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9일 금요일, 주요 6대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서울에서 만나는 미술사의 거인 피카소
회화 분야에서 20세기를 대표할 인물을 꼽을 때 그 맨 앞자리에 세울 사람은 단연 파블로 피카소(1881~1973)다. 그는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후반 모더니즘이 포스트모더니즘에 자리를 내어줄 때까지 인간과 시대와 자신의 세계관을 5만여 점의 작품으로 유감없이 표현했다.
피카소는 인생의 시기마다 하나의 유파를 창시하다시피 했지만 전 작품을 놓고 볼 때 특정 유파로 분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입체파 화가라는 딱지조차 그 거인적 면모 앞에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피카소는 그저 피카소일 뿐이다. 같은 스페인 출신으로 20세기 건축의 금자탑을 이룬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이 그냥 가우디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피카소를 서울에서 만난다. 한국일보사가 서울시립미술관과 공동 주최하는‘위대한 세기:피카소전’이 19일의 전야제 리셉션에 이어 20일부터 9월 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에 온 피카소 작품은 모두 140여 점. 양적으로 풍성할 뿐 아니라 세계 20여 곳의 미술관과 재단, 개인소장자들이 대여한 알토란같은 작품들로 각 시기의 진면목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판화 위주였던 그 동안의 국내 피카소전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피카소가 일생을 통해 만난 사람들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다. 특히 그가 사랑했던 여성들에 관한 그림을 전시한 코너가 마련돼 흥미롭고, 미공개작도 포함돼 궁금증을 더한다.
21세기도 어느덧 6년이 흐른 지금 지난 세기의 걸작이 얼마나 고전적이면서 동시에 미래적인가를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일보사는 이미 2004년 샤갈전을 통해 그런 소중한 기회를 마련한 바 있다.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알고 있는 것을 그린다”고 말했던 피카소를 만나는 것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고 알게 해 주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등 미래세대에게 피카소의 세계를 여행해 볼 것을 권한다.
[한겨레] 외환 자유화가 그렇게 급한 건가
외환 자유화 일정이 한층 앞당겨졌다. 원화 국제화와 국내 외환시장 확대 방안도 있지만, 투자 목적 국외 부동산 취득 허용과 수출대금 등 대외채권을 의무적으로 들여오게 한 규제를 더 푼다는 내용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기업과 개인 모두 외화를 국외로 더 가져가게 하는 대책들이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니 내년 이후에나 하려던 조처를 지금 하려는 것이다. 즉흥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급하게 내려진 결정이라는 인상은 짙다.
외환 사정이 어려울 때 해온 유출 통제 위주의 제도를 마냥 유지할 수 없는 노릇이긴 하다.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이른 만큼 원화 국제화를 지향하는 거야 바람직한 방향이다. 급속한 환율 하락을 막을 뾰족수는 없는데 수출업체들은 아우성을 치니 달러 출구를 넓히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일을 너무 서둘러 결정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은 떨치기 어렵다. 개방주의자인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자유화 길에서는 대체로 돌아가기 어렵다. 외환제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유화 조처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다룰 능력이나 제도가 갖춰져 있는지, 또 훗날에 봐도 좋은 제도인지를 면밀히 따진 뒤 결정해야 한다. 지금이야 외환보유고가 넉넉하고 경상수지나 자본수지가 흑자 흐름을 타고 있다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 재산 유출도 가속화할 게 뻔하다. 예컨대 투자 목적 국외 부동산 취득만 봐도, 정부는 2년마다 보유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받고 부동산 처분 때는 국내로 회수되게 사후관리를 한다지만 행정력이 그렇게까지 미칠지 의문스럽다. 대외 채권 회수의무를 완화하는 것 역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유출을 막아도 불법 재산 반출이 허다한데, 길이 더 트였다. 그렇게 빠져 나간 재산이 국내 외환 사정이 어렵게 됐다고 돌아오지는 않는다.
우선은 사후관리가 제대로 될지 재점검하고, 급속한 외환 자유화가 국내 외환시장을 예상밖으로 흔들어 놓지는 않을지 살피는 체계도 보완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나, 정책 효과가 예상과 달리 나타나는 일은 다반사다. 부작용이 과도하면 자본 유출을 통제할 안전장치도 갖춰둬야 한다.
[동아일보] 출자제한·金産분리 “문제 있다” 말뿐인 당국자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올해 한국의 기업관련법 경쟁력이 61개 조사 대상국 중 51위라고 발표했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그제 “출자총액제한제도처럼 목적 실현에 반드시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운 제도는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뉴욕에서 “국내 기업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금융소유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관련법 경쟁력이 왜 최하위권인지를 두 장관이 설명한 셈이다.
