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4월 6일 목요일,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4. 6. 13:16

2006년 4월 6일 목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프로그램 절반이 오락인 지상파TV

 

지상파 방송3사의 오락프로그램 편중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방송 관련기관의 지적이나 시청자단체의 거듭되는 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몇 년째 쇠귀에 경읽기다. KBS 2와 SBS는 오락프로그램의 비율이 방송위원회가 정한 상한선인 50%에 육박하고 있다. 방송위의 권고기준은 30%다. 주시청 시간대의 경우, MBC와 SBS의 오락프로 비율은 60%를 넘고 있다.

오락프로 과잉이라는 지적 속에 지난해 12월 지상파의 낮방송이 시작됐다. 당시 장애인ㆍ노인 등 소외계층을 배려한 프로가 전체적 균형을 맞추리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기대는 허물어지고 지상파 낮방송은 오락프로와 드라마의 재방송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오락프로와 드라마는 이제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밤에 못 본 프로들을 낮 시간에 보도록 유도ㆍ강요하는 셈이다.

지상파TV가 사용하는 전파는 케이블ㆍ위성TV의 경우와 달리 사회적 공공재이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오락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일부분일 뿐, 우민(愚民)정책을 펴지 않는 한 국민의 건전한 교양과 시사적 지식을 높이는 데 한층 기여해야 한다. 공영방송인 KBS 1ㆍ2, MBC는 물론이고 민영방송인 SBS 역시 이런 기대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지상파의 방송 행태는 프로의 상업화와 시청률 경쟁에서 케이블ㆍ위성TV와 다를 바 없다. 방송사가 오락프로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률을 높임으로써 비싼 광고를 많이 유치하자는 것이다. 오락프로의 증가는 교양프로의 감소를 가져 온다. 오락프로 편중은 방송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결국 시청자 복지라는 공익적 가치를 외면하게 된다. 지상파가 구성원 복지를 위해 시청자 복지를 외면하는 셈이다.

현재 우리 지상파들은 케이블ㆍ위성TV와 크게 구분되지 않으며,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못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신료까지 받는 KBS는 본래의 위상을 확립하지 못할 경우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겨레신문] 우리도 동참해야 할 지뢰금지 운동
 
가까이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나 그 위험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지뢰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이르는 지뢰지대에 200만개의 대인지뢰가 묻혀 있다고 한다. 주한미군이 우리 땅에 비축하고 있는 것만도 55만개다. 대부분은 휴전선 비무장지대에 있지만, 지뢰가 설치된 후방 군사기지도 39곳에 이른다. 게다가 북한에는 지뢰가 얼마나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지뢰는 가장 비인간적인 무기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한 해 1만5천~2만명이 지뢰 때문에 숨지거나 다친다. 피해자 대부분은 민간인이고 특히 어린이 희생자가 많다. 그래서 지뢰를 추방하자는 국제 운동은 날로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 1991년 소규모로 시작된 이 활동은, 97년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그해 12월 120개 국가가 ‘대인지뢰 사용 및 생산 금지를 위한 오타와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실질적인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이 협정의 비준까지 마친 나라는 150개국에 이른다. 지난해엔 유엔이 ‘세계 지뢰의 날’을 제정하는 데까지 이르렀고, 바로 그제가 제1회 지뢰의 날이었다.

한반도 상황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남북은 미국·러시아·중국 등과 함께 협정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협정 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들도 별로 없다. 우리는 그동안 남북 대치라는 특수성을 내세워 국제적인 흐름을 외면해 왔다. 이젠 휴전선을 넘어 금강산과 개성을 오갈 정도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당장 한반도에서 지뢰를 몰아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뢰 제거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동아일보] 신문 惡法 살리려고 憲裁 압박하는 열린우리당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이 제기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대한 위헌 소송의 공개변론이 오늘 열린다. 헌법재판소가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을 하기로 한 것은 이번 소송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이해(利害)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적이고 깊이 있게 청취하겠다는 헌재의 뜻이 담겨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의견수렴 절차가 헌재에 압력을 행사하고 헌재 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흔드는 쪽으로 악용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집권 여당이면서 신문 악법(惡法)을 만들어 낸 주역인 열린우리당이 공개변론을 앞둔 시점에서 헌재에 ‘합헌 지지’ 의견서를 내기로 한 것은 이 점에서 큰 우려를 자아낸다.

열린우리당이 소속 의원은 물론이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의 서명까지 받아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것부터가 헌재 결정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권력을 총동원해서 만든 신문법 등이 위헌 심판대에 오르자 다른 세력까지 끌어들여 또 한번 힘으로 밀어붙여 보겠다는 속셈이다.

열린우리당이 이번 의견서와 관련된 내부 자료에서 ‘사사건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무력화(無力化)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야말로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와 법치(法治)에 대한 여당의 낮은 인식 수준을 드러낸다. 헌재는 국회에서 잘못된 법이 만들어질 때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 법을 폐지하거나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기구다. 이러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놓고 ‘국회 무력화’ 운운하는 것은 국회가 모든 제도 위에 군림해야 한다는 그릇된 발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정권과 ‘코드’가 같은 일부 단체는 공개변론 자체에 반대하면서 여당과 함께 조직적으로 헌재에 압력을 넣고 있다. 이번 공개변론은 정치적 힘겨루기의 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여당은 악법을 만든 원인제공자이므로 특히 자중해야 한다. 공개변론이 이성적인 토론의 장이 되도록 헌재에 대한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


