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5월 6일 토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5. 6. 14:46
2006년 5월 6일 토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방과후 학교, 하려면 제대로 하자

정부가 올해부터 ‘방과후 학교’를 확대 실시키로 했다. 우선 농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지자체와 교육청이 학교군(群)을 만들고 전ㆍ현직 교원 및 학원강사, 우수 대학생, 전문직 지원자 등으로 강사진을 구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교내 보충수업과 달리 학원이나 과외에서 접할 수 있는 학습이 학교에서 이뤄져 도농(都農)간은 물론 장기적으로 대도시 내 지역간 교육격차 해소와 사교육비 경감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재정이다. 우수한 강사진 유치와 학습컨텐츠 개발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교육비는 집값과 함께 ‘국가의 2대 공적(公敵)’이라며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해결하겠다고 강력한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예산을 줄이지 못하도록 파이프에 들통이 아니라 파이프에 줄을 달아 놓겠다는 말까지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정치적 수사(修辭)’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방과후 학교에 대한 그의 인식이 옳다고 보며 앞으로 예산의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

사교육계의 반대와 공교육계의 소극적 자세도 극복돼야 한다. 정부는 이미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사교육계의 반발로 논의조차 안되고 있다.

학습컨텐츠 개발이 학교를 떠나 학원과 학습지회사에 거의 맡겨져 있어 그들의 협조 없이는 학생을 학교에 머무르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교육 시장을 공교육에 끌어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는 전교조의 주장이나 본래의 수업이 무시될 것이라며 소극적인 교사들의 인식은 비현실적이다.

방과후 학교가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가 교과학습 외에 특기적성 교육, 평생학습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는 역할을 겸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주목한다. 부작용은 운영의 묘를 살려 줄여나갈 것이지, 제도 도입을 반대할 일은 아니다. 교육격차 해소,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 확립을 위해 “문제점과 약점이 있지만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는 노 대통령의 말에 공감한다.


[한겨레신문] 김대중 방북, 동북아 평화의 전기로 삼아야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을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남북 실무접촉이 오는 16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린다. 지난달 21~24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으로, 북쪽이 어제 전화통지문을 통해 공식 제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초청과 연기 등이 되풀이되며 우여곡절을 겪었던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
북한이 전통문에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을 실무접촉 대표로 통보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리 부위원장이 대남문제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는 북쪽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정권 차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상 준정부적 수준에서 진행되는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한 핵 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실무접촉에서 남북은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시 만나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각종 실무현안을 잘 조율해야 할 것이다. 두 지도자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한 방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어야 여러 난제들도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실무접촉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열차를 이용한 방북과 경의선의 완전한 개통 문제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경의선 개통은 남북 화해의 상징이면서 남북 경협의 중요한 촉매제로, 더 미뤄져서는 곤란하다.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번 방북을 계기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마치 북쪽의 적화통일 계획의 일부라도 되는 것처럼 음해하는 일부 극우 세력의 시대착오적이고 비이성적인 언행도 자제돼야 한다.


[동아일보] 집값은 못 잡고 건설景氣만 위축시키니…

대한건설협회는 3월 건설공사 계약액이 7조3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9%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 재건축 개발부담금제와 기반시설 부담금제가 시행되면 민간 건설경기는 더 위축될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서울 강남권 집값 상승률은 같은 달 전국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은 못 잡고 엉뚱하게 건설경기만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건설경기 위축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다. 건설업은 일용직이 많아 일자리가 줄면 당장 생계를 잇기 어려운 건설근로자들이 줄을 선다. 반도체 산업은 1조 원을 투자하면 일자리 4469개가 생기지만 건설업은 2만3602개가 생긴다. 그만큼 건설업 일자리는 경기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8·31대책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된 후 건설 취업자는 2005년 6월 기준 193만1000명에서 올해 3월 기준 180만6000명으로 줄었다.

더 큰 문제는 경기 침체가 가속된다는 점이다. 고유가와 환율 급락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고, 기업의 설비투자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3월 경상수지는 3억7000만 달러 적자로 2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하반기에 미국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경상수지는 더 나빠질 전망이다. 이미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2%에서 4.0%로 하향 조정한 민간연구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경기마저 위축되면 한국 경제는 깊은 불황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그제 판교 중소형 주택 당첨자 9428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당첨자에게 최고 3억 원의 프리미엄을 안겼지만 당초 목적인 강남 집값 안정에는 별다른 기여를 못했다. 다양한 수요에 걸맞은 공급 정책을 펴지 못한 탓이다. ‘강남 때려잡기’로 변질된 부동산 정책이 부작용만 불러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이라도 강남권 재건축을 합리적으로 허용하는 등 공급 위주의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야 단기적으로 건설경기도 살리고 중장기적으로 서민의 주거도 안정시킬 수 있다.


[조선일보] 브레이크 없이 번지는 외국자본 혐오증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4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사 모았던 외국인들이 그후 열흘 새 2조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주식시장을 통한 외국인 간접투자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올해 1분기 국내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인수하는 외국인 직접투자도 작년 1분기보다 29% 줄어들었다. 2003년 3분기 이후 最惡최악의 실적이다.