권 위원장은 “(출총제는) 문제가 많다 보니 많은 예외가 있어서 어디까지 예외가 허용되고 안 되는지를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무 최고 당국자도 모르는 제도를 기업들이 어떻게 알겠나.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제도개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공정위는 순환출자의 폐해를 막는 대안을 찾은 다음에야 출총제 폐지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안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금산분리 완화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얘기가 없다. 정부가 이런 악성 규제들을 방치하니까 국가경쟁력이 더 추락하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지난 3년간 출총제를 신줏단지 모시듯 해 왔다. 그 결과 상장기업들은 금고에 70조 원을 쌓아 놓고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이익 상충, 부실 전가, 경제력 집중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윤증현 위원장은 "현행 금융시스템은 금융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금융을 외국 투기자본의 잔치판으로 전락시킨 금산분리원칙을 고수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경제는 디지털 시대인데 정부규제는 이중적이고 과잉이다”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규제 완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출총제 폐지에 착수해야 한다. 금산분리원칙의 완화에 관한 구체적 일정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제도개선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이다.
[조선일보] 전교조의 '반대病'이 나라 걱정 키운다
전교조는 17일 교육부가 현재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가르치고 있는 영어수업을 1·2학년부터 앞당겨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私敎育사교육을 부추기게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가르치는 국제중학교를 認可인가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 방침에도 단식까지 벌이며 반대하고 있다.
중국의 공립 초등학교는 1·2학년부터 原語民원어민 교사를 초빙해 週주 2~3시간씩 영어를 가르친다. 중국어와 영어의 二重이중언어(쑤앙위·雙語)로 가르치는 사립학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학부모들이 이렇게 영어교육에 열심인 것은 오늘날 세계를 헤쳐가는 데 영어가 얼마나 有用유용한 도구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부모라고 세계의 이런 흐름을 모를 리 없다. 경인교대가 작년 말 초등 1·2학년 학부모 2990명을 조사했더니 73.7%가 자녀에게 영어 사교육을 시켰거나 시키고 있다고 대답했다. 정상적인 교사단체라면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학교 밖 영어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자고 주장할 것이다.
전교조 사람들은 ‘교육隔差격차 해소’라는 말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있다. 그런 전교조가 교육여건이 어려운 지역에 지원금을 줘 그 돈으로 능력 있는 교사를 스카우트하도록 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좋은 학교 만들기’ 사업도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이 제도는 발탁된 교사에게 승진 加算點가산점을 주도록 돼 있어 교사들 사이에 경쟁이 생긴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水準別수준별 수업에 대해선 “等級등급에 따른 분리처리는 가축이나 소고기에게나 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방과 후 수업을 확대하는 것도, 교사에게 성과상여금을 差等차등지급하는 幅폭을 확대하는 것도 교사부담을 늘리고 교사들 사이에 경쟁 분위기를 만들게 된다며 반대한다.
전교조가 지난 10일 연 심포지엄에서 전교조 解職해직교사 출신의 부산교대 심성보 교수는 “(전교조의) 진보적 교사들이 민주화 이후에도 鬪爭투쟁의식이 습관화돼 내면에 폭력의 싹이 자라면서 공격대상이 사라져도 공격성이 남아 있고, (학생에 대한) 보살핌의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선배의 이런 苦言고언이 과연 전교조 사람들의 귀에 닿기라도 했을까.
[중앙일보] 불법시위 단체를 세금으로 지원하겠다니
불법.폭력시위에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방안이 보류됐다고 한다. 그저께 열린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에서 이렇게 결정했다.
독립성과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 자체가 문제가 있는데 이들 중 일부가 폭력시위를 일삼는다면 보조금을 주지 않거나 중단하는 게 당연하다. 보조금이라는 것이 무언가. 바로 국민의 세금이다. 그렇다면 이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불법시위를 방조 내지는 부추기는 것이다.
지난해 시민.사회단체에 지원된 보조금은 18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돈을 받은 단체는 1만 곳이 넘는다. 보조금 지급의 근거는 2000년 시행된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이다. 이 법 제1조는 '비영리 민간단체의 공익활동 증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폭력시위는 이런 목적과는 전혀 맞지 않다. 오히려 공익을 해치고 민주사회 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에 원래 목적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런데도 민관공동위원회는 "우발적으로 불법 집회에 참여했는지, 아니면 의도가 있었는지를 구별하기 힘들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 보조금 지원 중지 안건을 보류했다.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함세웅 신부를 비롯해 위원회 위원들의 절반 이상이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소속이거나 추천 인사들이다. 이런 점이 보류 결정의 근거가 됐을 것이다.
