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사설

2006년 4월 3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eros 2006. 4. 3. 13:00

2006년 4월 3일 월요일, 조간 신문사설

 

[한국일보] 편협한 국부유출 논란 삼가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계기로 외국자본에 의한 국부유출론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론스타가 벌게 된 4조여원의 매각차익을 국부유출로 우려하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한국 사업을 철수하려는 프랑스계 유통업체 까르프 인수전에서도 국부유출 시비가 제기된다고 한다.

이는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 수익은 바로 국부유출이라는 국수주의적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차제에 외국자본에 대한 인식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먼저 세계화와 개방화의 거스를 수 없는 추세 속에서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자본이 신규투자를 하면 생산이 늘어나고 고용을 창출해 국가의 부를 살찌우듯이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도 같은 효과로 이어지는 고마운 존재이다.

외국인 투자 가운데 이른바 그린필드(Greenfield) 투자로 불리는 직접투자는 고용창출과 선진기술 및 경영 노하우 전수와 같은 긍정적 효과가 주식에 투자하는 간접투자보다 휠씬 크다는 것이 상식이다.

1993년 유통시장 개방이후 첫번째 해외투자로 국내에 들어온 까르프는 현재 전국 32개 매장에서 7,000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까르프가 국내 유통시장 선진화에 기여한 공로는 극찬을 해도 부족함이 없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아쉽게 국내 사업을 접는 마당에 매각대금에 대해 국부유출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투자보다는 투기적 성격이 강한 외국 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자본 회수에만 전념하고 시장을 교란시키는 부작용도 물론 없지 않다. 이는 국내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강력히 단속하듯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국적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론스타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 매각과정의 비리나 세금탈루, 외환밀반출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조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론스타가 빈사상태의 외환은행을 살려낸 공로와 그 과정에서 얻게 된 매각차익은 정당한 투자로 결과로 존중되어야 한다. 과세 문제는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국세청이 당당하게 처리하면 될 일이다.


[한겨레신문] 도 전체가 정전사태에 빠지는 일이 생겨서야

 

그저께 낮에 제주도 전역에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주민들이 겪었을 혼란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제주도와 전남 해남을 연결해 육지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해저송전케이블이 손상된 때문이라고 한다. 제주도에도 발전소가 세 군데 있긴 하다. 하지만 용량이 작아 전력수요의 45% 가량인 15만5천㎾를 케이블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1997년 케이블이 깔린 이후 크고 작은 고장이 90차례나 있었고, 이로 인한 정전사고도 26차례나 발생했다고 한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날 잠재적 불안 요인은 상존했던 셈이다. 제주도민들에겐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전력공급 계통에 이상이 생기면 전력수요의 일부를 차단해 부하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하는 체계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부하가 쏠리며 발전소 가동까지 중단돼 사태를 키웠다. 비상 대응 체계에 단단히 허점이 있거나, 평소 관리에 소홀한 탓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선은 제주도 전력계통을 철저히 점검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한다. 나아가 근본대책도 세워야 한다. 현재 건설 중인 남제주화력 3·4호기가 완공되면 사정이 좀 나아지긴 하겠지만, 해저케이블에 절대량을 의존하는 체계로는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수요를 도내 발전소로 모두 채우려면 전력 생산비가 비싸지기 때문에 케이블을 통한 전력공급을 선호하는 한전의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기는 국방이나 치안만은 못해도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필수재라는 점에서 경제성만 따질 건 아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으로 제주도의 전력수요는 더욱 늘어날 테고, 안정적인 전력공급 없인 국제자유도시의 위상도 갖추기 어렵다. 좀더 긴 안목의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동아일보]세금 날리는 정부發 ‘거품 일자리’

 

정부가 올해 1조5463억 원을 들여 청년, 고령자, 저소득자 등 52만7000여 명에게 제공하기로 한 일자리의 상당수가 세금만 축내는 ‘거품 일자리’임이 드러나고 있다. 이 중 최대 1년까지 지원하는 13만 개의 이른바 ‘사회적 일자리’도 대부분 허드렛일인 데다 생계에 도움이 안 될 정도로 저(低)임금이다. 과거 ‘영세민 취로사업’의 재판(再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산모(産母)·신생아 도우미 사업은 당초 1만1192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기획예산처가 추정했으나 연간 상시(常時)고용 효과는 894명에 불과했다. 당초 계산을 ‘2주일짜리 임시직’ 기준으로 했다니 과거의 ‘전시(展示)행정’을 쏙 빼닮았다. 노인 일자리는 재활용 유리병 수거나 불법 포스터 떼기 등 단순 노동 일색이다. 398억 원이 쓰이는 대학·고교생 대상 ‘청소년 직장 체험 프로그램’도 상당수가 컴퓨터나 들여다보며 시간 때우는 일이다.

‘거품 일자리’ 만들기의 폐해는 세금 낭비에 그치지 않는다. 관리(管理)한다며 공무원을 늘리면 필연적으로 규제가 늘어나고, 이것이 다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노무현 정권 출범 후 3년간 공무원이 2만5000여 명 증원되면서 각종 규제도 7715건에서 7926건으로 늘었다. 행정규제가 매년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씩 깎아먹는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1800여 명의 ‘사회봉사’ 공무원을 늘리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사회급여와 이자지출을 제외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비율이 미국 일본보다 큰 ‘작지 않은 정부’이며, 보육 교육 주택 등과 관련된 정부의 분배정책도 저소득층에 별 도움을 못 주고 있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정부가 큰 정부가 아니라고 우긴다.

