당장 내 발등에 떨어진 일이 아니어서 심각함에 둔감하다. 젊은 세대에게 아이를 가진 삶의 기쁨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탓도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참된 사랑의 부족으로 오늘날 젊은 남녀들이 결혼하지 않고, 하더라도 실패하고,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겨들을 말이다.
저출산은 인구 폭발보다 더 무섭고 복잡한 재앙인데도 정치인과 정부의 관심은 피상적이다. 고령 인구는 투표권을 갖고 있지만 태어날 어린아이는 당장 정권 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인구 10만 명 이상의 지방 도시들이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몰락하고 있다. 한국도 이 추세로 가면 지방 소도시부터 시들어 버리기 시작할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정부가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둘째, 셋째 아이를 갖는 가정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고 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조선일보] 고교간 학력 격차가 바다처럼 넓고 깊은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2003)에서 우리나라의 고교 간 학력 차이가 매우 심하다는 사실이 객관적 指標지표로 확인됐다. 전국 138개교가 참여한 이번 비교조사에서 서울의 한 외국어고는 응시학생의 72%가 전국 상위 4%(2008년 기준 內申내신 1등급)에 들어가고 23%의 학생들이 2등급에 해당하는 전국 상위 11% 안에 들었다. 그런가 하면 전국 상위 11%에 드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응시학교 138개교 가운데 45개(일반계 11·실업계 34)나 됐다.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 非비평준화지역 명문고 학생들의 성적이 월등한 것은 물론 평준화지역 고교 사이에도 학력차가 뚜렷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육부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성적을 50% 이상 反映반영하라고 대학들을 윽박지르고 있다. 지금 제도에선 앞의 외국어고처럼 성적이 전국 11% 안에 드는 학생이 내신 3~9등급을 받게 되고, 뒤의 학교처럼 전국 상위 11%에 드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의 학생들은40% 안에만 들어도 거뜬히 1등급을 받게 된다. 학교 간 학력 차이가 너무나 심한데도 이런 식으로 내신 비중만 높인다면 같은 학교 내 학생 간 경쟁만 더욱 치열해질 뿐 학교 차원의 노력과 경쟁은 기대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학교 안의 등수 경쟁만 날로 심해지고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학교 간 경쟁은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대학들도 자기 신입생을 뽑으면서 내신성적표에만 기댈 리 없다. 2008년까지 남은 기간에 뭔가 또 다른 방법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그 틈에 끼여 몸살을 앓는 것은 수험생들뿐이다. 정부의 엉터리 교육철학의 최대 희생자는 수험생이고, 앞으로 이 나라는 이런 포퓰리즘 교육정책으로 망가진 국민들로 세계 경쟁에서 버텨내야 한다는 해결 불가능한 짐을 떠맡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의 세계는 民力민력이 國力국력인 사회다. 한 걸음이라도 앞선 국민이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먹이는 세계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대학들이 뛰어난 아이들을 마음껏 뽑아 4년간 잘 가르쳐 탁월한 사람으로 길러 내보내야 한다. 국민과 나라가 사는 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저 죽는 길만 찾아드는 이 정부 교육정책 앞에서 한숨을 쉬는 데도 이젠 지쳤다.
[사설] 인터넷 선거운동 정비 필요하다
5.31 지방선거 출마자 가운데 '한메일'에 홍보 메일 발송을 의뢰한 것만 벌써 100건이 넘었다고 한다. 과거 후보가 음식점 등에서 직접 유권자를 만나고, 우편이나 호별 방문을 통해 홍보물을 뿌려온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돈 안 드는 선거가 부패를 막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이는 바람직한 변화다. 그러나 새로운 선거 문화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가장 큰 항의는 쓰레기메일(스팸메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공직선거법은 후보의 홍보 메일에 대해 옵트아웃(opt-out)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사전에 수신을 허락받을 필요가 없이 모든 유권자에게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사후 '거부' 의사를 표시한 유권자에게는 더 이상 보낼 수 없다(공직선거법 제82조의 5). 선거 무관심층의 확산, 선거 기간과 후보에 대한 정보 획득 기회의 제한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
하지만 포털의 개인정보를 이용할 경우 좀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포털 측은 상업광고 수신에 동의한 사람에게만 보냈다고 하나 정치광고와는 분명히 다른 범주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점은 이해하나 다음 선거를 위해서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
특히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확보해 대량 메일을 보내는 것은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후보 간 기회 균등의 원칙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또 하나의 스팸이 될 수 있다. '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의 자동 생성장치 이용'은 이미 규제하고 있지만 이를 돈으로 사는 것도 마찬가지 폐해를 낳을 수 있다.
