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4월 4일 화요일,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4. 4. 11:49

2006년 4월 4일 화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혼혈사회 수용하는 열린 정책 필요하다

 

국제결혼이 날로 급증, 지난 해에만 4만 건을 넘어섰다. 특히 농촌을 중심으로 외국인과의 결혼이 일반화하면서 군 단위로는 한해 국제결혼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곳도 나오고 있다.

한국적 취득자를 포함, 상주 외국인 숫자만 해도 전국민의 2%에 달하는 100만 명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지원을 요청하는 등 국지적으로 이미 중요한 정치 세력으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원래부터 단일민족이란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반 국민도 이제는 그런 폐쇄적이고 편협한 민족의식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 특히 국제결혼으로 출생한 혼혈국민에 대한 편견은 한국 정도의 국제적 위상을 자랑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는 치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국민의 전향적 인식 전환과 함께 시급한 것은 외국인과 혼혈인들이 자연스럽게 동화하고 국민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유무형의 차별로 인한 소외감을 방치할 경우 10~20년 뒤에는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국제결혼 가정을 방문해 무료로 한글과 수학을 가르치는 대구 경북 등 일부 지자체의 노력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학교에 특수교사를 배치하거나 교육방송 등을 통해 이들의 사회화를 돕는 방안들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세계화 국제화의 물결 속에서 외국인이나 혼혈인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소중한 재산이 될 수 있다. 전남 담양군 같은 곳에서 필리핀 여성들을 초등학교 생활영어 강사로 활용하는 것도 작지만 좋은 실례다.

마침 미국 프로풋볼의 영웅 하인스 워드가 어머니의 나라에 왔다. 혼혈로 인한 유년의 상처를 딛고 의연하게 성공한 워드와 그의 어머니를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이번 방한이 우리 사회의 배타적 순혈주의를 진지하게 반성케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겨레신문] 연금개혁 논의, 첫단추 잘 끼워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공무원·군인·사학 등 특수직역 연금 가입자의 ‘자기 희생’을 언급했다. 특수연금의 기득권은 보장하되 신규 수급자의 이익은 줄이겠다는 취지다. ‘연금 문제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공언한 점에 비춰볼 때, 유 장관의 발언은 연금개혁 논의에 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특수연금의 형평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보다 지급액이 많은데, 그로 말미암은 눈덩이 적자를 국고로 보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실제 국민연금의 총 지급액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갑절 가량인 반면, 특수연금은 그 3~4배에 이른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적자로 돌아서 해마다 수천억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때문에 국민연금보다 재정이 부실한데도 더 많은 급여를 주고 그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을 받는다.

곪은 상처가 깊은 곳부터 수술대에 올리는 것은 순리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놔두고 국민연금만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하겠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감수하고 연금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인 점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연금은 세금과 마찬가지로 누구한테 얼마를 거둬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의 문제다. 다음 세대를 염두에 두고 균형있고 효율적인 청사진이 필요한 이유다. 단지 미래의 재정부담을 피하려 연금의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등 고유한 소득보장 기능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특수연금도 형평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폭넓게 논의해야 구조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선거 등 왜곡된 정치 관행을 이유로 서두르기보다는 연금개혁의 순서와 방향을 잡는 게 우선이다.


[동아일보] '多민족 사회' 환영해야 강한 나라 된다

 

한국은 이미 다민족(多民族)사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지난해 결혼한 농어촌 총각 8027명 가운데 36%가 외국인 신부를 맞았다. 1998년 이전에는 국제결혼이 전체 결혼의 1∼3%에 그쳤으나 2004년부터 10%대로 늘어 급증세다. 시골 초등학생 중에도 혼혈아가 늘어 어떤 지역은 신입생의 절반에 육박한다.

저출산과 3D업종 취업 기피 등에 따른 일부 업종의 노동력 부족은 인구 구성의 다민족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 등록된 외국인은 50만 명이 넘는다. 여기에 불법 체류자와 외국인 자녀를 합치면 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인구가 연평균 18%씩 늘고 있다니 ‘100만 타(他)인종’시대는 시간문제다.

그럼에도 외국인 및 혼혈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마침 어제 한국에 온 '한국 핏줄' 하인스 워드의 성공스토리에는 갈채를 보내면서도 국내의 '인종 쇄국주의'는 완강하다. 제삼국에서 성공한 한국계는 우러러보면서 한국에 시집온 아시안 여성은 핍박하고 그 자녀인 '코시안 혼혈아'를 차별하는 것은 큰 모순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도 인도 아랍 중국 일본 등의 피가 섞인 혼혈의 나라다. ‘단일민족’이라는 ‘허구(虛構)의 신화’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인종과 문화는 섞일 수밖에 없고 섞일수록 강하다는 ‘잡종강세’의 원리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순혈주의를 좇는 맹목적 폐쇄성에서 벗어나 미국과 같은 다민족 국가의 포용성과 개방성을 키워 나갈 수 있다. 그것이 나라의 발전은 물론이고 인류사회에 대한 기여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빈곤과 질병에 노출된 외국인 거주자를 보호하고, 그 혼혈 자녀들이 천대받지 않고 당당하게 교육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피부색과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당하지 않도록 구제하는 제도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국민이 ‘내 안의 세계화’에 실패하고는 세계화 시대에 성공하는 나라를 만들기 어렵다.