이 위원회의 다른 한 명의 공동위원장이 한명숙 총리이다. 한 총리가 그저께 회의에서 보조금 관련 안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총리는 최근 평택 폭력 사태에 대해 폭력시위를 감싸는 듯한 담화를 냈었다.
이 정부가 과연 법치를 세울 의지가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어물쩍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단체에 지급한 보조금 내역부터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경향신문] 외환 자유화 너무 서두를 일 아니다
정부가 외환 자유화 조치를 또다시 내놓았다. 개인과 일반 기업은 오는 22일부터 1백만달러 범위에서 투자 목적으로 해외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게 허용하는 등 외환 거래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대폭 앞당긴다는 것이다. 주거용 등 실수요 목적의 해외 부동산 구입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전면 허용됐다. 물론 넘쳐나는 달러를 해외로 돌림으로써 원·달러 환율의 급락을 막아보자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에만 집착해 외환 자유화를 너무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외환 자유화는 국제화 시대의 대세이다. 우리라고 그것을 마냥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환 자유화는 긍정적 측면 못지 않게 부정적 측면이 많은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외환거래가 자유화되면 무엇보다 부유층의 탈세나 편법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이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에 대해서는 2년마다 부동산 보유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토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사후 관리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외환시장은 한번 문을 열면 여간해서는 되돌리기 어렵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천2백억달러를 넘는다고 하지만, 이중 상당액은 단기 수익을 노리고 유입된 투기 자금 때문에 불어난 것이다. 주식시장 등 국내 경제가 불안하면 언제 썰물같이 빠져나갈지 모르는 돈이다. 반면에 외국 여행이나 유학·연수의 급증으로 외환 유출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외환 자유화의 바람을 타고 해외로 빠져나간 돈은 국내 외환 사정이 나빠져도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다.
정부는 외환 자유화를 너무 서두를 일이 아니다. 정부도 지금까지 외환 자유화의 효과와 부작용을 정확히 따지기 어려워 외환 규제를 푸는 데 그간 고심해 오지 않았던가. 당장 빗장을 모두 열어젖힐 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실력을 감안해 자유화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
[한국일보] 서울에서 만나는 미술사의 거인 피카소
회화 분야에서 20세기를 대표할 인물을 꼽을 때 그 맨 앞자리에 세울 사람은 단연 파블로 피카소(1881~1973)다. 그는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후반 모더니즘이 포스트모더니즘에 자리를 내어줄 때까지 인간과 시대와 자신의 세계관을 5만여 점의 작품으로 유감없이 표현했다.
피카소는 인생의 시기마다 하나의 유파를 창시하다시피 했지만 전 작품을 놓고 볼 때 특정 유파로 분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입체파 화가라는 딱지조차 그 거인적 면모 앞에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피카소는 그저 피카소일 뿐이다. 같은 스페인 출신으로 20세기 건축의 금자탑을 이룬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이 그냥 가우디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피카소를 서울에서 만난다. 한국일보사가 서울시립미술관과 공동 주최하는‘위대한 세기:피카소전’이 19일의 전야제 리셉션에 이어 20일부터 9월 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에 온 피카소 작품은 모두 140여 점. 양적으로 풍성할 뿐 아니라 세계 20여 곳의 미술관과 재단, 개인소장자들이 대여한 알토란같은 작품들로 각 시기의 진면목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판화 위주였던 그 동안의 국내 피카소전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피카소가 일생을 통해 만난 사람들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다. 특히 그가 사랑했던 여성들에 관한 그림을 전시한 코너가 마련돼 흥미롭고, 미공개작도 포함돼 궁금증을 더한다.
21세기도 어느덧 6년이 흐른 지금 지난 세기의 걸작이 얼마나 고전적이면서 동시에 미래적인가를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일보사는 이미 2004년 샤갈전을 통해 그런 소중한 기회를 마련한 바 있다.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알고 있는 것을 그린다”고 말했던 피카소를 만나는 것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고 알게 해 주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등 미래세대에게 피카소의 세계를 여행해 볼 것을 권한다.
[한겨레] 외환 자유화가 그렇게 급한 건가
외환 자유화 일정이 한층 앞당겨졌다. 원화 국제화와 국내 외환시장 확대 방안도 있지만, 투자 목적 국외 부동산 취득 허용과 수출대금 등 대외채권을 의무적으로 들여오게 한 규제를 더 푼다는 내용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기업과 개인 모두 외화를 국외로 더 가져가게 하는 대책들이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니 내년 이후에나 하려던 조처를 지금 하려는 것이다. 즉흥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급하게 내려진 결정이라는 인상은 짙다.
