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5월 2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5. 3. 00:27
2006년 5월 2일 화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여, 법안 강행처리 재고해야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승적 양보 권고'를 거부한 열린우리당이 시급한 민생관련 법안들을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늘 강행처리하기로 했다. 김원기 국회의장도 3ㆍ30 부동산대책 후속 3개법안 등 4개 법안을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를 실력저지 하겠다니 여야 충돌로 인한 정치파국이 걱정된다.

한시가 급한 민생 법안들의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정국경색 등 극심한 후유증을 부를 게 뻔한 여당의 강행처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난 연말 사학법 개정안의 강행처리가 지금까지 정국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과의 협상이 어렵다고 해서 강행처리를 서두르는 것은 열린우리당 스스로 정치력 빈곤을 입증하는 처사다. 더욱이 민노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시급한 법안 중의 하나인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은 또 다른 후유증을 부를 요인이 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자세에도 문제가 많다. 민생과 국가적 현안이 걸린 중대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인질을 잡듯이 사학법 재개정에 모든 것을 걸어 어떠한 법안처리도 안 된다고 틀어막는 것은 책임 있는 제1야당의 자세가 아니다. 개정사학법에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시급한 법안들의 처리를 막아가면서까지 재개정에 매달릴 정도라고는 보지 않는다.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거쳐 일단 매듭지어진 법안을 시행도 해보기 전에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리라는 요구는 지나치다. 한나라당은 막무가내식 연계전략이 여당의 법안 강행처리를 합리화하는 구실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학법 재개정 논란은 여야가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고 일단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여야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려고만 한다면 5월 중 하루 이틀 정도 임시국회를 소집해 법안을 처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여야가 파국을 피해 가는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한겨레신문] 아직도 진행중인 체르노빌 사고의 교훈

옛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대재앙이 발생한 지 스무 돌이 지났다. 강산이 바뀐다는 세월이 두 번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얼마나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인접지역인 벨로루시에서는 사고 뒤 갑상선암 발생이 30배나 증가했다.
전문가 60여 명이 참여한 최근 조사에선, 27만 명의 암환자가 앞으로 더 나오고 그 중 9만3천명은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암은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때문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사고 뒤 30년이 되는 2016년까지 전체 암환자 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사고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영국에서도 방사능 낙진으로 오염된 초원의 방목을 아직도 금지하고 있다.

체르노빌 재앙은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국토가 좁아 전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대형사고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8일 부산 고리 원전 4호기의 화재는 원자로가 있는 핵심구역에서 안전 불감증이 빚은 ‘인재’였다. 경북 월성원전 3호기에서 한 달이나 방사능이 섞인 중수가 누출된 사고는 원전 노후화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가동 8년이 채 안 된 원전이다. 이보다 먼저 지어진 원전이 12기가 있고, 그 중에는 28년이 넘은 것도 있다.

그제는 경북 울진 앞바다에서 지진이 네차례나 잇따라 일어났고 그 열흘 전에는 하루 다섯차례나 발생했다. 울진에는 원전 6기가, 그 주변에는 8기가 더 가동 중이다. 안전 불감증이나 원전 노후화와 함께 천재지변으로 말미암은 사고 위험성도 상존하는 것이다. 고유가 시대에 원전의 필요성이 자꾸 강조된다. 그러면 우리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 걸까?


[동아일보] 정부 統計부터 제대로 개발, 공개해야

청와대는 연초부터 “양극화 심화가 나라의 시한폭탄”이라는 정치색 짙은 주장과 함께 사실상의 증세론(增稅論)을 펴 왔다. 그 후 민간 전문가와 연구기관들은 통계 재분석 자료를 근거로 “양극화가 아니라 저소득층의 빈곤 심화가 문제”라며 ‘성장 중시’ 등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민간이 재분석한 통계의 원전(原典)은 정부 통계를 관리하는 통계청의 ‘근로자 가계소득 통계’다.

그렇다면 통계청은 민간이 밝혀낸 통계의 진실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통계청은 통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세금 써 가며 수집한 통계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거나, ‘정권 코드’에 맞추기 위해 통계의 의미를 알고도 모른 척해 온 것은 아닌가.