청와대는 지난달 비서실 워크숍에서 “노동정책에 ‘덴마크 모델’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덴마크가 1990년대 초 10%에 달했던 실업률을 5%로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은 해고를 자유롭게 한 ‘노동시장 유연화’와 함께 실업자 ‘맞춤교육’을 강화해 고용안정을 꾀한 이른바 '유연안정성(flexicurity)'에 비결이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세금 펑펑 써 가며 '거품 일자리'를 만드는 데 급급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해치는 데 정부가 앞장섬으로써 성장잠재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것이다.


[조선일보] 교육 발목잡기로 本業을 바꾼 교육부총리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31일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영어마을’을 두고 “이제 그런 건 그만 만들어야 한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하나 만드는 데 2000억~3000억원이 들 뿐 아니라 지금의 운영비 규모면 일선 학교에 1억원 이상씩 지원할 수 있다”면서 “그 돈으로 원어민교사를 학교마다 3명씩 더 채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우선 계산법부터 이상하다. 가장 규모가 큰 파주 영어마을 조성에 들어간 사업비가 850억원이다. 경기도 공식발표로는 안산·파주·양평 3곳의 건설비를 다 합쳐도 1700억원밖에 안 된다. 또 안산 영어마을 연간 운영비는 273억원이다. 이 돈으로 경기도 내 1600개 초중고에 어떻게 1억원씩 돌릴 수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영어마을은 경기도가 2004년 安山안산에 처음 선을 보이면서 붐이 일어 현재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서 10여개가 운영 또는 조성 중이다. 준비 중인 지자체도 여럿이다. 영어와 중국어의 양대 국제어를 익히지 않고는 개인이건 공동체건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직 정부만 천하태평이다. 이들을 위해 정부가 해준 것이 대체 무엇이 있는가.

파주캠프의 경우 5박6일 중학생반 2만1000명, 주말초등반 8400명, 2주 방학집중반 2000명, 일일체험 과정 9000명 등 연간 4만여명이 학교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산 영어 공부를 한다. 공교육이 팽개친 일을 지자체가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격려는 못할망정 오히려 싹을 잘라야 한다고 막말을 하고 있는 게 교육정책과 행정을 총괄하는 교육부총리다.

작년 한 해에만 초중고생 조기유학과 해외연수 비용으로 3조원, 부수비용까지 7조원이 나갔다. 3주짜리 단기 어학연수에 250만원에서 500만원 이상이 든다. 국내 영어마을 2주캠프(파주)는 60만원이면 된다. 5박6일 프로그램은 8만원이다. 경제적 측면으로만 봐도 이런 기회를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할 아무 이유가 없다. 경제관료로 뼈가 굵은 김 부총리는 정권이 앞세운 교육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下手人하수인으로 자신의 前歷전력을 계속 더럽히기보다는 이쯤에서 물러나 理性이성을 회복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중앙일보] 공정위는 경쟁 촉진에 전념하라

 

취임 이후 침묵을 지켜오던 권오승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에 맞게 선진화해야 하며 대기업집단 시책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공정위 창립 25주년 기념식에서다. 그는 또 "모든 경제활동이 정부의 개입과 사업자들의 경쟁제한 행위가 없는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실패가 있는 곳에 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공정위의 업무 개편과 대기업정책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권 위원장이 거론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같은 불필요한 규제부터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공정위는 경쟁 촉진과 소비자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대기업 규제 업무에서 손을 떼기 바란다. 기업의 지배구조나 출자의 적정성 여부를 가리는 일을, 경쟁정책을 담당하는 공정위에서 관장해온 것 자체가 기형적일 뿐만 아니라 국제규범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이 시장원리에 따라야 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언급도 주목된다. 이는 정부 개입 확대로 일관해온 이 정부의 코드와 달라 보인다. 그러나 시장원리야말로 글로벌 스탠더드요, 시대의 대세다. 다만 이 정부가 그 흐름에 역행해 왔을 뿐이다. 시장경제원리를 강조하는 권 위원장이 소신대로 공정위의 역할을 바로잡고, 대기업정책의 변화를 주도하기를 기대한다.
 

[경향신문] 아더앤더슨 돈으로 올림픽 구경한 고위층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 회장 등 전직 고위 경제관료와 재계 인사 등 10여명이 금융 브로커 김재록씨가 한국지사장을 맡고 있던 외국계 컨설팅 회사 아더앤더슨의 비용으로 2000년 9월 호주 시드니 올림픽 때 부부 동반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강 전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8개월, 이 전 부총리는 1개월이 된 상태였다. 오 전 회장은 이 전 부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현재는 김씨의 뒤를 이어 인베스투스글로벌의 회장을 맡고 있다.

강 전 장관 등이 시드니 올림픽에 다녀올 때나 그 이전 현직에 있을 때는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될 무렵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아더앤더슨은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컨설팅이나 자산 실사 계약 등을 잇따라 따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뭔가 뒷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심이 들 만한 일이었다.

강 전 장관 등은 시드니 올림픽에 다녀올 당시에는 현직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어떤 식으로든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미칠 만한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금융계에는 ‘이헌재 사단’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데서도 드러나듯 이들은 현직에 있을 때 다양한 인맥을 구축해놓았다. ‘전직’이라는 이름만으로 면피할 수 없는 이유이다.

얼마 전에는 강 전 장관의 딸,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아들, 진념 전 경제부총리의 아들,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의 아들 등 고위층 인사의 자녀들이 아더앤더슨에 대거 근무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우연히 그렇게 됐다고 하기에는 이들 진용의 면면이 너무 화려하다. 이렇듯 김재록씨 파문이 커지면서 고위층 인사들의 행태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일들이 줄줄이 터져나오고 있는데도, 당사자들은 “잘못이 없는데 왜 난리냐”는 태도를 취하거나 아예 연락을 끊고 잠적해 있다.