또 신문광고.명함.벽보처럼 인터넷 메일도 선관위의 사전 심사나 규격.횟수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당장 입법이 어려워도 선관위가 가능한 범위에서 정리해줄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의식이다. 불법 메일은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정보통신 시대의 올바른 선거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경향신문] 고유가 불감증, 전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휘발유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5월 첫 주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543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지역별로 가장 비싼 서울은 ℓ당 평균 1,589원으로 1,600원에 바짝 다가섰다. 경유 값도 9주 연속 올랐다. 휘발유 등 유류 가격의 상승세는 두바이유가 이달 들어서도 배럴당 68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과 직결돼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유류 절약과는 반대로 가는 시장 상황이다. 대형 승용차 보유대수는 올 지난 3월 말 현재 2백31만9천대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중·대형차의 점유율은 2000년 28.3%에서 지난해 53.5%로 급증했다. 반면 경차는 갈수록 외면당하고 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며 올 1·4분기에만 2억2천만 배럴의 원유를 1백29억 달러에 사들인 세계 7위의 석유 소비국가치고는 지나칠 만큼 절약에 둔감한 모습이다.
고유가에 대한 우리의 불감증은 미국과 비교할 때 더욱 도드라진다.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의 3분의 2는 높은 기름 값 때문에 자동차 운전을 자제하고 올 여름 여행계획을 줄이는 등 에너지 절약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난방이나 냉방도 자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10명 중 7명은 높은 기름 값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혔으며, 서민들뿐 아니라 중상층까지도 높은 휘발유 값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갤런(3.8ℓ)당 3달러선을 넘었다. 지난해 평균가에 비해 70센트 가량 오른 것이다. 높은 인상률이지만 고율의 각종 세금이 붙는 한국과 비교할 때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그런데도 고유가는 정치문제로 비화할 정도로 중대 사안이 되고 있다. 한국도 에너지 소비 문제에 대해 국민 각자가 각성해야 할 때다.
[한국일보] 환율 급락, 인식과 제도 모두 바꿔야
원ㆍ달러 환율이 어제 장중 한때 달러 당 920원대로 급락했다. 대부분의 중소 수출업체가 수익성은 고사하고 아예 문을 닫아야 할 수준이다. 과격한 하락 속도에 당황한 정부 관계자들은 시장 개입을 암시하며 ‘달러 퍼내기’ 묘안 짜기에 골몰하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채산성을 맞추지 못한 1,000여개의 영세업체가 이미 수출을 포기했다는데, 이런 추세라면 얼마나 많은 업체가 도산할지 짐작키 어렵다.
지난 주 노무현 대통령이 “환율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일시적으로 자본수지 적자가 나더라도 해외투자를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시장은 잠시 주춤했다.
사실상 시장개입 의사로 비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환율 우려 발언도 한몫 했다. 그러나 주말을 지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의 불가피성이 다시 확인되고 국내 달러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는 판단이 가세해 정책당국의 권위는 무색해졌다.
추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정부의 말 몇 마디로 되돌릴 수는 없다. 정부와 기업의 인식, 또 정책으로 뒷받침할 제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우선 ‘마지노선’ 등의 말장난을 집어치우고 적정환율이 얼마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을 지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방어해온 흔적이 짙은 까닭이다. 민간 연구기관이 그 수준을 950원대 안팎으로 잡는 것을 보면, 올해 평균 환율을 1,010원으로 추정한 정부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왜소하고 빈약하기 짝이 없는 외환시장 규모나 외환파생상품, 제한된 시장 참가자와 거래 등도 전면적으로 손질할 때다.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인데 하루 거래규모가 세계 외환시장의 0.6%인 220억 달러에 불과하다면 작은 충격에도 급격한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ㆍ중ㆍ일 3국이 환율 모니터링 등 공동대응을 모색하는 것은 하나의 진전이다. 현상에만 급급해 돌연 해외부동산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땜질일 뿐이다.
[한겨레신문사설] 발등의 불이 된 ‘저출산 재앙’
가임 여성이 낳는 평균 자녀 수(합계 출산율) 1.16명에서 1.08명으로 급락, 30대 초반 여성의 출산율 처음으로 20대 후반 추월, 신생아 수 10년 전보다 27% 감소 ….