[조선일보] 이래도 '중국은 우리에게 부담 안 된다' 인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의 세계시장 1위 수출품목은 1980년 12개에서 2003년 9개로 줄어들었고 그 기간에 중국의 세계시장 1위 수출품목은 ‘無무’에서 116개로 늘어났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미국, 일본, 아세안 등 세계 주요시장에서 중국 제품 점유율 증가가 곧바로 한국 제품의 점유율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 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인 것은 1992년부터다. 중국은 그해 개방정책으로 세계 시장에 編入편입됐다. 그때의 한국 수출총액은 757억달러, 중국은 764억달러로 엇비슷한 규모였다. 그러던 것이 12년이 흐른 2004년 현재 중국의 상품수출 규모는 6000억달러로 한국의 두 배를 훨씬 넘어섰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에서도 한국은 3%, 중국은 8%다.

그러나 한·중 경제 경쟁의 문제점은 더 깊고 넓다. 품목별 점유율에서 우리의 간판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92년 9.8%에서 2004년 7.8%로 5분의 1이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은 92년 0.3%에서 2000년 1.7%, 2004년 5.2%로 껑충껑충 뛰고 있다. 전자부품의 경우 한국은 92년 2%에서 2004년 3.2%로 별 변화가 없었지만, 중국은 이 기간에 2.2%에서 10.6%로 5배가 됐다. IT기기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20%로 이미 한국의 세 배를 넘어섰다. 아직은 조금 앞서 있다는 자동차, 선박 등도 중국의 급한 추격에 쫓기기는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기업인들 앞에서 “중국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너무 빠르게 구조조정을 요구당하지만 ‘그 외의 요인’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은 ‘그 외의 요인에선 중국이 우리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말뜻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선진국 연구개발 基地기지 유치, 대학교육 質질의 세계 水準化수준화, 근로자의 평균임금, 공장부지의 가격 등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모든 부문에서 한국이 중국에 밀리고 있는데 대통령의 반응은 ‘문제 없다’ ‘염려 없다’니 뭔가 든든한 기댈 곳이 있는 모양이다. 대통령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우리가 믿고 기댈 든든한 언덕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도 알려줬으면 한다.


[중앙일보] 보편화되는 화장(火葬)

 

지난해 화장(火葬)률이 50%를 넘었고 이를 장려하기 위해 자연장 제도가 도입된다고 한다. 뿌리 깊은 매장 문화 때문에 묘가 매년 여의도만한 땅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대로 가면 화장률이 2010년에 70%를 넘을 전망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화장장이 부족해 이런 변화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충청.강원 등지로 가거나 4일장을 하기도 한다. 지난 25년간 화장률은 세 배 이상 증가했지만 화장장은 제자리 걸음이다. 주민들의 님비현상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장 기술이 좋아져 공해.소음.냄새 등이 전혀 없다는 점을 꾸준히 알리는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는 화장장이 도시에 있는 데가 많다. 화장시설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주민의 화장 요금 차등 폭을 더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연장 제도 도입은 늦은 감이 있다. 자연장이란 화장한 유골을 나무.화초.잔디 밑에 묻거나 뿌리는 환경친화적 장사방식이다.

자연장 장소가 넓은 경우는 민가와 일정 거리를 두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가족단위의 소규모 터는 내버려두는 게 낫다. 또 수목장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경북의 한 종중묘역은 잔디 밑에 유골을 묻고 묘역을 작은 공원으로 꾸몄고 일본 자연장의 대부분은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방식이라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경향신문] 파벌싸움에 멍든 ‘쇼트트랙 코리아’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에서 남녀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볼썽사나운 귀국환영식을 치렀다.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가 다른 파벌의 코치와 선수들을 비난하면서 빙상연맹 간부에게 주먹다짐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어느 쪽의 잘잘못을 떠나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들 간의 신경전으로 불거진 파벌 갈등은 세계 최강이라는 한국 쇼트트랙의 명예에 흠집을 남겼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동계올림픽에서도 그랬듯이 사실상 ‘2개의 팀’으로 운영되어 왔다. 선수들은 남녀불문 두 패로 갈려 각각의 코치로부터 훈련은 물론 작전 지시까지 별도로 받았다. 심지어 식사나 방 배정까지도 ‘편가르기’가 일상화했다고 한다. 쇼트트랙의 파벌싸움은 빙상계의 ‘시한폭탄’으로 불릴 만큼 고질화된 병폐다. 과거 쇼트트랙계를 이끈 실력자들과 그의 제자들, 한국체대와 비한국체대 등 인맥과 학맥이 얽힌 데다 학부모들까지 가세해 첨예한 경쟁구도를 형성해왔다. 이 때문에 코칭스태프 선임, 대표선수 선발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선수들의 선수촌 이탈, 비방과 투서가 난무하기도 했다.

이러한 파벌 갈등은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는 바람에 가라앉는 듯했으나 이번에 또다시 불거졌다. 파벌싸움은 한국 쇼트트랙의 영광을 한순간에 조롱거리로 전락시킬지 모를 암적 요소다. 아무리 실력이 세계 최강이라지만 파벌싸움에 무슨 스포츠맨십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빙상연맹은 물론 체육계 전체가 나서서라도 파벌체제 타파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선수들이 파벌싸움의 볼모가 돼선 안된다. 빙상계는 라이벌 감독들의 화합과 협조로 4강 신화를 이룩한 야구대표팀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차제에 파벌문제를 깨끗이 정리하지 않고서는 한국 쇼트트랙에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