열린우리당은 실업고교생을 ‘집안이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여겨 자비를 베풀듯이, 대학 진학 때 특별전형 비율을 5%로 높이자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논란이 커졌지만 교육인적자원부나 통계청은 국민의 판단을 도울 실업고 관련 통계나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통계청은 행정자치부 등 일부 부처의 통계 오해(誤解) 및 오용(誤用) 사례를 심심찮게 지적해 왔다. 요컨대 정부의 통계 개발, 관리, 활용 능력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정부가 통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경향마저 있다.

이런 정부가 민간 기관의 통계 작성에 간여할 수 있도록 통계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규제개혁 차원에서 7년 전에 폐지된 ‘(민간) 통계작성기관 직권 지정제도’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이 생산하는 중요한 국가 통계가 정부의 통제(統制)를 받게 되고 ‘통계 품질진단’을 구실로 정부 입맛에 맞지 않은 통계는 발표하지 못하게 할 우려도 있다.

통계와 관련해 정부가 주력할 일은 따로 있다. 국가 현실을 바로 짚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고급 통계의 개발이 시급하다. 또 정책논리에 꿰맞추는 통계만 골라 내놓지 말고 국민이 현안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 통계의 신뢰성을 따지려면 정부 통계부터 정비해야 한다. '통계로 거짓말하는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정부가 아니다.


[조선일보] 레프코위츠 특사 한 마디에 발끈한 한국 정부

레프코위츠 미국 북한 人權인권 特使특사가 4월 28일자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일부 정부가 제대로 모니터링도 하지 않고 대량 원조를 하는 것은 북한 정권 유지만 도와주는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 한국기업이 북한 근로자에게 주는 2달러 이하 日當일당도 제대로 전달되는지 보장할 수 없다”고 한 데 대해 정부 당국자는 30일 “편파적 시각이고 內政干涉내정간섭”이라고 반박했다. 통일부도 별도 논평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부정하는 것은 북한주민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한 것으로 反반인도적 反반인권적 태도이며 일방적이고 單線的단선적인 태도”라고 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하루 8시간 일하면 40달러 이상을 받는 미국 最低최저임금 수준을 떠올리며 개성공단 근로자가 받는 ‘2달러 이하 일당’은 인간 이하 處遇처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북한 돈으로 받는 월급 4000~4500원(추정치)은 북한 근로자 평균 월급 3000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사정이 이런데 레프코위츠 특사가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착취나 당하는 것처럼 몰아간다면 ‘북한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레프코위츠 특사를 향해 쏟아낸 ‘편파적’ ‘反반인도적’ ‘反반인권적’ ‘일방적’ ‘단선적’ 같은 말들은 敵對的적대적 국가 사이가 아니면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수 없는 용어들이다. 흙탕물 싸움을 벌이는 정치판에서도 이런 험한 말을 쓰면 相從상종 못할 사람으로 취급되기 딱 알맞을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언제부터 북한 주민의 인권을 알뜰하게 챙겨 왔다고 갑자기 ‘反반인권’ ‘反반인도’하며 흥분하는 대목은 여간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인권 문제를 앞세워야 한다고 하고 정부는 당분간 뒷전에 둬야 한다고 맞서면서 두 나라가 티격태격한다는 것은 세상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다. 작년 말 레프코위츠 특사가 서울에 왔을 때 통일부, 외교부 장관이 만나주지 않은 것도 그런 사정 때문이다.

韓美한미 관계가 이제 한쪽은 언론에 대고 공개적으로 상대방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쪽은 그 한마디에 발끈해서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퍼붓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도대체 그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일보] 세계문화유산에 소화전도 없다니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의 대표적 누각인 서장대가 방화로 잿더미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방화 용의자가 "카드빚 3억원으로 고민하다 소주를 1~2병 마시고 불을 냈다"고 말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서장대는 평일 2만 명, 주말에는 5만 명이 찾는 인기 유적이다. 그런데도 소화전 하나 설치되지 않았고, 야간 순찰마저 전무했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문화재 관리 당국이나 소방 당국은 도대체 무얼 했는가. 바로 며칠 전에도 창경궁 문정전에 방화가 있었다. 다행히 초동진화에 성공해 큰 피해는 없었지만 관계 당국은 유사 사건 발생에 철저히 대비했어야 마땅하다.