정부가 어제 발표한 지난해 출생 통계를 보면, 우리 사회가 곧 ‘저출산 재앙’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와 두려움을 떨치기 어렵다.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이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현실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런 추세라면 고령화 사회가 급하게 앞당겨지는 것은 물론, 총인구가 줄어들 것이란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생산인구가 부족해 경제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사회보험 제도 등 사회의 기본틀이 위협받는 상황이 먼 얘기가 아닌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런 우려 때문에 1970~80년대부터 저출산 대책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출산율 하락세를 멈추거나 반전시키는 데 십수년이 걸렸다. 반면, 우리는 90년대 중반에야 인구 억제책을 포기했고, 국가적 과제로 저출산 문제를 다룬 건 참여정부 들어서부터다. 그나마 관련 예산은 국내총생산 대비 0.08% 수준으로, 유럽 선진국(5% 안팎)은 물론 비슷한 처지의 일본(0.5%)에 견줘도 턱없이 부족하다.
저출산 요인은 육아·교육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 여성의 경제적 지위, 고용과 노후 불안, 사회·경제적 가치관 변화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미혼 남녀 80% 이상이 자녀를 낳고 싶다면서도 정작 출산을 기피하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출산 장애 요인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 하나씩 개선하는 구체적 정책 목표를 세워야 한다. 나아가 재앙적인 저출산 추세를 늦추거나 반전시키려면, 가족과 여성한테 맡겨진 자녀 양육과 교육을 사회 전체가 나눠지는 체제를 갖추는 일 또한 서둘러야 한다.
[동아일보] 아이 울음소리 끊기면 미래 없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이 불러올 미래의 재앙에 대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대책을 세워 출산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에 비해 우리는 무관심 속에 방치하다가 출산율을 수직 추락시켰다. 2000년에 가임여성 1인당 평균 자녀 수가 위험선인 1.5를 뚫고 내려와 5년 만에 1.08로 떨어지도록 속수무책이었다. 부부가 아이 한 명만 낳는 세태가 보편화됐고, 결혼을 안 하고 독신으로 살거나 만혼(晩婚)하는 풍습도 저출산을 거들고 있다.
이에 따른 인구 감소는 나라 경제와 연금제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나아가 사회 구성과 전통까지 바꿔 놓게 된다. 노동인구의 감소와 임금 인상은 필연적으로 경제의 쇠퇴를 부른다. 젊은이들이 부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연금 재정이 파탄 나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인구 전체가 복지 난민(難民)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군대 갈 남자가 모자라면 군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까지 징집해야 하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렇게 절박한데도 당장 내 발등에 떨어진 일이 아니어서 심각함에 둔감하다. 젊은 세대에게 아이를 가진 삶의 기쁨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탓도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참된 사랑의 부족으로 오늘날 젊은 남녀들이 결혼하지 않고, 하더라도 실패하고,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겨들을 말이다.
저출산은 인구 폭발보다 더 무섭고 복잡한 재앙인데도 정치인과 정부의 관심은 피상적이다. 고령 인구는 투표권을 갖고 있지만 태어날 어린아이는 당장 정권 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인구 10만 명 이상의 지방 도시들이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몰락하고 있다. 한국도 이 추세로 가면 지방 소도시부터 시들어 버리기 시작할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정부가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둘째, 셋째 아이를 갖는 가정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고 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조선일보] 고교간 학력 격차가 바다처럼 넓고 깊은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2003)에서 우리나라의 고교 간 학력 차이가 매우 심하다는 사실이 객관적 指標지표로 확인됐다. 전국 138개교가 참여한 이번 비교조사에서 서울의 한 외국어고는 응시학생의 72%가 전국 상위 4%(2008년 기준 內申내신 1등급)에 들어가고 23%의 학생들이 2등급에 해당하는 전국 상위 11% 안에 들었다. 그런가 하면 전국 상위 11%에 드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응시학교 138개교 가운데 45개(일반계 11·실업계 34)나 됐다.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 非비평준화지역 명문고 학생들의 성적이 월등한 것은 물론 평준화지역 고교 사이에도 학력차가 뚜렷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육부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성적을 50% 이상 反映반영하라고 대학들을 윽박지르고 있다. 지금 제도에선 앞의 외국어고처럼 성적이 전국 11% 안에 드는 학생이 내신 3~9등급을 받게 되고, 뒤의 학교처럼 전국 상위 11%에 드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의 학생들은40% 안에만 들어도 거뜬히 1등급을 받게 된다. 학교 간 학력 차이가 너무나 심한데도 이런 식으로 내신 비중만 높인다면 같은 학교 내 학생 간 경쟁만 더욱 치열해질 뿐 학교 차원의 노력과 경쟁은 기대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학교 안의 등수 경쟁만 날로 심해지고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학교 간 경쟁은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대학들도 자기 신입생을 뽑으면서 내신성적표에만 기댈 리 없다. 2008년까지 남은 기간에 뭔가 또 다른 방법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그 틈에 끼여 몸살을 앓는 것은 수험생들뿐이다. 정부의 엉터리 교육철학의 최대 희생자는 수험생이고, 앞으로 이 나라는 이런 포퓰리즘 교육정책으로 망가진 국민들로 세계 경쟁에서 버텨내야 한다는 해결 불가능한 짐을 떠맡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의 세계는 民力민력이 國力국력인 사회다. 한 걸음이라도 앞선 국민이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먹이는 세계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대학들이 뛰어난 아이들을 마음껏 뽑아 4년간 잘 가르쳐 탁월한 사람으로 길러 내보내야 한다. 국민과 나라가 사는 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저 죽는 길만 찾아드는 이 정부 교육정책 앞에서 한숨을 쉬는 데도 이젠 지쳤다.