외환 사정이 어려울 때 해온 유출 통제 위주의 제도를 마냥 유지할 수 없는 노릇이긴 하다.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이른 만큼 원화 국제화를 지향하는 거야 바람직한 방향이다. 급속한 환율 하락을 막을 뾰족수는 없는데 수출업체들은 아우성을 치니 달러 출구를 넓히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일을 너무 서둘러 결정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은 떨치기 어렵다. 개방주의자인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자유화 길에서는 대체로 돌아가기 어렵다. 외환제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유화 조처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다룰 능력이나 제도가 갖춰져 있는지, 또 훗날에 봐도 좋은 제도인지를 면밀히 따진 뒤 결정해야 한다. 지금이야 외환보유고가 넉넉하고 경상수지나 자본수지가 흑자 흐름을 타고 있다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 재산 유출도 가속화할 게 뻔하다. 예컨대 투자 목적 국외 부동산 취득만 봐도, 정부는 2년마다 보유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받고 부동산 처분 때는 국내로 회수되게 사후관리를 한다지만 행정력이 그렇게까지 미칠지 의문스럽다. 대외 채권 회수의무를 완화하는 것 역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유출을 막아도 불법 재산 반출이 허다한데, 길이 더 트였다. 그렇게 빠져 나간 재산이 국내 외환 사정이 어렵게 됐다고 돌아오지는 않는다.
우선은 사후관리가 제대로 될지 재점검하고, 급속한 외환 자유화가 국내 외환시장을 예상밖으로 흔들어 놓지는 않을지 살피는 체계도 보완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나, 정책 효과가 예상과 달리 나타나는 일은 다반사다. 부작용이 과도하면 자본 유출을 통제할 안전장치도 갖춰둬야 한다.
[동아일보] 출자제한·金産분리 “문제 있다” 말뿐인 당국자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올해 한국의 기업관련법 경쟁력이 61개 조사 대상국 중 51위라고 발표했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그제 “출자총액제한제도처럼 목적 실현에 반드시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운 제도는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뉴욕에서 “국내 기업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금융소유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관련법 경쟁력이 왜 최하위권인지를 두 장관이 설명한 셈이다.
권 위원장은 “(출총제는) 문제가 많다 보니 많은 예외가 있어서 어디까지 예외가 허용되고 안 되는지를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무 최고 당국자도 모르는 제도를 기업들이 어떻게 알겠나.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제도개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공정위는 순환출자의 폐해를 막는 대안을 찾은 다음에야 출총제 폐지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안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금산분리 완화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얘기가 없다. 정부가 이런 악성 규제들을 방치하니까 국가경쟁력이 더 추락하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지난 3년간 출총제를 신줏단지 모시듯 해 왔다. 그 결과 상장기업들은 금고에 70조 원을 쌓아 놓고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이익 상충, 부실 전가, 경제력 집중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윤증현 위원장은 "현행 금융시스템은 금융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금융을 외국 투기자본의 잔치판으로 전락시킨 금산분리원칙을 고수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경제는 디지털 시대인데 정부규제는 이중적이고 과잉이다”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규제 완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출총제 폐지에 착수해야 한다. 금산분리원칙의 완화에 관한 구체적 일정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제도개선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이다.
[조선일보] 전교조의 '반대病'이 나라 걱정 키운다
전교조는 17일 교육부가 현재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가르치고 있는 영어수업을 1·2학년부터 앞당겨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私敎育사교육을 부추기게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가르치는 국제중학교를 認可인가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 방침에도 단식까지 벌이며 반대하고 있다.
중국의 공립 초등학교는 1·2학년부터 原語民원어민 교사를 초빙해 週주 2~3시간씩 영어를 가르친다. 중국어와 영어의 二重이중언어(쑤앙위·雙語)로 가르치는 사립학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학부모들이 이렇게 영어교육에 열심인 것은 오늘날 세계를 헤쳐가는 데 영어가 얼마나 有用유용한 도구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부모라고 세계의 이런 흐름을 모를 리 없다. 경인교대가 작년 말 초등 1·2학년 학부모 2990명을 조사했더니 73.7%가 자녀에게 영어 사교육을 시켰거나 시키고 있다고 대답했다. 정상적인 교사단체라면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학교 밖 영어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자고 주장할 것이다.