외국인의 직·간접투자 실적이 이렇게 ‘쌍끌이’로 감소한 것은 최근 국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反반외국자본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市場시장의 해석이다. 요즘 외국기업들 입에서 “한국이 우리를 敵對視적대시한다”는 말이 나오게도 생겼다.

외환은행을 팔아 수조원 差益차익을 남긴 미국계 펀드 론스타의 脫稅탈세논란을 계기로 국세청·검찰·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일제히 칼을 뽑아들었다. 국세청은 론스타는 물론 이참에 외국기업의 국내 연락사무소 1200곳과 외국인 투자기업 4900곳도 조사하겠다고 하고, 공정위는 주요 외국기업 5~6곳의 談合담합·시장지배력 남용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한다. 국회는 얼마 전 租稅조세회피지역에 근거지를 둔 외국기업의 투자수익에 세금을 물릴 수 있게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외국기업이 누리던 조세감면 혜택을 없애는 내용의 소득세법과 외환거래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외국기업에 잘못이 있으면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몇몇 외국기업의 개별 불법행위와 외국자본 전체에 대한 대응은 구분돼야 한다. 론스타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힘깨나 쓴다는 기관들과 국회까지 나서 외국자본에 몰매를 주는 것처럼 비치게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反外資반외자 정서를 공공연히 부추기는 듯한 일부 정치인의 포퓰리즘 행태도 한몫하고 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외자를 優待우대한다는 한국정부의 말이 의심받고 있다”고 썼다. 요즘 같아선 어떻게 한국 정부를 믿고 투자하겠느냐는 얘기다.

우리는 전체 GDP에서 외국인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8%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은 그 3배인 22%다. 경제규모에 비해 외자유치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외국인의 아시아 投資투자가 한국을 등지고 중국과 싱가포르로 달려가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야 할 때다.


[중앙일보] 복권 투표용지로 투표율 올리려는 발상

투표용지 복권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한명숙 총리가 공명선거 관계장관회의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그 밖에도 도서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을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선관위는 공무원 채용 때 면접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갈수록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걱정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통령선거도 1997년 80.7%에서 2002년 70.8%로, 지방선거는 98년 52.7%에서 2002년 48.8%로 줄었다. 민주주의를 누리려면 투표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중국의 요순시대처럼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정치가 잘되고 있기 때문이라지만 요즘 현실은 그렇지도 않다. 그런데도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다면 정치의 수준을 개선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그런 유권자는 잘못된 정치에 대해 책임을 물을 자격도 없다.

벨기에나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은 투표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린다. 공직 취임과 여권 발급, 참정권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나라도 있다.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민주시민으로서 자격을 잃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벌칙이나 인센티브는 투표율이 20%까지 내려가는 심각한 경우에나 취할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는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도 50%에 가깝고, 총선(2000년 57.2%→2004년 60.6%)처럼 특별한 정치적 쟁점이 있는 경우 투표율이 올라가기도 한다. 이것은 정치인들이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나라 살림을 누구에게 맡기느냐보다 복권 당첨에 더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투표할 자격이 없다. 당장 투표율을 높일지는 몰라도 참된 일꾼을 뽑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성한 주권행사를 사행심과 연계해 희화화하기에 앞서 정치가 외면당하지 않도록 유권자와 호흡을 같이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게 정도(正道)다.


[경향신문] 분통터지는 북파공작원 지각 사형통보

거의 반세기 동안 북파공작원이었던 아버지 소식을 찾아 헤맸던 심한운씨의 사연은 슬픔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심씨가 아버지를 마지막 본 것은 1959년 육군본부 장교 형무소. 심씨는 이후 아버지의 행방을 찾을 길이 없었으나 지난 달 말에야 육군으로부터 사형집행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경향신문 5월5일자 6면 보도) 심씨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1961년으로부터 무려 45년이 지나 비로소 가족에게 사형집행 사실을 알린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아버지를 찾아나선 심씨에게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금 시대에 어찌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심씨의 아버지는 어릴 때 일제에 의해 관동군으로 끌려갔다가 북한인민군에 편입됐다. 그러다 6·25전쟁 때 국군에게 포로가 되자 군복을 갈아입고 북파공작원이 돼 북한으로 침투했다. 북한에서 붙잡힌 그는 이번에는 남파간첩으로, 가족이 있던 남쪽으로 내려와 자수했지만 사형선고를 받고 불귀의 객이 됐다. 사형선고 이유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의 인생은 우리 근세사의 비극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그의 유가족을 위로하지 못하고 오히려 형 집행 사실을 수십년 동안 속였다. 관리들의 단순한 직무태만 때문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나 큰 범죄행위의 일종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유가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수사기록과 형집행 관련기록을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들이 정부에 의해 기만당해온 지난 45년에 대해서도 응분의 보상을 해야한다. 또 통보가 늦어진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나아가 정부는 북한에 있는 이른바 피포 북파공작원의 생사확인 및 북파공작원 보상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