[사설] 인터넷 선거운동 정비 필요하다
5.31 지방선거 출마자 가운데 '한메일'에 홍보 메일 발송을 의뢰한 것만 벌써 100건이 넘었다고 한다. 과거 후보가 음식점 등에서 직접 유권자를 만나고, 우편이나 호별 방문을 통해 홍보물을 뿌려온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돈 안 드는 선거가 부패를 막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이는 바람직한 변화다. 그러나 새로운 선거 문화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가장 큰 항의는 쓰레기메일(스팸메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공직선거법은 후보의 홍보 메일에 대해 옵트아웃(opt-out)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사전에 수신을 허락받을 필요가 없이 모든 유권자에게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사후 '거부' 의사를 표시한 유권자에게는 더 이상 보낼 수 없다(공직선거법 제82조의 5). 선거 무관심층의 확산, 선거 기간과 후보에 대한 정보 획득 기회의 제한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
하지만 포털의 개인정보를 이용할 경우 좀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포털 측은 상업광고 수신에 동의한 사람에게만 보냈다고 하나 정치광고와는 분명히 다른 범주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점은 이해하나 다음 선거를 위해서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
특히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확보해 대량 메일을 보내는 것은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후보 간 기회 균등의 원칙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또 하나의 스팸이 될 수 있다. '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의 자동 생성장치 이용'은 이미 규제하고 있지만 이를 돈으로 사는 것도 마찬가지 폐해를 낳을 수 있다.
또 신문광고.명함.벽보처럼 인터넷 메일도 선관위의 사전 심사나 규격.횟수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당장 입법이 어려워도 선관위가 가능한 범위에서 정리해줄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의식이다. 불법 메일은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정보통신 시대의 올바른 선거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경향신문] 고유가 불감증, 전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휘발유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5월 첫 주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543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지역별로 가장 비싼 서울은 ℓ당 평균 1,589원으로 1,600원에 바짝 다가섰다. 경유 값도 9주 연속 올랐다. 휘발유 등 유류 가격의 상승세는 두바이유가 이달 들어서도 배럴당 68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과 직결돼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유류 절약과는 반대로 가는 시장 상황이다. 대형 승용차 보유대수는 올 지난 3월 말 현재 2백31만9천대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중·대형차의 점유율은 2000년 28.3%에서 지난해 53.5%로 급증했다. 반면 경차는 갈수록 외면당하고 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며 올 1·4분기에만 2억2천만 배럴의 원유를 1백29억 달러에 사들인 세계 7위의 석유 소비국가치고는 지나칠 만큼 절약에 둔감한 모습이다.
고유가에 대한 우리의 불감증은 미국과 비교할 때 더욱 도드라진다.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의 3분의 2는 높은 기름 값 때문에 자동차 운전을 자제하고 올 여름 여행계획을 줄이는 등 에너지 절약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난방이나 냉방도 자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10명 중 7명은 높은 기름 값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혔으며, 서민들뿐 아니라 중상층까지도 높은 휘발유 값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갤런(3.8ℓ)당 3달러선을 넘었다. 지난해 평균가에 비해 70센트 가량 오른 것이다. 높은 인상률이지만 고율의 각종 세금이 붙는 한국과 비교할 때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그런데도 고유가는 정치문제로 비화할 정도로 중대 사안이 되고 있다. 한국도 에너지 소비 문제에 대해 국민 각자가 각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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