입만 열면 반만년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임을 내세우는 우리의 문화재 관리수준이 이 정도라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화재는 한 번 나면 문화재를 완전 소실시킨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천년고찰 낙산사가 화마에 몽땅 타버린 게 불과 1년 전이다. 또한 근년에만도 경남 함양의 농월정, 정여창 고택, 허삼둘 가옥 등이 방화로 소실됐다.

그런데도 아무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우리는 '문화'라는 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이는 야만에 다름 아니다. 한가하게 광화문 현판이나 바꾸고 국보 1호를 재지정하라고 문화재 당국이 있는 게 아니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보존이나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사건을 술 취한 방화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화재로 치부한다면 이 같은 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 잇따르고 있는 '묻지마 방화'에 대한 관련 기관 간 유기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서울의 허파인 북한산과 남산에서 최근 발생한 화재는 모두 방화로 추정된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먹고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방화는 모방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야간순찰 강화 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묻지마 방화'의 교훈은 대구 지하철 참사로 족하다.


[경향신문] 윤이상의 명예, 이젠 공식 회복시키자

지난달 말 금강산에서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으로 남과 북의 만남이 이뤄졌다. 생전에 민족 통일을 염원했던 윤이상을 기리는 음악회가 열린 것이다. 남북 음악인들이 빼어난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금강산 자락에 울려 퍼진 음악보다 더욱 절절한 것은 윤이상의 명예회복에 대한 부인 이수자씨의 간곡한 호소였다. 이씨는 처음 만난 남측 기자들에게 때로는 울먹이며 남편의 명예를 제자리로 돌려놓아 혼이라도 그가 꿈에 그리던 고향, 통영 바다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남편 윤이상의 한맺힌 삶에 대한 이씨의 회고는 듣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위대한 음악가의 자유로운 정신은 남북분단의 굴레를 거부했지만 그 대가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윤이상은 1967년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동백림 간첩단 사건으로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가 국제적 석방운동을 통해 2년 뒤 풀려났다. 그에게 이 사건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분노의 사건”이었다. 윤이상은 만년까지 조국 방문의 의지를 버리지 않았으나 한국 정부가 ‘준법서약’을 요구하는 바람에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1995년 독일 땅에서 타계했다.

지난 1월에는 동백림 사건이 무리하게 간첩단 사건으로 확대 포장됐다는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윤이상은 누명을 벗었지만 명예회복이 완전히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씨에 따르면 동·서 베를린의 왕래가 자유로웠던 당시 남편이 친구 소식을 알기 위해 동베를린의 북한 공관에 간 것은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러나 남쪽에는 윤이상은 간첩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남편의 명예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는 한국에 올 수 없다며 베를린의 집과 평양을 오가며 살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동백림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함으로써 고인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분단의 희생양이었던 윤이상과 그의 가족을 위로하는 것이다. 

상   식 : 준법서약서란 사상전향서의 변형형태도 나온 것입니다. 원래 정치범이나 사상범(간첩,공비, 공산주의 사상 소유자)이 자신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때에 사상전향서(나는 공산주의 사상을 포기합니다)를 작성해야 출소가 됩니다. 만일 작성을 거부하면 다시 보호감호소로 이송됩니다. 다만, 이것이 일사부재리 원칙(한번처벌받았으면 다시 그 죄로 인하여 처벌받지 아니한다) 에 위반되고 반 인권,반민주 악법이란 국내외 비난이 일자 이 정권 초기에 '사상전향서' 대신 '준법서약서'로 대체한 것입니다. 그 내용은 대한민국의 법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법 테두리안에서 살아가겠습니다. 즉, '대한민국의 실정 법을 준수하겠습니다.'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