[조선일보] 호스피스 활성화로 末期癌 환자 도와야

 

국립암센터가 末期癌말기암 환자 의료비 지출 실태를 조사했더니 사망 직전 1년간 들어가는 의료비가 평균 1499만원이고, 이 중 36.3%를 마지막 한 달 동안의 치료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기암 환자란 약물요법이건 방사선 치료건 어떤 치료법을 써도 상태가 나아질 가망이 없는 환자를 말한다. 말기암 환자는 중환자실을 전전해가며 인공호흡기와 심폐소생술 같은 치료를 받게 되고 음식을 먹지 못해 高營養液고영양액 주사도 맞아야 한다. 치료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말기암 환자들은 암이 뼈와 내장을 파고들어 神經신경을 압박하거나 뇌로 번져 腦壓뇌압이 오르는 바람에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의사는 치료를 포기하고, 가족들은 지치고, 치료비의 부담은 쌓여 가는 가운데 환자는 극도의 외로움 속에서 죽음과 만난다. 바로 이런 말기암 환자에게는 고통을 연장시킬 뿐인 延命연명 치료 대신 痛症통증을 관리하면서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해주는 호스피스 치료가 代案대안일 수 있다. 이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고 죽음의 공포에 가위 눌리지 않으면서 죽음의 세계로 편안히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종교인이나 심리치료사 등 전문 인력이 도와주는 치료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말기암 환자 중 호스피스 치료 혜택을 받는 사람은 5%밖에 되지 않는다. 호스피스 치료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病棟병동을 운영해봐야 돈이 안 돼 호스피스 전문 치료를 시행하는 곳도 100군데가 안 된다. 미국은 1982년부터 호스피스 치료에 의료보험 급여를 인정해 말기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 일본도 1990년부터 의료보험을 적용해 하루 45만원 정도의 이용료 대부분을 보험에서 부담하고 있다.

복지부가 작년에 15개 호스피스 기관을 지원한다며 쓴 돈이 3억원이었다. 암 발생 원인의 3분의 1은 담배 때문이라고 한다. 담뱃값에서 거둔 1조9000억원의 건강증진기금의 극히 일부만 호스피스 기관을 지원하는 데 써도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크게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일본교육은 개방·경쟁, 한국은 규제·평등

 

일본 정부의 교육개혁에 거침이 없다. 대학입시는 이미 자율화돼 있지만 총리 자문기구인 규제개혁.민간개방추진회의는 최근 획기적인 정책을 결정했다. 올해 안에 초등.중학교 학군제를 사실상 폐지해 학생의 학교 선택제를 도입하고, 민간인도 초.중 교감이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키로 했다고 한다. 지역교육위원회를 폐지해 학교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단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원 평가는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학교에 자율경쟁 원리를 확대하고, 학생의 공교육 만족도를 높여 교육 경쟁력을 높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에서 일본을 이끌어갈 원동력은 교육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정책은 어떤가. 획일적인 평등주의.평준화에 얽매여 자율경쟁.우수 인재 양성을 우선하는 세계 흐름에 역행한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不) 정책으로 대입이 옴짝달싹 못하는 마당에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대학에 전형 방법까지 강요하고 있다. 여당은 실업고를 지방선거에 이용하고, 김 부총리는 여당.전교조 눈치를 보느라 자립형 사립고 확대에 반대하는 등 교육이 당리당략으로 표류하고 있다. 그러니 공교육에 절망해 외국으로 나가는 조기 유학생이 늘고, 기러기 가족이 양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0월 대선 후보 당시 한국교총에서 한 연설에서 "교육정책을 교육 형평성과 자유 확충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획일주의는 식민지배.군사문화의 잔재다. 교육 규제를 줄이고 개인 자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 원칙적으로 대학이 학생 선발 방식 등을 자율 결정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약속이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정부 스스로 교육정책을 돌아보라. '자유 확충'은 죽은 지 오래다. 정략에 의해 교육이 좌우되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노 대통령은 훗날 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미래를 책임지는 일본 정부가 부러울 뿐이다.
 

[경향신문] '왕의 남자' '대장금' 그리고 고전국역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에 이르는 25대 472년의 역사를 기록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방대한 규모의 조선왕조실록은 1993년 완역됐고, 국사편찬위원회는 올들어 조선왕조실록을 인터넷에 올렸다. 의미가 큰 결실이고 진전이다. 성균관대 신승운 교수(문헌학)는 "왕조실록이 번역되지 않았다면 '왕의 남자'나 '대장금'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왕의 남자'의 공길은 연산군일기에 나오는 광대이고, 대장금도 중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이들은 왕조실록의 기록과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들이다. 고전국역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역사적 문헌과 기록들은 거의 모두 한자로 되어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글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해방 이후 고전국역은 민족문화추진회 등 민간단체 중심으로 진행돼 적잖은 결실을 맺었다. 정부보조금이 있었다고는 하나 열악한 상황에서 고전국역을 해온 그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고전국역의 갈 길은 멀다. 번역된 고전보다 번역되지 않은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세계기록유산인 승정원일기만해도 그렇다.

그동안 고전국역은 그 중요성에 비해 홀대받아온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이런저런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었다. 사안별 정부 보조금 지원방식으로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힘들었고, 번역의 부실화 우려를 안고 있었다. 위촉에 의한 번역운영도 번역물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고전번역을 전담하는 정부출연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고 한다. 고전번역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다.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학계의 논의가 좀더 있어야겠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사안이다. 고전국역사업의 한 차원 높은 발전을 위해 정부의 지원체계 정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