전교조 사람들은 ‘교육隔差격차 해소’라는 말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있다. 그런 전교조가 교육여건이 어려운 지역에 지원금을 줘 그 돈으로 능력 있는 교사를 스카우트하도록 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좋은 학교 만들기’ 사업도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이 제도는 발탁된 교사에게 승진 加算點가산점을 주도록 돼 있어 교사들 사이에 경쟁이 생긴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水準別수준별 수업에 대해선 “等級등급에 따른 분리처리는 가축이나 소고기에게나 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방과 후 수업을 확대하는 것도, 교사에게 성과상여금을 差等차등지급하는 幅폭을 확대하는 것도 교사부담을 늘리고 교사들 사이에 경쟁 분위기를 만들게 된다며 반대한다.
전교조가 지난 10일 연 심포지엄에서 전교조 解職해직교사 출신의 부산교대 심성보 교수는 “(전교조의) 진보적 교사들이 민주화 이후에도 鬪爭투쟁의식이 습관화돼 내면에 폭력의 싹이 자라면서 공격대상이 사라져도 공격성이 남아 있고, (학생에 대한) 보살핌의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선배의 이런 苦言고언이 과연 전교조 사람들의 귀에 닿기라도 했을까.
[중앙일보] 불법시위 단체를 세금으로 지원하겠다니
불법.폭력시위에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방안이 보류됐다고 한다. 그저께 열린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에서 이렇게 결정했다.
독립성과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 자체가 문제가 있는데 이들 중 일부가 폭력시위를 일삼는다면 보조금을 주지 않거나 중단하는 게 당연하다. 보조금이라는 것이 무언가. 바로 국민의 세금이다. 그렇다면 이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불법시위를 방조 내지는 부추기는 것이다.
지난해 시민.사회단체에 지원된 보조금은 18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돈을 받은 단체는 1만 곳이 넘는다. 보조금 지급의 근거는 2000년 시행된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이다. 이 법 제1조는 '비영리 민간단체의 공익활동 증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폭력시위는 이런 목적과는 전혀 맞지 않다. 오히려 공익을 해치고 민주사회 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에 원래 목적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런데도 민관공동위원회는 "우발적으로 불법 집회에 참여했는지, 아니면 의도가 있었는지를 구별하기 힘들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 보조금 지원 중지 안건을 보류했다.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함세웅 신부를 비롯해 위원회 위원들의 절반 이상이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소속이거나 추천 인사들이다. 이런 점이 보류 결정의 근거가 됐을 것이다.
이 위원회의 다른 한 명의 공동위원장이 한명숙 총리이다. 한 총리가 그저께 회의에서 보조금 관련 안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총리는 최근 평택 폭력 사태에 대해 폭력시위를 감싸는 듯한 담화를 냈었다.
이 정부가 과연 법치를 세울 의지가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어물쩍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단체에 지급한 보조금 내역부터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경향신문] 외환 자유화 너무 서두를 일 아니다
정부가 외환 자유화 조치를 또다시 내놓았다. 개인과 일반 기업은 오는 22일부터 1백만달러 범위에서 투자 목적으로 해외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게 허용하는 등 외환 거래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대폭 앞당긴다는 것이다. 주거용 등 실수요 목적의 해외 부동산 구입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전면 허용됐다. 물론 넘쳐나는 달러를 해외로 돌림으로써 원·달러 환율의 급락을 막아보자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에만 집착해 외환 자유화를 너무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외환 자유화는 국제화 시대의 대세이다. 우리라고 그것을 마냥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환 자유화는 긍정적 측면 못지 않게 부정적 측면이 많은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외환거래가 자유화되면 무엇보다 부유층의 탈세나 편법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이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에 대해서는 2년마다 부동산 보유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토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사후 관리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외환시장은 한번 문을 열면 여간해서는 되돌리기 어렵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천2백억달러를 넘는다고 하지만, 이중 상당액은 단기 수익을 노리고 유입된 투기 자금 때문에 불어난 것이다. 주식시장 등 국내 경제가 불안하면 언제 썰물같이 빠져나갈지 모르는 돈이다. 반면에 외국 여행이나 유학·연수의 급증으로 외환 유출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외환 자유화의 바람을 타고 해외로 빠져나간 돈은 국내 외환 사정이 나빠져도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다.
정부는 외환 자유화를 너무 서두를 일이 아니다. 정부도 지금까지 외환 자유화의 효과와 부작용을 정확히 따지기 어려워 외환 규제를 푸는 데 그간 고심해 오지 않았던가. 당장 빗장을 모두 열어젖힐 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실력을 감안해 자유화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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